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12)
신마의선-412화(412/500)
신마의선 (412)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자시 말엽.
인적 없는 산속의 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러나 단 한 곳만은 예외였다.
“크아악!”
“끄악!”
우거진 잡목 때문에 외부에서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동굴.
그 안에서 연신 터져 나오는 끔찍한 비명이 사위를 감싸 안은 적막을 흔들었다.
그 비명의 주인은 다름 아닌 삼몰쌍괴였다.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 위로 비처럼 쏟아지는 식은땀.
거기에 희번덕대는 눈과 목에 선 핏발은 그들이 얼마나 지독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전신에는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수한 침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문제는 그 혈도들이 하나같이 지독한 고통을 유발하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고슴도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이를 갈아 대던 두 사람이 핏발 선 눈으로 단악선과 신마삼존을 노려봤다.
“살려 준다며!”
“차라리 그냥 죽여라! 이 개자식들아!”
고통 앞에 반쯤 눈이 돌아간 왕염과 왕결은 후환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만큼 두 사람이 겪는 고통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범계위가 어이없단 눈빛을 흘리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하! 이것들이 뵈는 게 없나?”
범계위의 험악한 눈빛을 마주하고도 두 사람은 바락바락 악을 써 댔다.
범계위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온갖 육두문자들이 자신에게 쏟아졌다.
괜히 한번 을러 댔다가 본전도 못 찾은 것이다.
으득.
결국 참다못한 범계위가 이를 갈아붙이며 삼몰쌍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조금만 더 버티세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두 형제의 머리통을 움켜쥐던 범계위의 손이 허공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끄어…….”
“끄륵.”
입에서 거품을 게워 내던 왕염과 왕결이 허옇게 눈을 까뒤집으며 혼절했다.
단악선은 이를 보고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이로써 처음 목적했던 치료의 구부 능선은 넘어선 셈.
단악선의 손에 들린 마령침을 발견한 범계위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의지와 상관없는, 본능적인 반사 행동이었다.
초악량은 말할 것도 없었고, 웬만해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한설화조차 아미를 찡그렸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마령침이 지닌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푹.
단악선이 삼몰쌍괴의 어깨와 목 사이로 마령침을 찔러 넣자.
“끄아!”
“커헙!”
처절한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고 늘어져 있던 두 사람이 돌연 벼락을 맞은 것처럼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등줄기를 관통하며 전신을 짜르르하게 울리는 격통!
“으윽……!”
“큿!”
두 형제의 악다문 이빨 사이로 연신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생소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단악선이 천천히 마령침을 뽑았다.
“이제 운기행공을 해 보세요.”
단악선의 말에 삼몰쌍괴는 대답할 힘도 없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운공은커녕 당장은 입술조차 달싹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을 향해 단악선이 말을 이어 갔다.
“일단 가능한 처치는 모두 마쳤어요. 두 분의 육체를 잠식하고 있던 독기는 모두 제거했고, 약에 절여져 있던 신경과 감각도 회복시켰어요.”
“…….”
“…….”
왕염과 왕결이 시선을 마주하며 침음했다.
“걱정 마세요. 진기를 움직여도 더 이상 약에 대한 갈망이 일어나진 않을 테니까요.”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연이은 단악선의 재촉에 마지못해 운공을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눈은 감은 채 운공하던 두 사람이 움찔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새겨져 자연스럽던 반응.
진기가 일어나기 무섭게 찾아오던 지독한 갈망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운기행공을 마치고 눈을 뜬 두 사람의 눈에 놀라움이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약에 의지하고 있었던 만큼 그 지독한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다.
마치 기갈에 허덕이다 눈앞의 바닷물을 마신 가엾은 자의 말로처럼…….
마실수록 더욱 갈증 나고, 결국엔 말라 죽고 말 것을 알면서도 한번 입에 댄 바닷물을 멈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복용했던 약은 쉽게 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자신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연공을 마치고 호교마군으로 거듭난 사파의 고수들도 마찬가지.
신지에서의 연공 과정을 거치며 그들의 흉성은 더욱 벼려지고 거대해졌다.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운기행공을 한 게 얼마 만인지…….”
감격에 찬 왕염의 목소리에 왕결 역시 탄성을 흘렸다.
“마공을 연성한 이후 늘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건만…….”
게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살의와 짜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공을 연성한 이후 늘 불안정했던 기맥도 안정을 되찾았다.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상쾌함.
그야말로 오랜 장마 끝에 청명한 하늘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좋던 기분도 잠시였다.
“자, 다시 지껄여 봐. 우리 단 의원이 어쩌고 저째?”
범계위의 서슬 퍼런 눈빛에 삼몰쌍괴가 움찔했다.
치료를 받는 내내 자신들이 내뱉었던 저주와 욕설이 뒤늦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민망함에 말을 잇지 못하던 두 사람이 단악선을 향해 넙죽 고개를 조아렸다.
“감히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불학무식한 저희들이 이토록 고절한 수법이 존재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늦게나마 사과하고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두 사람을 향해 단악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뎌져 있던 신경과 감각은 제자리를 찾았다 해도 언제든 약에 대한 유혹이 찾아올 수 있어요.”
경험하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이미 한번 고통을 대신하는 쾌감을 겪어 보았기에 그 유혹은 남다를 터.
긴 시간 동안 깊이 새겨진 기억은 그만큼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걸 참고 인내하는 건 오직 본인의 의지예요.”
단악선의 말에 왕염과 왕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약을 먹어 봐야 점점 더 고통만 가중됐습니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요.”
당연한 일이었다.
제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마련.
하물며 그것이 독과 다름없는 마약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한번 내성이 발현되고 나면 점차 복용량을 늘려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자신들의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두 사람은 어리석지 않았다.
의지가 느껴지는 그들의 눈빛과 음성에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범계위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아까 너희가 호위하던 그 늙은이는 누구지?”
알록달록한 도포를 입고 있던 도사의 정체가 내심 궁금했던 범계위였다.
“조씨 성을 쓴다는 것 외에는 진정한 신분 내력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요.”
왕염이 그렇게 운을 떼자 왕결이 그 말을 받아 설명을 이어 갔다.
“오래전 멸문한 모산파(茅山派)의 전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촉산에 근거지를 둔 방문좌도 문파의 수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간혹 술에 취하면 자신이 귀수의 진전을 이었다 지껄이곤 했습니다.”
“모산파?”
범계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초악량을 바라봤다.
이에 초악량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모산파의 전인이라면 그가 알아보지 못할 리 없는 것이다.
단악선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귀수의 진전을 이었다는 말이 아주 빈말은 아닌 것 같아요.”
마교의 본단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던 절진을 떠올린 단악선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이곳의 진법과 신마곡에 설치되어 있는 절진이 어딘가 닮아 있었거든요.”
불가해(不可解)라 불리던 강호의 전설적인 기인, 무불능요(無不能要) 탁요신.
그의 영향을 받은 진법이 분명했다.
“그자가 이곳의 진법을 총괄하고 있었나?”
초악량의 물음에 왕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신지에 설치한 진법 역시 그자가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결이 덧붙였다.
“마침 저희도 신지로 가던 중이었고요. 그곳에 설치된 진법을 보완한다고 했습니다.”
단악선이 깜짝 놀랐다.
“신지의 위치를 알고 계시나요?”
“예? 아뇨. 저희는 모르죠.”
“저희는 그저 호위였을 뿐인걸요. 그 도사가 알고 있었지요.”
삼몰쌍귀의 대답에 단악선이 실망했다.
그 모습에 초악량이 범계위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범계위 역시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성급하게 손을 쓴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후회한다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단악선이 삼몰쌍괴를 향해 물었다.
“신지와 관련되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 줄 수 있나요?”
삼몰쌍괴가 곤혹스러운 눈빛을 흘렸다.
그들이라 해서 아는 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연공을 하는 마인들의 숫자는 대략 천 명. 이미 그중 삼백 명 정도가 연공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들 대다수가 저희처럼 마교에 일신을 의탁한 사파의 고수들입니다.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칠백여 명은 오래전에 끌려와 처음부터 마공에 입문한 자들이고요.”
또한 자신들과 다르게 마공과 마약을 골수 깊이 받아들인 상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듣기로는 놈들도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더군요. 실제로도 연공을 마친 일부가 하루에도 몇십 명씩 본단으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호교마군 전원이 본단에 집결해 있나요?”
단악선의 물음에 왕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만 머물다가 어디론가 이동했습니다. 본단에 있는 호교마군 소속 무인은 저희들을 포함해 백 명 남짓한 수준입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나요?”
“네. 그것까지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단악선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삼몰쌍괴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신지 하니까 생각난 건데, 최근에 천마가 그곳으로 향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 뭐시냐……. 천극신단? 그걸 복용하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초악량이 깜짝 놀랐다.
“천인혈정!”
초악량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래서 그토록 놈의 사기가 짙었군.”
주문을 채 완성하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지만 삼몰쌍괴를 호위로 거느렸던 도사가 흘리던 사기는 실로 범상치 않았다.
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이 좋아 신단이지, 천인혈정은 말 그대로 천 명의 생목숨을 필요로 하는 저주받은 마물이었다.
어두워진 초악량의 표정에 단악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극신단이라는 게 대체 뭐죠?”
침음성을 흘리던 초악량이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모산파가 지니고 있던 금기의 연단법이다.”
원시 도교의 형태를 비교적 온전히 갖추고 있던 모산파는 연단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만의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인혈정.
천 명의 생목숨을 대가로 얻어 낸 혈정(血精)을 흡수하는 방법이었다.
그 수법이 워낙 악독하고 사이해 모산파 내에서도 금기시되어 실제로 연단 된 적이 없다 들었다.
“모산파는 원 황실의 비호 아래 전성기를 구가했고, 원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원을 무너트린 세력 중 한 곳이 지금의 마교였다.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마교로 흘러들어 간 모양이었다.
“그런 잔인한…….”
초악량의 설명에 단악선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지를 빨리 찾아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