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1)
신마의선-21화(21/500)
신마의선 (21)
“뭐?”
“아니, 왜?”
“어째서?”
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반문했다.
그러나 이어진 단악선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한 분을 선택하면 다른 두 분이 섭섭하잖아요. 그건 싫거든요. 지금처럼 다 같이 지내는 게 더 좋아요.”
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들이 강호에 제자를 거두겠다 선포하면 천하의 기재들이 앞다투어 달려들 것이다. 그만큼 수련의 성과에 따라 하나같이 천하제일로 발돋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공들이었다.
그런데 단악선은 이를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니 그저 당혹스러울 수밖에.
한설화의 눈빛이 반짝인 것도 그때였다. 단악선이 의아한 눈으로 한설화를 바라봤다.
“네? 제자가 되지 않고 배워도 된다고요?”
초악량과 범계위의 안색이 그대로 굳어졌다. 한설화가 전음을 날렸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잠깐!”
“나도 잠깐!”
범계위가 한설화를 노려봤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초악량 역시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제자도 아닌데 무공을 전수하겠다고?”
한설화가 차갑게 응수했다.
“뭐가 문젠데? 내가 창안한 무공을 내 마음대로 전수하겠다는데.”
범계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그러고 보니……?”
그리곤 이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굳이 제자 삼지 않아도 되잖아?”
초악량이 정색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네 사부님께 죄송하지도 않느냐?”
“뭐가 죄송해? 어차피 사부님께서 원한 건 단 하나였어. 무공을 온전히 완성하는 것. 단 의원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저승에 계신 사부님도 기뻐하실걸?”
할 말이 없어진 초악량이 그만 난처해졌다.
한설화가 그런 초악량을 물고 늘어졌다.
“은인이라며? 그깟 무공이 뭐라고.”
“그깟 무공이라니! 내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 목숨 구해 준 사람이 누군데?”
“……!”
범계위가 덩달아 거들고 나섰다.
“듣고 보니 그렇네. 초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치사한 양반이구먼?”
졸지에 치사한 인간이 되어 버린 초악량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범계위가 신이 나서 외쳤다.
“마녀와 나, 둘 중에 누구에게 배우고 싶어? 제자는 안 해도 돼.”
초악량이 이를 악물었다.
“나도 제자 안 해도 된다!”
결국 초악량도 고집을 내던졌다. 어쩐지 여기에서 싸우자니 사승 관계에 연연한 자신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기분이다.
일단은 단악선을 붙들어 놓는 게 우선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단악선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결정은 좀 더 나중에, 신중하게 할게요. 그러니 우선은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제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요.”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세 사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는 처음의 대답보다는 그나마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짝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명색이 무림에서 나름 내로라하는 고수들이다.
그 명성이 무색하게 어린아이 앞에서 옥신각신하다니.
반면 단악선은 내심 웃음을 삼키는 중이었다. 이제 결정은 자신이 언제든 할 수 있다. 십 년 후든 백 년 후든.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단악선은 상대가 험난한 무림에서 닳고 닳은 악인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실제로 세 사람은 단악선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네 사람은 서로 다른 동상이몽을 꾸었다.
* * *
그날 밤.
잠들어 있던 단악선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다.
기이한 열기가 몸 안에서 느껴지나 싶더니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창문으로 스며든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한참을 바라봤다.
“범 아저씨?”
범계위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 의원. 나야.”
“지금 뭐 하시는……?”
“쉿. 지금은 입을 열면 안 돼. 그냥 내게 몸을 맡기고 진기의 흐름에 집중해.”
순간 몸속을 휘돌던 열기가 한차례 꿈틀대더니 빠른 속도로 기맥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범계위는 단악선에게 흘려 넣은 도반삼양공의 기운을 조심스럽게 이끌어 갔다. 그렇게 도인한 진기가 일주천을 마치자 단악선의 단전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확인한 범계위가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어때? 흐름의 순서를 기억할 수 있겠어?”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단악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범계위가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
“진짜? 한 번밖에 안 했는데?”
단악선이 천천히 도반삼양공을 운공했다.
범계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한 내력이었지만 그 흐름만큼은 정확한 방향을 타고 막힘없이 흘렀다.
“우리 단 의원, 진짜 천재구나? 천재라던 나도 외우는 데 다섯 번 넘게 걸린 건데…….”
범계위가 뿌듯한 눈빛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내일부터는 시간이 되는 대로 다른 무공들도 전수해 줄게.”
그 말을 끝으로 범계위가 돌아섰다.
행여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유독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 바람에 단악선은 이미 먼저 다녀간 두 사람에 대해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세 사람은 단악선이 가져온 약초들로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다만 분위기가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어제 치열했던 쟁탈전을 벌인 사람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가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특히 범계위의 기분이 유독 좋아 보였다.
“초 형, 이거 한 번 드셔 보슈. 그나마 이건 먹을 만하던데?”
수상했지만 초악량은 웃으며 약초를 받아 들었다.
“고맙다, 너도 많이 먹어라.”
“오늘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이오? 징그럽다고 툭툭댈 줄 알았더니만.”
“뭐, 이런 날도 있어야지.”
초악량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젯밤 두 사람 몰래 단악선에게 무공을 전수한 것이 내심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범계위 역시 마찬가지.
“그나저나 안색이 그게 뭐요? 밤에 잠도 못 잔 사람처럼.”
그 말에 초악량이 멈칫했다. 하지만 범계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한설화를 향해 웃음을 건넸다.
“마녀, 너도 하나 줄까?”
“뭐, 그러던지.”
한설화도 의외로 선선히 범계위가 내민 약초를 받아 들었다. 그 모습에 범계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오늘 뭔가 이상한데?’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평소답지 않게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에워싼 어색한 침묵.
이를 깬 사람은 다름 아닌 단악선이었다.
유심히 초악량의 안색을 살피던 단악선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어젯밤에 말씀드렸잖아요. 아직 내공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신 분이 너무 무리하셨어요.”
“……!”
초악량이 흠칫했다.
“이제 겨우 스스로 운기조식을 하는 단계인데 격체전력으로 진기를 도인(導引)하는 것은……. 읍!”
단악선은 말을 잇지 못했다.
초악량이 단악선의 입을 손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설마?”
“혹시?”
범계위와 한설화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초악량이 쓰게 웃었다. 이어질 그들의 추궁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심히 난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초악량이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쌀은 익어 밥이 되어 버렸다.
어젯밤 초악량은 단악선에게 자신의 혼원무극진기(混元無極眞氣)를 전수했다.
그것도 진기를 불어 넣어 직접 도인하는 방법으로.
게다가 구결에 따라 무사히 운공을 마치는 것까지 확인했다.
이제는 이를 갈고 닦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화를 내며 자신을 비난할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게다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초악량은 돌연 불길함에 휩싸였다.
‘설마……?’
초악량이 단악선을 바라봤다.
“아니지?”
“네?”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단악선을 향해 초악량이 다시 물었다.
“혹시 저 두 사람도 어젯밤 너를 찾아갔느냐?”
단악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아주머니께서 가장 먼저 오셨고, 다음이 초 아저씨, 마지막에 범 아저씨가 오셨어요.”
“……!”
초악량이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리다가 소리쳤다.
“이 미친것들이! 지금 제정신이야? 애 죽이려고 작정했어? 그러다 주화입마라도 빠지면 어쩌려고?”
초악량의 질책에 한설화와 범계위의 눈 위로 살기가 솟구쳤다.
셋이 동시에 몸을 일으킬 때였다.
“싸우지 마세요. 아직 주화입마에 빠질 정도의 내공도 없으니까요.”
단악선이 차분히 세 사람을 말렸다.
“심법을 알게 되니까 세 분의 몸 상태를 더욱 명확히 알 것 같아요.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후…….”
초악량이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 앉았다.
“행여나 내공심법을 함께 운용하지는 마라. 분명 기맥이 뒤틀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의원이잖아요. 제 몸이 망가질 일을 하겠어요? 그것보다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요.”
남은 두 명도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다 같이 연구를 해 보는 거예요.”
“연구? 무공을 연구하자는 것이냐?”
“네. 맞아요.”
단악선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아주머니는 극음, 반대로 범 아저씨는 극양이에요. 그로 인해 음양의 조화가 깨진 상태고요. 초 아저씨는 두 분과는 전혀 상관없죠. 워낙 중심이 좋은 내공심법이니까요. 그 세 무공을 같이 연구하면 세 분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무공 증진에도 반드시 효과가 있을 거예요.”
세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이유는 당연했다. 무림인 중 누가 자신의 비기를 사람들에게 떠벌인단 말인가. 그렇다면 애초에 무림 문파와 계열이 이렇게 갈릴 이유가 없다.
단악선의 말은 시작부터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단 의원…….”
단악선이 흔치 않게 초악량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엄마와 아빠도 그랬어요. 서로의 실력은 인정하면서도 의술을 교류하려 하진 않았죠. 걸어왔던 길도 워낙 달랐으니까요. 그러다 한 번은 고칠 수 없는 환자가 나타났어요.”
“신의와 마의가 고칠 수 없는 환자?”
“지병이 깊은 데다 중독까지 된 상태였거든요. 무리하게 독을 밀어내려다 주화입마에 빠졌고요.”
“그럼 어렵지.”
“그런데 살리셨어요. 두 분이 처음으로 함께 환자를 고쳤거든요.”
“아!”
“싸움도 많이 하셨지만, 의논하고 경험을 말하면서 치료하셨죠. 그 환자도 살아 돌아갔고요.”
그들도 단악선이 말하려는 바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깨어지는 이유는 누군가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을 때 문제가 커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인정과 믿음의 문제인데…….
‘둘 다 정상은 아니지만, 무공은 꽤 쓸 만하지.’
‘둘 다 미치긴 했지만, 무공이야 뭐.’
‘둘 다 바보긴 하지만…….’
가장 먼저 찬성한 사람은 범계위였다.
“단 의원이 하라면 해야지!”
한설화 또한 잠시 고민하다가 동의했다.
“그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어.”
초악량의 고민이 가장 깊었지만, 그 역시 단악선의 의견을 내치지는 못했다.
“그럼 이제 같이 무공을 연구하는 거예요!”
기뻐하는 단악선의 목소리에 초악량도 조용히 웃었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럼 넌 연구를 해서 가장 나은 심법을 익힐 생각인 것이냐?”
“아뇨.”
단악선이 웃으며 말했다.
“함께 연구한 심법을 익힐 거예요.”
세 명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단순히 연구가 아니라, 무공을 창안하겠다는 말이 되는데?”
“세 분의 무공 수준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도 도움이 될 거고요.”
단악선은 조금의 의심도 없는 표정이었다.
“창안에 실패하면……?”
단악선이 처음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