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61)
신마의선-261화(261/500)
신마의선 (261)
두 사람의 등장에 홍적문의 표정이 밝아졌다.
반대로 모용극의 얼굴은 쓰디쓴 소태를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당신들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혈수존자와 망산초자라면 그랬겠지.”
“……?”
초악량의 말에 모용극이 의아해하는 사이.
범계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왕칠과 석두거든.”
여전히 영문을 몰라 하는 모용극을 향해 홍적문이 입을 열었다.
“저분들이 바로 본 방의 청의빈객이시다.”
법료의 우려에도 그가 자신했던 진정한 이유였다.
모용극과 홍적문을 번갈아 바라보던 범계위가 눈살을 찌푸린 것도 그때였다.
“어후, 약골.”
“예?”
“저런 한심한 놈을 상대로 왜 고전하고 자빠졌어?”
“그, 그게…….”
“됐고. 이거나 받아.”
당황한 홍적문의 말을 자른 범계위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단 의원이 챙겨 준 거야.”
홍적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악선이 보낸 것이라면 그 내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밀랍에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아한 향이 금세 주위로 퍼져 나갔다.
“저자는 내 몫인가.”
“저놈은 내가 처리하지.”
턱.
서로 앞으로 나가려던 초악량과 범계위의 어깨가 부딪혔다.
“……?”
“……?”
서로를 의아한 눈으로 응시하던 두 사람이 동시에 미간을 찡그렸다.
“초 형?”
“저놈은 내 거다.”
“누구 마음대로?”
“강호의 법도가 본디 그렇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내가 해야지. 내가 십대악인의 수좌잖수.”
예전에 초악량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인정한 사실이었다.
서로를 지그시 노려보길 잠시.
“별수 없군. 제비뽑기로 결정하자.”
초악량의 제안에 범계위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놈의 빌어먹을 제비뽑기! 싫소! 안 해!”
마녀가 거지들의 악취를 끔찍하게 싫어해서 다행이지, 만약 제비뽑기로 이곳에 오는 두 사람을 가려내야 했다면 지금쯤 자신은 의가 구석에 쪼그려 앉아 능소밀만 족치고 있었을 터.
그 모습에 모용극은 기가 막혔다.
감히 자신을 앞에 두고 제비뽑기 운운하는 두 사람의 행태가 실로 어이없고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봉변은 지금부터였다.
“저놈은 내가 침 발라 뒀소.”
“언제?”
“퇘앳! 바로 지금.”
모용극이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범계위가 히죽 웃었다.
“봤지?”
“…….”
초악량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침을 맞은 당사자인 모용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암기라 생각했던 것이 침이었다니.
더 황당한 것은 그것을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다.
빛살처럼 날아드는 무언가를 깨닫고 물러섰지만 이미 그의 옷에는 걸쭉한 가래침이 들러붙은 뒤였다.
“야! 이 비겁한…….”
초악량이 뭐라 소리치는 순간.
범계위는 이미 모용극을 향해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한번 뱉은 침은 다시 주워 삼킬 수 없는 법이유!”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의미를 제멋대로 갖다 붙이는 범계위였다.
모용극이 분기탱천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감히 십대악인 따위가!”
천하오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초악량은 분명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반면 같은 십대악인이라 하나 초악량을 제외하면 그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했다.
기껏해야 최근 마공을 연성해 확연히 강해진 노단양 정도?
하지만 그조차 사라진 지금, 범계위나 악호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의 턱을 걷어 올리는 범계위의 주먹을 발견한 모용극이 곧바로 반격했다.
미끄러지듯 범계위와의 거리를 좁힌 그의 두 손이 현란한 수영을 그려 냈다.
세가의 상징과도 같은 독문 무공, 두전성이였다.
“엇?”
범계위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모용극과 자신 사이의 대기가 한차례 크게 출렁이나 싶더니 그대로 주먹을 휘감아 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실려 있던 경력도 종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퍽.
돌연 범계위의 턱에 둔중한 충격이 느껴진 것도 동시였다.
위력이나 궤적이 영락없는 자신이 뻗어 낸 주먹이었다.
“이게?”
범계위가 재차 발길질을 해 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번번이 공격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거울 속의 자신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이화접목?”
범계위의 당혹성에 모용극은 내심 코웃음을 쳤다.
어찌 두전성이를 사량발천근에 기반한 무공 따위와 견준단 말인가.
냉랭한 웃음을 머금은 모용극이 손발이 어지러워진 범계위를 향해 벼락같이 삼 장을 연달아 내갈겼다.
파파팡!
그의 삼 장은 첫 번째 장보다 두 번째 장이 빨랐고, 두 번째 장보다 세 번째 장력이 더 빨리 발출되었다.
그러다 종국에는 세 개의 장력이 한데 합쳐져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첫 번째 공격이 호신강기를 와해하고, 두 번째 장력이 내부를 진탕시키며, 마지막 장력이 심부를 으스러트리는 장공.
삼첩인(三疊印)이었다.
쩡!
범계위의 가슴에 선명히 새겨진 붉은색의 장인(掌印).
이를 확인한 모용극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하는 고수라도 삼첩인을 얻어맞은 이상 살아날 방법이 전무했다.
최후의 순간을 위해 아껴 두었던 절초를 범계위 따위에게 사용한 것이 아쉬웠지만 별수 없었다.
우선은 놈들의 기세를 꺾어 놓고 봐야 했다.
‘이제 남은 건 혈수존자인가.’
고개를 돌려 장내의 상황을 확인한 모용극이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사이 전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초악량과 홍적문이 합류한 타구진은 조금 전 겪었던 타구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건 마찬가지였다.
하나 언뜻 보기에는 엉망인 것 같아도 그 안에는 눈으로 따라가지 못할 묘한 현기가 숨어 있었다.
진법을 지휘하는 고수의 유무는 그만큼 큰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타구진이 유명세를 이어 온 데에는 과연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정교한 톱니가 맞물리듯 쉴 새 없이 치고 빠지는 거지들에게 휩쓸린 무천대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처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집요함만큼은 그 어느 합격진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래서였군.’
정마대전 당시에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문파는 개방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마교의 발을 묶기 위해 타구진에 모든 전력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반면 무천대는 혼돈 그 자체였다.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무천대를 지휘하던 대주의 음성은 목이 터져라 불러 대는 거지들의 노래와 미치광이 같은 통곡 소리에 묻혀 버린 지 오래.
반면 개방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모용극은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초식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구나!’
선두에서 강룡십팔장을 이용해 타구진을 지휘하는 홍적문의 모습을 확인한 모용극이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좌시하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이 와중에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방이 붙들고 늘어진 사이 초악량은 차근차근 무천대의 머릿수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귀신 같은 금나수로 이미 천하일절이라 평가받던 초악량이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정신없는 혼전 중에는 눈 뜨고 당하기 일쑤였다.
잡아채서 꺾고, 누르며, 두드리고, 당기는…….
하나같이 기초적인 수법의 금나수였지만 초악량이 펼쳐 내니 그야말로 신공절학이 따로 없었다.
공들여 키워 낸 무천대의 무인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일 초를 받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저것이 권절의 실력인가!’
초악량의 무공을 목도한 모용극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파공음과 예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조용히 암습을 준비하던 모용극이 화들짝 놀란 건 그 직후였다.
“꺼억.”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들려온 트림 소리!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진즉에 죽어 나자빠져 있어야 할 범계위가 자신을 향해 씨익 웃고 있었다.
“야,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냐? 아침부터 얹혀 있던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갔어.”
“……!”
모용극의 눈빛이 흔들렸다.
범계위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던 울긋불긋한 장인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종국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체 어떻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의 몸은 즉각 반응했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모용극이 삼첩인을 펼쳐 범계위를 향해 재차 욱여넣었다.
그러나 상대는 범계위였다.
모용극의 장력이 채 뻗어 나오기도 전에 범계위의 신형이 허깨비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만큼 경이적인 신법이었다.
퍼엉!
모용극이 내갈긴 세 개의 장력은 헛되이 범계위를 비껴가 허공을 두들겼다.
대신 싸늘한 미소가 감도는 범계위의 얼굴이 모용극의 전면에 나타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용극이 경악하여 입을 벌리는 순간 범계위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에 사정없이 틀어박혔다.
콰드득!
“컥!”
숨넘어갈 듯한 고통에 눈을 부릅뜬 모용극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버렸다.
범계위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을 뻗어 모용극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범계위가 훌쩍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러곤 그대로 그의 얼굴을 무릎으로 걷어 올렸다.
빠악!
모용극은 코뼈가 완전히 박살 나고 앞 이빨이 모조리 부러져 나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모용극은 허리에 매달린 검을 벼락같이 뽑아 들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무공을 망라해 온 모용세가인 만큼 도법과 검법에도 조예가 깊었다.
하나 그는 범계위의 입매에 걸려 있는 웃음이 더욱 짙어지는 이유를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봤어야 했다.
화르륵.
움켜쥔 범계위의 주먹에 일순 짙은 화염이 휘감기나 싶더니, 그대로 모용극을 향해 갈겨 버렸다.
갑자기 눈앞으로 짓쳐들어온 끔찍한 열기를 느낀 모용극이 급히 전력을 끌어 올려 검에 실었다.
쩌엉!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모용극의 검이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손잡이밖에 남지 않은 검을 움켜쥔 모용극의 신형이 피를 토하며 날아갔고, 그런 그를 향해 범계위가 다시 한 번 주먹을 뻗었다.
“……!”
모용극이 두 눈을 부릅떴다.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붉은 그림자가 눈앞에 희끗하는가 싶더니 모용극은 이제껏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지독한 통증이 자신의 가슴을 송두리째 으깨어 버리는 것을 느꼈다.
콰드득!
“크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쳤다.
털썩!
움푹 무너져 내린 가슴을 움켜쥔 채 모용극이 천천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우웩!”
그는 바닥에 엎드려 한 차례 피를 토했다.
그런 그를 향해 범계위는 무자비하게 발을 꽂아 넣었다.
와직!
그리 크지 않은 소리.
하나 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한차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던 모용극이 허무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얼굴을 가득 메운 감정은 경악과 공포, 그리고 불신이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것은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가주님!”
어찌 된 영문인지 깨닫기도 전에 모용극이 절명하자 무천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범계위는 그들이 놀라고 있을 여유도 허락지 않았다.
“뭐 하는 거유? 왜 아직까지 쟤들이 살아 있어? 하여튼 느려 터져서는…….”
“내 몫이다! 건들지 마!”
초악량의 황급히 외쳤지만 이미 범계위는 무천대 안에 뛰어들어 날뛰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
뒤늦게 초악량도 신형을 날렸다.
겨우 반 각.
오랜 세월 요녕의 패주로 군림해 온 모용세가가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