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26)
신마의선-426화(426/500)
신마의선 (426)
콰앙!
묵룡 끝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초악량을 통해 전수한 전사경.
그 절학에 담겨 있던 정수가 비틀어 찌르는 묵룡으로 진정한 신위를 드러낸 것이다.
정작 공격을 한 단악선도 순식간에 사라진 상대의 기운에 놀라고 말았다.
제갈산의 조언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을 뿐인데, 정확하게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몰아붙이시오!”
제갈산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순간, 조음서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묵빛 봉.
주변의 공기를 모조리 빨아들이며 일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가공할 위력 앞에서는 천하의 그조차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꼬맹이가!’
정신을 차려 보니 그 묵빛 봉은 어느새 자신의 가슴 앞에 이르러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조음서의 눈빛 위로 섬뜩한 안광이 번뜩인 것도 그때였다.
조음서가 한계까지 내공을 끌어 올렸다.
멸혼곡으로 상대를 쓰러트릴 수 없다면 방법을 달리하면 그뿐.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더라도 뇌옥 자체를 무너트려 이 자리의 모두를 한꺼번에 매장해 버릴 셈이었다.
‘신마의선과 제갈산만 데려갈 수만 있다면…….’
천마와 교를 위해서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그런 조음서의 의도를 단악선도 단번에 눈치챘다.
상대의 비장한 눈빛과 한순간에 바뀐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를 순순히 두고 볼 단악선이 아니었다.
조음서는 한순간 단악선의 신형이 길게 늘어나는 것처럼 느꼈다.
가공할 수준에 이른 이형환위(移形換位)가 보인 신위.
이를 목도하고 경악하는 그 순간.
묵룡은 이미 소름 끼치는 위력으로 그에게 작렬하고 있었다.
꽝!
수십 개의 벽력탄이 터지는 듯한 음향이 울려 퍼지며 세찬 경풍이 뇌옥 안을 휩쓸었다.
동시에 천장에서 우수수 쏟아진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사위에 내려앉은 무거운 적막.
“헉헉.”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거친 숨소리와.
“크륵.”
가래가 끓는 듯한 묘한 기음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풀썩이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뇌옥 천장에 박혀 있던 야명주의 불빛 아래 조금씩 장내의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악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비록 안색은 창백했지만 일대를 찍어 누르는 존재감은 그대로였다.
반면 조음서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사음혈적은 귀신 머리 형상을 하고 있던 손잡이 부분만을 남긴 채 박살이 나 있었다.
그래도 그의 상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묵룡에 의해 으깨지고 짓이겨진 가슴은 움푹 주저앉아 있었고, 입에서는 연신 더운 피를 폭포수처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조음서 자신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경악과 두려움 가득한 눈을 단악선에게 고정한 채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조음서는 믿을 수 없었다.
뒤에 도열해 있던 수하들 중에 온전히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악선의 손에 들려 있는 묵빛 봉.
그 아래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만이 유일했다.
그처럼 가공할 경력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이상 누가 무사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
주변을 살피던 조음서의 눈빛이 충격으로 흔들렸다.
작은 웅덩이를 이룬 핏물과 진흙 찌꺼기처럼 흩어져 있는 수많은 육편들.
어쩌면 그 가운데 자신이 포함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시커멓게 죽은 얼굴로 연신 핏물을 게워 내던 조음서가 흠칫하며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단악선과 시선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어느새 온전한 호흡을 회복한 단악선의 눈빛.
“…….”
주위를 압도하는 오연한 눈빛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삼엄한 기세에 조음서는 숨이 턱 막혔다.
단악선은 비스듬히 묵룡을 늘어트린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상상하기 힘든 중압감이 주변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산검림 전체를 발아래 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자신도 모르게 조음서가 침음성을 흘리는 사이.
무심한 표정으로 조음서를 노려보던 단악선이 이내 눈을 돌려 뒤쪽에 주저앉아 있는 제갈산을 바라봤다.
“가시죠.”
“그, 그러지…….”
제갈산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게 채 약관도 되지 않은 소년이 지닌 무위란 말인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결과 앞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갈산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단악선이 무심한 눈빛으로 묵룡을 휘둘렀다.
퍼억!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조음서의 머리가 수박이 깨지듯 부서졌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즉사였다.
그 어떤 고수라도 머리가 통째로 날아간 상태로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제갈산은 아직도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조음서는 결코 이렇게 맥없이 쓰러질 사람이 아니었다.
천마를 제외하고 마교 내에서 가장 강하다 알려진 사마존.
그 가운데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고수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제갈산으로서는 그저 아연할 수밖에.
그는 경악 어린 눈으로 단악선과 비명도 남기지 못하고 고혼이 되어 버린 조음서의 시신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순간 제갈산을 둘러업은 단악선이 죽음의 냄새만이 떠도는 뇌옥을 뒤로한 채 신형을 날렸다.
* * *
“허…….”
마교의 별동대.
그중에서도 중군을 이끌고 있던 마영기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허탈한 한숨을 흘렸다.
점창을 치기 위해 투입되었던 소뢰음사와 만수산장이 전멸했다는 보고는 그만큼 어이없고 황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상세한 보고에 입맛이 몹시 썼다.
“이화궁이 나섰단 말인가?”
거기에 화포를 비롯한 육선문의 고수들과 해남검파까지 가세했다니 그들이 전멸한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쉬운 건 별개였다.
그들이 점창을 박살 내고, 뒤이어 자신들이 이대로 사천 지역을 흔드는 그림이 처음부터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하나 거기에 이어진 또 다른 소식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쨍그랑.
본단에서 급히 전해진 소식에 마영기는 마시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평소에 무척 아끼던 다기가 눈앞에서 박살 났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영기가 눈앞에 부복한 수하를 다그쳤다.
“방금 뭐라 했느냐?”
보고를 하던 수하가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제갈산이 뇌옥을 탈출하였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한 말 말이다! 누가 죽었다고?”
“이를 막으시던 음존께서 그만…….”
“……!”
마영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였다.
“흥! 헛소리!”
차가운 코웃음과 함께 권마 척대광이 험악하게 눈을 부라렸다.
“감히 누가 있어 그를 해칠 수 있단 말이냐?”
그 말에 도마 혁련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오절을 비롯한 중원의 고수들은 신지 근처에 발이 묶여 있을 터.”
“그, 그것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영기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수하를 재촉했다.
“아는 바를 고해라.”
“목격자들에 따르면 침입자는 단둘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누구지?”
“신마의선이라 불리는 꼬맹이와 귀영마자 가두달이옵니다.”
마영기의 눈빛이 흔들렸다.
고작 좀도둑 따위가 조음서를 쓰러트렸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한 명.
신마의선뿐이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단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로써 암존과 더불어 벌써 육마존 중 두 명이 놈의 손 아래 유명을 달리한 셈이다.
문제는 신마의선이라는 그 꼬맹이가 여전히 그들의 감시망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놈은 신마삼존과 계속 동행하고 있지 않았나?”
혁련호의 반문에 마영기가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것 같소.”
“하!”
어이없어 말을 잇지 못하는 혁련호와 달리 척대광은 자욱한 살기를 뿜어내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보기 좋게 허를 찔린 것이다.
그들의 감시망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 생사의 위기를 함께 헤쳐 오며 평생 뜻을 함께했던 동료의 죽음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혁련호 역시 마찬가지.
처음의 당혹감은 이내 끝없는 분노가 되어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것들이 감히 더러운 수작질을!”
“놈들의 피로 제문을 쓰고 뼈를 태워 그의 넋을 달래리라!”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두 사람을 마영기가 급히 만류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소.”
마영기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놈이 의도했다면?’
당장 자신들부터가 함정에 빠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전을 최초 제안한 사람이 다름 아닌 제갈산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겠소.”
이어진 마영기의 말에 다른 두 마존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신지로 가야 하오.”
“이제 와서?”
“그걸 지금 말이라 하나?”
척대광과 혁련호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미파와 청성파가 위치해 있는 사천은 이제 지척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 걸음을 돌린다니.
그러나 이어진 마영기의 말에 침음하며 입을 다물었다.
“마교의 본단이 뚫렸소! 그 의미를 정녕 모르겠소?”
“…….”
“…….”
그들이라 해서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조음서를 죽인 놈들이 본단을 지키고 있던 진법을 뚫고 지나간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별동대를 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신지에 설치되어 있는 절진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들에게 이를 뚫어 낼 능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본단과 다르게 신지가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었다.
고민은 짧았고 결정은 더욱 빨랐다.
“신지로 향한다!”
마영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삼백에 달하는 호교마군이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이행했다.
선두에 선 마영기의 중앙군을 필두로 척대광과 혁련호가 각각 좌군과 우군을 이끌고 신지를 향해 출발했다.
본래 보름 이상 걸리던 거리였다.
하나 침식조차 잊은 채 사흘 만에 그 거리를 주파했다.
하지만 그들은 신지를 코앞에 두고 위기를 맞았다.
“정말로 말씀하신 대로 되었어요.”
단악선의 말에 제갈산이 슬쩍 입매를 말아 올렸다.
“내가 이쪽으로 올 거라 하지 않았나.”
마영기를 비롯한 삼마존의 얼굴이 썩은 감을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들을 막아선 건 다름 아닌 중원의 정예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쉬지 않고 달려와 지쳐 있는 자신들과 달리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
“저놈이……!”
제갈산의 얼굴을 확인한 마영기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제갈산을 탈출시킨 단악선은 일찌감치 일행에 합류한 뒤였다.
“빌어먹을!”
“어찌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단 말인가.”
혁련호과 척대광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눈앞에 도열해 있는 중원의 정예들.
그 숫자는 무려 이천을 헤아리고 있었다.
삼백에 불과한 자신들과는 전력에서부터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는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천하오절!’
선두에 위치한 고수들의 면면을 확인한 마영기의 얼굴 위로 짙은 절망이 드리웠다.
이 자리에 천하오절 중 무려 네 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마의선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망산초자와 빙옥선자의 존재 역시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미 북해빙궁에서 한설화와 손을 섞어 본 적 있던 그였다.
그녀의 무공이 천하오절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단언컨대 교주인 천마를 제외하면 그녀가 당금 제일의 고수가 분명했다.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상황이 이리된 이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느 정도의 불리함을 안고 있더라도 싸우는 수밖에.
어떻게든 저들의 머릿수를 줄여 신지 안으로 들어가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했다.
‘하다못해…….’
두고두고 교의 골칫거리가 될 두 사람은 반드시 죽여 없애야 했다.
바로 단악선과 제갈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