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44)
신마의선-444화(444/500)
신마의선 (444)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구파일방은 그런 그들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비난했습니다. 그럴수록 중소 문파들은 더욱 날 선 대립각을 세웠고요.”
단악선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는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와 아득히 멀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능소밀이 고소를 머금었다.
“경험의 부재 때문입니다.”
“네?”
“십 년 전의 마교 토벌과 그 이전의 정마대전은 그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이어진 능소밀의 설명에 단악선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과거의 정마대전은 중원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만큼 곳곳에서 수많은 피해가 속출했고, 그로 인한 두려움이 뼛속 깊이 각인되었죠.”
이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대다수의 중원 무림인들은 마교를 물리쳐 내쫓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고마움과 존경을 담아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반면 십 년 전의 그 싸움은 신강의 외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실제 대다수의 무림인들이 실감하기 어렵다는 차이점이 존재하죠.”
구파일방과 무위의 사파인들이 피와 목숨으로 지켜 낸 중원의 평화.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이다.
단악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모두를 위해 그토록 힘겹게 마교와 싸웠건만…….”
지난 세월과 노력이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의 노력과 희생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이처럼 외면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물론 저는 곡주님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마교와의 싸움이 중원 전체로 번졌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요.”
단악선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를 잠시.
그래도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구파일방이 큰 피해를 입었고 사종악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한들, 구파일방의 저력에 맞설 정도는 아닐 텐데요.”
“그건 지금껏 우리가 몰랐던 커다란 변수 하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수요?”
“그게…….”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능소밀의 낯빛.
이윽고 이어진 그의 설명에 처음으로 단악선의 눈빛이 흔들렸다.
“제 오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대단한 놈은 아니라 생각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마교의 위협에 비하면 기껏해야 수적 집단 따위야 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여겼다.
한데 아니었다.
“신지에 진입하기 전에 맞닥뜨렸던 마교의 전위대를 기억하십니까?”
“삼마존이 이끌던 사파인들 말인가요?”
삼몰쌍괴와 무위의 사파인들이 나서 회유했던 무림인들.
“아!”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린 단악선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당시 그들의 전력 중 삼 분의 이가 이탈해 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들을 회유한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자유였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치료.
마공의 지배력과 마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무위나 신마의가 어디에서도 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 계획대로 신마의가에서 그들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죠.”
“문제요?”
“그들 대부분이 의가를 탈출해 도주한 것입니다.”
“……!”
“이미 심한 중독에 빠진 자들이라 치료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할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일 할은 주화입마로 광인이 되거나 폐인이 되어 버렸지요.”
“아!”
단악선이 진심으로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아무리 신마의가에 뛰어난 의원이 많다 하나 그들의 치료는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기껏해야 풍진성이나 주초운 정도가 가능했을 터.
하나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 환자의 숫자는 턱없이 많았다.
그 비관적인 상황에서 살길을 찾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들이 그리한 데에는 절망적인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뭐죠?”
“그들 사이에 한 가지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능소밀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신마의가를 탈출했던 자들 중에 완벽하게 멀쩡해진 자가 나타났거든요.”
단악선이 깜짝 놀랐다.
신마의가를 제외하고 그 정도 높은 의술을 지닌 의원은 황궁의 어의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능소밀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들을 치료한 의원. 그 의원이 바로 사종악의 사람이었습니다. 그 소문을 접한 이들이 신마의가를 벗어나 대부분 그자 쪽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나요?”
이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먼저 걱정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능소밀이 슬쩍 웃었다.
아무리 외모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들, 단악선은 여전히 단악선이었다.
능소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는 대부분이 완치되었다 하더군요. 게다가 마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합니다. 무공 또한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번강룡의 큰 전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덕분에 사종악이 이끄는 사파 세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성세를 이루고 있었다.
단악선이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능소밀의 성격상 몇 번이나 정보를 교차 검증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선뜻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많은 인원을 치료하는 건 단악선으로서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의원이 모든 이들을 완벽히 치료해 냈다니.
그 정도로 대단한 명의라면 이미 중원의 모든 행림(杏林)에 소문이 돌았을 터.
그런 단악선의 생각을 짐작한 듯 능소밀이 입을 열었다.
“그 의원을 가리켜 천의(天醫)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천의요?”
참으로 광오한 명호였다.
말 그대로 의술이 하늘에 닿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능소밀이 쓰게 웃었다.
“저 또한 그자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합니다.”
“제가 알아봐야죠. 정말 그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닌 의원이라면 꼭 만나 보고 싶으니까요.”
“일단 식사하시고 푹 쉬시지요. 황제와의 알현은 제가 따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럴게요.”
단악선이 조용히 웃었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많이 했지요. 그런데 이렇게 곡주님을 뵈니 보답을 받는 것 같습니다. 곡주님이야말로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능소밀도 위화신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단악선이 이룬 성취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
그 안에서 고요하게 휘몰아치는 존재감은 단악선이 얼마나 많은 벽을 넘었는지 짐작게 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이렇게 가끔 말없이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섬뜩해지곤 했다.
그만큼 무서운 고수로 거듭났다는 방증이었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것인가.’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그래도 어딘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글쎄요.”
십 년간의 일을 회상한 단악선이 애써 웃었다.
“딱히 대단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저…….”
“……?”
“제가 가장 잘하는 걸 더욱 갈고닦았을 뿐이죠.”
“곡주님께서 가장 잘하는 거요?”
단악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참고 인내하는 거요.”
“…….”
능소밀은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차라니 우느니 못한 서글픈 미소를 마주하자 어째선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
“이것도 좀 드셔 보시지요.”
능소밀이 음식을 집어 단악선의 그릇에 올렸다.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난감하게 웃는 단악선이었지만 능소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아서였다.
다음 날.
단악선은 황제를 알현했다.
곤년궁 뒤쪽에 위치한 어화원(御花園).
그 안에 자리 잡은 수많은 정자들 중 유독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천추정(千秋亭)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온갖 나무들과 괴석이 더없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 무렵에 가장 훌륭한 절경을 뽐냈다.
호위를 물린 황제가 물끄러미 단악선을 응시했다.
“많이 달라졌구나.”
“시간이 그만큼 지났으니까요.”
단악선이 웃으며 황제와 시선을 마주했다.
“폐하께서는 변함없으시네요. 유독 세월이 폐하 주변만 비껴간 것 같아요.”
황제가 실소했다.
“근주자적(近朱者赤)인가…….”
“네?”
“짐의 곁에 달콤한 말을 능수능란하게 혀 위에 올리는 자가 하나 있느니라.”
“아!”
그게 누군지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도어사 같은 자는 하나로 족하다. 그러니 굳이 입에 발린 말로 짐의 기분을 띄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
“주의하겠습니다.”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던 황제가 다시 입을 연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그러고 보니 마교를 소탕한 상을 아직 내리지 못했군.”
“제가 원해서 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로 인해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한 것 같고요.”
“짐이 도울 일이 있느냐?”
“이번엔 마교가 아니라 무림의 일이라서 부담되실 텐데요.”
황제가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마교는 역모를 획책한다는 명분이 있어 그나마 황실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지만, 사종악의 경우는 명백히 관무불가침의 원칙에 위배된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들었다.”
“그래서 더욱 폐하께서는 천자로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황제가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너는 내게 바라는 것이 없구나.”
생각할수록 황제는 단악선의 존재가 묘하기만 했다.
새삼 능소밀과 비슷한 부류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자신의 말을 따르지만 결코 손안에 넣을 수는 없는…….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이라도 소유할 수 있는 그였지만 간혹 예외도 존재하는 법.
“바라는 것이라면 하나 있습니다.”
조심스레 건네 오는 단악선의 말에 황제가 반색했다.
“그런가? 고하라. 짐이 듣고 있노라.”
그러나 이어진 단악선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했다.
“부디 우리 능 아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말없이 단악선을 응시하던 황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그답지 않은 눈빛을 흘리며 황제가 조용히 웃었다.
흡족함과 서운함 사이, 그 어딘가를 오가는 복잡한 미소였다.
* * *
설난영이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청명한 하늘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럽기만 했다.
사전에 약속도 없이 찾아온 다섯 명의 사내.
게다가 난데없는 그들의 요구가 더없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설난영이 다시 사내들과 시선을 마주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한껏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사내들의 얼굴이 일순 풀어졌다.
요음난희라는 명호에 부족함이 없는, 마주한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혼을 매혹시키는 그녀의 화사한 미소에 일순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행 중 한 사람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하오문주를 만나고 싶다 했소.”
그 말에 다른 네 명도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자신들이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상기한 그들이 이내 자욱한 살기를 피워 올리며 설난영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사람 상대하는 데에는 이골이 난 그녀였기 때문이다.
“글쎄요. 그리 말씀하신다 한들 천첩으로서는 그저 이 말밖에 할 수가 없군요.”
눈앞의 사내들은 장강수로연맹에서 제법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수채의 채주들이었다.
이어진 설난영의 말에 사내들이 눈썹이 꿈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