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15)
신마의선-415화(415/500)
신마의선 (415)
가두달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 진법을 뚫었다고?”
한설화가 건넨 물로 목을 축이던 단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떻게…….”
가두달은 좀처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단악선의 어깨 너머로 일렁이는 안개에 시선을 던졌다.
그 역시 이곳에서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어떻게든 진법을 파훼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파훼는커녕 작동 원리조차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섣불리 저 안으로 발을 내디딜 용기는 더욱 없었다.
“보아하니 꽤나 고초를 치른 모양이구나.”
초악량의 말에 단악선이 쓰게 웃었다.
그 말대로였다.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비록 팔문 가운데 하나를 파악했다지만 한번 변화하기 시작한 진법은 침입자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대체 몇 번이나 생사의 기로를 오갔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만큼 진법의 위력은 예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순식간에 빠르게 변화하는 팔문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도 무척이나 버거웠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주변 정보를 받아들이는 한편, 머릿속으로는 쉴 새 없이 진법의 흐름과 변화를 동시에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진법의 변화와 흐름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생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위화신공도 크게 한몫했다.
본래 위화신공은 치료를 위해 특화된 심법.
따라서 오행의 흐름과 변화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데 이보다 뛰어난 심법은 없었다.
결국 생문을 통해 밖으로 나서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혔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 웅크리고 있는 신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설 때만 해도 신마곡이나 곤륜의 삼성요 정도를 예상했건만…….
어림잡아도 일개 주는 족히 포함하고도 남을 광활한 면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도대체 이 넓은 대지 전체를 아우르는 진법을 어떻게 설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안의 상황이었다.
뒤늦게 단악선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초악량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러는 것이냐?”
단악선이 해쓱해진 표정으로 한차례 몸을 떨었다.
그러곤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서둘러야 해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안의 도사리고 있는 위협을 지금껏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호교마군의 전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수보와 삼몰쌍괴를 통해 얻어 낸 정보에 따르면 본래 신지 안에서 연공하는 마인은 천명 남짓.
그중 연공을 앞서 마친 삼백 명이 밖으로 나섰으니 그곳에 남아 있는 마인들은 칠백 명 정도였다.
문제는 저들의 상태였다.
곤륜에서 마주쳤던 마인들이나 삼몰쌍괴는 그나마 온전한 이지를 갖추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주저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데 그들은 아니었다.
광기와 살의로 점철된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는 단악선도 일찍이 본 적 없는 상태였다.
마치 주화입마와 회광반조의 상태를 억지로 한데 엮어 놓은 것만 같았다.
“철저하게 천마의 명령만 따르도록 인성을 도려낸 것 같아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범계위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럼 차라리 잘된 거 아닌가?”
의아해하는 일행을 향해 범계위가 말을 이어 갔다.
“단 의원이 돌아왔으니 이제 저 진법은 문제 될 게 없잖아.”
“그런데?”
초악량의 반문에 범계위가 씨익 웃었다.
“이대로 난입해서 쓸어 내 버리자고. 우리 셋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단악선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저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요. 솔직히 우리 전력으로도 위험할 것 같아요.”
“고작 칠백 명인데?”
범계위의 반문에 단악선이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천마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계곡 중앙에 위치해 있던 전각.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던 농밀한 마기는 단악선조차 기가 질릴 만큼 소름 끼치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전각 주변을 에워싼 채 꿈틀거리며 휘도는 흑색 운무는 단악선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위력이 담겨 있었다.
외부의 진법과 연계해 상호 작용하는 이중 진법.
신지의 핵심 중지답게 웬만해서는 뚫어 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개방 방주를 만나야 할 것 같구나.”
이미 앞서 마교를 상대하기 위한 구파일방의 중지는 하나로 모아진 상태.
애초 목적이었던 신지를 발견했으니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갈 차례였다.
지금 상황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홍적문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 * *
며칠 후 무위에 도착한 단악선은 곧장 능소밀과 사무심을 찾았다.
며칠 밤을 꼬박 지새워 쉬지 않고 달린 탓에 몹시 피곤했지만 지금은 마음 편히 쉴 때가 아니었다.
“고수들을 모아 주세요.”
심각한 단악선의 눈빛에 능소밀과 사무심은 드디어 결전의 때가 임박했음을 직감했다.
간단하게 신지의 상황을 설명한 단악선은 곧장 밖으로 나서 무위 외곽에 위치한 양조장으로 향했다.
느긋하게 문가에 기대어 술을 홀짝이던 강위룡이 슬쩍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번에도 부탁할 게 있는 표정이로군.”
“네. 실은…….”
단악선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강위룡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이 걷혔다.
“그래서? 나도 한 손 거들면 되는 건가?”
“고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러지.”
의외로 강위룡은 선선히 대답했다.
마교가 두 번 다시 발호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쓸어 내 버릴 절호의 기회.
이를 마다할 그가 아니었다.
‘마교 놈들이 설쳐 대면 이곳이라 해서 무사할 리 없으니까.’
다시 정마대전이 발발한다면 중원 무림의 구심점인 이곳 무위가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은 자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껏 힘들게 만들어 놓은 도원향 제조 시설과 창고에 쟁여 둔 피 같은 도원향이 피해를 입는 것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였다.
그런 강위룡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선 직후.
단악선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홍적문을 발견하고 그에게 달려갔다.
무위로 오던 도중 신마상단의 거점에 들러 미리 전서응을 날려 둔 상태였다.
그래서 홍적문은 먼저 무위에 도착해 단악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지를 발견했다고?”
홍적문이 단악선을 향해 대견하다는 눈빛을 던졌다.
“고생했다. 네가 큰 공을 세웠구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일러요. 신지를 쓸어 내기 전까진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이어진 단악선의 설명에 홍적문이 나직이 침음했다.
“그렇지 않아도 구대문파에 전서구를 날렸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아무리 엉덩이 무거운 구파의 장문인들이라 해도 이미 이곳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신마의가에 도착했다.
“곡주님!”
가장 먼저 단악선을 맞이한 사람은 풍진성이었다.
뒤이어 주초운과 주장명 부자와 아두가 달려와 단악선을 얼싸안았다.
서로의 근황을 짧게 주고받은 단악선이 일행들을 물리고 환자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단악선의 도착 소식을 접했던지 굉성자가 곤륜 문하들을 대표해 단악선을 반겼다.
단악선과 함께 움직이는 홍적문을 일별한 굉성자의 눈 위로 이채가 떠올랐다.
“최근 전서구들이 많이 드나든다 싶었는데……. 혹시 때가 된 거냐?”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굉성자의 물음에 단악선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응. 이곳에서 정예 전력을 결집해 마교를 칠 거야.”
“그때는 네 곁에 우리 곤륜이 함께할 것이다.”
부상자들이 대부분이라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겠지만 이를 핑계로 발을 뺄 곤륜이 아니었다.
단악선이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곤륜을 깊이 이해하는 까닭이다.
만류하더라도 자신들끼리 복수를 감행할 터.
그런 곤륜의 의지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절대 잊지 마.”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굉성자가 전의를 불태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에게는 곤륜을 재건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
“걱정 마. 내 어깨에 올려놓은 무게를 단 한 번도 가볍게 생각한 적 없으니까.”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약속한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날 밤.
홍적문과 몇 시진에 걸친 긴 회의를 마무리한 단악선이 의가 내에 위치한 후원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범계위 말고도 초악량과 한설화도 단악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일과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던 곳이니만큼 그들에겐 더없이 익숙한 장소였던 것이다.
“어서 와, 단 의원.”
범계위가 웃으며 단악선을 향해 찻잔을 내밀었다.
식어 있던 찻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뜨거운 김을 피워 올렸다.
삼매진화를 일으켜 찻물을 데운 것이다.
“고마워요.”
찻잔을 받아 든 단악선이 뜨끈한 한 모금의 차로 피로를 털어 내고 있을 때였다.
범계위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단 의원.”
“네?”
“마교 놈들과의 일전이 끝나면 뭘 하고 싶어?”
“글쎄요.”
단악선이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당장의 눈앞의 목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중의 일까지 생각해 볼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시.
단악선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마 계속 의원을 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럼 나랑 해남도 가서 같이 살지 않을래?”
범계위가 손을 들어 초악량과 한설화를 가리켰다.
“저 귀찮은 혹들은 떼어 놓고 말이야. 어차피 그곳에도 환자는 넘치잖아.”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잠자코 듣고 있던 초악량과 한설화가 발끈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네.”
초악량이 핀잔을 던졌다.
“아직 마교와의 일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 후를 논하는 게냐?”
“인생 설계는 미리미리 해 둬야지. 어차피 그놈들 처리하는 거야 별것도 아닌걸.”
범계위가 주먹을 움켜쥐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아깝다. 이 손에 대초자곤만 들려 있었어도 그냥 나 혼자서 다 쓸어 버리는 건데.”
으스대는 범계위를 초악량이 비웃었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놈이 허풍은.”
한설화도 피식 웃으며 초악량의 말에 힘을 실어 줬다.
이에 범계위가 벌컥 역정을 냈다.
“내가 그 말 하지 말랬지! 그땐 단 의원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초악량이 얄밉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 치자.”
한설화도 기어이 한마디를 보탰다.
“약골.”
서로를 헐뜯는 데에는 늘 진심인 세 사람이었던 만큼, 범계위의 자존심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켠 범계위가 씩씩대며 두 사람을 노려봤다.
“다 덤벼! 두 번 다시 그딴 소리 지껄이지 못하게 해 줄 테니까!”
초악량이 피식 웃었다.
“괜찮겠어? 대초자곤도 없는데.”
“그, 그야…….”
끙끙대며 고심하던 범계위가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그러곤 단악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 의원!”
“네?”
“묵룡 좀 빌려줘.”
“진심이세요?”
단악선의 반문에 범계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참에 저 잘난 척하는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고.”
단악선이 망설이는 사이.
초악량이 팔과 어깨 근육을 풀며 천천히 일어났다.
“뼈아픈 패배를 통해 사람은 겸손이라는 미덕을 배우지.”
한설화 역시 마찬가지.
“…….”
스스스.
어느새 그녀의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으며 특유의 섬뜩한 기파가 휘몰아치듯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