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394)
신마의선-394화(394/500)
신마의선 (394)
곳곳에서 불이 밝혀지고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온 것도 그때였다.
“습격이다!”
“회주님이 당하셨다!”
난데없이 밤하늘을 뒤흔드는 폭음과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깬 백사회 무리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정파라는 작자들이 비겁하게 야음을 틈타 습격하다니!”
저마다 병장기를 거머쥔 염효들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흉흉한 살기를 뿜어 댔다.
그중 몇몇은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채 옆구리에 차고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독염(毒鹽)을 뿌리며 달려들 것 같은 그들을 향해 법료가 꾸짖었다.
“아무리 사파라 하나 그대들 역시 중원의 무림인! 어찌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마교의 무리를 비호하려 하는가!”
“헛소리!”
제법 지위가 높아 보이는 털북숭이 장한의 외침에 법료가 선장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나한들과 마교도들이 어지럽게 뒤얽혀 혼전을 거듭하는 곳이었다.
“눈이 있으면 보라.”
“……!”
백사회의 무인들의 얼굴 위로 뒤늦게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한때 자신들의 동료였던 자들.
나한을 상대로 사용하는 그들의 무공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마공이었기 때문이다.
“우, 우리는 모르는 일이오!”
“본 회와 마교는 관련이 없소이다!”
백사회 쪽의 기세가 급격히 꺾였다.
깊이 뿌리내린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단어.
마교가 언급된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사납게 날뛰던 마교의 무인들이 나한들에 의해 속속 쓰러졌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서던 백사회의 염효들은 어느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내의 상황을 정리한 소림의 정예들이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의 마혈을 제압했다.
은밀하게 중원에 똬리를 틀고 있던 마교의 잔당.
이들의 토벌을 완료한 법료는 생존자들을 무위로 압송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미리 마중 나온 단악선을 향해 법료가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이로써 빈승도 마음의 빚 하나를 덜었습니다.”
웃으며 화답한 법료가 무언가를 꺼내 단악선에게 내밀었다.
“이건?”
“원지극이 지니고 있던 물건입니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입니다만, 이렇게 엉망으로 구겨진 종이를 버리지 않고 따로 소지하고 있는 것이 의심스러워 가지고 왔습니다.”
“아!”
뒤늦게 그것이 마교의 고위 인사들이 사용하는 감응지라는 것을 깨달은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원지극이 마교의 주구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미 감응지를 다루는 방법을 깨달은 뒤였기에 그 안에 적힌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명령서를 보낸 자를 찾아야 해요. 틀림없이 그자가 수보일 테니까요.”
이후 단악선은 법료가 압송해 온 원지극을 심문했다.
그에게 자백을 받아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법료와의 일전을 통해 전의를 잃은 데다, 손에 넣은 증거를 들이대자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는 바를 털어놓았던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무림맹의 십대악인 토벌 선언.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화가 미치리라 판단한 원지극 형제는 마교에 일신을 의탁했고, 그 대가로 저들의 첨병을 자처한 것이다.
게다가 앵속분을 이용해 혼란을 야기하고, 나아가 단악선과 녹림의 불화를 부추기려 했다는 것도 실토했다.
무엇보다 흑점과 손잡고 화전민들을 납치한 일련의 과정에도 직접 개입했음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급보가 날아든 것도 그때였다.
“곡주님!”
서둘러 달려온 능소밀이 손에 들려 있는 전서를 단악선에게 건넸다.
“행방이 묘연하던 흑점주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네? 어디에서요?”
“북경입니다.”
“북경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장소였다.
대부분의 무림인은 천자가 머무는 북경에서는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황실과 정예군이 상주하는 곳이니만큼 그 여느 곳보다 삼엄한 경비와 물 샐 틈 없는 정보망이 구축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음모를 꾸민다 해도 은신과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터.
마교와 관련된 자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북경으로 갔다는 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황실과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무언가 생각을 정리하던 단악선이 능소밀의 조언에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 동창과 관련이 있을까요?”
황실과 연관 지어 생각하니 바로 떠오르는 게 그들이었다.
“제가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단악선이 고개를 저었다.
“시각을 다투는 일이니 제가 직접 만나 볼게요. 그때 우리가 만났던 동창 소속의 환관 이름이 윤흠이라 했나요?”
황제와 황태후를 알현하기 위해 북경을 방문했을 당시, 호부 상서의 비리와 관련된 증좌를 제공했던 젊은 환관.
유독 가는 얼굴선과 나긋하던 목소리.
단번에 눈에 띄는 수려한 외모를 지녔지만 눈빛만큼은 더없이 차가워 묘한 느낌을 자아내던 자였다.
“예. 윤봉이라는 환관의 양자입니다.”
윤봉은 언젠가 황제의 어전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자신이 향낭을 선물했던 환관이었다.
“어떻게든 연락을 대 보겠습니다.”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위를 부탁해요. 백사회에 관련된 건 초 아저씨와 상의해서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회합에 참석하는 명숙들께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요. 북경에서의 일이 길어지면 제때 회합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태를 수습하고 처리하는 건 능소밀의 역량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초악량은 무위에 남아 있어야 했다.
게다가 열흘 후 섬서성 서안에서 구파일방 수뇌부와의 회합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 초악량이 함께하는 건 서로가 불편할 터.
“부처님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법료의 축원에 단악선도 마주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일행과 인사를 나눈 단악선이 한설화와 함께 신형을 날렸다.
며칠 후 북경에 도착한 단악선은 유기진에 대한 정보를 보내온 신마상단의 지부를 방문했다.
“사례태감의 저택 근처에서 흑점주를 발견했습니다.”
이 지역 상단 책임자.
황영이라는 이름을 지닌 행수가 상단 전체에 배포되었던 용모파기를 내밀었다.
“이자가 확실한가요?”
단악선의 반문에 황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시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우리 쪽 아이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이요?”
“상단 일을 배우는 아이들입니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 상행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온갖 심부름을 도맡고 있습니다. 장차 우리 상단의 미래가 될 인재들이죠.”
신마상단은 각 지역에 뿌리를 둔 아이들을 거두어 일찍부터 교육과 육성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 덕분에 뜻하지 않은 성과를 올리게 된 황영이 흐뭇하게 웃었다.
“운이 좋았지요. 아시다시피 아이들은 우리들 어른과 눈높이 자체가 다릅니다.”
보통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면 용모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키가 작은 아이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볼 수 있어 죽립 자체가 소용없는 것이다.
단악선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가장 최근에 그가 나타난 곳은 어디인가요?”
“그자 근처에 위험한 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직접 감시하는 건 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사례태감의 저택과 가까운 객잔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단악선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례감의 수장인 사례태감은 천하의 모든 환관을 통솔하고 감독하는 막강한 위치였다.
건국 초기에는 이부가 환관을 관리했지만, 영락제 이후 환관들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그 권한은 사례감에 이양되었다.
그에 따라 사례태감의 지위와 권한도 강화되었다.
특히 황제의 문서를 관장하고 외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례감의 특성상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황제가 구두로 말하면 환관이 이를 기록하여 내각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감독하는 사례태감이 황제의 교서에 자신의 뜻을 첨언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심할 경우 조칙을 위조하기도 했다.
바로 전 황제의 유근이 대표적이었다.
사례태감을 괜히 근시노공(近侍老公)이라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위세를 지닌 동창.
그 동창을 지휘하는 동창제독조차 사례태감의 권력에는 비할 수 없었다.
“고마워요. 이젠 우리가 맡아서 해결할게요.”
혹시라도 눈에 띌까 싶어 황영의 배웅도 거절한 단악선은 한설화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혹시라도 흑점주가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 사례태감의 저택 근처에서 동태를 감시해 주세요. 전 윤흠이라는 환관을 만나 볼게요.”
“괜찮겠느냐?”
한설화의 우려에 단악선이 빙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큰 위험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제 한 몸은 충분히 건사할 수 있어요.”
한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조심하거라.”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설화와 헤어진 단악선은 그대로 윤흠의 집을 방문했다.
미리 언질이 되어 있었는지, 단악선이 신분을 밝히자 하인들은 곧장 단악선을 내원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흠이 웃으며 단악선을 반겼다.
그러나 웃는 와중에도 눈빛만큼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묘한 이질감을 뒤로한 채 단악선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무위에 파견된 동창의 위사들이 감시하려는 사람이 누구였죠?”
“으음…….”
단악선의 질문이 뜻밖이었던지 윤흠은 잠시 말을 아꼈다.
그런 그를 향해 단악선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마교와 관련된 일이에요. 그러니 대답해 주셨으면 해요.”
윤흠의 눈썹이 꿈틀했다.
“방금 마교라 하셨습니까?”
단악선은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얻어 낸 정보들을 윤흠에게 언급했다.
이에 윤흠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던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감시하고 있던 인물은 흑점의 무위 지부장…… 아니, 흑점주였습니다.”
“그래서 매번 기루에 갔던 것이군요.”
“기녀 몇 명을 정보원으로 끌어들였지요.”
“그가 흑점주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나요?”
단악선의 물음에 윤흠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그자의 진정한 신원 내력을 파악한 건 극히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왜 그를 감시한 거죠?”
“그건…….”
한참동안 고민을 이어 가던 윤흠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가 바로 사례태감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사례태감의 저택 근처에서 그가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는 정보와 아귀가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잠시 갈등하던 윤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례태감에 대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요?”
“이를테면…….”
주위를 살핀 윤흠이 목소리를 낮춰 작게 속삭였다.
“선황의 붕어(崩御)와 같은 일 말입니다.”
“……!”
“천자 정도나 되는 사람이 고작 뱃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 죽는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요. 실제로 선황께서는 물에 빠진 후유증으로 며칠간 앓다 붕어하셨습니다. 그 곁을 지키고 있던 자가 바로 지금의 사례태감이었습니다.”
“…….”
“당금 황제 폐하의 계승권을 주창한 자 역시 그였고요.”
단악선은 윤흠이 그토록 말을 아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례태감은 천하 모든 환관의 우두머리.
동창 소속인 그가 자신보다 한참 높은 윗사람을 조사하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흠이 침중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갔다.
“이와 관련된 조사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례태감의 외부 일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이 바로 흑점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