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49)
신마의선-449화(449/500)
신마의선 (449)
사실 지금까지 사종악의 세력과 합류하는 것을 두고 내심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였다.
자신의 의향을 떠나, 수하들과 거기에 딸려 있는 식솔들의 안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례 없는 사도종사(邪道宗師)의 출현에 강호 무림 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생겼다.
“제 힘이 닿는 한 전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아무리 사종악의 위세가 대단하다 하나 단악선만큼은 적으로 삼을 수 없었다.
단악선의 부재.
그 십 년의 공백 동안 달라진 무림 정세와 모든 조건을 감안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단악선이 지닌 명성과 영향력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뜻을 함께할 정도 문파가 적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던 사파인들 역시 단악선의 귀환이 알려진다면 다시금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터.
‘무엇보다…….’
비록 지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단악선 뒤에 버티고 있는 괴물들의 존재는 그 누구도 경시할 수 없는 가장 큰 변수였다.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 설난영이 단악선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고개를 끄덕인 단악선이 그녀를 찾아온 진짜 이유를 밝혔다.
“삼마존이 이끌었던 마교의 별동대. 거기에서 이탈했던 이백여 명에 관해 알고 싶어요.”
신지에서의 마지막 결전이 있기 직전.
그곳으로 합류하려 했던 마교의 별동대는 삼몰쌍괴를 필두로 한 사파인들의 설득에 마교를 이탈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무위로 향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그들 중 무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그와 관련해 풍진성에게 설명을 듣긴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확실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듣기로는 누군가가 그들 중 일부를 치료했다더군요. 이에 동요한 사람들이 그 의원을 찾아가기 위해 무위를 탈출했고요.”
공교롭게도 그 의원은 사종악의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사종악 휘하의 전력이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설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의 말씀이시군요.”
“그 의원이 모두를 완치시킨 것이 사실인가요?”
풍진성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악선은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시의 그들은 뒤틀린 마공으로 인한 고통을 억누르는 마약에 의해 심하게 중독된 상태였다.
그들의 치료는 하나같이 난이도가 매우 높았고, 신마의가 내에서도 풍진성이나 주초운 정도의 실력을 지니지 않고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그런 환자들이 이백 명 넘게 몰려들었으니 당연히 신마의가로서는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서 그 많은 인원을 완치시켰다니.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자신의 상식으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단악선이 직접 나선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내 그와 관련한 의혹을 떨쳐 낼 수 없었다.
그런 단악선의 생각을 읽었던지 설난영은 곧장 결과부터 밝혔다.
“놀랍게도 사실이에요.”
“……!”
“정확히 어떤 방법을 썼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완치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요.”
이어진 설난영의 설명에 단악선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이후 그들은 사종악이 이끄는 장강수로연맹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전력으로 자리 잡았죠. 번강룡의 명호가 중원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어요.”
“그들이 사종악을 수로맹주로 만들었다는 건가요?”
“글쎄요.”
모호하게 말끝을 흐린 설난영이 잠시 방소방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러다 이내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두 분의 사이가 각별하니 굳이 숨길 것도 없죠. 어차피 우리도 한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정파와 사파.
그리고 정보를 다루는 집단의 특성상 개방과 하오문은 오랜 세월 동안 경쟁해 왔다.
그런 만큼 분명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존재했다.
방소방 역시 이를 알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향후 우리가 선점하는 정보가 있다면 늦지 않게 하오문과 공유하겠습니다.”
“물론 일시적이겠지요?”
방소방이 멈칫했다.
단악선 쪽을 한 번 쳐다본 방소방이 이윽고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하오문이 먼저 돌아서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귀하의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조용히 미소 짓던 설난영이 다시 입을 연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좀 달라져요. 아무래도 그들 모두가 사종악을 따르는 건 아닌 듯싶어요. 단지 시기가 겹치기에 그리 보일 뿐이죠.”
이어진 설난영의 말에 방소방이 깜짝 놀랐다.
아직 개방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심으로 따르는 인물은 따로 있어요.”
“사종악 그자 외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별도의 지도부가 있다는 뜻입니까?”
방소방의 반문에 설난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설난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단악선을 주시했다.
“그들 대부분은 오직 천의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마치 단 의원님과 신마삼존처럼요.”
그 말에 단악선은 비로소 무언가 실마리를 붙잡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간과하기 쉬우나 치료 과정에서 생겨난 의원과 환자의 신뢰 관계는 강력한 결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환자의 상태와 반비례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상태가 위중했던 환자일수록 자신을 치료해 준 의원을 전폭적으로 믿고 따르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사종악이 탐탁지 않아 한다는 점이죠.”
“천의라는 의원은 처음부터 사종악의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단악선의 물음에 설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죠. 한데 최근 들어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요.”
설난영이 설명을 덧붙였다.
사종악을 따르는 세력.
그 안에서도 천의를 중심으로 결집한 이백여 명의 사파인이 뜻을 달리해 반목하는 경우가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 잠깐.”
말없이 설명을 듣던 방소방이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그렇다면 천의라는 사람의 신병만 확보하면 사종악이 지닌 전력에 큰 공백을 이끌어 낼 수도 있겠군요?”
설난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려울 거예요.”
“어째서죠?”
“천의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거든요.”
이어진 설난영의 설명에 방소방의 얼굴 위로 실망의 기색이 자리 잡았다.
“우리조차 그가 누구인지 몰라요. 나이가 몇 살인지, 어디 출신인지……. 외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성별조차 알려지지 않았죠.”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단악선의 표정에 설난영이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에요.”
설난영의 입에서 뜻밖의 명호가 흘러나왔다.
“삼몰쌍괴. 그들을 찾으면 돼요.”
단악선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염씨 성을 쓰는 그들 쌍둥이 형제와는 일찍부터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향을 치료하기 위해 신마삼존과 함께 처음 중원에 나섰을 때 조우했던 것이 그들과 인연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삼마존이 이끌던 마교의 전위대를 설득해 전장을 이탈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이 천의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나요?”
단악선의 물음에 설난영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정황상 가능성이 꽤 크다고 봐요.”
“……?”
“최근 그들이 장강수로연맹을 이탈해 어디론가 잠적했거든요.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종악은 휘하의 정예들을 풀어 그들을 추적하고 있고요.”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는 단악선을 향해 설난영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들을 찾으면 장강수채 내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나름 처지가 비슷했던 만큼 그들은 천의를 따르던 사파인들과 꽤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정파의 탄압과 등쌀에 떠밀려 마교에 일신을 의탁했지만 결국 그곳을 떠나 중원으로 돌아왔음에도 그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같은 사파인들조차 그들을 경계했고,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사종악이 이끄는 세력의 주요 전력으로 자리 잡은 이후로도 마찬가지.
자신들의 유일한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천의를 중심으로 그들이 결속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때 방소방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어째서 하오문에서 직접 나서지 않는 겁니까?”
이어진 방소방의 말에 설난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하오문주가 삼몰쌍괴의 신병을 구속하고 있다 들었는데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세간의 이목을 우리에게 돌리기 위한 삼몰쌍괴의 연막이죠. 때문에 우리 입장만 아주 곤혹스럽게 되었고요.”
“정말 하오문은 그들과 접촉한 적이 없나요?”
단악선의 반문에 설난영은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이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그것은 하나의 열쇠였다.
군데군데 푸르스름한 녹이 자리 잡고 있는 청동 재질의 열쇠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이건 하오문 문주의 신물이에요.”
방소방이 놀란 눈으로 설난영을 응시했다.
“그걸 어떻게 귀하께서 소지하고 있는 겁니까?”
지부장 중 누군가가 실제로는 하오문의 문주라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의아함과 의혹이 반씩 섞인 방소방의 눈빛에 설난영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문주님은 삼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
예상치 못한 말에 방소방이 놀라는 사이, 설난영이 착잡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갔다.
“원래대로였다면 제가 주도해 차기 하오문주를 선출해야 하지만, 사종악을 필두로 사파 세력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던 터라 엄두를 낼 수가 없었어요.”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오문주의 선출을 위해 지부장들을 소집하면 어떻게든 그 소식이 사종악의 귀에도 흘러 들어갈 터.
하오문주의 자리가 공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그가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하오문 소속이라 하나 일부 지부장 몇 명은 사종악을 열성적으로 추앙했다.
그나마 그들이 대놓고 사종악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은 하오문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종악이 지닌 무력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자신을 따르는 지부장을 하오문의 새로운 문주로 앉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섣불리 하오문주의 자리가 공석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수 없었다.
“문제는 하오문주의 부재 시에도 각 지부는 자율권을 지니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에요. 비록 제가 끝까지 버틴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하오문을 이탈해 사종악 휘하를 자처할 지부가 나올 수도 있어요.”
설난영이 간절한 눈빛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부탁드려요. 하오문이 사분오열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어요.”
하오문의 구성원은 강호의 밑바닥, 가장 천시받는 직업을 지닌 자들이었다.
마부와 짐꾼, 가게의 사환, 거기에 기녀를 중심으로 결성되었으나 현재는 소매치기와 도둑, 노름꾼과 사기꾼도 하오문에 몸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오문이 무림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결코 낮지 않았다.
비록 무력을 내세울 수는 없으나 개방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정보 단체였기 때문이다.
특히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멸시받는 직업을 가진 만큼 그들의 유대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오문을 지탱하는 결속력이 무너진다면 그 위상은 결코 예전 같지 못할 것이다.
하오문은 강호 밑바닥을 살아가는 약자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하오문이 힘을 잃는다면 그들의 삶은 나락에 떨어질 터.
그래서 반드시 하오문이 찢어지는 상황만큼은 막아 내고 싶은 그녀였다.
방소방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련이 결성되기 전에 어떻게든 사종악과 그 휘하의 장강수로연맹을 흔들어야 하겠군요.”
그 말을 단악선이 받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저들의 내부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 실마리는 종적이 묘연해진 삼몰쌍괴가 쥐고 있었다.
“가장 먼저 그들의 행방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