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296)
신마의선-296화(296/500)
신마의선 (296)
“술 내기요.”
“뭐?”
강위룡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술 내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단순하게 주량을 겨루는 내기부터 그 어떤 사전 정보 없이 맛만 보고 술 이름을 맞히는 내기 등…….
하지만 눈앞의 꼬맹이는 너무 어려 술에 관한 경험이 일천할 게 분명했다.
“술을 마셔 본 적은 있느냐?”
“아니요. 없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 물었건만 대답은 역시나.
“그런데 무슨 술 내기를 하자는 게냐?”
단악선이 웃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반드시 술을 마셔야만 내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술과 관련된 내기를 하자는 의미예요.”
강위룡이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기를 포기하면 주광도귀의 이름이 아까웠다.
무엇보다 술과 관련된 내기라면 그 종목이 무엇이든지 자신 있는 그였다.
“하하. 좋다.”
웃음을 터트린 강위룡이 단악선을 빤히 응시했다.
“난 언제나 그렇듯 도원향을 걸마. 넌 뭘 걸겠느냐?”
“성수신단의 제조법을 걸게요.”
“……!”
처음으로 강위룡의 표정이 굳어졌다.
“성수신단이 아니라…….”
자신이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강위룡이 재차 확인했다.
“그 제조법을 건다고?”
“네.”
강위룡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그 역시 무림인인 이상 성수신단의 가치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신단도 아닌 그 제조법이라니.
이처럼 대뜸 판을 키우는 단악선의 배포에 일순 기가 질린 것이다.
그런데도 단악선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러니 아저씨도 그에 맞는 걸 거세요. 내기는 공평해야 하니까요.”
“…….”
“아시다시피 제가 술을 마시기엔 아직 이르잖아요. 제가 이긴다 해도 어차피 술은 마시지도 못할 텐데, 도원향을 거시는 건 제게 불공평해요.”
일단은 일리 있는 말인지라 강위룡은 수긍했다.
“좋다. 그럼 나는 무엇을 걸면 되겠느냐?”
“도원향의 제조법이요.”
“뭐라?”
강위룡의 눈빛이 대번 험악해졌다.
두 눈에서 뭉클거리는 살기를 흘려 내며 그가 으르렁댔다.
“도원향은 그 어떤 주도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세상 유일한 술이다. 내가 평생을 걸고 이루어 낸 업적 중 가장 위대한 것이 바로 도원향이란 말이다. 천하의 그 어떤 절세비급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성수신단이 도원향이 지닌 가치에 못 미칠까요?”
“어?”
할 말이 없어진 강위룡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말이지 사람 입을 다물게 하는 데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꼬맹이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기의 조건을 가늠하던 강위룡이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놈이 제법 머리를 굴리는구나. 그래, 어떤 내기를 하자는 것이냐?”
“간단해요. 제가 만든 술과 아저씨가 만든 술 중에서 더 맛있는 술을 만든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강위룡은 일순 어이가 없어 단악선을 향해 반문했다.
“술도 마셔 본 적 없는 녀석이 술을 만든다고?”
“네. 그만큼 아저씨에게는 유리한 내기죠.”
“미친 거냐?”
“아니요. 멀쩡해요.”
“그렇다면 대체 왜……?”
“이번 내기에서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요.”
가만히 단악선의 눈을 들여다보던 강위룡은 가슴 깊은 곳에서 짙은 의혹이 솟구쳤다.
광인이라 하기에는 단악선의 눈빛이 너무나 맑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확고한 믿음도 느껴졌다.
‘대체 뭐지?’
강위룡이 짙은 의혹을 떨쳐 내지 못하는 사이.
“이건 너무 무모하다.”
“맞아, 단 의원. 저놈이 미친놈이긴 해도 술 하나는 정말 끝장나게 잘 만드는 놈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구나.”
초악량과 범계위, 그리고 한설화도 단악선을 극구 만류했다.
그 모습에 강위룡은 이번 내기에 그 어떤 수상한 정황도 없다 판단했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는 빠지시지.”
쏟아지는 세 사람의 살기를 무시하며 강위룡이 단악선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난 내기에서 내건 규칙을 무조건 지킨다. 그건 네가 꼬맹이에 의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저도 약속을 어긴 적은 없어요.”
“감히 나와 주조(酒造) 대결을 하자니……. 크흐흐! 좋다! 어디 한번 해 보자!”
웅성.
그렇게 내기가 성립되자 단악선과 강위룡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군중 사이로 엄청난 소요가 번져 갔다.
무려 성수신단과 도원향의 제조법이 걸린 내기라니!
반면 단악선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내기를 하도록 하죠.”
강위룡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술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백주를 뽑아내려면 발효 과정은 필수였다.
곡물에 누룩을 섞어 당화를 하고, 이를 숙성시키는 데에만 적어도 이틀은 필요한 것이다.
“아니, 저 범가 놈의 혼례식에 맞춰서 사흘 후로 하지. 어차피 혼례식이 끝나야 범가와 나 사이의 내기도 승패가 갈릴 테니까.”
단악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 그런데 질문이 하나 있어요.”
“질문?”
“만약에 서로 비기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흐흐.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강위룡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 무엇도 자신이 직접 빚은 술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비긴다면 네가 이긴 걸로 인정해 주마.”
단악선이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럼 사흘 후에 공정하게 겨루죠.”
* * *
그날 밤.
무위 소속의 사파 무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같이 우려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던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단악선의 열렬한 추종자인 장곡이었다.
“형제들. 아무래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소.”
이매수 염당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았다.
“이건 누가 봐도 곡주님에게 불리한 내기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무모한 내기를 하신 건지…….”
“이대로 성수신단의 제조법이 그 정신 나간 괴물에게 넘어가는 걸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소.”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무슨 수로?”
“선배님들께 도움을 청해 보는 것이 어떻소?”
강위룡이 아무리 술과 도박에 미친 자라 하지만 명실상부 천하오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고수.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초악량이나 한설화, 적어도 범계위가 나서야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선배님들의 명성에 누가 될 행동인데…….”
“…….”
“…….”
목숨만큼 명예를 중요시하는 게 바로 고수들이다.
특히나 신마삼존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때 독안룡 유귀가 하나뿐인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단 의원님께서 진다면, 제가 그놈과 함께 동귀어진을 시도하겠소. 절대 성수신단의 제조법을 그놈에게 넘길 수는 없소.”
성수신단은 단순한 영단이 아니었다.
부친인 성수신의가 단악선에게 남겨 준 몇 안 되는 유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게 단악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를 그들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성수신단의 제조법이 강위룡의 손에 넘어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강위룡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였다.
성수신단의 제조법을 이용해 무슨 짓을 벌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
“혼자서 되겠소? 내가 함께하지.”
“나 역시 유 형과 함께 목숨을 걸겠소.”
청금귀수 이한영과 할심독조 염기도 유귀의 의견에 동참했다.
거기에 독릉산응 조맹방과 혈음노봉 양익천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파 무인들도 앞다투어 나서 결의를 굳게 다졌다.
제아무리 천하오절의 벽이 높다 하나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그들에게 있어 단악선은 둘도 없는 은인이었다.
단악선이 있었기에 정파의 추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부상에서 벗어나 무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패배감과 굴욕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
단악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도 바칠 수 있었다.
“…….”
반면 이 중에서 유일하게 곡운경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나 어느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곡운경을 향해 부드러운 눈빛을 건넸다.
“곡 대협께서는 부디 곡주님 곁에 남아 무위를 지켜 주시오.”
말없이 찻물을 들여다보던 곡운경이 천천히 눈을 들어 올렸다.
“왜 곡주님께서 질 거라고 생각하지?”
“왜라니요. 그야…….”
말끝을 흐리는 이한영을 대신해 유귀가 입을 열었다.
“강위룡 그자가 혼인식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걸 막기 위해 곡주님께서 일부러 내기를 유도하신 거 아닙니까? 범 선배님과 그자 사이의 내기보다 더 가치가 큰 성수신단 제조법을 희생해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자가 순순히 응할 리 없을 테니까요.”
“글쎄…….”
곡운경이 의미 모를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 그럴까?”
곡운경을 제외한 사파인들의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했다.
“곡 대협은 곡주님께서 이번 내기에서 이길 거라 생각하시오?”
“미래를 내다보는 천리안을 지닌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수로 내기의 향방을 짐작하겠나.”
한 모금의 차로 목을 축인 뒤 곡운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
“곡주님께서 결코 생각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리실 분이 아니라는 점일세. 분명 무언가 의도하신 바가 있으실 테지.”
잠시 주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곡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실 이겨도 문제 아니오? 당장은 체면이 있어 내기에 승복한다 해도, 앙심을 품을 것이 분명한데.”
그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장 자신하는 술로 내기에서 진다?
후에 무슨 짓을 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러나 곡운경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럼 그때 가서 막으면 되는 일 아닌가? 한데 그리될 것 같지는 않군.”
“그게 무슨 뜻이오?”
곡운경이 슬쩍 웃었다.
“곡주님 성격에 고작 내기 따위로 원한을 맺지는 않을 것 같아서.”
시선을 주고받던 무위의 인물들이 복잡한 눈빛을 흘렸다.
어느 누구 하나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 또 다른 이들이 모여 있었다.
단악선과 강위룡 사이의 내기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정파의 인사들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내기의 종목이 무려 주조였다.
강위룡이 무공보다 자신 있어 하는 유일한 특기.
반면 단악선은 술을 만들기는커녕 마셔 본 경험도 없다고 했다.
단악선이 거짓말을 입에 담을 성격이 아니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내기는 강위룡의 승리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문제는 그 내기의 결과가 야기할 문제였다.
“그나마 초악량은 혈수존자라는 불길한 명호와 달리 꽤나 상식적인 위인입니다. 문제는 범계위, 바로 그자입니다. 과연 그가 순순히 승복하겠습니까?”
진조운의 말에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단악선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는 그의 소문은 이미 전 중원에 파다했다.
“빙옥선자도 요주의 인물입니다. 애초에 상식으로 묶어 둘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이야기가 점차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설마 혼인식 날 피바람이 불지는 않겠지?”
“범계위와 한설화, 그 두 사람이 앞뒤 없이 나선다면…….”
“그 두 사람을 잘 감시해야겠군.”
“감시는 둘째 치고 만약 그들이 날뛰기 시작한다면? 그에 따른 대책은 있소?”
이때 중인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께서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무슨 뜻이오?”
“초악량도 예외로 둘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자도 한번 눈 돌아가면 결코 상식적인 인물이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긴.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청성혈사를 두 번이나 일으키진 않았겠지.”
움찔.
발언권조차 없이 구석에서 눈치를 살피던 청성파의 무인들 쪽에서 자조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중앙의 상석에서 말없이 의견을 듣던 진명진인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이윽고 그가 결론을 내렸다.
“내가 한 선배님의 곁을 지킬 테니, 법료 스님께서 범계위 옆을 지켜 주시오. 일단 혈풍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소?”
“그럼 초악량은……?”
누군가의 반문에 정연신니가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빈니가 나서 그를 달래 보리다.”
정연신니의 시선이 막 방 안으로 들어서는 노승에게 향했다.
“그럼 중재는 법연 대사님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아무리 안하무인인 그들이라 해도 선종 일맥의 의발을 지니고 있는 고승의 존재를 경시할 수는 없을 터.
법연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소만.”
의아해하는 좌중들을 둘러보는 법연의 얼굴 위로 더없이 인자한 미소가 걸렸다.
“빈승이 보기에 그 아이의 심계가 그리 얕지 않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