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00)
신마의선-200화(200/500)
신마의선 (200)
“단 의원님, 괜찮으세요?”
조심스러운 아두의 물음에 단악선이 짐짓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난 괜찮으니 걱정할 것 없어, 아두 형.”
“그래도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걱정을 담은 아두의 눈빛에 단악선이 일어나 한껏 기지개를 켰다.
“아무래도 잠이 부족했나 봐.”
간단하게 몸을 움직여 피로를 털어 낸 단악선이 다시 치료를 이어 갔다.
그렇게 아두의 치료를 마친 뒤 단악선은 곧장 범계위와 한설화의 치료를 시작했다.
“좀 쉬었다 하지 그러느냐?”
한설화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범계위 역시 마찬가지.
“그래, 단 의원. 하루 정도는 쉬어도 돼. 나는 끈기 있게 기다릴 줄 하는 착한 환자거든. 치료 도중에 그간의 노력을 말아먹는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야.”
염려 가득한 두 사람의 눈빛에 단악선이 배시시 웃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런데 왜 잠이 부족한 거야? 혹시 걱정이 돼서 그래?”
“아니요. 치료 기록들을 보느라 잠을 못 잤어요.”
“치료 기록?”
“네. 이것 때문에 능 단주님께 여쭈어볼 것도 생겼고요.”
이때 내원으로 들어서는 능소밀을 발견한 단악선이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마침 저기 오시네요. 능 단주님!”
능소밀이 곧장 단악선에게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전언을 듣고 달려온 능소밀을 향해 단악선이 탁자 한쪽에 미리 쌓아 두었던 치료 기록들을 건넸다.
“이걸 왜 제게?”
서류를 몇 장 들춰 내용을 확인한 능소밀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단악선이 서류에 적인 환자들의 이름을 가리켰다.
“보통 입원 환자들은 치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런데요?”
“그런데 이 환자들의 경우에는 유독 입원이 잦아요.”
속앓이로 입원했다 퇴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골절로 다시 입원한 환자도 있었고, 독초를 먹고 중독 증세로 입원했다가 비슷한 증상으로 재입원을 반복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찾아보니 한두 건이 아니었다.
능소밀이 질린 얼굴로 단악선을 보았다.
“정말이지 곡주님은 참 적당히라는 걸 모르십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범계위가 고리눈을 부릅뜨고 능소밀을 노려봤다.
“너 지금 우리 단 의원 험담한 거냐?”
“예? 아니요! 그럴 리가요!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죠!”
화들짝 놀란 능소밀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누군가가 저를 노린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
“……!”
“상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고요. 의가에 대해 알려면 입원을 하는 게 가장 좋잖아요.”
“그럼 설마 이자들이?”
“아직 확실치는 않아요.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괜한 오해로 환자들을 의심하게 되면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와 주시라고 부탁드렸어요.”
진중하게 환자의 임상 기록을 검토하던 능소밀이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부자연스럽군요. 입원 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치료 내용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지나치게 긴 것도 이상합니다.”
정황상 의심이 가는 환자는 네 명.
그중에 단악선이 직접 치료한 환자는 없었다.
그들 모두가 신마의가에서 새로 영입한 의원들이 치료한 환자들이었다.
“곧바로 조사해 보겠습니다.”
서류를 챙긴 능소밀이 막 의가를 나서려 할 때였다.
진료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외원으로 나갔던 아두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아두 뒤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따라오는 사내가 있었다.
“아두 형, 무슨 일이야?”
단악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진료를 시작하려면 아직 이 각 정도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두가 뒤따르던 사내를 가리켰다.
“이분은 저자에서 영화당이라는 약방을 운영하는 분이세요. 그런데 단 의원님을 급히 뵙길 청하셨어요.”
단악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약방의 주인이 자신을 찾을 이유를 떠올려 봤지만 달리 생각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진 아두의 말에 표정을 달리했다.
“저……. 이분께서 판매하셨던 신마단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요.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어 이렇게 직접 모신 거고요.”
“문제요?”
단악선의 반문에 아두 뒤에 서 있던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곳 무위의 홍복(洪福)이자 뭇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시는 신마의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감곡이라 하옵고, 저 아래 저자에서 자그마한 약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마단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거죠?”
“그게……. 좋지 않은 소식으로 찾아뵙게 되어 민망하고 말씀드리기도 황망하지만…….”
스스로 감곡이라 밝힌 사내가 한숨과 함께 자신이 이곳에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제가 판매한 신마단에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부작용이라고요?”
예상치 못한 말에 단악선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리가…….”
믿기 어려워하는 단악선의 표정에 감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또한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혹시 이곳에 입원했던 환자 중에 장오권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았나요?”
“아! 그 사람이라면…….”
단악선이 고개를 돌려 능소밀 쪽을 바라봤다.
의심스러운 정황을 보인 입원 환자 중 그와 같은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약초꾼을 업으로 삼으신 그분 말인가요?”
처음에는 독버섯을 잘못 먹고 중독 증세로 입원했던 환자였다.
그러고 나서 무사히 퇴원한 후 다시금 입원했다.
이번에는 산을 타다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로 인한 복합 골절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 심해 중환자로 분류되었던 환자였다.
다행히 새로 영입한 의원 중에 그 분야에 해박한 의원이 있어 목숨을 건졌지만, 약초꾼으로서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 어지간히 운이 없는 사내였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감곡이 설명을 이어 갔다.
“쇠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신마단을 복용했는데, 이후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때 입었던 부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감곡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단악선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판매하신 신마단의 출처는 확실한가요?”
단악선의 말에 감곡이 펄쩍 뛰었다.
“어찌 감히 가짜 약을 팔겠습니까? 여기 제가 신마상단에서 신마단을 구입한 영수증과 장 씨에게 판매한 내역을 기록한 장부가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면 제가 판매한 신마단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감곡이 허겁지겁 품속에서 꺼낸 장부를 확인한 능소밀이 단악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이 사람이 판매한 신마단은 저희 상단에서 판매한 게 맞습니다.”
“으음…….”
단악선이 감곡을 가만히 응시했다.
무언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논리로는 앞뒤 정황이 일치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지워 낼 수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아!’
단악선이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그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악선이 감곡을 말없이 주시했다.
당황한 사람치곤 너무 준비가 철저한 점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역시.’
겉으로 보기엔 위축되고 당황한 것처럼 보이지만 눈빛만큼은 시종일관 냉철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단악선은 애써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감곡을 슬쩍 떠보기로 마음먹었다.
심각해진 표정으로 단악선이 입을 열었다.
“하긴 모든 약이라는 게 그러하듯 반드시 부작용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그분의 상태를 확인해 봐야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 감곡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그 환자에게 직접 가 보려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단순히 판매하기만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요.”
“그분을 의가로 모셔 올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면 제가 먼저 의원님을 찾아뵙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듣자니 상태가 매우 위중해 걸음을 옮길 수도 없다더군요. 들것이나 수레에 실어 이송하다 자칫 흔들리기라도 하면 더 상태가 악화될 것 같아 이렇게 의원님을 모시러 온 것입니다.”
“그분이 계신 곳이 어디죠?”
“말을 타고 가면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단악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다.
역시나 미리 준비한 것처럼 대답이 척척 나왔다.
“경공을 펼쳐서 가면 그보다 시간을 앞당길 수 있겠네요.”
그렇게 말한 단악선이 감곡을 향해 물었다.
“위치를 알려 주세요.”
감곡이 입을 열려는 찰나, 능소밀이 황급히 나서 단악선을 만류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위를 벗어나는 건 위험합니다.”
“맞아, 단 의원.”
범계위도 고개를 끄덕이며 능소밀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냥 내가 가서 데려올게.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다녀올 수 있어.”
그런데 뜻밖에도 단악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네?”
“어? 왜?”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위해 단악선이 입을 열었다.
“범 아저씨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에요.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보면 환자가 흔들려 더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러니 조금 지체되더라도 제가 직접 가는 것이 안전해요.”
한설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럼 내가 동행하마.”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려요.”
당연히 단악선의 호위에 빠질 범계위가 아니었다.
“그래. 단 의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잘됐네. 이 기회에 모처럼 같이 바람이나 쐬지, 뭐.”
그런데 문득 범계위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뭐 해? 얼른 가자.”
범계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단악선과 한설화가 주고받는 눈빛에서 꼬집어 설명하기 힘든 묘한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단악선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미안함은 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
범계위의 눈이 당혹감에 흔들렸다.
갑자기 엄습하는 불길함을 애써 떨쳐 내며 범계위가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단 의원, 아니지?”
“죄송해요, 아저씨. 이번에는 아주머니랑 다녀올게요.”
“설마 나를 두고 마녀랑 둘이서만 가겠다고?”
“누군가는 무위를 지켜야 하잖아요.”
녹림을 탈출해 이곳에 일신을 의탁한 진영산의 안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언제 녹림이 다시 무력시위를 벌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존 모두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악선의 말에 범계위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단 의원만 지키면 돼. 여기야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야.”
“만에 하나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아주머니보다는 아저씨가 이곳에 거주하는 사파 무림인들을 더 수월하게 통솔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저씨들만큼 그분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분도 없잖아요.”
“어? 그, 그렇긴 하지만…….”
범계위가 말끝을 흐리자 단악선이 양손을 꼭 붙잡으며 간절하게 말했다.
“부탁드려요. 아저씨 외엔 아무도 여길 지켜 줄 수가 없어요.”
“쳇. 어쩔 수 없지. 그래! 단 의원! 나만 믿어!”
범계위가 호탕하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