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0)
신마의선-20화(20/500)
신마의선 (20)
“돈만 생기면 약재로 전부 탕진해 버리는구나.”
초악량의 한탄에 단악선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만큼 비싼 약재가 효과가 뛰어나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공청석유도 구하고 싶은데, 매물이 없대요.”
“약재상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그건 공청석유가 아니지. 만약 있다 해도 틀림없는 가짜일 것이다. 그러니 그걸 판다고 하면 여러 번 확인을 거쳐야 할 게다.”
범계위가 불쑥 끼어들었다.
“어떻게?”
“응?”
“초 형, 공청석유 본 적 있소?”
초악량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보기는커녕 냄새도 맡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천고의 영약으로 알려진 공청석유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범계위가 핀잔을 던졌다.
“그걸 무슨 수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한단 말이오?”
“그……, 일단 조금 먹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쥐어짠 끝에 초악량이 궁색한 대답을 내놓았다.
범계위와 한설화.
두 사람의 한심해하는 눈빛에 초악량이 발끈했다.
“그럼 뭐, 너네는 달리 뾰족한 수가 있어?”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
“뭐?”
“욕심을 내지 않으면 사기당할 일도 없잖아.”
예상치 못한 범계위의 대답에 초악량이 당황한 사이.
―저런 바보도 아는 사실을…….
이어진 전음이 초악량의 속을 뒤집었다.
단악선이 웃으며 세 사람을 만류했다.
“걱정 마세요. 진위 여부 정도는 구분할 줄 아니까요.”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단악선에게 모아졌다. 그 눈빛에 담겨 있는 의문에 단악선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몇 번 먹어 본 적 있거든요.”
세 사람의 눈빛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이때 단악선이 산삼을 다시 비단 천으로 감싸더니 전각으로 향했다.
“달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서둘러야겠어요. 그럼 말씀들 나누고 계세요.”
그렇게 단악선이 떠난 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초악량이 나머지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상의할 것이 있다.”
한설화와 범계위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초악량을 바라봤다.
“단 의원 말이야…….”
잠시 뜸을 들이던 초악량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무공을 가르쳐야겠어.”
그 말에 범계위가 곧바로 수긍했다.
“맞아. 그딴 약골들에게 위협을 당하게 놔둘 수는 없지.”
범계위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 거라면 내게 맡겨! 내 무공을 전부 전수해 주지.”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작 십대악인 서열 삼위에 불과한 무공을? 아서라. 단 의원 무공은 내가 가르치마.”
“그럼 나는?”
“응원이라도 하든가.”
“내 무공의 약점은 단 의원이 해결할 수 있잖아! 무공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내 삼양…… 그 뭐시긴가가 최고라고!”
한설화가 전음으로 실소했다.
―제대로 가르칠 수나 있고? 주화입마에 빠지기 딱 좋을걸?
범계위가 한설화를 향해 으르렁댔다.
“왜? 마녀 너도 욕심나냐?”
―헛소리. 너희들 바보짓에 어울려 줄 생각 따윈 없어.
한설화를 바라보는 초악량과 범계위의 눈빛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일단 강력한 경쟁자 하나가 이로써 사라진 셈.
그러나 얼마 안 가 초악량과 범계위의 눈빛이 격하게 부딪쳤다.
“포기하시지?”
초악량의 말에 범계위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
“내가 왜?”
“단 의원 고자 만들 거야? 신의와 마의의 유일한 혈육인데 대는 잇게 해야지.”
범계위가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는 초 형이야말로! 고작 몇 놈에게 죽을 뻔한 무공을 어디다 써?”
그렇게 한참 옥신각신 신경전을 이어 가는 두 사람을 한설화가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좋아. 단 의원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자!”
“찬성!”
일단 단악선의 결정이 떨어지면 일체의 불만이 없기로 합의를 마친 뒤 두 사람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괜히 천하오절이 아니다!’
‘나랑 제일 친하니까 날 선택할 거야!’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이 단악선을 기다렸다.
잠시 후 단악선이 돌아왔다.
“무공이요?”
“그래. 누구의 무공을 배우겠느냐?”
단악선이 고민하는 사이 범계위가 입을 열었다.
“내 경공 봤지? 나한테 무공을 배우면 단 의원이 직접 날아다닐 수 있어!”
밝아지는 단악선의 표정에 초악량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내게 금나수(擒拿手)를 전수받으면 굳이 상대가 다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제압이 가능하지. 의원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닌가? 범가 저 녀석 무공은 살기가 너무 짙어서 안 돼.”
“뭐? 살기가 너무 짙어? 다른 사람도 아닌 초 형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
두 사람이 앞다투어 서로의 무공을 배울 것을 종용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단악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공에는 자질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요?”
초악량과 범계위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일찍부터 무공을 익혀야 한다던데…….”
초악량과 범계위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무공에 입문하기에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보통은 일곱 살 전후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육과 기맥이 굳어지기 시작하는 이후에는 무공을 익혀도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럼 일단 확인이 먼저겠군.”
초악량이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몸 상태를 살펴봐도 되겠느냐?”
“네.”
단악선에게 다가간 초악량이 팔다리를 비롯한 온몸을 주무르며 근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더없이 심각했다.
“이제부터는 진기를 흘려 넣을 것이다. 놀라지 말 거라.”
단악선의 맥문을 잡은 초악량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손을 뗀 초악량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조금 늦었구나.”
“왜? 뭐가 문제요?”
범계위의 반문에 초악량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상승무공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어.”
“단 의원 자질이 그렇게 평범해?”
“그래. 더 볼 것도 없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범계위를 뒤로한 채 초악량이 단악선을 보며 말했다.
“괜찮다. 노마십가(駑馬十駕)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 타고난 재능은 노력으로 메울 수 있다. 물론 훌륭한 사부에게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리곤 조용히 웃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 믿어도 된다.”
“초 아저씨의 자질이 평범했다고요?”
“그래. 그러니 넌 내게 무공을 배워야 한다. 나 역시 평범한 자질로 천하제일 고수가 되었으니, 그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초악량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하면 언젠가 너 역시 내 뒤를 이어 천하제일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초악량이 웃음으로 희망을 주던 그때, 가만히 응시하던 한설화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를 초악량이 막아섰다.
“왜?”
“수상해서.”
한설화의 대답에 초악량이 움찔했다.
“수상하다니? 뭐가?”
“말이 너무 많아.”
“더 볼 것도 없다니까?”
“그런 것치곤 지나치게 필사적이야.”
대답을 궁리하며 초악량이 머뭇거리는 사이 한설화의 신형이 가볍게 흔들렸다. 초악량이 황급히 손을 뻗어 제지하려 했지만 한설화는 이미 단악선의 맥문을 움켜쥔 상태였다.
한설화가 물끄러미 초악량을 응시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냉정하고 차갑기만 하던 그녀의 눈빛이 기이한 열기로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잠시.
덥석.
한설화가 갑자기 단악선을 끌어안았다.
“얜 내 거야.”
초악량이 발끈해 소리쳤다.
“바보짓에 어울리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이 바뀌었어.”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 한설화가 단악선을 보았다.
“이런 무재(武才)를 당신들에게 맡길 수야 없지.”
“어? 무슨 소리야? 평범하다며?”
“…….”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초악량의 모습에 범계위가 분노했다.
“나 속였지?”
상황이 민망해진 초악량이 헛기침을 했다.
“커험. 그럼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셋 중 누구에게 무공을 배울지 단 의원이 결정하도록…….”
“초 형은 빠져야지.”
“내가 왜?”
“우릴 속이려 한 시점에서 이미 탈락이야.”
움찔하는 초악량을 뒤로한 채 범계위가 한설화를 향해 외쳤다.
“마녀 너도 탈락!”
“어째서?”
“넌 애초에 포기했잖아!”
그러나 한설화는 태연했다.
“욕 좀 먹지, 뭐. 그래도 죄짓는 것보단 나으니까.”
“무슨 죄?”
“모르면 몰랐을까 이 아이의 재능을 알면서도 당신들에게 맡기는 건 무책임한 거지. 무인의 양심이 허락지 않아.”
“양심이 있어서 거짓말을 하셨어? 당장 단 의원 내놔!”
“뺏어 가 보시든가.”
“흥! 힘으로 하자고? 좋아! 이참에 확실하게 우열을 가리자. 이긴 사람이 단 의원을 가르치는 거야.”
초악량이 황급히 소리쳤다.
“초식만으로 겨루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한설화와 범계위가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라도 경쟁자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진짜?”
이쯤 되니 열이 받았는지 초악량의 눈빛 역시 살기가 감돌았다. 순식간에 흉흉해진 세 사람의 눈빛이 어지럽게 뒤얽혔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그 팽팽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만든 것은 나직한 한숨 소리였다.
“이제 놓아 주세요.”
단악선이었다.
한설화의 품을 벗어난 단악선이 초악량을 바라봤다.
“정말 제가 무공에 자질이 있나요?”
초악량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지닌 근골은 그야말로 천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제자 고르는 데 깐깐하기로 유명한 구대문파의 그 어떤 인재들도 감히 너와 비견되지 못할 것이다.”
한설화도 수긍했다.
“임독양맥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사현관 역시 이미 타통된 상태다. 기경팔맥과 십이경맥 역시 잘 닦여 있고.”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세 사람의 시선이 단악선에게 모아졌다.
“알고 있었던 게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슬쩍 웃었다.
“어느 정도는요.”
그리고 말을 이어 갔다.
“제가 배 속에 있을 때 엄마가 일부러 영약들을 복용했다고 하셨거든요. 태어난 직후에는 벌모세수(伐毛洗髓)를 받았고요.”
세 사람이 놀란 눈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개정대법의 일종인 벌모세수는 상대의 육체를 무공에 적합한 체질로 개선시키는 불문 비전의 절예다.
하나 그만큼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시전자가 막대한 내력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벌모세수를 펼치다 생명의 근간이 되는 본원진기마저 쏟아붓고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서 불문 무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소림조차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벌모세수가 성공하면 그 공능은 실로 대단했다.
천하오절 중 한 명이자 소림의 최고 고수라 알려진 계율원주 법료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다섯 살에 무공에 입문하여 약관에 이르러 소림의 칠십이절예 중 절반 이상을 완벽히 익혀 낸 무학의 천재.
호사가들이 걸어 다니는 장경각이라의 의미로 보장경(步藏經)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오래전 마교가 발호했을 당시 소림에 침입한 마교의 정예들을 부지깽이 하나로 물리친 그의 신위는 이미 숭산의 전설이 된 지 오래.
그 역시 어린 나이에 벌모세수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렸을 때 귀한 영약을 많이 복용하기도 했고요. 건강해지라며 아빠와 엄마가 수시로 침을 놔 주시기도 했어요.”
세 사람은 더욱 몸이 달았다.
아예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단악선이 자신의 무공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쟁을 시작한 것이다.
분위기가 다시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종국엔 살기가 휘몰아쳤다.
결국 단악선이 이들을 만류했다.
“반드시 꼭 한 분을 선택해야 하는 건가요?”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문 무공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음…….”
단악선이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나머지 세 사람은 단악선의 결정을 숨죽인 채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좋아요. 결정했어요.”
단악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사람이 단악선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런 세 사람을 향해 단악선이 배시시 웃었다.
“그냥 전 무공을 배우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