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55)
신마의선-255화(255/500)
신마의선 (255)
“야! 너……!”
배신감에 눈을 부릅떴던 굉성자가 이내 히죽 웃었다.
단악선의 등을 노리며 달려드는 명검의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앗!”
무방비한 상태에서 배후를 빼앗긴 단악선이 경호성과 함께 묵룡을 틀었다.
따앙!
단악선이 명검의 검을 쳐 내며 균형이 흐트러진 순간.
이번에는 굉성자가 기다렸다는 듯 단악선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또 얼마 안 가 상황은 급변했다.
‘하!’
명검은 내심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의도대로 흘러가나 싶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단악선과 굉성자의 합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다른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승부가 결정지어질 것 같던 비무는 이후로도 무려 일각이나 이어졌다.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힘을 합치며…….
한 명이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일 대 이의 혼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점차 구도가 명확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악선이 협공을 받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종국에는 거의 단악선 홀로 굉성자와 명검을 맡아 싸우는 상황에 이르렀다.
굉성자와 명검은 동시에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수세에 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단악선의 무위는 그저 감탄만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셋 중 가장 어린 단악선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협공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끝까지 버텨 내는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반면 홀로 수세에 몰린 단악선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얽혔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무! 생사결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누군가 쓰러지기 전까지 결판이 나지 않을 거야!’
‘이제 끝내야 해!’
이심전심(以心傳心).
저마다 하나씩은 감추고 있는 절초가 있었지만 끝내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되면 애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흉험한 상황을 피해 갈 수 없을 터.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이 서로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꽈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세찬 경기가 비무대를 휩쓸었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자색 운무와 청색 검광.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른 상서로운 기운이 한데 뒤섞인 장관이 중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용권풍처럼 사납게 휘몰아치던 경력이 흩어지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품자 형태로 서 있는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향해 동시에 포권하는 그들의 모습에 중인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
“최고다!”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 속에서도 정작 손을 섞었던 세 사람은 서로를 향해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이번 비무를 통해 서로 느낀 바가 있었다.
아울러 그에 못지않은 깨달음과 나아갈 방향을 얻었다.
“결국 승부가 나지 않았네요.”
단악선의 말에 명검과 굉성자가 시선을 마주하며 실소했다.
그러기를 잠시.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이겼다.”
“단 의원의 승리입니다.”
선선히 패배를 인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단악선이 오히려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공손하게 포권하며 예의를 갖췄다.
“두 분의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웃으며 화답한 굉성자와 명검이 아쉬운 표정으로 비무대를 내려섰다.
둥둥.
비무대 한편의 북이 울리며 비무 대회를 진행하던 화산파의 무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승자에게 도전할 다음 참가자는 앞으로 나서시오!”
“…….”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평소라면 호기 있게 나섰을지 모르나 이미 세 사람의 엄청난 비무를 보고 난 다음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 쉽사리 비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진행자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앞으로 북이 세 번 울릴 때까지 나서는 이가 없다면 여기 계신 단악선 소협께서 이번 용봉비무의 우승자가 될 것입니다.”
두웅.
첫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탄 어린 눈빛으로 단악선을 지켜보던 진명진인이 탄성을 흘렸다.
“선자께서 참으로 잘 가르치셨습니다.”
한설화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 혼자서 한 일이 아니다. 특히나 초식의 운용이나 실전 감각을 가르치는 건 대부분 범가 놈과 초 오라버니 몫이었지.”
“범가 놈과…… 초 오라버니요?”
진명진인의 얼굴 위로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전자는 그렇다 쳐도, 뒤의 호칭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흐뭇한 표정으로 단악선을 바라보던 초악량은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초악량은 자신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선 하나를 마주했다.
“……?”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진명진인의 눈빛.
인세를 초월한 듯한 평소의 인자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진명진인이 입을 연 것도 아니었다.
“어째서 선자께서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는 것입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유라 하시면?”
끈질기게 묻는 진명진인의 모습에 한설화가 아미를 찡그렸다.
그게 뭐 그리 좋은 이야기라고 사방팔방 떠들고 다닌단 말인가.
서로 의남매를 맺게 된 이야기를 하려면 오래전 불행했던 과거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리 썩 달갑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는 인세의 규율에 무지했던 시기였다.
그로 인한 무수한 실수와 부끄러운 기억까지 다시 들추고 싶지 않았다.
“알 것 없다.”
한설화의 대답에 진명진인이 당황하는 순간.
두웅.
두 번째 북이 울렸다.
“그래도 알아야 하겠다면요?”
“…….”
한설화가 짜증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자 진명진인이 멈칫하며 말끝을 흐렸다.
“혈수존자나 저나 비슷한 연배에, 같은 천하오절인데 왜 그에게만…….”
두웅.
마지막 세 번째 북이 울리자 진명진인이 한숨을 흘리며 비무대 위로 향했다.
그가 주최한 비무 대회인 이상 우승자를 선언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용봉비무의 우승자는 단악선 소협입니다.”
박수갈채와 환호가 비무대 위로 쏟아지자 진명진인이 단상 위에 놓여 있던 우승 상품을 단악선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넨 단악선이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굉성자 형!”
“어?”
“이걸 잊었어.”
단악선이 들어 올린 피독주를 뒤늦게 발견한 굉성자가 씨익 웃었다.
“너 가져.”
“응?”
“내 거라며?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처분하겠다고.”
의아함을 금치 못하는 단악선을 향해 굉성자가 말했다.
“나보다는 의원인 네게 더 유용할 것 같아서.”
단악선의 얼굴에 감격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의원에게 있어 약을 다룬다는 건 독을 다루는 것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약성의 연구에는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당연히 피독주가 있다면 연구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다.
단악선이 고개를 돌려 진명진인을 올려다보았다.
“이 상품들을 제 의향대로 사용해도 되나요?”
진명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제 소협의 소유니까요.”
환하게 웃은 단악선이 굉성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우승 상품 가운데 성수신단을 골라 그에게 건넸다.
“이걸 나 주겠다고?”
놀라서 되묻는 굉성자를 향해 단악선이 환한 미소를 건넸다.
“형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이건 그 답례야.”
“주는 거니 받긴 하겠다만……. 괜찮겠어? 나중에 후회할 텐데?”
“……?”
“지금보다 강해지면 나 감당할 수 있겠냐?”
굉성자의 너스레에 단악선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도 놀고 있지 않을 거야.”
“흐흐. 기다려라. 다음번엔 내가 네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니까.”
서로를 향해 더없이 환한 미소를 주고받는 두 사람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검은 처음 느껴 보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뒤늦게 그 감정의 정체를 깨달은 명검이 씁쓸하게 웃었다.
처음에는 질투인 줄 알고 애써 삭이려 했지만 이건 그런 종류의 감정이 아니었다.
순수한 호승심.
그리고 부러움이었다.
이제껏 늘 또래의 누구보다 앞선 성취를 이루며 끊임없이 정진해 온 그였다.
그런 만큼 쉽게 마음을 터놓을 또래 후기지수들이 없었다.
그래서 남다른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이 유독 부러웠다.
동시에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나이로만 따져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단악선을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괜히 민망해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명검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단악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거 받으세요.”
단악선이 내민 손.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소림의 대환단을 발견한 명검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걸 왜 제게?”
“선물이에요.”
“선물……이라고요?”
명검의 반문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세상이 넓다는 걸 깨우치게 해 주셨거든요. 이렇게라도 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엉겁결에 단악선이 내민 대환단을 받아 든 명검이 당황한 눈으로 진명진인을 바라봤다.
이에 진명진인이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단둘이 제대로 겨뤄 봐요.”
단악선의 말에 명검이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군요.”
“아, 그리고…….”
“……?”
“다음에 만났을 땐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서로 존대하는 게 너무 어색해서요.”
“하하.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예? 어째서요?”
당황한 단악선을 향해 명검이 부드러운 미소를 건넸다.
“제가 단 소협을 아우라 부르는 건 제 실력으로 단 소협에게서 승리를 거둔 뒤가 될 것입니다.”
명검은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단악선을 자신의 호적수라 인정하고 있었다.
호형호제에 앞서 당장은 단악선의 성취를 따라잡는 게 먼저였다.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자신보다 앞서 나아간 무인을 향해 의당 갖춰야 할 예의라 믿는 명검이었다.
그런 제자의 모습이 진명진인은 내심 흡족했다.
‘더욱 성장하겠구나.’
지금의 경지를 깨고 나아가는 데 있어 그 어떤 영약보다 절실한 것이 바로 마음가짐이다.
전심전력을 다해 부딪칠 수 있는 경쟁자는 그래서 더 소중한 법.
구파일방의 명숙들 역시 웃음을 흘리며 덕담을 건네 왔다.
“이토록 훌륭한 마음가짐과 태도라니!”
“허허. 정파 무림의 미래가 참으로 밝소이다그려.”
“아무렴요. 우리 모두의 흥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그들을 향해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정파의 미래? 양심도 없군.”
난데없는 냉소에 고개를 돌린 중인들은 아니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초악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범가 녀석이 없는 게 다행인 줄 알아라.”
만약 범계위가 있었다면 꼴랑 영단 몇 알 던져 주고 단악선을 훔쳐 가려 한다며 난리 법석을 피웠을 것이다.
“아미타불…….”
법연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나직하게 불호를 외웠다.
그러고 보니 단악선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파 쪽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초악량과 범계위는 말할 것도 없었고, 정사 중간의 인물이었지만 한설화 역시 결코 정도 쪽 사람은 아니었다.
더구나 단악선은 천하의 모든 사파인을 위해 무위를 금지로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
언제 뜻을 달리해 적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위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자꾸만 단악선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아하니 그런 마음을 지닌 것이 비단 자신만은 아닌 듯싶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이번 비무에서 제가 실수한 건 없었나요?”
“나중에 천천히 되짚어 보자꾸나.”
“네!”
중인들의 마음도 모르고 단악선은 초악량과 한설화를 향해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