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54)
신마의선-254화(254/500)
신마의선 (254)
능청스러운 굉성자의 태도에 당령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당연히 선수는 양보해 주시겠죠?”
대답도 듣지 않고 굉성자는 곧바로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쇄도해 오는 굉성자의 모습에 당령은 내심 당황했다.
“건방진!”
하지만 이내 싸늘한 음성과 함께 굉성자의 팔을 낚아채려 했다.
콰앙!
그러나 육중한 충격음과 함께 뒤로 밀려난 사람은 당령이었다.
“……!”
당령의 눈에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가볍게 뻗은 주먹 같았는데 그 안에 담긴 위력은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다행히 대부분의 충격을 흘려 내 내상은 입지 않았지만 시큰한 충격이 손목을 타고 올라오며 팔이 저릿해졌다.
당령은 곧장 가전 무공인 당문권(唐門拳)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비무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당령은 처음부터 절학이라 할 수 있는 초식들을 연달아 쏟아 내며 굉성자를 압박해 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령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떠올랐다.
수비 초식을 반복하며 연신 물러서기 바쁜 굉성자는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순식간에 오십여 초의 공격을 퍼부었으나 당령으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는 십 초도 아깝다 생각한 그였다.
한데 십 초는커녕 어느새 백 초가 넘어갔다.
자존심이 크게 상한 당령이 서늘한 눈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장포는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펄럭이기 시작했다.
“어딜!”
당령이 내력을 끌어 올리는 그 짧은 틈을 노려 굉성자는 주저 없이 일 권을 내질렀다.
쉬익!
묵직한 파공음과 함께 한 줄기 권풍이 당령의 명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당령은 급히 양손을 교차해 가슴을 방비하는 한편, 있는 힘껏 뒤로 물러섰다.
쩡!
양팔에 묵직한 충격을 느끼며 당령의 신형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 뒤를 쫓아 굉성자가 곧바로 따라붙었다.
일단 당령의 공격을 묶고 나자 굉성자는 저돌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반격할 틈조차 주지 않고 그를 압박해 나갔다.
아차 하는 순간에 수세에 몰리게 된 당령은 내심 침음성을 삼켰다.
모든 방위를 차단한 표홀한 신법.
그 안에 담긴 현란한 변화는 애송이의 것이라 믿기 힘들 만큼 노련한 것이었다.
더구나 주먹에서 느껴지는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빈틈을 파고드는 초식 역시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기랄!’
비로소 당령은 자신이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이미 싸움의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어간 뒤였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쏟아지는 연환 공격 앞에 당령은 마치 수렁 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허허…….”
당령을 몰아붙이는 굉성자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명숙들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라기는 제갈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데다, 이제 막 무명을 알리기 시작한 청년 도사가 당가타주를 상대로 이만큼 선전을 하리라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그러나 그 누구도 당사자인 당령만큼 놀란 사람은 없었다.
이 순간에도 당령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상당한 무위의 격차가 존재했다.
그 맹신이 불러온 방심.
그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망할 단 씨 꼬맹이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놈의 격장지계에 흥분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교활한 놈!’
지척에서 서늘한 눈빛을 흘리는 굉성자의 진지한 표정에서는 방금 전의 경박스럽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휘청.
“……!”
뒤늦게 자신이 비무대 끝까지 밀린 것을 깨달은 당령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어떻게든 반격을 꾀하려 했지만 굉성자는 그가 알던 여느 후기지수들과 달랐다.
당령의 공격을 가볍게 흘린 뒤, 그의 발목을 거는 것과 동시에 어깨로 가슴을 들이받았다.
결국 당령은 비무대 밖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성자가 히죽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멍한 얼굴로 비무대 위를 올려다보던 당령의 얼굴이 해쓱해진 것도 그때였다.
귓속을 파고든 굉성자의 혼잣말 때문이었다.
“우리 사부님께서 피독주를 마음에 들어 하시려나?”
시시각각 안색을 달리하던 당령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단상 위에 피독주를 내려놓더니 굉성자와 단악선을 번갈아 노려봤다.
그러기를 잠시.
스스로도 비무의 결과가 창피했던지 그대로 신형을 돌려 장내를 떠나 버렸다.
그 한심한 모습이 제갈연은 그저 어이없고 기가 막힐 뿐이었다.
“와아아!”
장내가 떠나갈 듯한 환성이 비무대 위로 쏟아졌다.
“영리하게 잘 싸웠군.”
초악량의 말에 한설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당령은 분통이 터질 것이다.
지니고 있던 실력의 절반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거리를 두고 암기와 용독술을 활용해 싸워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굉성자는 검을 쓰지 않고 적수공권으로만 당령을 몰아붙였다.
처음부터 상대가 암기를 쓸 명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상대가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집요한 공격을 이어 간 것도 주효했다.
실전을 통해 벼려 왔던 승부 감각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포권으로 환호에 답례하던 굉성자가 검파에 손을 올리며 당당하게 외쳤다.
“다음!”
이번 비무 대회는 승자가 계속 새로운 상대와 대진하여 우승자를 가리는 승자전 방식.
굉성자와 시선이 마주친 단악선이 빙긋 웃으며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어?”
단악선의 입에서 당혹성이 흘러나온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이는 거의 동시에 비무대 위로 올라온 명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명검이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게 먼저 기회를 주시지요.”
단악선이 당황했다.
이번 대회의 주최자인 화산의 입장은 이해했지만 단악선 역시 최선의 상태인 굉성자와 비무를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하!”
이때 굉성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래서 인기인은 피곤하다니까.”
명검과 단악선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명검이 검을 뽑으며 씨익 웃었다.
“뭐 귀찮게 순서를 정해? 어차피 결국엔 한 사람만 남는 게 승자전이잖아. 그냥 둘 다 한꺼번에 덤벼.”
“……!”
“……!”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광오해 보이기까지 한 굉성자의 패기에 단악선과 명검은 일순 말을 잇지 못했다.
비무대 밖에 서 있던 굉도자가 명숙들을 향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놈이 원래부터 저러지는…….”
굉도자가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 원래 저런 놈이었지.”
그러나 정작 구파일방의 명숙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비무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굉성자의 도발.
그 결과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안 오면 내가 먼저 간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굉성자가 명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익.
갑자기 눈앞으로 짓쳐들어온 청강검을 마주한 명검이 재빨리 검을 뽑아 굉성자에게 맞섰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검을 따라 붉은빛을 머금은 매화가 환상처럼 피어난 것도 그때였다.
절정에 이른 매화검법만이 보일 수 있는 홍매화.
화산의 절기,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카앙!
푸른 검광과 홍매화가 얽히며 차가운 소성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굉성자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명검의 검에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그대로 방향을 틀어 단악선을 노린 것이다.
단악선의 손에 들려 있던 묵룡이 꿈틀거리나 싶더니.
쾌애액.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눈앞을 가득 메운 푸른 검영을 후려쳤다.
꽈앙!
검과 봉이 충돌했음에도 폭음이 터져 나왔다.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순간.
두 사람 사이로 한 자루 검이 끼어들었다.
명검이었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명검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변화를 일으켰다.
검 끝에 흐릿하게 일렁이던 자색 서기가 폭발하듯 짙어지나 싶더니, 자욱한 자색 운무가 연무장 위를 가득 메웠다.
폭죽처럼 피어오른 화려한 검화(劍花)!
순식간에 다섯 개로 늘어난 홍매화를 단악선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진명진인과 한설화의 비무를 통해서였다.
‘오매쟁속(五梅爭速)!’
그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위력이 줄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현묘한 검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단악선의 두 눈에는 어느새 감출 수 없는 투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좋아요! 두 분 모두 상대해 드리죠!”
“하하하! 좋아! 한번 제대로 붙어 보자고!”
마주한 것만으로도 섬뜩한 홍매화 속으로 굉성자가 주저 않고 뛰어들었다.
단악선 역시 마찬가지.
명검도 기다렸다는 듯 매화검법의 절초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어지럽게 뒤얽혀 격돌하는 세 사람의 신위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삼자 비무.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발상이었지만 무엇보다 세 사람의 뛰어난 무위가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엎치락덮치락.
우위를 가르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치고 나왔다.
굉성자였다.
다수와 어지럽게 뒤얽혀 싸우는 난전이야말로 실전을 통해 실력을 가다듬은 그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곤륜의 절학, 운룡대팔식이 더해졌다.
아무리 평범한 초식도 운룡대팔식의 응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초식으로 응수하고 있음에도 위력이나 변화가 전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그 위력이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순간.
단악선의 손에 들려 있던 묵룡이 굉성자의 오금 아래쪽을 파고들었다.
상대의 균형을 훔쳐 내는 수법.
이를 알아챈 굉성자가 훌쩍 뒤로 물러서며 단악선의 공격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수법에는 안 당해!”
득의양양하게 외치던 굉성자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단악선의 미소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헉!”
어깨를 향해 날아드는 자색 검기를 깨달은 건 그 직후였다.
그제야 굉성자는 단악선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껏 점하고 있던 우위를 포기하고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끼어 협공을 자처하게 된 셈이었다.
굉성자가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명검은 곧장 매화검법의 절초들을 쏟아 냈다.
매인설한(梅忍雪寒)과 설매창연(雪梅蒼然)이 연이어 화려한 홍매화를 피워 올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검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쪽에서 굉성자를 압박하던 단악선이 어느새 옆으로 돌아와 자신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큭.”
황급히 매화보를 펼쳐 자신을 덮쳐 오던 묵룡아의 그림자를 피한 명검이 이를 악물었다.
“악선아! 쟤 뭔가 하려고 한다!”
굉성자가 깜짝 놀라 외쳤다.
갑자기 일대의 기류가 크게 출렁이더니 명검 쪽으로 급격하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판단한 명검이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자신이 지닌 최고 절학을 준비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츠츠츠.
어지러운 검영 속에서 피어오른 자색 운무.
그보다 선명한 홍매화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낙매성우(落梅成雨)?”
단악선의 외침에 굉성자가 화들짝 놀랐다.
“뭐? 검막이라고?”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홍매화의 비.
유형화된 검기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는 성락밀밀(星落密密)의 절학은 일단 펼쳐지면 답이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악선과 굉성자가 명검을 향해 동시에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덕분에 모처럼 준비한 명검의 반격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온전히 위력을 드러내기도 전에 맥없이 스러지고 만 것이다.
“쟤부터 날려 버리고 우리끼리 승부를 결정짓자!”
굉성자의 외침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데 단악선의 손에 들려 있던 묵룡이 향한 곳은 굉성자의 옆구리 근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