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37)
신마의선-337화(337/500)
신마의선 (337)
호부 상서가 설득을 이어 갔다.
“현재 신마상단은 서역뿐만 아니라, 해남검파와 손잡고 남해 일대의 수적들을 토벌해 독자적인 해상 무역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막대한 재화가 얼마나 될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황실에 독점으로 납품하기 시작한 비단을 앞세워 중앙 상계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상권의 지배력이 미미하던 과거와 달리,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중원 상계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뒤의 상황은 짐작하시겠지요?”
신마상단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에 상계를 지배하던 금룡상단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터.
보수 진영의 자금줄인 금룡상단의 몰락은 그들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었다.
“하긴 우리와 뜻을 달리하는 이상 언젠가 독이 될 테니 기회가 있을 때 무너트리는 게 옳지.”
누군가가 호응하자 호부 상서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말아 올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어진 그의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빛나기 시작했다.
“신마상단의 상단주를 우리 쪽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다면 그들이 지닌 재력은 고스란히 이 조정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신마상단에 대한 전권을 지니고 있는 능소밀을 쳐 내는 건 필수였다.
거절하기 힘든 강렬한 유혹에 노대신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우리들이 신마상단을 차지하자는 뜻이오?”
“하지만 모양새가 썩 좋지 않을 텐데…….”
호부 상서가 가만히 웃었다.
“물론 우리가 직접 나설 수야 없는 일이지요. 전면에 나서 합병을 추진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요?”
“금룡상단입니다.”
그는 이미 금룡상단과 사전에 접촉해 의견 조율을 마친 상태였다.
“합병에만 성공하면 이후 신마상단의 상권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조정을 위해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그렇다면 일단은 단악선이라는 자를 어떻게든 폐하의 관심 밖으로 끌어 내리는 게 우선이겠군.”
“그걸로는 부족하지요. 아예 눈 밖에 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겨우 열여섯 살 아니오? 능소밀처럼 처세술이나 언변이 뛰어나진 않을 테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오.”
“자, 자. 그럼 준비를 서두릅시다.”
대신들의 눈빛은 한순간 달라졌다.
먹이를 목전에 둔 승냥이처럼 차갑게 번뜩이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와 함께 국사를 논하는 정전인 황극전(皇極殿).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닷새 후.
어전 회의를 주관하던 황제가 예부 소속의 대소 신료를 향해 물었다.
“그 소년의 입궐은 아직인가?”
예부 상서가 고개를 조아리며 눈치 빠르게 대답했다.
“사흘 후에 알현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명하신다면 사람을 보내 일정을 앞당기도록 하겠나이다.”
“그리하도록. 그 소년에 대한 짐의 기대가 몹시 크다.”
대체 얼마나 뛰어난 인재기에 천하의 능소밀이 그토록 충성을 바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때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대신들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폐하, 소신의 발언을 부디 허해 주소서.”
황제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금일 호부에서 논의할 안건들은 더 이상 없는 걸로 아는데?”
황제의 반문에 호부 상서 양소가 황송하다는 듯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오나 그와는 별개로 아뢰고자 하는 말이 있사옵니다.”
황제가 그를 지그시 쏘아봤다.
그러기를 잠시.
“괜한 이야기로 또 내분만 일으킨다면 짐도 더 이상 간과하지 않을 것이야. 발언은 허하나 이를 염두에 두도록.”
황제의 엄포에 양소가 움찔했다.
아무리 나는 새를 떨어트리는 권력을 쥐고 있다 하나 말 한마디 삐끗하면 그날로 목이 떨어지는 곳이 여기 어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뜻을 세운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한 차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양소가 입을 열었다.
“감히 고하옵건대, 그자에게 죄를 물어 엄히 다스리셔야 합니다.”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누구? 단악선이라는 소년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이유는?”
“최근 그들과 관련하여 불온한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호부 상서의 눈짓에 뒤에 시립해 있던 호부 소속의 신하들이 미리 준비해 둔 보고서와 장계들을 가져와 수북하게 쌓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뭔가?”
“폐하의 명에 따라 무위에 주둔한 군영, 무위영에 속해 있는 장수와 군병들이 상신한 자료들이옵니다.”
“내용은?”
호부 상서는 최근 무위에서 일어난 군과 능소밀 사이의 갈등에 대해 소상하게 보고했다.
“무위영의 군사들을 파견한 것은 어디까지나 폐하의 어지. 그럼에도 저들은 감히 폐하의 군병들을 겁박하고 위협을 가했나이다. 또한 현명하게 백성을 다스리고 군부와의 갈등을 조율해야 마땅한 능소밀은 오히려 백성들을 부추겨 군사들에 대한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거기에 폐하를 위해 헌신하는 주둔군의 열악한 상황을 약점 삼아 자신이 거느린 신마상단을 이용해 무위영을 압박해 통제하려 하고 있나이다. 소신은 그것이 능소밀의 독단적인 결정이라 믿어지지 않나이다.”
“흠.”
다소 시큰둥한 황제의 반응에 호부 상서가 재빨리 첨언했다.
“그곳 백성들은 여느 일반 백성들과는 다릅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많으며 하나같이 사파에 몸담고 있던 전력이 있어 언제 불순한 역도로 돌변할지 모릅니다.”
황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호부 상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짐의 군사들이 일반 백성들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는 의미로 들리는군?”
“그, 그렇지 않사옵니다. 소신은 다만 능소밀을 뒤에서 조종하는 자가 바로 그 소년이라는 사실을 간언하기 위해…….”
“그만.”
황제가 못마땅한 눈빛을 흘렸다.
“무위를 직예주로 승격하며 행정부 수장인 지주와 군의 갈등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하오나 신마상단과 무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황제가 손을 저어 다시 한 번 호부 상서의 말을 잘랐다.
“대명률에 따르면 불법적인 도당의 결성은 사형으로 엄히 다스리는 중죄임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또한 무위의 무림인들이 신마상단을 중심으로 결속해 있다는 것 역시 잘 인지하고 있노라. 하나 이는 그대들도 오래전부터 묵인해 오던 사실이 아닌가?”
멈칫하는 그를 향해 황제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무엇보다 능소밀을 지주로 올릴 당시 그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아는데? 그 역시 이미 그대들도 합의했던 사안 아닌가.”
곤경에 처한 호부 상서를 구한 것은 뒤쪽에 시립해 있던 예부 상서였다.
“그 소년에게 죄를 물어야 할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옵니다.”
황제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예부 상서가 말을 이어 갔다.
“북방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었사온데 이제야 폐하를 알현하러 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옵니다. 불온한 뜻을 품지 않고서는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불온한 뜻?”
“상당 기간 동안 북방의 오랑캐들과 함께 움직였던 만큼 곧장 폐하께 현장에서 보고 들은 바를 소상히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년은 그러하지 않았나이다.”
누구보다 오랫동안 황제를 보필해 온 만큼 역린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선대 황제의 사고로 급하게 제위에 오른 만큼 지나칠 정도로 권위에 집착하는 황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부연한 그의 설명에 황제의 눈썹이 꿈틀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입궐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곧장 움직이지 않고 신마의가와 상단을 오가며 여러 일을 했다 합니다.”
“사실이더냐?”
“어찌 감히 소신이 폐하께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으음…….”
“그뿐만이 아닙니다.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 이곳으로 함께 오는 일행이 있사옵니다. 무림에서는 빙옥선자라 불리는 인물로, 무림 내에서도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공이 뛰어난 고수라고 합니다.”
황자의 미간에 새겨진 내천 자가 더욱 깊어졌다.
“내가 이를 윤허한 사실이 있던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만약 윤허하셨다 해도 폐하의 안전이 걸려 있는 이상 소신들이 반대하였을 겁니다.”
황제가 실소했다.
“호위를 대동한다니 어지간히 불안했던 모양이군. 아니면 짐을 믿지 못하거나.”
이때다 싶어 호부 상서가 나섰다.
“한 번은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으나 반복되는 우연은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습니다. 그 소년의 여러 행적은 폐하의 권위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니 부디 소신들의 간언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황제가 고개를 돌려 한 사람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부는 어찌 생각하나?”
이부 상서 허신이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창백한 안색으로 호부 상서와 예부 상서를 노려봤다.
“신성한 어전에서 어찌 함부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망언을 입에 올리는 것이오?”
그는 이미 능소밀과 한배를 탄 지 오래였다.
그런 만큼 적극적으로 단악선을 비호했다.
“폐하, 단악선과 동행하는 이가 있는 건 사실이옵니다. 하나 이는 어디까지 호위로서가 아닌,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림의 고수가 짐을 알현할 이유가 있나?”
“폐하께 직접 돌려줄 물건이 있다 하였습니다.”
황제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돌려준다 함은 그 물건이 애초의 자신의 것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어찌 짐에게 관련 보고를 상신하지 않은 건가?”
허신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 역시 상황을 보아 넌지시 보고하려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치고 나와 초를 뿌려 버린 것이다.
“그 물건이 무엇이라 하더냐?”
황제의 물음에 허신이 당황했다.
“아직은 신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사옵니다. 폐하께서 윤허하신 뒤 확인하려 하였으나…….”
기다렸다는 듯 보수파의 대신들이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였다.
“제정신인 게요? 대체 그 물건이 무엇인 줄 알고?”
“아니, 그 전에 무림의 고수를 어전에 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다 생각지 않으시오?”
허신 역시 곧바로 응수했다.
“지난 행적을 돌이켜 보면 능소밀을 비롯해 신마상단과 관련된 자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폐하께 충성을 다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소.”
“흥! 그 모든 것이 폐하를 알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면? 본래 변고라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법이외다. 그래서 이를 미연에 막고자 절차라는 게 있는 것 아니오?”
호부 상서를 위시한 보수파 대신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단악선을 마음껏 흔들어 대려면 최대한 조력자를 배제시켜야 하는 것이다.
대신들의 설전을 지켜보던 황제가 손을 들어 올린 것도 그때였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잠잠해진 대전 안을 쓸어 보던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장 사람을 보내 짐에게 돌려주겠다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알현의 윤허 여부는 그 이후에 판단하도록 하겠다.”
* * *
무위를 떠나온 지 보름째.
단악선과 한설화가 관도 끝에 자리 잡은 마을로 들어섰다.
어느덧 서산에는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장되진 않느냐?”
한설화의 물음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능 아저씨는 매번 해 오던 일인걸요.”
자금성이 자리 잡은 북경까지는 이제 지척인 거리.
머지않아 황제를 알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까운 객잔에 들러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이때 한 무리의 관병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 중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을 발견한 한설화가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창위(廠衛)로구나.”
사찰과 정보 수집에 특화된 황제의 직속 기구인 동창.
그 속에 속해 있는 위사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특유의 검붉은 비단 제복과 검은색 가죽 신발.
무엇보다 위압감을 자아내는 무표정한 얼굴과 차가운 눈빛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객잔 안을 두리번거리던 창위와 시선이 마주친 것도 그때였다.
단악선의 눈 위로 의아함이 떠올랐다.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린 사내가 곧장 자신들이 앉아 있는 탁자를 향해 걸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