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49)
신마의선-349화(349/500)
신마의선 (349)
범계위 일행이 합류한 이후 신마곡이 매우 분주해졌다.
폐관 수련은 아니지만 기간도 정해지지 않은지라 대비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수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상단과 의가의 운영상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 둘 필요가 있었다.
일단 상단의 전권은 소적산에게 일임하고 의가의 전권은 풍진성이 도맡았지만, 곳곳에 산적해 있는 크고 작은 사안들은 총관인 사무심이 직접 개입해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능소밀은 무위에 주둔하고 있는 위소 책임자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회의를 주재했다.
자신의 부재 상황을 대비해 관내 관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비상 체계도 철저하게 점검하고 준비했다.
단악선은 단악선대로 수련을 위한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보름째 되던 날.
얼추 준비를 마쳤다 판단한 단악선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한 가지 사안을 언급했다.
“근일 내에 모든 준비가 마무리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단악선이 벽화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수련은 무공 연구를 병행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해남검파의 무공 구결과 초식을 전부 공개하셔야 해요.”
벽화령이 멈칫했다.
아무리 단악선이라 해도 해남검파 비전의 공개는 무척이나 예민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원치 않으신다면 참여하지 않으셔도 돼요.”
단악선의 제안에 벽화령은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시선을 마주친 범계위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전에 가가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요. 이미 세 분께서는 심법의 핵심 구결까지 공유하셨다고.”
하나같이 천하를 떨어 울리는 무공을 지닌 그들조차 비전을 공개했는데 자신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이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연이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천운을 걷어차는 건 평생을 두고 후회할 일.
무엇보다 그녀는 한시라도 범계위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저도 동참하겠어요.”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어요. 분명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럼 이번 기회에 저 두 녀석도…….”
웃으며 입을 열던 벽화령이 말끝을 흐렸다.
멀찍이 떨어져 이쪽의 눈치를 살피던 종리추와 장철우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것들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켠 벽화령이 신형을 날리려 하자 단악선이 웃으며 만류했다.
“참가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랐으면 해요.”
그 말에 벽화령이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못난 꼴을 보였네요.”
“괜찮아요. 두 분도 나름의 생각이 있으실 테니까요.”
단악선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한 사람을 더 수련에 참여시킬 생각이에요.”
초악량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리 짐작 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참여할 사람이 있단 말이냐?”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알게 되실 거예요.”
사흘 후.
가장 먼저 처소를 나선 초악량이 이미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단악선을 향해 다가섰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한설화와 범계위, 벽화령이 처소에서 나와 단악선 앞에 모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심과 능소밀도 신마곡에 들어섰다.
“어서들 오세요.”
환한 미소로 모두를 맞이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한설화가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저리도 좋을까.”
“누구보다 오늘을 기다렸을 테니까.”
무공에 대한 단악선의 강한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다.
“오늘을 위해 마련한 것들을 보여 드릴게요.”
단악선이 손을 들어 영약 창고를 가리켰다.
나름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넘쳤다.
단악선을 따라 창고로 들어선 일행이 깜짝 놀랐다.
문을 열기 무섭게 청아한 향기가 대번 코끝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질 놀라움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눈앞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놓여 있는 수백 개의 단약들.
각기 크기와 색상은 달랐지만 한눈에 봐도 예사 물건이 아닌, 특별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러분의 체질에 맞춰 준비한 영약들이에요.”
일행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종류와 용도에 맞게 별도로 분류된 단약들 앞에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꼼꼼히 진맥을 했던 것이로구나.”
뒤늦게 이유를 깨달은 초악량이 낮게 탄성을 흘렸다.
단악선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내공 증진에 최대한 초점을 맞췄어요. 혹시 모를 내상에 대비한 치상단과 요상단도 준비했고요.”
능소밀이 놀란 표정을 지은 것도 그때였다,
“어? 그런데 저건 성수신단 아닙니까?”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번에는 아끼지 않고 모두 사용할 계획이에요. 각자 세 개씩 준비했으니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예요. 복용 시기는 제가 별도로 말씀드릴 거고요.”
“허……. 제가 감히 이런 복을 누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누구보다 무위를 위해 애쓰셨잖아요. 지금까지 능 아저씨가 해내신 일들에 비하면 오히려 이것도 약소하게 느껴질 정도인걸요.”
“곡주님…….”
능소밀은 코끝이 찡해졌다.
자고로 사내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법.
물론 지금처럼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이처럼 그간의 노력을 인정을 받으니 새삼 가슴이 뜨거워졌다.
“참으로 호사스러운 수련이 되겠군.”
초악량이 나직이 탄성을 흘렸다.
한설화와 범계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벽화령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 역시 과거 내공 증진을 위해 영약을 복용한 적은 있었지만 성수신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오고 있군요.”
능소밀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도착했나 보네요.”
“이번 수련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그 사람 말이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대답했다.
“네. 제가 곧장 이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잠시 후 입구 쪽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사람은?”
모두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만큼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자주 봐서 이제는 익숙해진 사람.
그런데 그는 무공과는 관련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주 의원이란 말이냐?”
초악량의 물음에 단악선이 주초운 쪽을 향해 빙긋 웃었다.
“어서 와, 장명아. 기다리고 있었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초운의 뒤쪽에서 작은 인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초운의 아들, 주장명이었다.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선 주장명이 주눅 든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 단악선과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과연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물론이지.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제야 초악량은 단악선이 이번 수련에 초빙한 사람이 주장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주장명도 위화신공을 익히고 있었다.
그것도 단악선이 직접 전수했고, 그 과정에서 한설화와 범계위가 보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저 아이는 무공을 쓰지 못한다 하지 않았느냐?”
당시 위화신공을 전수했던 목적은 그저 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심장을 보조하기 위한 내공심법인 셈이다.
다른 이들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때 단악선이 주장명에게 다가가 맥문에 손을 올렸다.
“장명아, 위화신공을 운용해 볼래?”
“지금요?”
“응.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고개를 끄덕인 주장명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위화신공을 끌어 올렸다.
진지한 눈빛으로 진기의 흐름을 확인하던 단악선이 이내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단악선의 모습에 초악량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왜 그러느냐?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특별해 보이는 건 없다만?”
“직접 확인해 보세요.”
초악량이 단악선을 대신해 주장명의 맥을 잡았다.
그러기를 잠시.
초악량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주장명의 단전을 채운 진기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공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초악량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단악선과 같은 내공심법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그 성질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눈치챈 것이다.
‘놀라우리만치 정순하다! 그것도 단 의원보다 더!’
비록 내공의 양은 미미했으나 기맥을 타고 흐르는 진기 자체는 놀라우리만치 순수하고 일정했다.
‘어디?’
호기심이 동한 초악량이 주장명의 맥문에 자신의 진기를 슬쩍 흘려 넣었다.
그러자 상당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상당한 반탄지기였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잠시 흐트러졌던 진기는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 안정된 흐름을 이어 갔다.
“흐음.”
초악량이 감탄하며 손을 떼자 단악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와는 달리 이 아이는 생존을 위해 위화신공에 전념해 왔어요. 그만큼 위화신공의 정순함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고요.”
내공을 얻기 위해 위화신공을 운용한 단악선과 달리 주장명은 살기 위해 위화신공을 익혔다.
당연히 한시도 운용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장명의 특수한 체질도 한몫했다.
처음 위화신공을 전수할 당시에는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오랜 시간 병을 앓아 온 주장명은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기맥이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기가 움직이는 길을 뚫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단악선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기맥을 열었다.
진기가 막히면 우회하지 않고 집요하고 끈질기게, 정확하고 확실하게 길을 내며 나아가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덕분에 주장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으로 위화신공을 반복해 운용할 수 있었다.
“조리법은 같으나 숙수에 따라 요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위화신공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미묘한 차이와 특성을 지니게 된 거죠.”
단악선의 설명에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교이곡(同巧異曲)인가.”
같은 악공(樂工)끼리라도 곡조(曲調)를 달리한다는 의미.
그러고 보니 이는 어쩌면 위화신공의 특징일 수도 있었다.
소위 신공이라 불리는 절학, 특히나 내공심법은 사람을 무공에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진기의 운용 방법부터 순서, 거기에 의식과 생활 습관까지…….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 아래 순차적인 단계와 과정을 밟아 나아가는 것이다.
반면 위화신공은 전수는 하되, 수련 과정에서 따로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각자의 체질과 특성에 맞게 내공심법도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다.
이는 일찍이 종사의 반열에 오른 초악량으로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긴 저놈도 위화신공을 익히며 갑자기 두각을 드러냈지.’
초악량의 시선을 받은 능소밀이 괜히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초악량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단악선이 주장명과 함께 수련을 하려는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련이 꽤 재미있어지겠구나.”
그날부터 여덟 명이 함께 동고동락하는 합동 수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