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197)
신마의선-197화(197/500)
신마의선 (197)
범계위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그놈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진영산이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이어 갔다.
“애초에 그자가 사파를 배신하고 무림맹의 앞잡이가 된 이유가 마교의 비급 때문이라는 정보가 있었다더군요. 그래서 악호군이 저를 의심한 것 같습니다.”
시기가 너무 공교로워 그런 의심을 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었다.
마교와의 전쟁을 통해 얻어 낸 전리품.
그중에서도 특히 마교의 무공 몇 가지를 무림맹이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실을 고한들 믿어 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혈랑대를 보내지도 않았겠지요.”
목숨을 걸고 혈랑대의 추적을 뿌리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공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에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이곳 무위까지 이르렀다.
아무리 악호군이라 할지라도 초악량과 범계위, 한설화가 버티고 있는 무위에서만큼은 함부로 무력시위를 벌일 수 없다 판단한 것이다.
“몸의 이상을 오래전부터 알았을 텐데요.”
단악선의 물음에 진영산이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살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진영산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초악량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교의 비급이라…….”
그렇게 운을 뗀 초악량이 진지한 표정으로 진영산을 응시했다.
“칠절마군 그놈이 마교의 비급 때문에 무림맹과 손을 잡은 게 확실한가?”
진영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 시절 그자의 수하로 있던 파사대의 인물이 녹림에 투신했습니다. 그자가 그리 고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노단양의 오른팔이라 자처했던 자였던 데다 외부의 정보와 교차 검증을 통해 사실로 판명되었다 들었습니다.”
“그럼 벌써 마교 비급을 얻은 놈이 둘이군. 아니, 셋인가? 전 무림맹주였던 남궁백까지 포함하면?”
마교의 절학이 강호에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이처럼 잠잠하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그만큼 무림에 혈풍이 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놈이 악호군에게 잡혀갔다면 아는 놈이 넷이었겠지. 악호군 그놈이 비급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잖아.”
범계위의 말에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것 때문에 간자로 지목했을 수도 있다. 탐욕스럽기로 따진다면 그놈도 칠절마군 못지않으니까.”
초악량이 진영산을 응시했다.
“혈옥수의 비급을 아직 지니고 있나?”
진영산이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몰라 태워 버렸습니다. 그래야 만약 악호군에게 잡히더라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제법 영리한 놈이군.”
돌연 초악량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한데 너는 끝까지 유마심공(由魔心功)에 대해서는 털어놓지 않는구나.”
“네? 유마 뭐요?”
진영산이 당황해 되물었다.
“그게 뭡니까?”
그 말에 초악량의 눈에서 자욱한 살기가 일렁였다.
“감히 나를 기만하는 것이냐?”
초악량의 가공할 살기를 지척에서 맞닥뜨린 진영산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혈옥수를 익힌 자가 그 근간이 되는 내공심법을 모른다고?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린 진영산이 황급히 대답했다.
“혹시 비급 뒤쪽에 적혀 있던 내공심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위기를 직감한 진영산이 자신이 암기하고 있던 내공 구결을 읊기 시작했다.
초악량과 범계위, 그리고 한설화의 눈에 당혹감이 떠오른 것도 동시였다.
“반쪽짜리 구결인데?”
범계위의 말에 초악량과 한설화도 동의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들 정도 되는 고수가 구결 중간중간에 비어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가뜩이나 위험한 무공을 불완전한 심법으로 연마하고 사용했다니.
주화입마에 이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심각한 분위기로 생각을 정리하던 초악량이 입을 연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구나.”
단악선도 비로소 혈옥수와 관련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무공을 쓰면 쓸수록 심마가 깊어진다니……. 마치 누군가 이를 의도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악의.
이를 느낀 것이 비단 단악선만은 아니었다.
실내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기를 잠시.
적막을 깨며 단악선이 입을 열었다.
“남은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치료부터 마저 이어 갈게요.”
단악선이 진지한 눈빛으로 진영산에게 경고했다.
“더 이상 혈옥수를 익히는 건 금지예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도 안 되고요. 적어도 주화입마가 완치되고 부족한 내공심법을 보완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요.”
“……알겠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진영산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악선을 제외한 세 사람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단악선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 사람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차라리 개가 똥을 끊지.”
범계위의 말에 초악량이 실소했다.
그의 생각 역시 범계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공이 마공이라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공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바로 연성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점에 있었다.
더구나 혈옥수에 의지해 몇 번이고 사선을 넘어온 만큼 그에 대한 갈망이 의식의 기저에 더욱 뿌리 깊게 파고들었을 터.
범계위의 눈에 의아함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그나저나 표정이 왜 그렇수?”
범계위의 물음에 초악량이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래도 단 의원이 이번 일에 더욱 깊게 휘말릴 것 같구나.”
“그게 무슨 소리요?”
초악량이 무거운 한숨과 함께 방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비급이 저자에게 넘어간 것이 단순한 우연의 결과라 믿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목적에 의해 일련의 사태를 유도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번 일에 배후가 있다는 말이오?”
초악량이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이 이를 의도했던 자의 목표와 크게 엇나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적어도 암중의 인물은 진영산이 단악선을 만나 치료를 받는 것은 계산에 두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결국 놈들에게 있어 단 의원의 존재는 자신들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범계위와 한설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말없이 대화를 듣고 있던 능소밀이 조심스럽게 나선 것도 그때였다.
“무려 마교의 비급이 음모를 꾸미는 데 사용되었다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이어진 능소밀의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제가 만약 음모를 주도한 자였다면 틀림없이 감시자를 붙일 것입니다.”
“감시자?”
초악량의 반문에 능소밀이 확신하듯 대답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일순 주위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그만큼 능소밀의 의견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생각의 정리를 마친 초악량이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나는 남궁백을 만나고 오마.”
칠절마군과 마교의 비급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초악량이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작은 점으로 화해 사라지는 초악량의 뒷모습을 보며 범계위가 작게 툴툴댔다.
“무공 회복하더니 아주 막 날아다니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범계위가 능소밀을 향해 물었다.
“능 단주. 이제 우린 뭘 하면 돼?”
어느 정도 사전에 생각해 둔 바가 있었던지 능소밀이 곧바로 대답했다.
“감시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감시망?”
“네.”
능소밀이 설명을 이어 갔다.
“만약 이번 일에 흑막이 존재한다면 진영산이라는 자와 곡주님의 만남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돌발적인 변수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계획이 어긋난 이상 분명 이곳으로 세작을 심을 게 분명합니다.”
적어도 진영산이 무위에 들어온 어젯밤을 기점으로 새로 들어오는 자들에 대한 내력을 더욱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범계위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굳어 있는 능소밀의 표정이 어째서인지 심각했기 때문이다.
“왜? 또 뭐가 잘못됐어?”
“전에 연판장을 받는 과정에서도 방해를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 맞아. 그랬지.”
곤륜산과 청성파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린 범계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을 주도한 자가 곡주님을 달갑게 여길 리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번 일과 같은 배후가 아닐지라도 어쩌면 이곳 무위에 이미 단악선과 삼존을 감시하는 눈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말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었다.
“만약 그놈들이 이곳에 사람을 심었다면 이미 기존의 인원들까지 포함해 감시 영역을 더욱 넓혀야 합니다. 무림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전부 말입니다.”
한설화가 아미를 찡그렸다.
“그런 식으로라면 한계가 있을 텐데?”
능소밀의 말은 사실상 과거와 현재를 포함해 무위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능소밀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선은 가능한 대로 최대한 대응을 해 보겠습니다.”
한참의 고민 끝에 능소밀이 대안을 제시했다.
“모든 감시망을 곡주님께 집중해 미연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단 의원을 신마곡에 대피시키는 건 어때?”
그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었기에 드나드는 이들을 확인하기 용이했다.
게다가 여차하면 진법을 발동시킬 수도 있어 안전한 장소이기도 했다.
“과연 선선히 응하실까요?”
능소밀의 반문에 범계위가 쓴 입맛을 다셨다.
혼자라면 모를까 눈앞의 환자를 두고 떠날 단악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저는 초 선배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그 말에 범계위와 한설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단악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반 시진에 걸친 치료를 통해 일단 주화입마가 진행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 낸 것이다.
누워 있는 진영산을 내려다보며 단악선이 조용히 웃었다.
“이걸로 우리는 같은 배를 탔군요.”
“예?”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던 진영산은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눈빛이 무거워졌다.
“아저씨를 치료한 사람이 저라는 걸 녹림 사람들도 머지않아 알게 되겠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건 없으니까요.”
“…….”
“이로써 좋든 싫든 저도 녹림과 척을 지게 된 셈이고요.”
“면목 없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선택한 길인걸요.”
진영산의 몸에 꽂혀 있던 침을 제거하며 단악선이 물었다.
“혹시 제게 말하지 않은 건 없나요?”
진영산은 문득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강명.”
“강명? 지명인가요?”
진영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람 이름입니다.”
진영산이 설명을 이어 갔다.
“제게 혈옥수의 비급을 전해 준 동료가 지나가듯 언급한 자입니다.”
이후 나름 과거 동료였던 자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제대로 알아낸 것이 없었다.
강명이라는 사람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 너머로 묻어 둔 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곳은 안전하니 편히 쉬세요. 한동안은 치료에 전념해야 하니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시고요.”
“감사합니다.”
“혈옥수를 연마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 잊지 마시고요.”
“네…….”
어딘가 석연치 않은 대답에 단악선이 진지한 눈빛으로 경고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다음번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어요.”
단악선은 회수해 두었던 묵룡아를 의도적으로 진영산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과연 효과는 대단했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삽시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진영산이 혼신의 힘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