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06)
신마의선-406화(406/500)
신마의선 (406)
“쿨럭!”
전신을 짓누르는 바위와 돌조각을 헤치며 굉성자가 힘겹게 신형을 일으켰다.
폐허로 변한 주위를 둘러본 굉성자의 눈에 진한 아픔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굉성자는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흘러나온 신음 때문이었다.
굉성자는 주변을 살피며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 바위에 깔려 있던 누군가를 찾아냈다.
“대사형!”
그는 다름 아닌 굉 자 배의 맏이, 굉도자였다.
굉성자의 도움을 받아 폐허에서 빠져나온 굉도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러나 운이 좋게 찰과상이 대부분이었고 위중한 내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늦기 전에 생존자를!”
굉도자의 외침에 굉성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 두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일대를 이 잡듯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은 곤륜을 아주 외면하진 않았다.
크고 작은 부상과 약간의 골절을 동반하긴 했지만 그 무서운 폭발에도 대부분이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게 부상자들을 한곳에 모은 굉성자가 아직도 산비탈 일대를 에워싼 채 꿈틀대는 먼지구름을 응시했다.
“제길…….”
굉성자의 입에서 분노와 슬픔이 담긴 음성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장문인과 원로들의 숭고한 의지를 욕되이 할 수 없는 것이다.
“……?”
굉성자의 눈에 의아함이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서서히 걷히는 먼지구름.
그 사이로 기이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터터터텅.
하늘 높이 비산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낙석 더미.
그 잔해들이 무언가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다.
조금 더 안력을 집중해 전면을 응시하길 잠시.
“……!”
굉성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십 장의 공간을 아우른 채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반구 형태의 강기 막이 희뿌연 먼지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게도 천마는 원로들의 옥쇄곤강을 버텨 낸 것이다.
게다가…….
‘빌어먹을!’
천마 뒤로는 사마존을 비롯한 마교의 정예들이 고스란히 생존해 있었다.
굉성자가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었다.
“천마아!”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와 함께 굉성자가 종극진을 향해 내달렸다.
사마존이 흠칫하며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종극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그 직후.
굉성자는 가슴이 철렁했다.
천마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 눈앞에 나타난 천마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어 오고 있었다.
오십여 장의 거리가 단번에 지워져 버린 것이다.
카앙.
굉성자가 황급히 검을 휘둘러 천마를 찔러 갔지만 가벼운 손짓 한 번에 검을 놓쳐 버렸다.
종극진의 손이 그대로 굉성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굉성자의 입에서 답답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상대의 손이 목을 틀어쥐는 순간 끔찍한 느낌의 진기가 기맥을 파고들더니 마혈을 찍힌 것처럼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곤륜은 곤륜이란 말인가? 아직까지도 눈빛이 사납군.”
귓전을 파고든 종극진의 음성에 굉성자의 이마 위로 퍼런 핏줄이 도드라졌다.
“닥쳐! 이 변태 새끼야!”
“변태?”
“그래!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나 보이는 주제에 늙은이 말투나 흉내 내는 너 말이다!”
“…….”
물끄러미 굉성자를 응시하던 종극진이 보란 듯이 굉성자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곤 다른 손을 들어 굉성자의 한쪽 어깨 부근을 훑었다.
우두둑.
그리 크지 않은 소리.
하나 그 가벼운 손짓에 굉성자의 어깨뼈는 조각조각 부서지고 있었다.
그 끔찍한 고통에 굉성자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그런 굉성자를 향해 종극진이 말했다.
“계속 짖어 보려무나.”
“크윽! 하라면 못 할 줄 알고? 사이비(似而非) 도당의 머저리…….”
우두둑.
“크아악!”
굉성자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종극진이 다른 어깨와 양 무릎마저 차례대로 박살 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성자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종극진을 비웃었다.
“하는 짓 보니 변태 맞네……. 좋냐?”
“……재밌는 놈이군.”
종극진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여흥도 더 이상 그의 흥미를 끌진 못했다.
“끄억!”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가공할 압력에 굉성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머지않은 죽음이 눈앞에 드리웠음에도 이 순간 굉성자는 억울하다는 감정보다 분함이 앞섰다.
‘만약 옥쇄곤강만 익혔다면…….’
그랬다면 바로 이 순간, 지척에서 회심의 일격을 먹여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애석하고 원통할 뿐이었다.
옥쇄곤강은 자신과 같은 어린 제자들에게는 익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오직 장문인 배분인 광 자 배 이상에게만 허용되는 비전 절예인 것이다.
이는 피 뜨거운 젊은 제자들을 위한 배려였고, 문파의 미래를 위한 안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의미가 없었다.
허공에 들려 버둥대던 굉성자의 두 눈에서 생명의 빛이 급격히 꺼져 갔다.
* * *
단악선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곤륜파가 위치해 있는 삼성요는 이제 지척.
그럼에도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저 멀리.
피부가 저릿할 만큼 농밀한 마기가 꿈틀대는 것이 여기까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서둘렀는데도 결국 저들보다 한발 늦은 것이다.
“……!”
단악선의 눈 위로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자리 잡은 것도 그때였다.
돌연 눈앞에서 삼성요 일대가 꺼지듯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꾸웅!
뒤이어 천지가 주저앉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왔고.
드드드!
뒤이어 대지를 뒤흔드는 진동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으로 목격한 번천지복(飜天地覆)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처음 느꼈던 가공할 마기는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단악선이 삼성요가 있던 곳에 도착했다.
‘안 돼!’
저 멀리.
허공에 들려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키는 굉성자의 모습을 목도한 단악선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제시간에 도달할 수 없다 판단한 단악선은 전력을 실어 묵룡을 집어 던졌다.
쾌애액!
허공을 찢는 묵빛 궤적.
그 끝에는 천마로 짐작되는 사내가 있었다.
콰악.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 수월하게 단악선이 던진 묵룡을 움켜쥐어 버렸다.
털썩.
그나마 다행이라면 묵룡에 실려 있던 여력을 완전히 흩어 내지 못해 상대가 굉성자를 떨어트렸다는 점이었다.
그 순간.
―너로군.
갑자기 뇌리를 파고드는 한 줄기 전음에 단악선이 멈칫했다.
전음을 날린 상대.
아직까지도 부르르 몸을 떠는 묵룡을 움켜쥐고 있던 사내와 시선이 부딪친 것도 동시였다.
빙한지옥 같은 차가운 그자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단악선은 본능적으로 자신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종극진이 슬쩍 웃었다.
“돌려주지.”
쾌애애액.
“……!”
단악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묵룡이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화염에 휩싸인 채…….
문제는 그 속도가 자신이 던졌을 때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점이었다.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면서도 단악선은 순간 갈등했다.
이대로 날아드는 묵룡을 받아 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 단악선의 손을 지나친 묵룡이 가슴팍을 파고들고 있었다.
“단 의원!”
쩌렁한 고함 소리가 단악선의 귓전을 파고든 것도 동시였다.
순간 단악선은 어디선가 희끗한 무언가가 날아들어 묵룡과 충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꽈앙!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금속 파편.
그 폭발의 여파에 휩쓸린 단악선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아!”
뒤늦게 묵룡과 부딪쳐 박살 난 파편의 정체를 깨달은 단악선이 놀라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범계위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단악선이 위기에 처하자 망설임 없이 대초자곤을 던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묵룡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사이 단악선 곁에 내려선 범계위가 놀란 마음을 다스렸다.
“괜찮아? 단 의원?”
새파래진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단악선.
그 모습에 범계위가 분노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두 번 다시 이렇게 단악선을 마주하지 못할 뻔했다.
눈앞에서 단악선을 잃는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 두려움은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되어 눈빛으로 뿜어져 나왔다.
정작 자신의 애병인 대초자곤이 박살 났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였다.
“너 이리 와!”
단악선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범계위가 쩌렁한 포효와 함께 종극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하의 종극진도 망산초자의 위명은 경시할 수 없었는지 표정을 굳혔다.
쩌엉.
종극진과 범계위의 손이 부딪쳤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가떨어진 사람은 범계위였다.
십 장 넘게 훌훌 날아가 겨우 중심을 잡는 범계위를 향해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마교를 위협하는 고수를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판단한 것일까.
지금껏 교주를 호위하던 사마존 모두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마침 앞으로 나선 초악량과 한설화가 그들에 맞서 자신들의 절학을 쏟아 냈기 때문이다.
콰콰콰쾅!
수백 개의 벽력탄이 연속으로 터져 나가는 듯한 굉음이 이어지나 싶더니.
사마존이 창백한 얼굴로 황급히 물러섰다.
반면 여유 있게 물러서는 초악량과 한설화는 크게 손해 본 얼굴이 아니었다.
“크으…….”
욱신거리는 고통을 억누르며 범계위가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런 범계위를 향해 초악량이 황당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제정신이냐? 왜 빈손으로 달려들어?”
범계위가 워낙 자신 있게 천마에게 덤비길래 당연히 믿는 한 수가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뒤늦게 범계위가 맨손인 걸 보고 식겁한 초악량이었다.
한설화도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대초자곤을 지닌 범계위와 대초자곤이 없는 범계위로 나뉜다 해도 무방할 만큼 무위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
마음먹고 대초자곤을 쓰는 범계위는 그녀조차 버거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범계위의 대답에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황당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
“해볼 만할 거 같은데?”
“뭐?”
“천마 말이야. 대초자곤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때려눕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초악량과 한설화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고작 일 합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놈이 할 말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눈치 없는 범계위라도 그 시선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아, 진짜라니까?”
“잠깐.”
초악량의 두 눈 위로 기광이 번뜩인 것도 그때였다.
그러고 보니 아주 일리가 없는 것만도 아니었다.
방금 전 사마존과의 격돌에서 넷을 상대로도 초악량과 한설화 두 사람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대초자곤이 없다 해도 한설화와 범계위가 사마존을 상대하고, 자신이 천마를 친다면?
어쩌면 이 자리에서 마교의 발호 자체를 끝내 버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걸로 헛소리를 할 범계위가 아니었다.
단악선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바닥에 나뒹구는 묵룡을 다시 집어 든 것도 그때였다.
그 모습을 본 종극진이 슬쩍 입매를 말아 올렸다.
그의 오만한 미소에 단악선이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사마존이 황급히 종극진 앞에 부복했다.
“교주님. 부디 저희와의 약조를 기억해 주십시오!”
“…….”
종극진이 짜증 어린 눈빛으로 사마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그러지.”
사마존에게서 시선을 거둔 종극진이 단악선을 향해 미묘한 눈빛을 던졌다.
종극진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을 따라 허공이 일렁이며 흐릿한 무언가가 점차 형태를 갖춰 가기 시작했다.
넓은 일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강기의 벽.
천마의 독문 무공 가운데 하나인 천강마벽이 그 신위를 드러낸 것이다.
종극진의 눈이 차갑게 번뜩인 것도 그때였다.
콰르르.
모든 것을 가루로 짓이겨 으깨는 거대한 강기 벽이 단악선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단악선의 눈빛이 흔들렸다.
엄청난 기세로 짓쳐 드는 강기벽.
그 앞에 혼절한 채 널브러져 있는 굉성자와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부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