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27)
신마의선-427화(427/500)
신마의선 (427)
아군과 상대방의 전력을 가늠한 마영기가 이를 악물었다.
비록 인원에서 밀린다 하나 자신들이 이끌고 있는 휘하의 호교마군 역시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그 내력이 범상치 않았다.
원래부터 사파의 이름 높은 고수들이었던 데다, 마공을 연성한 이후 한층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무공 자체만 놓고 봐도 그들 개개인은 웬만한 구대문파의 장로급에 필적한 무위를 지니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오직 시간뿐.
몇 배에 달하는 머릿수의 차이로 인해 당장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만 벌어 낼 수 있다면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진법으로 차단되어 있다곤 하나 얼마 안 가 신지 내부에서도 바깥 상황의 이변을 충분히 눈치챌 터.
적절한 시기에 신지 쪽에서 호응만 해 준다면 먼 길을 돌아갈 필요 없이 이 자리에서 중원의 정예를 깡그리 전멸시킬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정 운이 나빠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대국적으로는 결국 교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저들의 전력을 깎아 내는 것으로도 족했다.
이제 곧 천마가 폐관을 깨고 신지를 나설 터.
저들만으로는 결코 천마와 그를 따르는 호교마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천마를 위시한 마도일통.
단숨에 신교천하를 이뤄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저들의 머릿수를 줄여 놓아야만 했다.
“어떻게든 천하오절의 발을 묶어 둬야 하오.”
마영기의 말에 나머지 마존 둘이 침음성을 흘렸다.
말이 쉽지 천하오절의 이름이 지닌 무게를 감당하는 건 그들에게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명이 빈다곤 하나 저쪽은 천하오절이 넷.
반면 이쪽은 셋뿐이었다.
육마존 전부가 살아 있었다면 모를까 자신들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역혈대공(逆血大功)을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놈들의 머릿수를 줄여야 하오.”
결의가 지나치다 못해 광기에 가까운 눈빛을 흘리는 마영기의 모습에 척대광과 혁련호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과거의 정마대전 이후 가슴에 쌓여 왔던 분노와 원한.
사나 죽으나 이곳이 그 모든 것을 쏟아 낼 장소였다.
그리 마음먹자 두 사람의 기세가 단번에 달라졌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서로 간의 기세를 드높여 막 충돌하기 직전.
중원의 무림인들 진영에서 두 사람이 튀어 나왔다.
‘저자들은?’
마영기의 눈에 짙은 의혹이 드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얼굴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삼몰쌍괴라 불리던 왕씨 형제였다.
교에 귀의한 뒤, 마공을 연성해 일찌감치 신지를 나선 두 사람이 어째서 정파 무림 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 의아했다.
그러나 이어진 두 사람의 외침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 왕염과 왕결 형제가 그대들에게 고하노니! 우리 형제는 신마의선께 치료를 받고 지옥 같은 형극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았소!”
“우리를 믿으시오! 굳이 이 자리에서 목숨을 던져 가며 싸울 필요 없소!”
“신마의선을 따르고 살길을 찾으시오!”
“우리의 적은 중원 무림이 아니오! 우리의 약점을 쥐고 착취하는 놈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시오! 우리의 진정한 적은 바로 마교 그 자체요!”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투입된 전장의 독전관(督戰官)처럼 온 힘을 쥐어짜 고래고래 외쳐 대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쩌렁하게 일대에 울려 퍼졌다.
술렁.
마교 측에 포진해 있던 마인들의 얼굴 위로 감출 수 없는 동요가 번져 갔다.
그들은 모두 앞서 신지를 나섰던 사파 출신들.
비록 살길을 찾아 마교로 향했고, 그토록 원하던 강한 무공을 얻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물론 현재 상황을 만족하는 이들도 존재했지만 이는 소수였다.
마교의 주구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마교가 틀어쥐고 있는 목줄을 벗어날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원래부터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온 사파인들.
당연히 삼몰쌍괴의 말이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자유만 되찾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감내할 의향이 있었다.
가까운 이들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는 자들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백여 명 남짓.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자신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 자들이 삼몰쌍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몰면목(沒面目), 몰염치(沒廉恥), 몰지각(沒知覺).
같은 사파인들도 싫어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무뢰배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중원 무림 진영에서 누군가가 나선 것도 그때였다.
“신마의선께서는 우리 사파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무위를 금지로 선포하셨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마의선만은 믿어도 좋소! 우리를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까지 그분이 걸어온 행보를 믿으시오!”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마교 측 인사들 가운데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사파인이라 해도 그중에는 나름 명예를 중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구유음소 장곡과 추비무랑 곡운경은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저들의 인망은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주저하는 그들을 향해 단악선이 쐐기를 박았다.
“이 자리에 계신 대부분이 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거예요. 저는 정파와 사파를 차별하지 않아요!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린다면 마교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마교 진영이 크게 술렁였다.
“자유를 되찾고 싶다면 물러나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교 진영 곳곳에서 신형을 날리는 자들이 생겨났다.
“감히!”
생각보다 많은 이탈자의 숫자에 마영기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확고하다 믿었던 족쇄와 지배력이 이토록 허무하게 송두리째 흔들리다니!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포로 지배하던 교의 위엄보다 눈앞의 애송이의 말이 더 큰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초악량이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몇 마디 말로 상대의 전력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작하지.”
초악량의 말에 대초자곤을 거머쥔 범계위가 히죽 웃었다.
“흐흐. 그 말만을 기다렸수.”
그 말이 끝났을 때 범계위의 모습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벌써 한 줄기 빛살로 화해 전면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마영기를 향해 짓쳐 들고 있었던 것이다.
꽈앙!
거대한 폭음이 일대를 뒤흔들며 정마대전 이후 가장 큰 대회전이 시작을 알렸다.
초악량과 한설화.
뒤이어 법료를 필두로 한 소림의 나한들과 진명진인이 이끄는 화산의 매화검수들이 파도처럼 전면을 향해 내달렸다.
강위룡 역시 이에 뒤질세라 무서운 기세로 합류해 닥치는 대로 살수를 뿌려 대기 시작했다.
“안 돼! 물러서지 마라! 돌아오란 말이다!”
순식간에 좌군의 진열이 붕괴되자 척대광이 해쓱해진 얼굴로 고함을 질러댔다.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이탈 인원이 더욱 늘어났던 것이다.
결국 절반이 넘는 마교 측 사파인들이 전투를 포기하고 물러났고, 남은 인원들조차 사력을 다해 제대로 싸우는 자는 소수였다.
아니, 애초에 제대로 싸울 수도 없었다.
그만큼 적의 예봉을 담당하는 고수들의 신위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번 눈을 깜박이는 사이.
순식간에 승기가 저쪽으로 기울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순간 시선을 마주한 혁련호와 척대광은 범계위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마영기의 모습을 확인한 뒤 곧장 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상황이 이리된 이상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해 신지로 탈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영기와 합류하려던 두 사람 앞을 초악량과 한설화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네 사람이 순식간에 어지럽게 뒤얽혔다.
그리고 그 순간.
“……!”
“……!”
혁련호와 척대광.
두 사람의 얼굴이 밀려드는 암담함에 어두워졌다.
서로 손을 섞는 순간 자신들보다 상대방이 더욱 높은 경지의 고수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이로써 승부는 결정 난 것이나 마찬가지.
“감히 망산초자 따위가!”
마영기의 쩌렁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진 것도 그때였다.
그의 두 손에는 이미 시뻘건 화염이 맺혀 일렁이고 있었다.
지금의 그에게 염존(炎尊)의 지위를 공고하게 해 준 마교의 절학.
절정에 이른 극양공(極陽功)이 가공할 신위를 드러낸 것이다.
양손을 휘감은 화염에 닿기 무섭게 주변의 대기가 기화해 흙바닥은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부글거리며 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범계위는 태연하게 그 안에 대초자곤을 밀어 넣었다.
‘흥, 제 발로 죽으려 뛰어드는구나.’
물러설 줄 알았던 범계위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자 마영기는 내심 코웃음을 쳤다.
범계위의 손에 들려 회전하는 흉측한 쇠도리깨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더구나 범계위는 양강 계열의 내공을 다루는 자.
빙공을 앞세운 한설화라면 모를까, 같은 성질을 지닌 열양공이라면 자신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뼛조각 하나 남겨 놓지 않으리라!’
독하게 마음먹은 마영기가 최후의 초식인 염멸천하(炎滅天下)를 시전했다.
그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위력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그 안에 중원무학과 상극의 성질을 지닌 반선공을 섞어 넣었다.
최근 들어 성취했으나 실전에서는 아직 사용한 적 없는 비장의 한 수였다.
가공할 열기를 담고 있던 염멸천하.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반선공은 그야말로 미증유(未曾有)의 위력을 자랑했다,
“엇!”
아니나 다를까.
무턱대고 달려들던 범계위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녹아 흘러내릴 것 같은 대초자곤을 황급히 회수한 범계위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콱.
대초자곤을 바닥에 꽂아 넣은 범계위가 냅다 손을 뻗은 것도 동시였다.
화르륵!
그 순간 일대를 에워싸며 꿈틀대던 화염이 그대로 범계위를 집어삼켰다.
머지않아 한 줌 재로 화해 흩어질 범계위를 상상하며 마영기가 회심의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
마영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뒤늦게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씨익 웃으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 오는 범계위의 모습.
‘이걸 버틴다고?’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영기는 사력을 다해 진기를 쏟아 넣었다.
턱.
돌연 눈앞의 화염을 뚫고 불쑥 손 하나가 튀어나와 그의 멱살을 거머쥔 것은 바로 그다음이었다.
“……!”
마영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겨우 이거야?”
화염에 휩싸인 채 태연하게 입을 여는 범계위의 모습에 마영기의 눈이 더없이 크게 홉떠졌다.
이와 더불어 마영기는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열기가 내부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크에엑!”
처절한 비명과 함께 마영기의 두 눈과 입을 비롯한 칠공에서 새하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흥!”
범계위가 손을 놓자 마영기의 신형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퍼석.
그리고 바닥에 닿기 무섭게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새하얀 재로 흩어져 버렸다.
“헉!”
“어떻게 이런!”
혁련호와 척대광의 입에서 헛바람이 터져 나왔다.
허무하기 짝이 없는 마영기의 죽음.
이를 가까이에서 목도한 두 사람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전신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척대광은 그 살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연거푸 정면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상대의 손짓에 맥없이 뚫리는 권경과 와해되는 경력.
그 속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서늘한 눈과 시선이 마주친 건 그 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