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61)
신마의선-161화(161/500)
신마의선 (161)
여유를 잃지 않는 단악선의 모습에 연적심이 실소했다.
“오호. 넌 처음 보는 거지 놈이구나. 손맛이 새롭겠어.”
“무기는 안 쓰실 건가요?”
“굳이?”
단악선이 아쉬운 표정으로 묵룡을 바라보자 연적심이 비웃듯 말했다.
“너는 무기를 사용해도 된다.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그래도 나중에 비겁하다는 말을 듣기는 싫어서요.”
단악선이 묵룡을 운중산에게 맡기고 돌아왔다.
일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길 잠시.
“와라. 선수는 양보하마.”
연적심이 손을 까닥이자 단악선이 빙그레 웃었다.
“사양하지 않을게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악선의 신형이 연적심을 향해 쇄도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단악선의 쾌속한 움직임에 연적심이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연적심의 장포가 미친 듯이 펄럭였다.
동시에 그가 내지른 일권을 따라 생성된 강맹한 경력이 그대로 단악선을 향해 뻗어 나갔다.
멀리서 비무를 지켜보던 운중산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권풍(拳風)!”
방소방이 당해 내지 못한 그였기에 무공이 상당하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하나 진기를 다뤄 상대를 해치는 어기상인(御氣傷人)의 경지에 이르러 있을 줄이야!
“비겁한 놈!”
반면 방소방은 연적심을 비난했다.
분명 선수를 양보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적심의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단악선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부끄러움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자신도 모르게 최고의 한 수를 꺼내 놓은 이상 눈앞의 거지가 이를 제대로 받아 낼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길게 시간을 끌며 손맛을 만끽하려 했건만 너무 싱겁게 끝나게 생긴 것이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상대는 아직 두 놈이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사나운 경력을 마주하고도 단악선은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성큼 앞으로 나서며 경력의 중심에 주먹을 들이밀었다.
꽈앙!
대기를 흔드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세찬 경기가 주위를 휩쓸었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연적심이 휘청거리며 세 걸음을 물러섰다.
반면 단악선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연적심을 압박하듯 더욱 거리를 좁혔다.
“……!”
연적심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공에서 상대에게 밀리다니!
이제껏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방금 전 격돌로 인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던 것이다.
반면 놈은 너무나 멀쩡해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비로소 연적심은 단악선을 얕보던 마음을 버리고 자신의 절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았다.
이미 상대는 지근거리에 완전히 들어서 있었다.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손을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연적심은 황급히 손을 휘둘러 상대의 공격을 걷어 내려 했다.
하나 이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정신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무심코 손을 뻗는 바람에 곳곳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놓칠 단악선이 아니었다.
빠바바박!
눈앞에서 기이하게 흔들린 손이 연달아 연적심의 어깨와 가슴을 두들겼다.
“컥!”
뼈까지 파고들어 욱신대는 충격에 연적심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단악선은 굳이 연적심을 쫓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눈으로 연적심을 노려볼 뿐이었다.
연적심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수 없었다.
당혹감은 이내 혼란으로, 그리고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단악선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고작 그 정도 무공을 믿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힌 건가요?”
연적심의 얼굴이 벌게졌다.
“닥쳐라!”
무의식중에 연적심이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디딘 것과 그의 시야에서 단악선이 사라진 건 거의 동시였다.
연적심이 이를 깨달았을 때, 단악선은 이미 그의 턱 밑에 이르러 있었다.
“……!”
연적심이 경악했다.
한순간의 동요.
그 찰나의 흔들림은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는 호흡의 경계를 고스란히 내주고 말았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쩌억!
머릿속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연적심의 고개가 홱 젖혀졌다.
손바닥 아랫부분인 장저(掌底)를 정확히 연적심의 턱에 꽂아 넣은 단악선이 더욱 간격을 좁히며 벼락처럼 팔을 휘둘렀다.
빠바바바박!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격타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단악선의 오른쪽 팔꿈치가 연적심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뒤이어 왼쪽 팔꿈치가 좌우의 늑골을 차례대로 후려쳤다.
심지어 비명을 지를 틈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 갔다.
끔찍하리만치 집요한 연환격(連環擊)이었다.
“으아악!”
연적심이 괴성을 터트리며 양손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손은 목표를 잃고 허우적대는 것에 불과했다.
덥석.
단악선이 연적심의 맥문을 움켜쥔 것도 그때였다.
우두둑.
초악량에게 전수받은 금나수를 이용해 단악선은 간단히 연적심의 팔을 비틀어 꺾은 뒤 그대로 던져 버렸다.
콰앙.
사납게 내동댕이쳐진 연적심이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헐떡였다.
“소장주님!”
호위 무사들 중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연적심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연적심이 손을 뻗어 호위 무사의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검을 움켜쥐었다.
차앙.
차가운 소리와 함께 새파란 청강검이 나신을 드러냈다.
“죽여 버리겠다!”
청강검을 꼬나 쥔 연적심이 단악선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런 그를 운중산과 방소방이 한껏 비웃었다.
“자고로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지.”
“물지도 못하는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고.”
연적심이 홱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태연한 얼굴로 살기 어린 시선을 받아 냈다.
연적심을 월등히 압도하는 단악선의 무위를 눈으로 확인한 이상 일말의 우려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악선아, 받아!”
운중산이 던져 준 묵룡을 받아 든 단악선이 연적심을 부축하고 있던 호위 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비무 도중 제삼자가 끼어들어도 된다는 조항은 없었는데요?”
“그, 그건…….”
당황한 호위 무사를 연적심이 밀쳐 냈다.
“비켜!”
“하지만 소장주님!”
“꺼지라고!”
연적심이 노려보자 호위 무사가 한숨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죽엇!”
연적심이 단악선을 향해 사납게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
그의 전면으로 흙바닥이 길게 갈라지더니 단악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미 한 번 지근거리에서 혼쭐이 난 연적심은 거리를 두고 검기로 단악선을 상대하려 마음먹은 것이다.
그 순간 단악선의 손에 들린 묵룡이 꿈틀했다.
위화신공을 받아들여 선명해진 파형의 무늬.
눈앞으로 짓쳐들어오는 예리한 검기를 향해 묵룡이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찌이익!
비단 폭이 찢어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연적심이 날린 검기가 맥없이 허공에 흩어졌다.
허무하게 와해되는 검기를 아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연적심의 눈 위로 경악의 감정이 자리 잡았다.
어느새 거리를 바짝 좁힌 단악선이 자신의 명치를 향해 시커먼 봉을 밀어 넣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연적심은 믿을 수 없었다.
마치 한순간에 자신과 단악선 사이에 존재하던 공간이 지워져 버린 것 같았다.
쾅!
연적심의 신형이 허공에 떠올랐다.
황급히 검으로 날아드는 봉을 쳐 내려 했지만 오히려 청강검만 산산조각 나 허공에 흩어졌다.
연적심의 입에서 왈칵 핏물이 솟구친 것도 동시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연적심은 고통을 느낄 정신도, 상황을 수습할 여력도 없었다.
부릅뜬 그의 눈동자를 채운 것은 오직 공포였다.
무방비 상태로 허공에 뜬 그의 온몸을 묵룡이 누비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끄아악!”
쉴 새 없이 전신의 요혈을 두들기는 끔찍한 고통에 연적심이 비명을 터트렸다.
숨을 고를 여유조차 주지 않는, 그야말로 사정없는 매질이었다.
그 앞에 연적심은 속수무책이었다.
그의 입에서는 연거푸 핏물이 뿜어져 나왔고,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보라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만! 그마안!”
연적심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돌아온 건 서늘한 음성뿐이었다.
“일각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
다시금 매질을 시작하는 단악선은 평소의 온화하던 그가 아니었다.
그 모습은 멀리서 지켜보는 세 명에게도 의외였다.
그 중에서도 한설화는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깊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저 나이에는 좋은 것만 보고 자라야 했는데.”
“무슨 뜻이야?”
“단 의원 눈을 봐. 누굴 닮았는지.”
범계위가 여전히 묵룡을 휘두르고 있는 단악선을 슬쩍 보고는 대답했다.
“왜? 멀쩡한데. 오늘도 잘 생겼구만.”
“너랑 초 오라버니 같은 눈빛을 하고 있잖아.”
“응? 그래서 잘 생긴 건가?”
그 말에 한설화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이에 초악량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한 누이.”
한설화의 서릿발 같은 시선을 받으며 초악량이 말했다.
“한 누이의 눈빛이 비하면 우리 눈은 부처야.”
“뭐?”
한설화가 뭐라 쏘아붙이기 전에 초악량과 범계위는 단악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처절한 비명이 그들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크헉! 컥! 끄아아!”
연적심은 거북이처럼 바닥에 웅크려 비처럼 쏟아지는 가혹한 매질을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호위 무사들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은 장원의 호위를 위해 돈으로 고용된 보표(保標).
고용주의 아들이 눈앞에서 맞아 죽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악선과 연적심의 비무에 끼어들 수 없었다.
어느새 운중산과 방소방이 그들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방소방이 무사들을 향해 경고했다.
“청심장이 강호인의 비무에 관여해 신성한 약속을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견부지자(犬夫之子)라는 소문이 퍼지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요.”
뒤늦게 방소방이 개방의 인물이라는 것을 떠올린 무사들이 굳은 얼굴로 침음성을 흘렸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빠듯하게 일각을 모두 채운 단악선이 묵룡을 거두며 물러섰다.
그야말로 연적심에게는 억겁처럼 느껴졌던 일각이었다.
“이제 내 차례인가?”
단악선이 곁으로 돌아오자 이번엔 운중산이 연적심을 향해 다가갔다.
뻐억!
“컥!”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연적심이 턱을 감싸 쥐며 나동그라졌다.
“중산아. 그래도 이빨은 놔둬. 거긴 재생이 안 되거든.”
“넌 여전히 의원이구나.”
이미 단악선에게 호되게 당한 터라 연적심은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상태.
그런 그를 운중산이 정성을 담아 자근자근 밟기 시작했다. 단악선의 조언대로 재생되지 않는 뼈는 내버려두면서.
대신 그보다 더 끔찍한 고통을 선사했다.
“이게 무슨 비무란 말이냐!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보다 못해 다시 나서려는 호위 무사들을 향해 단악선이 차가운 눈빛으로 응수했다.
“한번 시작한 비무는 절대 멈추지 못한다고 했던 게 누구였죠?”
“그, 그건…….”
말없이 자신들을 응시하는 소년의 눈빛에 호위 무사들은 설명하기 힘든 위압감을 느꼈다.
“걱정 마세요. 당신들의 소장주는 죽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제가 이곳에 있는 이상은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눈빛과 태도에 무사들은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
자칫 더욱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터지는 소장주는 지금 상황에서 인질과도 다름없었다.
기어코 일각을 채워 연적심을 두들겨 팬 운중산이 방소방을 향해 외쳤다.
“소방아! 교대!”
방소방이 씨익 웃으며 연적심에게 다가갔다.
짜악!
연적심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방소방이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올려붙인 것이다.
짜악! 짜악!
찰진 소리와 함께 연적심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비록 내공이 실리지 않았지만 워낙 손속이 매웠기 때문이다.
사실 방소방은 아직 부상이 낫지 않아 제대로 무공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차라리 이게 더 상대에게 모욕적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익!”
연적심은 수치심과 분노에 미쳐 버리기 직전이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자신이 농락했던 상대가 자신의 뺨을 올려붙이고 있다니.
이성이 날아간 연적심이 바락바락 악을 써 댔다.
“죽여! 이 자식들 전부 죽여 버리라고!”
연적심의 명령에 호위 무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한 줄기 쩌렁한 음성이 공터를 흔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단악선을 비롯한 운중산과 방소방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귀밑머리 하얀 근엄한 표정의 초로인이 노한 눈빛으로 사위를 쓸어 보고 있었다.
“장주님!”
그를 발견한 호위 무사들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그가 바로 자신들을 고용한 청심장의 주인, 연 대야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