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01)
신마의선-301화(301/500)
신마의선 (301)
며칠 후 단악선이 무위로 돌아왔다.
단악선은 곧장 강위룡을 제외한 무위의 주요 인사들을 모아 마교를 본격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개방이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따로 생각해 둔 계획이 있느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외를 살펴볼까 해요.”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초악량과 한설화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을 흔들면 마교 역시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할 테니까요.”
장성 너머, 변방의 새외무림(塞外武林).
달리 변황오세(邊荒五勢)라고 불리는 다섯 곳 중 포달랍궁을 제외한 네 곳이 이미 마교와 손을 잡은 것이 밝혀졌다.
거기에 독곡을 무너트리고 남만의 지배자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만수산장이 포달랍궁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
비록 빙궁은 무너졌다 해도 아직 네 곳의 세력이 남아 있었다.
노단양에 의해 피해를 입긴 했으나 혈운사도 아직 건재했고, 천축유가(天竺瑜伽)의 명맥을 잇고 있는 소뢰음사(小雷音寺)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살막의 후예로 짐작되는 살수 집단, 흑야벌(黑夜閥)은 말할 것도 없었고, 남만 일대에 절대적인 아성을 구축한 만수산장 역시 경시할 수 없는 상대.
“새외 세력을 소탕하려는 것이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잠시 고민하다 예상 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왕이면 저들을 회유해 마교와 반목하게 만들고 싶어요.”
“놈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단 말이냐? 어떻게?”
“일단은 그들과 접촉한 뒤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쉽지 않을 텐데.”
중원 무림을 배척하는 그들의 성향을 감안하니 더욱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단악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포달랍궁의 경우 처음에는 마교가 회유하려 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거절하자 독을 이용해 포달랍궁을 무너트리려 했죠.”
“그런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경우도 있을 테지만 북해빙궁의 경우처럼 원치 않더라도 멸문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손을 잡은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일단 그들과 접촉해 보면 분명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 거예요.”
능소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당가처럼 수뇌부들의 독단적인 결정에 아랫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따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니면 수뇌부의 결정에 불만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고요.”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나아가 회유한 세력을 통합한다면 마교 입장에서는 그들의 견제를 뒤로한 채 쉽게 발호하기 어려울 터.
문제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었다.
특히나 초악량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적이라 하나 저들도 사람. 분명 피가 흐를 테고 네 손에도 그 피가 묻을 것이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우려 가득한 초악량의 눈빛에 단악선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각오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요. 지금 상황에서 눈을 돌린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요.”
아무리 세상과 담을 쌓고 자신만의 평화를 추구한들 거스를 수 없는 시류라는 것이 있었다.
그 시류 안에 뛰어들지 않고서는 흐름을 바꿀 수 없는 법.
지금은 직면한 위협과 맞서야 할 때였다.
단악선이 고개를 돌려 능소밀을 바라봤다.
“황제와 조정 대신들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싶어요.”
“어떤 허가 말씀이십니까?”
“이번 일을 위해서는 우리가 관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해요.”
능소밀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말단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신은 기껏해야 하급 관리.
결코 쉬운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 내심과 달리 능소밀은 곧장 대답했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한 능소밀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정보를 더 모으고 세부 계획을 세우도록 할게요.”
“네. 맡겨 주십시오.”
그날 밤.
한적한 후원에 우두커니 선 능소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단악선 앞에서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감찰어사(監察御史)의 직책을 맡고 있다 하나 어디까지나 정칠품에 불과한 하급 관리.
대체 황제를 어찌 구슬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민이 많은가 보군.”
“아, 형님.”
어느새 곁에 다가와 말을 건네는 사무심을 뒤늦게 발견한 능소밀이 쓰게 웃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요.”
“아무래도 그렇지. 관문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권한은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니까.”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새외라고는 하나, 북방 세력을 견제해 온 황실 입장에서는 그들을 아울러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을 걸세.”
“그래서 고민입니다. 자칫 장계 한번 잘못 올렸다가 제 목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깐깐한 조정 대신들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황제는 그보다 더욱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군.”
사무심의 말에 능소밀이 놀라 반문했다.
“어떤 방법 말씀이십니까?”
“모든 일을 우리가 주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게 무슨……?”
“우리 목적은 두 가지네. 변황오세 가운데 마교를 지지하는 세력을 소탕하고, 나머지는 회유해 마교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모으는 것이지. 하나 굳이 우리가 직접 그 사안에 관여할 필요가 없네. 모든 것이 황실과 조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갖춘 뒤, 조정으로 하여금 일련의 과정에 개입시켜 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겨 준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아!”
사무심의 조언에 능소밀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다.
“마교를 견제하는 세력을 황실 쪽에서 관리하게 하면 되겠군요. 조정의 인물이 개입하면 마교 측에서도 섣불리 손을 쓰기 어려울 테니까요.”
“동시에 새외의 이민족을 활용한다면 황실 측에서도 흔쾌히 이번 계획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네.”
“네?”
“조공 무역의 성격을 생각해 보게.”
“아!”
능소밀은 단번에 사무심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다.
원나라를 무너트리고 명을 건국한 이후, 황실과 조정은 계속해서 북벌을 단행하며 원의 잔존 세력인 기마 민족을 견제했다.
반면 조공 무역을 통해 그들을 회유하는 방법을 병행해 초원의 세력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방해해 왔다.
형식상 저들로부터 조공을 받고, 그 가치의 몇 배에 해당하는 물품을 하사해 명에 대한 충성심을 사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정 입장에서는 손해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국고 역시 낭비되는 방식이었다.
“초원의 우호 세력은 내가 직접 나서 모아 보겠네. 인연이 있는 곳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야말로 이심전심(以心傳心).
굳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능소밀은 단번에 사무심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 저도 서둘러야겠군요.”
씨익 웃은 능소밀이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황제에게 올리는 장계를 작성했다.
따지고 보면 감찰어사는 실제 품계보다 더욱 권한이 막강했다.
바로 이처럼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황제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 * *
능소밀이 하서회랑의 서쪽 가장 좁은 땅에 위치한 가욕관(嘉峪關)을 찾아온 것은 황제에게 장계를 올린 지 닷새 뒤였다.
산해관과 더불어 장성의 가장 중요한 관문인 가욕관은 험준한 지형에 자리 잡은 만큼 난공불락의 요새다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 안에는 지휘관이 거주하는 유격장군부와 군사 훈련장, 주둔 시설 등이 배치되어 있었고 저 멀리 뒤쪽에는 기련산맥의 눈 덮인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북쪽으로는 용수(龍首)산맥과 마종(馬鬃)산맥의 여러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어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괜히 이곳이 천하제일웅관(天下第一雄關)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예로부터 동서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비단길 역시 이곳을 통과했기에 장성의 아홉 개 관문들 중 요충지로 평가되는 곳.
굽이굽이 물결치듯 끝없이 이어진 장성을 눈에 담은 능소밀은 그 위용을 다시 한 번 만끽했다.
사실 장성 자체는 그 자체로 철옹성 같은 방어 요새가 아니었다.
실제로는 중요한 길목을 통제하고 대규모 적의 침공을 지연시키는 게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기마 민족의 침공을 발견하고 잠깐이라도 지연하는 동안 후방에서 방어를 위한 기동군을 편성하거나 거점을 요새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방어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장성이 없었다면 화북 일대는 유목민의 약탈에 더욱 시달렸을 터.
사실 기마 민족이 마음만 먹으면 장성을 돌파하는 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나 대군이 통과할 길목은 한정되어 있기 마련.
장성 자체가 무적의 방어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작전 지역을 우회하거나 돌파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하므로 그 효과는 충분한 것이다.
장성을 돌파한 이후 길어지는 보급선 역시 그들을 제약하는 불리함으로 작용했다.
그것만으로도 장성은 그 가치가 충분했다.
게다가 장성 중간중간에 이곳 가욕관처럼 방어에 특화된 요새들을 세워 대규모 원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는 것을 미룬 채 능소밀은 곧장 내성에 위치한 유격장군부(游擊將軍府)로 향했다.
이곳 가욕관 일대는 사법부와 행정부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군사 요충지인만큼 유격장군부 자체가 방어 체계의 지휘소이자 정치와 군사, 상업 등 모든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 시설이기도 했다.
감숙유격장군(甘肅遊擊將軍) 시조경(施朝卿)은 갑작스런 감찰어사의 방문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곳의 감찰 업무는 도찰원이 아닌 병부가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황제에게 장계를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관리를 문전 박대 할 수만도 없는 노릇.
“도찰원 소속의 관리가 이곳엔 어인 일이시오?”
의심 섞인 시조경의 눈빛에 능소밀이 웃으며 한 장의 서한을 내밀었다.
“이부 상서님의 서신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부?”
시조경의 눈에 짙은 의혹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차갑게 눈을 번뜩였다.
황실 내에서 서로 대척하고 있는 두 개의 세력.
그 세력들의 중심에는 이부와 병부가 있었다.
최근 그는 견제 세력에 밀려 이곳으로 좌천된 상태였다.
이 시점에 병부의 반대 세력인 이부가 접근해 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부 상서가 보냈다는 서신을 확인한 시조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를 놓치지 않고 능소밀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랑 같이 큰일 한번 하시죠. 평생 이곳에서 모래바람 맞으실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를 잡는다면 전군을 통솔하는 총병관(總兵官)의 직책도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
이어진 능소밀의 설명에 시조경이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황제의 부름을 받은 능소밀과 시조경은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 황궁에 도착했다.
자신 앞에 부복한 두 사람을 내려다보길 잠시.
황제가 입을 열었다.
“천하의 안위를 도모할 방안이 있다고?”
“그러하옵니다, 폐하.”
“듣겠다.”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능소밀이 더욱 깊게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북방을 수호하는 시 장군의 경험과 혜안을 빌려 제가 몇 가지 방안을 모색하였고, 그것이 실로 폐하께서 다스리는 천하에 태평성대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이 자리에 섰나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띄워 주는 능소밀의 말에 시조경은 내심 감탄했다.
“그 방안이라 함은?”
황제의 질문에 능소밀이 곧장 대답했다.
“신마상단으로 하여금 가욕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하여 주시옵소서.”
예상치 못한 말에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