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72)
신마의선-372화(372/500)
신마의선 (372)
“컥!”
난데없이 목을 틀어잡힌 애꾸 사내가 경악하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숨통을 조여 오는 가공할 악력을 떨쳐 낼 방법이 전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하나뿐인 그의 눈동자가 공포에 휩싸였다.
그제야 자신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것이다.
‘고수!’
얼음장 같은 상대의 눈빛을 마주하자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마혈이 짚인 것도 아니었건만 반항은커녕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기세가 폐부를 짓눌러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핏기 한 점 없는 애꾸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단악선이 불쑥 입을 열었다.
“어째서 당신은 멀쩡한 거죠?”
인세에 강림한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지옥.
한데 이를 주도한 당사자는 너무나 멀쩡하다는 사실에 단악선은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더욱 용서할 수가 없었다.
“끄어…….”
흑암방의 방주.
독목효조(獨目梟爪) 조철악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금방이라도 목을 부러트릴 것처럼 조여 오는 무지막지한 힘.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한 것을 넘어 보랏빛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하나뿐인 그의 눈알 역시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핏발이 가득 섰다.
이대로 목이 졸려 죽나 싶었던 그 순간.
“엇?”
“방주님!”
갑작스런 사태에 마을 곳곳에서 흑의인들이 튀어나와 단악선을 에워쌌다.
“감히 무슨 짓을!”
단악선을 향해 소리치던 조철악의 수하들이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씩 물러섰다.
자신들의 얼굴을 천천히 훑고 지나가는 섬뜩한 눈빛 때문이었다.
“당신들도 멀쩡하네요.”
단악선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맹렬한 살의가 들끓었다.
그 섬뜩한 기세를 맞닥뜨린 사내들은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비로소 단악선이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고수라는 것을 깨달은 흑암방의 무인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러기를 잠시.
“쳐라!”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흑암방의 무인들이 일제히 단악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컥.
“어?”
누군가의 입에서 당혹성이 흘러나왔다.
나란히 달리던 동료의 허리가 양단되어 바닥에 나뒹구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슴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증에 두 눈을 부릅뜬 것도 그때였다.
쩍 갈라진 가슴에서 피를 쏟아 내며 절명하던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허공에 솟구쳐 오르는 동료들의 팔다리와 맥없이 떨어져 나간 수급들이었다.
“……!”
흑암방의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 멈춰 섰다.
허공에 떠 있는 투명한 얼음 칼날.
붉은 핏물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면 존재 여부조차 몰랐을 칼날이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방향을 틀고 있었다.
당혹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주위를 둘러보던 그들의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만년설처럼 차가운 눈빛을 뿌리는 여인.
발밑에 새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그녀의 손짓을 따라 자신들을 향해 쇄도해 왔다.
“헉!”
뒤늦게 위험을 직감한 흑암방도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발목을 타고 올라간 서리는 순식간에 무릎까지 뒤덮은 뒤였다.
콰직.
“으아악!”
얼어붙은 다리가 부서져 나가며 사납게 고꾸라진 흑암방의 잔당들이 비명을 지르며 버둥댔다.
어떻게든 장내를 벗어나기 위해 두 팔로 바닥을 짚으며 기어갔지만…….
이를 그냥 두고 볼 초악량이 아니었다.
퍼헉!
갑자기 날아든 지풍으로 수박처럼 머리가 터져 나가는 동료의 모습에 흑암방의 잔당들은 더욱 사색이 되었다.
무심한 눈빛으로 걸음을 옮긴 초악량이 바닥을 기던 사내의 등을 짓밟았다.
우드득.
등뼈가 산산이 부서진 흑암방의 잔당 하나가 검붉은 피를 게워 내며 절명했다.
범계위 역시 놀고만 있지 않았다.
퍽! 콰직!
신형을 날려 가볍게 걷어차는 그의 발길질에 사방에서 피가 튀고 단말마의 비명이 이어졌다.
“사, 살려…….”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이제는 둘밖에 남지 않은 흑암방의 잔당들이 해쓱해진 얼굴로 애원했다.
그 많던 인원이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한 호흡 남짓.
나름 이 바닥에서 독기로는 어디 가서도 밀리지 않는다 자부하는 그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너무 나빴다.
하지만 애초부터 범계위는 저들의 변명 따윈 들어 줄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커헉!”
“켁!”
가공할 흡인력에 의해 빨려 들어가듯 범계위의 손에 목이 붙들린 사내들이 꺽꺽대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르륵.
이내 그들의 칠공에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퍼석.
“……!”
순식간에 눈앞에서 새카만 재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지는 수하들을 목도한 조철악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단악선을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남은 힘을 쥐어짜 가까스로 외쳤다.
“할 말이 있소!”
물끄러미 조철악을 내려다보던 단악선이 손을 풀며 한 걸음 물러섰다.
캑캑거리며 목 언저리를 매만지던 조철악이 창백한 표정으로 황급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극락산을 저들에게 판매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저들의 파멸에 대해 비단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억울하오.”
“…….”
단악선은 기가 막혔다.
이 지옥도를 초래한 자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저들을 해친 것은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욕망이오! 쾌락에 몸을 던진 저들도 분명 일조한 바가 있단 말이외다!”
이 와중에도 교활하게 눈을 굴리는 조철악의 모습에 단악선의 눈에서 새파란 한광이 튀어 올랐다.
“아무리 변명한다 한들 당신이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아요. 바위가 되었든, 모래가 되었든 물에 가라앉는 건 똑같으니까요.”
흑암방도, 그리고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백사회도.
결국 그들은 반드시 이 업보를 떠안아야 할 것이다.
“백사회주는 어디에 있죠?”
단악선의 물음에 조철악은 침묵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차피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판단한 것일까.
조철악이 키득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돌연 내공을 실어 고함을 질렀다.
“지금부터 서로를 죽여라! 눈앞에 있는 아무나! 살아남은 자에게는 극락산을 원하는 대로 하사해 주겠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마을 사람들이 비척거리며 신형을 일으켰다.
그러곤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맨손으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는 바닥에 나뒹구는 무기를 집어 들고 마구잡이로 휘두르기도 했다.
심지어 단악선과 신마삼존을 향해 달려드는 자들도 있었다.
“극락산! 극락산을 준대!”
하나같이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
이를 마주한 단악선은 소름이 쭉 끼쳤다.
극락산을 얻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그들은 아무나 눈에 띄는 족족 살육을 자행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참사.
“단 의원, 어쩌지?”
당황한 범계위의 물음에 초악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살의를 가지고 달려든다 해도 상대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
더구나 정신도 온전치 않은 자들을 상대로 살초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일단 제압해!”
그 말과 함께 초악량이 신형을 날려 마을 사람들의 마혈을 점하기 시작했다.
범계위와 한설화 역시 뒤늦게 각각 다른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들이 나선 이상 모든 마을 사람들이 제압되는 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희생자는 적지 않았다.
“크흐흐, 소용없다.”
자신을 노려보는 단악선과 시선을 마주한 조철악이 비틀린 웃음을 말아 올렸다.
“언제까지 저들을 저 상태로 둘 수 있을까? 깨어나도 죽을 때까지 극락산만 찾을 것이다. 무슨 짓이든 하겠지. 그것이 살인이든 사람을 팔아먹는 일이든.”
이미 극락산에 절어진 저들의 정신엔 그 어떤 방어 기제도 존재하지 않았다.
윤리나 법규, 양심 따위는 눈앞의 쾌락에 삼켜진 지 오래인 것이다.
“당신은 끝까지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군요.”
“그게 누구 때문인데?”
자신을 질책하는 단악선을 향해 조철악이 조롱하듯 말을 이어 갔다.
“잊지 마. 나를 이렇게 떠민 건 당신들이야. 애초에 당신들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저들이 저렇게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테지.”
끝까지 모든 악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상대의 뻔뻔함과 치졸함에 단악선은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
허리춤에 매고 있던 시커먼 묵봉을 움켜쥐는 단악선의 모습에 조철악이 창백한 얼굴로 히죽거렸다.
“그래, 죽여라.”
“…….”
“왜? 이제 와 살려 달라 애원이라도 할 줄 알았나?”
어차피 이 바닥에 몸을 던진 이후 삶에 대한 미련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어차피 회주에게 이번 일이 보고되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단악선의 심유한 시선이 조철악에게 고정되었다.
“죽음이 모두 같지는 않아요.”
“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죽음을 겪게 될 거예요.”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조철악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냉혹한 눈빛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온몸이 서걱서걱 잘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단악선의 말이 단순한 엄포로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이 만든 지옥만큼 끔찍한 고통을 보여 줄게요. 그리고 그걸 깨닫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질 거예요.”
품속에 들어갔다 빠져나온 단악선의 손에는 어느새 악귀 형상이 조각된 침 하나가 들려 있었다.
어머니인 마의의 유품, 마령침이었다.
푹.
두 눈을 부릅뜬 조철악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눈썹과 눈썹 사이에 위치한 미심혈(眉心穴)에 파고든 침 때문이었다.
“약속하죠.”
멀어지는 의식 너머, 단악선의 목소리가 조철악의 뇌리에 파고들었다.
“당신은 후회하고, 또 후회하게 될 거예요.”
“……!”
“제가 만든 지옥 안에는 그 어떤 구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 *
백사회 총단.
나른한 눈빛을 흘리며 태사의에 기대앉은 노인이 흑암당과 관련해 올라온 보고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툭 건드리면 그대로 나자빠질 것처럼 비쩍 마른 노인.
하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빛만큼은 형형하기 짝이 없었다.
비록 키는 오 척 단구에 불과했지만 마주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섬뜩한 분위기는 불길한 그의 명호만큼이나 중인들을 압도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백사회의 회주.
종재쌍흉의 맏이인 원지극은 흑암방의 멸문 소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어느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사안인 만큼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눈치.
무료한 듯 한껏 기지개를 켠 그가 눈앞에 부복해 있는 흑의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기존에 집행을 허가했던 흑암방의 자금을 모조리 회수해라. 아울러 각 지부에서 유통되는 극락산도 전량 처분한다. 기한은 한 달. 가격을 후려쳐서라도 모두 털어 내.”
“회수하는 건 자금뿐입니까?”
수하의 반문에 원지극이 히죽 웃었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이 또 있느냐?”
“아, 아닙니다!”
그의 웃음 너머 감추어진 소름 끼치는 살기.
이를 감지한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투자 자금은 둘째 치고 그동안 흑암방에 쏟아부은 인력이 적지 않았다.
한데 무슨 생각인지 회주는 이들마저 한 번에 털어 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이유를 물을 수도 없었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회주의 성정과 손속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수하가 물러가자 원지극이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그러곤 걸음을 옮겨 아래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넓은 회의실에 덩그러니 놓인 거대한 탁자.
이를 중심으로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네 명의 사람들이 원지극의 등장에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는 신마상단과 완전하게 척을 진, 금룡상단을 필두로 한 상단의 주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