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1)
신마의선-41화(41/500)
신마의선 (41)
별채로 돌아온 초악량은 사무심과 만난 일을 일행에게 전해 주었다.
“녀석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게다. 적어도 돈 문제만은 걱정할 일이 없을 거야.”
“풍 아저씨에게 의지했던 우리 부모님처럼요?”
“풍 의원 대단한 거야 우리도 겪어 봐서 안다만, 금전적인 역량에선 사무심 그놈과 비교하기 어려울 게다.”
초악량은 쉽게 남을 칭찬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단악선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분은 어떤 사람이에요?”
범계위가 대답했다.
“지독한 돈 귀신이지. 오죽하면 명호가 돈 귀신들의 두목이겠어?”
초악량이 설명을 보탰다.
“놈에게 무너진 상단만 다섯이 넘는다. 도박장과 기루, 전장은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지.”
“엄청나네요.”
“그래도 원칙이 있는 놈이다. 개인은 건드리지 않거든. 벌어들인 돈도 자기가 쓰지 않았고.”
“그럼요?”
“무림인들의 싸움에 애꿎게 부모를 잃은 고아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했지. 그놈 손을 탄 아이들이 천 명은 넘을 거다.”
단악선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단한 분이셨군요.”
범계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긴 하지. 가끔은 왜 악인이 됐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라니까.”
“그놈에게 죽은 놈이 어디 한둘이냐. 나쁜 놈인 건 맞지.”
그렇게 말한 초악량이 고개를 돌려 단악선에게 물었다.
“이쯤에서 단 의원의 생각을 묻고 싶군. 단 의원이 반대한다면 억지로 데려올 생각은 없으니까.”
단악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보다는 훨씬 좋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라뇨?”
“놈이 주화입마에 걸렸다고 하더구나. 이 상태라면 석 달을 넘기지 못할 거야.”
단악선이 빙그레 웃었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겠네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주화입마라면 제가 고칠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단악선은 목함을 얻을 해결책도 제시했다.
“지금 치료가 끝나면 그분이 찾는 목함도 달라고 할게요.”
“치료비로?”
“네.”
초악량이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면사철권(免死鐵券), 혹은 영약이나 재물.
자존심 강한 남궁백이라면 무엇을 요구하던 선뜻 들어줄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좋은 기회를 고작 목함 하나와 맞바꾸고 싶진 않았다.
이런 생각이 초악량 개인의 생각은 아닌지, 곁에 있던 범계위도 한마디 했다.
“목함은 그냥 가져가면 되잖아. 치료비로는 더 큰 걸 요구해야지.”
“그냥 가져가다니요?”
“방법은 많아. 단 의원. 그건 우리에게 맡겨.”
단악선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
“아저씨들이 괜히 위험을 감수하는 게 싫어서 그래요. 그리고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사람을 얻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곡주님 말씀대로 하시지요.”
한편에서 대화를 듣던 풍진성이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제가 받아 내겠습니다.”
그러면서 한쪽 눈을 찡긋하는 풍진성이었다.
“그러지.”
초악량이 피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무림맹으로부터 영약을 뜯어내는 풍진성의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치료에 전념해야겠네요. 환자만 치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니까요.”
그리고 나흘이 지났다.
* * *
남궁백이 태사의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이제 막 현정전 안으로 들어서는 노인, 남궁세가의 총관인 단리웅풍을 향해 다가선 남궁백의 얼굴 위로 다급함이 묻어났다.
“구했소?”
“예…….”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대답이었지만 그럼에도 남궁백은 일단 안도했다. 총관이 밀랍으로 뚜껑이 봉해진 작은 자기 병을 남궁백에게 건넸다.
조심스럽게 받아 든 남궁백은 뒤늦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총관의 표정이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오? 혹시 이 공청석유에 문제라도 있소?”
“아닙니다. 최상품임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왜 그런 것이오?”
총관이 가만히 남궁백을 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인의 능력이 부족하여 세가에 누를 끼쳤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남궁백은 의아함을 금할 수 없었다.
눈앞의 노인이 세가를 위해 한평생 충성을 다해 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아시다시피 공청석유는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물건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시세라는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유자가 부르는 것이 곧 가격이 되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라고 하시기에 가져오기는 하였습니다만 그로 인한 지출이 실로 막대합니다.”
“괜찮소. 누구도 총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총관이 돈 때문에 앓는 소리를 하는 건 일상이었다. 그런데 노총관이 다시 한 번 한숨을 흘리자 남궁백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를 썼기에 그러는 것이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공청석유 구입으로 인해 막대한 빚을 지고 말았습니다.”
“빚? 방금 빚이라 하였소?”
믿기 힘든 표정의 남궁백을 향해 단리웅풍이 울상을 지었다.
“가격 협상을 제대로 할 만큼 충분한 시간도 없었던 차에 공청석유를 구하고자 하는 다른 이와 경쟁이 붙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앞서 구입한 영약들로 인해 세가 재정이 휘청이던 상황이었기에…….”
단리웅풍이 한참 고민하다가 말을 덧붙였다.
“이 미욱한 늙은이가 사재를 털어 보탰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남궁백은 입맛이 몹시 썼다.
평생을 세가에 충성을 바친 노총관인지라 그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우리 가문이 빚을 진 적이 있었던가…….”
남궁백의 혼잣말에 단리웅풍이 눈치 없이 대답했다.
“오백 년 만에 처음입니다.”
“으음…….”
남궁백이 결국 침음을 흘렸다.
* * *
“후우…….”
길게 숨을 내뱉은 초악량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한순간 그의 두 눈에서 짙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주위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강대한 기운이 담긴 눈빛이었다.
초악량의 맥문을 나누어 쥐고 있던 한설화와 범계위도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초악량이 눈빛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어떠세요?”
단악선의 물음에 초악량이 조용히 웃었다.
“완벽하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단악선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완성했네요. 이걸로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침구를 챙기기 시작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풍진성이 살짝 당황했다.
“바로 시작하실 겁니까?”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요.”
풍진성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였다.
‘공청석유.’
초악량은 단번에 그 의미를 파악했다.
다른 영약들은 도착했는데, 공청석유가 아직이었다. 공청석유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가 끝나면 받을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함! 아, 피곤해. 너무 무리를 했나?”
한설화의 전음을 받은 범계위가 갑자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아! 제가 미처 두 분을 생각 못 했네요. 일단 좀 주무세요. 치료는 그 후에 하죠.”
사실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한설화와 범계위는 진기 운용 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였기에 처음만큼 심력을 크게 소모하지 않았다.
“곡주님도 한숨 주무시지요. 환자의 치료에 앞서 의원 역시 심신을 가장 좋은 상태로 끌어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괜찮아요. 두 분이 회복하는 동안 따로 할 일도 있고요.”
단악선은 지필묵을 꺼내 치료 방법에 대해 기록을 시작했다.
그렇게 두 시진 정도 지났을 무렵.
―초 형! 나 언제까지 자야 해?
갑자기 날아든 전음에 고개를 돌린 초악량은 슬쩍 실눈을 뜬 범계위와 시선이 마주쳤다.
―눈 감아!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오! 초 형. 이제 전음도 쓸 수 있소?
―내공을 회복했으니까.
그때였다.
“범 아저씨가 많이 피곤 하셨나 봐요. 일어나실 때가 지났는데.”
단악선의 목소리에 범계위가 얼른 눈을 감았다.
―좀이 쑤셔 죽을 것 같단 말이오!
초악량이 고개를 돌려 범계위를 외면했다. 그러자 범계위는 한설화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마녀! 어떻게 좀 해 봐!
―꼴사나우니까 그만 징징대.
이때 별채 밖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맹주님께서 방문해도 될지 여쭈어보라 하셨습니다.”
별채와 외부를 오가며 전언과 심부름을 담당하는 무림맹 무인이었다.
범계위가 번쩍 눈을 떴다.
“얼른 들어오라고 해!”
말을 하고 나서야 범계위는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범계위가 어색하게 기지개를 켰다.
“아우! 잘 잤다.”
그 모습에 초악량과 한설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 후.
별채 안으로 들어선 남궁백이 작은 자기 병을 단악선에게 건넸다.
“나름 애를 썼지만, 이 정도밖에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 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제 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네, 잠시 후에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남궁백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치료하실지 그 방법을 제가 미리 알 수는 없겠습니까?”
단악선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시작했다.
“일단 위화기공요법을 기반으로 하여 침술을 병행할 생각이에요.”
남궁백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로선 처음 듣는 낯선 치료법이었기 때문이다.
“위화기공요법이요?”
풍진성이 나섰다.
“곡주님의 독문비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존하는 최고의 내가 치료법이라 장담드리겠습니다.”
풍진성의 보증에 남궁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믿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따님을 만나 보시겠어요?”
단악선의 말에 남궁백이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그래도 됩니까?”
“잠시 후면 깨어날 테니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치료가 시작되면 누구도 이 방에 들어와선 안 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요.”
“명심하겠습니다.”
단악선 일행은 남궁백이 남궁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피해 주었다.
“저리 보면 그저 평범한 아비일 뿐인데…….”
풍진성의 말에 초악량과 범계위가 한마디씩을 보탰다.
“누구나 그렇지. 황제도, 기련산의 마귀 두목도. 제 핏줄 앞에서는 한없이 약자일 뿐이야.”
“맞아. 그래서 의원이 최고야. 의원 앞에서는 모두 착해지니까.”
이때 풍진성이 문득 생각난 듯 단악선에게 물었다.
“그런데 위화기공요법이라 이름 지으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단악선이 웃으며 범계위와 한설화를 보았다.
“두 분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거예요. 오직 두 분이 계셔야 할 수 있는 치료법이니까요.”
그 말에 범계위의 어깨에는 한껏 힘이 들었다.
한설화 역시 내색하진 않았지만 입가에 살짝 맺힌 미소는 흡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별채 문이 열리며 남궁백이 걸어 나왔다.
긴장으로 굳어져 있던 그의 얼굴은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딸과의 대화를 통해 단악선과 그 일행을 더욱 신뢰하게 된 것이다.
“좋은 소식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부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남궁백을 향해 단악선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