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46)
신마의선-346화(346/500)
신마의선 (346)
북경에서의 외유를 마치고 무위로 돌아온 단악선은 곧장 능소밀을 만났다.
동창에서 타진했던 내용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동창에서 그런 제안을 했단 말입니까?”
잠시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능소밀이 당시 정황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능소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여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이미 허락하신 사안 아닙니까? 무엇보다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미 무위 곳곳에 눈과 귀를 심어 두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표면 위로 드러내겠다면 우리로서는 달리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오히려 이참에 저들이 무엇을 조사하려는지 파악해 봐야겠습니다.”
앞서 자리하고 있던 사무심이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그 사람들을 역으로 감시하겠다는 건가?”
“네. 조사 인원을 파견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혹시 모를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요.”
그 말에 사무심을 비롯한 초악량과 한설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단악선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동창이 그로 인해 우리와 반목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데요.”
“호의요?”
능소밀이 피식 웃었다.
“놈들에게 그런 인간적인 감정을 기대해선 안됩니다.”
“어째서죠?”
“곡주님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 또한 철저히 자신들의 실리를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능소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이번 정쟁(政爭)을 통해 호부 상서를 위시한 보수 세력은 대거 축출되어 힘을 잃었습니다. 반면 그 대척점에 위치해 있는 이부 상서의 권력이 강해졌지요. 듣자니 이번에 이부 상서가 내각대학사까지 겸직하게 되었다더군요. 덕분에 환관들은 신이 났고요.”
“환관이요?”
“내각은 황제의 자문 기구입니다. 하나 황제가 자문을 위해 매번 내각을 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상주서라 불리는, 일종의 자문 서류를 내각에 보내야 합니다.”
한데 그 서류를 옮기는 역할을 환관들의 중추 조직인 사례감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내각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환관들의 권력도 비슷하게 강해지는 것이다.
“동창은 호부 상서를 실각시키기 위해 곡주님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들의 호의는 늘 경계하셔야 합니다.”
능소밀의 진심 어린 충고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명심할게요.”
이때 문득 생각난 듯 단악선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수보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골머리가 아픕니다.”
나직이 한숨을 내쉰 능소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몇 가지 정보가 있어서 개방과 협력 중이긴 한데, 좀처럼 그 실체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습니다.”
심지어 흑점과 연계를 통해 천하를 샅샅이 뒤져 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에도 놈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이런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우선은 수보의 존재 자체가 허상인 경우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럼 남는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게 뭐죠?”
능소밀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우리가 활용하는 정보 조직에 버금가는 방대한 인력, 혹은 단체가 조직적으로 정보를 은폐하는 경우입니다.”
“혹시 짐작 가는 곳이 있나요?”
잠시 고민하던 능소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창입니다.”
“동창이요?”
“네, 개방과 흑점을 아우른 조직력과 정보 장악력을 지닌 곳은 그곳만이 유일하니까요.”
“그래서 환관들을 경계하라 하셨던 거군요.”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을 뿐이니까요.”
단악선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셈이군요.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겠어요.”
“준비라니요?”
“우리도 이 기회에 내실을 다져야겠어요.”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단악선은 한동안 벽에 가로막혀 무공의 진전이 더딘 상태였다.
스스로 조바심을 내며 다그치던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 옆에서 지켜봐 온 초악량이었다.
한데 최근 들어 그 벽이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 계기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때를 기점으로 눈빛과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악선이 웃으며 초악량과 한설화를 바라봤다.
“두 분도 시간이 필요하시죠?”
“알고 있었느냐?”
“늘 함께 있었으니까요.”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초악량과 한설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께는 늘 감사드려요.”
“감사? 우리에게 말이냐?”
초악량의 반문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가르쳐 줄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쉬지 않고 수련을 계속하고 계시잖아요.”
시선을 마주한 초악량과 한설화가 어색한 눈빛을 흘렸다.
사실은 범계위에게 따라잡히기 싫어 수련한 것이었지만 곧이곧대로 말하기엔 체면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단악선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수련해 보는 건 어때요?”
“같이 말이냐?”
“네. 위화신공은 처음부터 다 같이 만든 무공이잖아요. 세 분도 위화신공을 연구하면서 큰 발전을 이루셨고요. 수련은 각자의 몫이지만, 깨달음을 공유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해 보면 큰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원래대로라면 일정 이상의 성취에 다다르고 난 이후, 수련은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로가 익힌 무공이 다르고, 깊이나 무리(武理)에 대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악선의 말도 아주 일리가 없진 않았다.
그래서 내심 고민하는 사이.
단악선이 능소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능 아저씨도 참여하세요.”
“저도 말입니까?”
“당연하죠. 누구보다 먼저 위화신공을 익히신 분이잖아요.”
당시를 떠올린 능소밀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기존에 익혔던 무공을 포기하고 새로운 무공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에 심히 갈등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백번 잘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악선이 이번엔 사무심에게 물었다.
“사 총관님도 함께 하실 거죠?”
“전 위화신공을 익히지 않았습니다.”
“그건 초 아저씨나 한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만류귀종이라고 하잖아요. 함께 수련하고 연구 하다 보면 분명 깨닫는 바가 있을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여러분들을 보필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이번에는 제가 준비를 할 테니, 총관님도 시간을 내주세요.”
“곡주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네. 그래서 한 달 정도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범 아저씨에게도 연락을 드리고요.”
범계위를 언급하자 대번 낯빛이 굳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초악량과 한설화였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화신공을 함께 창안했던 분이잖아요. 오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소식은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두 사람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초악량이 단악선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뭘 준비하려는 게냐?”
단악선이 배시시 웃었다.
“수련의 성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약을 만들까 해요.”
* * *
날렵한 형태의 배 한 척이 파도를 가르며 해남도에 접근했다.
연락용으로 설계된, 신마상단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쾌속선이었다.
능숙하게 항구에 접안한 배 위에서 내린 사람은 소적산의 오른팔 격인 부단주였다.
“어서 오십시오.”
직책이 직책인 만큼 해남검파 측 사람들도 깍듯한 예의를 갖춰 그를 맞이했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부단주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범 노선배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 질문에 해남검파 문도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러기를 잠시.
“아마 연무장에 계실 것 같습니다.”
“연무장이 어느 쪽입니까?”
“지금은 좀…….”
“……?”
“휴, 아닙니다. 이대로 길을 따라 본단으로 향하시면 정문이 나올 겁니다. 거기서 안내를 받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급히 자리를 뜨는 부단주의 모습에 해남검파의 문도들이 저마다 한숨을 흘렸다.
잠시 후.
연무장에 도착한 부단주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게 대체?”
습격이라도 당했는지 연무장 곳곳에 피투성이로 널브러진 수십 명의 사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
부단주는 당황해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때였다.
“어? 아직도 멀쩡히 서 있는 놈이 있었네?”
난데없이 들려온 음성에 고개를 돌린 부단주는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범계위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시, 신마상단의 부단주 단능진입니다! 곡주님께서 전하신 말이 있어 직접 왔습니다!”
“단 의원이?”
반색하며 다가온 범계위가 부단주를 다그쳤다.
“뭔데? 빨리 전해.”
“그, 그게…….”
부단주가 서둘러 단악선이 자신을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단체 수련?”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부단주의 물음에 범계위가 침음했다.
“으음…….”
그답지 않게 고심하는 모습에 벽화령이 슬쩍 다가와 범계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고민하지 마세요, 가가.”
“하지만 내 여자와의 약속이 중요해.”
범계위의 말에 벽화령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그래도 이제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으니 떠나도 될 것 같아요.”
“정말 그래도 돼?”
“그럼요. 그동안 가르친 게 얼만데요.”
남은 건 스스로 담금질을 통해 그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는 과정뿐이었다.
“나중에 개인 수련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은 해야겠지만요.”
범계위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자!”
범계위는 그대로 해남검파의 문주인 벽대경을 찾아갔다.
무위로 돌아간다는 범계위의 말에 장로들을 위시한 해남파의 고위 인사들이 속으로 환호했다.
연무장에 다시 돌아온 범계위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기상!”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몸을 떨던 무인들이 이내 비척거리며 힘겹게 신형을 일으켰다.
“신마곡에 일이 있어서 잠시 다녀와야겠다. 여섯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
“반드시 돌아와서 수련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것이다.”
평소라면 그 말에 몸을 떨었어야 했는데, 회색으로 죽어 있던 무인들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해서 오늘부터 내가 떠날 때까지는 지옥 훈련이다.”
해남파 무인들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지금까지 해 왔던 특별훈련이 이 정도인데 그보다 더 끔찍할 것 같은 지옥 훈련은 대체 얼마나 더 가혹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남은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평소와 다른 그들의 모습에 범계위가 눈을 끔벅였다.
“뭐야? 왜 이렇게 다들 기합이 들어가 있어?”
해남파의 무인들이 결연한 눈빛으로 각오를 다졌다.
오랜 절망 끝에 드리운 한 줄기 희망의 빛.
‘이 지옥도 이제 곧 끝난다!’
어떤 불행도 끝이 보이면 견딜 수 있는 법.
행여라도 범계위가 생각을 바꿀세라 표정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