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79)
신마의선-179화(179/500)
신마의선 (179)
“아두 형, 어떤 것 같아?”
단악선의 말에 아두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게다가 무릎을 들어 올리는 게 평소보다 훨씬 수월했다.
그 모습에 진성의가에서 파견된 의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두의 몸을 관리하던 풍진성은 의가에 머물던 환자의 용태가 급변해 급하게 진성의가로 돌아갔다.
이후 그들이 스승을 대신해 아두를 치료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지지부진.
상태가 악화되는 것은 어찌어찌 막고 있었지만 이처럼 눈에 띄게 호전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세 사람은 이내 앞다투어 단악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방금 시침한 위치가 거료혈 맞습니까?”
“침이 들어갈 때 모습이 조금 특이했는데, 그건 왜 그런 겁니까?”
“정확히 어디에 작용하는 침인가요? 신경? 근육?”
단악선이 웃으며 선앙침을 들어 보였다.
“잘 보세요.”
아두를 엎드리게 한 단악선이 이번에는 천천히 시침했다.
꼬리뼈가 끝나는 부분에 위치한 상료혈 쪽이었다.
“보통은 일직선으로 침을 찔러 넣어 혈에 침을 안착시키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아두 형의 경우는 정확한 혈도의 위치가 일반인과 조금 달라요.”
뒤틀린 근육과 신경이 그대로 굳어진 탓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우회하며 혈 자리를 찾아야 해요.”
피부에 닿은 침이 크게 휘어지며 피부에 파고들었다.
“아두 형, 발을 움직여 봐.”
단악선의 지시대로 무릎을 접던 아두가 신음을 흘렸다.
“으으…….”
인상을 찌푸린 아두를 향해 단악선이 물었다.
“통증의 정도는 어때? 일에서 십까지 놓고 판단한다면?”
“육……. 아니, 칠 정도 됩니다.”
“날카로운 걸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야? 아니면 벌레가 물어뜯는 것처럼 간지러운 느낌이 동반된 통증?”
“후자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두는 당황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단악선을 믿었기 때문이다.
단악선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건 신경이 회복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거든. 이제 다른 쪽에 침을 놔 볼게. 아마 이것도 꽤나 힘들 거야.”
단악선이 한 치쯤 허리 위쪽의 혈도에 침을 찔러 넣었다.
“……!”
아두가 눈을 부릅떴다.
어찌나 아팠던지 신음조차 흘릴 수가 없었다.
그런 아두에게 단악선이 지시했다.
“아두 형, 번갈아 가며 다리를 움직여 봐.”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아두는 이내 천천히 두 다리를 접어 올렸다.
아두의 얼굴 위로 놀라운 감정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진 것이다.
침을 제거하며 단악선이 의원들을 향해 말했다.
“제통(制痛)에 초점을 맞춘 증상의 완화만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에요. 고통 역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지표 중 하나거든요. 특히나 사람의 신경이라는 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통각의 둔화는 자칫 운동 감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단악선이 손에 들린 침을 들어 보였다.
“아두 형의 경우에는 근육과 신경이 제 위치를 벗어난 채 굳어진 상태예요. 그래서 근육과 신경 양쪽에 과부하가 걸려 있죠. 근육이 본래의 움직임과 다르게 쓰일 때마다 통각이 경고를 하는 거고요.”
원래대로라면 어마어마한 고통이 수반되는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워낙 험난해 감히 시도할 수 없었다.
무림의 고수조차 마비산에 의지할 정도인데 아두가 이를 버텨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악선은 차선책을 선택했다.
“아까 물어보신 대로 이 시술은 신경과 근육 모두에 작용하는 침이에요. 통각을 자극해 기존의 근육이 새로운 움직임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거죠.”
“그런 방법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의원들을 뒤로한 채 단악선이 아두를 향해 말했다.
“형, 이제 한번 걸어 볼래?”
침상에서 내려선 아두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었다.
확실히 전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아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비록 비틀거리고 불안한 걸음이었지만 부목을 대지 않고 걷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 아두를 단악선이 부축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말했다시피 긴 치료가 될 거야.”
반복되는 자극을 통해 근육이 새로운 움직임을 기억하고, 다시 적응하는 데에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치료 방법을 찾았으니 언젠가는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거야. 난 형이 견뎌 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아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로소 긴 어둠 끝에 한 줄기 희망이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노력하겠습니다.”
아두의 환한 미소에 단악선도 기분이 좋아졌다.
반면 진성의가의 의원들은 방금 전 단악선이 한 말들을 기록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때였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무심의 말에 단악선이 기대 어린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요?”
단악선이 아두와 함께 정문 쪽으로 향했다.
이미 정문 쪽에는 능소밀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개업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채 단악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했던 오시가 되자 아두가 단악선을 바라봤다.
“그럼 열겠습니다.”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두가 대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육중한 소리와 함께 신마의가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
단악선의 눈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줄을 지어 대문 앞에 늘어선 사람들.
한데 그 인원이 심상치 않았다.
닫혀 있던 문 너머로 들려오는 웅성대는 소리에 꽤 많은 사람이 와 있다고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림잡아도 삼백.
아니, 그 이상이었다.
“무위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요?”
놀란 단악선을 향해 사무심이 빙긋 웃었다.
“저 중 반쯤은 호기심 때문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강호에 퍼진 곡주님의 명성은 곡주님께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니까요.”
단악선이 진성의가의 젊은 의원들을 향해 미안한 눈빛을 건넸다.
“아무래도 오늘은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진성의가의 의원들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빨리 시작하시죠.”
“걱정 마십시오. 전에도 가끔 겪어 봐서 이런 경우에는 제법 단련이 되어있으니까요.”
“더 서둘러야겠군요. 환자는 지금쯤 속이 바짝 타고 있을 겁니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이들 또한 하나같이 뼛속부터 의원이었다.
아두가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한 분씩 오셔서 제게 증상을 말해 주세요.”
아두는 증상에 따라 중증의 환자는 단악선에게, 비교적 경미한 환자는 젊은 의원들에게 안내했다.
이미 진성의가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 데다, 오늘을 대비해 많은 연습을 해 온 만큼 노련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렇게 치료가 시작되자 환자들은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다행히 크게 위중한 환자가 없어 치료는 수월했다.
그리고 상당수는 개업의 축하를 겸해 인사차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진짜 환자 수 역시 적지는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해가 떨어지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단악선은 겨우 마지막 환자의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건넨 단악선의 말에 진성의가의 젊은 의원들이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녹초가 되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원래 의가는 개업하는 첫날 환자가 가장 몰리는 법입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나아질 겁니다.”
“그래도 가장 힘든 첫날은 무사히 넘겼으니 다행입니다.”
젊은 의원들의 말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튿날과 모레를 지나 나흘째 되던 날.
“누구야? 환자가 줄어들 거라고 말한 놈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눈에 띄게 부쩍 늘어나는 환자의 숫자에 범계위가 눈살을 찌푸리며 진성의가의 의원들을 노려봤다.
“맙소사!”
젊은 의원들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환자에 그저 경악할 뿐이었다.
여월지항(如月之恒)이라는 표현이 있다.
상현달이 점점 보름달이 되듯이 사업이 날로 번창함을 뜻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 말로도 문전성시를 이룬 환자들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무래도 무위를 비롯해 인근 마을에까지 소문이 퍼진 듯합니다.”
능소밀의 말에 단악선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소문이요?”
능소밀은 자신이 파악한 소문들을 정리해 단악선에게 보고했다.
―진짜 신의라는 말이 아깝지 않더군. 이십 년 동안 괴롭혀 왔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어.
―인성은 또 얼마나 훌륭한지. 가난한 사람들에겐 치료비도 절반만 받더군. 다른 의가에 비해 비싼 것도 아닌데 말이야.
―비싼 약재를 쓰고 싶다고 했더니, 더 저렴하면서 효과가 뛰어난 약재로 대체하자 권하더군. 비싼 약재로 바가지만 씌우는 의원들과는 확실히 달라.
능소밀이 빙그레 웃었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아무리 빠른 말이라도 소문이 퍼지는 속도에는 따르지 못한다는 의미.
단악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아두를 향해 쓰게 웃었다.
“아두 형, 환자들을 들어오시게 해.”
“진료 시각은 아직 반 시진이나 남았는데요?”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그만큼 많은 환자를 살필 수 있잖아. 아픈 분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고.”
단악선의 결정에 결국 진료 시간이 앞당겨졌다.
몰려드는 환자와 덩달아 바빠진 단악선을 지켜보던 범계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초 형, 단 의원 피곤해 보이지 않수?”
“당연히 피곤하겠지. 지난 며칠 동안 단 의원이 진료한 환자가 이백 명이 넘으니.”
“이러다 나도 병이 나겠수.”
“네가 왜?”
“화병 나겠단 말이오.”
범계위가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환자들을 쏘아봤다.
“단 의원이랑 오붓하게 대화 나눠 본 게 언젠지도 모르겠수. 그것뿐인 줄 아슈? 어제는 무공 수련을 하다가 꾸벅꾸벅 졸더라니까?”
“단 의원이?”
범계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단악선의 얼굴을 살폈다.
“저렇게 쉬지도 않고 무리하는데 지치지 않고 배겨?”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병에도 심력을 다하는 게 단 의원이니까.”
지그시 환자들을 노려보던 범계위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안 되겠수.”
환자들을 향해 성큼 다가서는 범계위의 모습에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려고?”
한설화도 보다 못해 한 소리를 던졌다.
“바보는 그냥 가만히 있어.”
두 사람의 핀잔에도 범계위가 코웃음을 쳤다.
“흥!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니까.”
두 사람의 만류를 뿌리친 범계위가 환자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주목!”
일반인보다 훨씬 장대한 체구를 지닌 범계위였다.
게다가 두드러지게 반짝이는 머리 덕에 유독 눈에 띄었다.
거기에 험악한 눈빛과 우렁찬 목소리가 더해지니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환자들을 향해 범계위가 쩌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중에 속이 안 좋다거나, 오한이 든다든가, 아니면 설사나 변비…….”
증상을 열거하던 범계위가 짜증을 내며 버럭 했다.
“에이, 몰라. 하여튼 속병 난 사람들은 전부 내 앞으로 집합!”
“…….”
장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영문을 모르는 건 둘째 치고 범계위의 위압감에 질려 아무도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얼어 있는 환자들을 쓸어 보던 범계위가 한 명을 지목했다.
“너.”
삼십 대 초반쯤 되었을까.
아픈 배를 부여잡은 채 끙끙대던 환자가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그러나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범계위의 손에 붙들린 뒤였다.
“넌 어디가 아파서 왔어?”
“아침부터 배가 아파서…….”
“정말 그것뿐이야? 뼈가 부러지거나 지병이 있는 건 아니고?”
“네. 평소에는 멀쩡했는데 오늘 갑자기…….”
환자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범계위가 섬뜩하게 씨익 웃더니 솥뚜껑 같은 손을 들어 자신의 등과 배에 갖다 댔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시.
“됐지?”
범계위의 말에 그에게 붙들려 있던 장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문했다.
“네? 뭐가요?”
“이제 안 아프잖아.”
“어? 그러고 보니…….”
장한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