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35)
신마의선-435화(435/500)
신마의선 (435)
거센 물길에 요동치는 선박들.
그 사이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난무하는 고함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사제!”
“안 돼!”
누군가의 처절한 외침이 차가운 공기를 뒤흔든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이를 뒤로한 채 피를 뿌리며 배 위에서 떨어지는 인영이 있었다.
첨벙.
높게 솟구친 물기둥과 함께 누군가 사나운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댔다.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화산파 도사들이 황급히 밧줄을 던졌다.
하지만 이곳은 수많은 장강의 지류 중에서도 가장 물살이 강한 송협탄(悚峽灘)이었다.
굽이친 협곡을 끼고 있는 데다 갑자기 물길이 좁아져 수량이 집중되는 곳이었기에 유독 물살이 지독하기로 유명한 곳.
물귀신이 상주하는 곳이라 하여 망량탄(魍魎灘)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파도에 삼켜진 화산파의 도사는 이내 싯누런 물보라와 함께 이내 수면 아래로 종적을 감추었다.
한데 꿈틀대며 요동치는 물살에 삼켜진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콰콰콰콰.
절벽에 부딪힌 물길이 만들어 낸 굉음에 가려져 있을 뿐, 강물 곳곳에서 단말마의 끔찍한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즐비한 인영들은 하나같이 장강수로채의 수적을 상징하는 수피(水皮)를 입고 있었다.
물살에 삼켜지고 떠밀려 쓸려 가던 그들은 이내 강물 곳곳에 날카롭게 드러나 있는 암초와 충돌했다.
그러곤 이내 사지가 으깨지고 짓이겨진 시신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것이 누런 강물 곳곳에 시뻘건 핏물이 번져 가는 이유였다.
그 순간.
거칠게 요동치는 물살 위로 반파된 선박 한 척이 위태롭게 기울어져 떠내려왔다.
그 위에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사십 대 후반 정도 되었을까.
한쪽 이마에서 시작된 끔찍한 칼자국이 미간을 가로질러 반대편 턱까지 이어져 있는 장한.
빙하 아래 흐르는 한수(寒水).
그 차가운 빙하탄(氷下灘)처럼 서늘한 안광을 흘리는 장한은 거대한 체구만큼이나 가공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가슴까지 늘어트린 백염을 지닌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노도사가 검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본래 도사건 아래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있던 머리는 바람에 나부껴 미친 듯이 흩날리고 있었고, 입가에는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지니고 있던 본래의 위엄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천하오절의 일인이자 화산신검이라 불리는 당대 화산파의 장문인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서로를 노려보길 잠시.
장한이 슬쩍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천하의 화산파도 별거 없군?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어찌해 볼 수 있다 생각했나? 함께 온 거지들을 믿었던 건 아닐 테고…….”
사내.
최근 장강수로채를 일통해 총채주 지위를 차지한 번강룡(飜江龍) 사종악이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아! 그런 건가? 천하오절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나 정도는 언제든지 모가지를 따 버릴 수 있다 여긴 거야. 그렇지?”
사종악의 이죽거림에도 진명진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장은 내상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벅찼기 때문이다.
눈앞의 사내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난데없이 튀어 나왔단 말인가.’
최근 무섭게 두각을 드러낸 신진고수.
그에 관한 풍문은 익히 들어 오고 있었다.
무림의 소문이란 게 으레 그렇듯 사람과 사람을 거치며 과장되고 부풀려지기 마련.
한데 막상 그 소문의 당사자와 직접 손을 섞어 보니 오히려 그 소문이 소박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놈은 그조차 경시할 수 없는 고수였다.
날뛰는 진기를 겨우 다스린 진명진인이 고요한 눈을 들어 사종악을 응시했다.
“이제 겨우 무림이 하나가 되었거늘, 이제 와 다시 분열을 조장하려 한단 말인가? 내 어찌 그것을 간과할까.”
“웃기는군. 당신들이 마교를 처리했으니 지난 과거의 은원은 멋대로 잊자는 건가?”
“뭐라?”
“과거 남궁백이 무림맹을 창설할 당시 화산파도 분명 한 손 거들었을 텐데?”
이어진 사종악의 말에 진명진인의 얼굴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무림맹이 창설된 이후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지?”
“…….”
“설마 치매라도 온 것인가? 입이 있다면 대답해 보아라.”
진명진인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파사현정의 기치 아래 무림맹이 처음 칼을 겨눈 세력은 바로 무한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수적들이었다.
본래 무한은 양자강과 한수.
그 거대한 두 개의 물줄기가 합류하는 전략적인 요충지였다.
동서로는 상해와 중경을 연결하고, 남북으로는 북경과 광주를 물길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아홉 개의 성과 통한다고 하여 구성통구(九省通衢)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초대 무림맹주였던 남궁백이 남궁세가의 터전인 안휘가 아닌 무한에 무림맹의 초석을 다진 것도 이와 관련이 깊었다.
신속하게 정보를 취합하기에도 용이했고, 조속한 인력 파견을 통해 중원 각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방관하고 있을 장강수로연맹이 아니었다.
그들은 즉시 반발하며 물길을 틀어막았다.
물길을 통해 상업이 발전한 무한의 특성상, 오가는 거래가 끊어지면 그만큼 민초들은 사태의 원인인 무림맹을 원망할 터.
자신들과 달리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정파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남궁백은 그들의 무력시위에 강경책으로 대응했다.
아예 한술 더 떠 그보다 더한 무력으로 응수한 것이다.
남궁백은 구파일방을 중심으로 한 정예 고수들을 대거 투입해 장강수로연맹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해신방을 밀어 버렸다.
그로 인한 장강수로연맹의 사상자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수적들은 결국 무한에서 손을 떼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시의 장강수로연맹을 와해시켰을 당시, 화산도 무림맹의 일인으로써 그 소임을 다했었다.
‘그 업보가 이제야 되돌아온 것인가.’
한숨과 함께 흘려 내는 장탄식에 사종악은 내공을 끌어모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것은 당시 죽어 간 형제들에 대한 응당한 복수다.”
“…….”
“마교? 웃기고 자빠졌네. 내게는 네놈들이야말로 진짜 마교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종악이 진명진인을 향해 일 권을 내질렀다.
“그러니 그만 떠들고 뒈져!”
꽈르릉.
뇌성을 동반한 강맹한 경력이 뱃머리를 짓이기며 진명진인을 향해 쇄도했다.
진명진인의 손에 들려 있던 한 자루 검이 화려한 홍매화를 피워 낸 것도 그때였다.
화산의 독문심법인 자하진기(紫霞眞氣).
그리고 그와 더불어 천하제일검문이라 자부하는 이십사수매화검법이 본연의 신위를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권풍이 가닥가닥 와해되는 것을 느낀 사종악의 눈 위로 자욱한 독기가 자리 잡았다.
눈앞을 가득 메운 채 유성처럼 쏟아지는 홍매화의 비.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유형화된 검기의 정화(精華)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종악은 섣불리 접근할 수가 없었다.
눈부신 검공으로 사위를 압도하는 진명진인의 무위에 곳곳에 흩어져 있던 화산 문하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반대로 사종악 휘하의 수적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만큼 진명진인의 검 끝에서 펼쳐진 검법은 전율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사종악은 태연하게 폭풍 같은 홍매화의 그림자 속으로 뛰어들었다.
낙매성우(落梅成雨)의 초식에 낙화영음의 변화를 섞어 더한 홍매화의 빛무리가 순식간에 사종악을 집어삼켰다.
“맹주님!”
“총채주!”
이를 목도한 수적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도저히 피할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는 성락밀밀(星落密密)의 수법.
그 앞에 금방이라도 자욱한 피 안개로 화해 갈가리 찢겨 나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사람의 몸이 동피철골(銅皮徹骨)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저런 가공할 검기를 몸으로 받아 내고도 성할 리 없는 것이다.
카가가가각!
홍매화가 만들어 낸 붉은 운무.
그 안에서 날카로운 소성이 연이어 터져 나온 건 그 직후였다.
날카로운 끌로 쇠 벽을 긁어 대는 것처럼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음.
그와 동시에 허공을 가득 메우고 있던 홍매화가 조각조각 박살 나 붉은 잔영을 뒤로한 채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종악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시커멓고 길쭉한 무기가 들려 있었다.
결국 사종악이 자신의 독문병기인 오죽간(烏竹竿)을 꺼내 든 것이다.
그 자체로 기다란 봉처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채찍처럼 사용하거나 낚싯줄과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갈고리를 이용해 변칙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도 있는 기병이었다.
“아이고, 맵다. 매워. 다 죽어 가던 늙은이 검이 지독하기도 하네.”
너스레를 떠는 것과 달리 사종악의 눈빛은 오직 진명진인에게 고정된 채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한 십 장 안의 공간은 이미 완벽하게 그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차라락.
공기를 찢는 미세한 파열음.
동시에 허공에서 반짝이는 섬광들은 낚싯줄이 만들어 낸 잔영들이었다.
그 자체로 그 어떤 무기보다 예리하다는 사검(絲劍).
그 기다란 낚싯줄을 흐르듯 감싸고 있는 시퍼런 예기의 정체를 깨달은 화산 문하들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것이 검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 척 검에 검기를 실어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건만, 무려 십 장에 달하는 낚싯줄 전체에 진기를 흘려 내다니!
절정에 이른 이기생형(理氣生形)의 신위 앞에 진명진인조차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명진인이 재차 검을 움직였다.
그의 검이 허공의 한 점을 찍는 순간.
파앗!
흐드러진 홍매화의 그림자가 다시 한 번 사종악을 에워쌌다.
해 질 녘 노을처럼 붉은 검영의 파도.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열일곱 번째 초식 매영조하(梅影造河)였다.
화려하고 선명한 홍매화가 이내 자욱한 운무처럼 사종악의 전 방위를 에워싸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종악은 태연했다.
그러곤 아무렇게나 낚싯대를 휙휙 휘두르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 자체로 대단한 신공은 아니었다.
일견하기에는 낚시꾼이 낚싯줄을 드리우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한 동작.
한데 그 평범한 움직임이 그의 손을 통해 펼쳐지자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팔방을 에워싸고 들이닥치는 홍매화를 너무나 수월하게 걷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간단한 동작에 홍매화가 허공에서 박살 나 흩어졌다.
반대로 진명진인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
바람만 불어도 하늘하늘 나부끼는 견사를 이토록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지닌 절학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잉!
이제는 반격도 섞고 있었다.
가뜩이나 너무 얇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낚싯줄이 허공을 찢으며 날아드니 도저히 육안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와해된 홍매화 틈을 비집고 파고드는 섬뜩한 예기.
황급히 거리를 벌린 진명진인이 전면을 향해 맹렬하게 소매를 휘둘렀다.
우르릉.
은은한 뇌성을 동반한 자하진기의 경력이 일대를 노을로 뒤덮었다.
그러나…….
“……!”
진명진인은 한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구명절학.
자하진기를 엮어 펼쳐 낸 웅혼한 장력이 사종악의 손짓에 소리 없이 찢겨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명진인이 모든 진기를 검에 쏟아부었다.
카라라라락!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날카로운 폭음과 더불어 홍매화가 그대로 산산이 흩어졌다.
사종악의 손에 들린 낚싯대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예기.
그것이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진명진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나 진명진인은 이내 차분하게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더없이 느리고 굼뜬 동작이었다.
그러나 이를 본 사종악은 눈살을 찌푸렸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막대한 압력이 그 검 끝에서 꿈틀대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