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81)
신마의선-481화(481/500)
신마의선 (481)
숱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서게 했던…….
본능을 넘어선 무인의 감이 이 순간 끊임없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찌익.
단악선의 상의 옆구리 어름이 길게 찢어지며 맨살이 드러났다.
돌연 바닥에서 튀어나온 낚싯바늘 형태의 갈고리가 옆구리를 훑고 지나간 것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손쓰지 못하고 당했을 만큼 지극히 은밀하게 날아든 공격이었다.
게다가.
피잉!
흙바닥을 뚫고 튀어 오른 두 줄기 백색 섬광이 또다시 쇄도해 왔다.
지척에 접근해 있던 갈고리는 비단 하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카카칵!
새파란 불꽃을 남기며 묵룡의 표면을 긁은 갈고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러곤 이내 허공에서 커다란 호선을 그리더니 재차 단악선을 향해 내리꽂혔다.
“이기어(理氣御)의 수법?”
단악선은 비로소 사종악이 이처럼 자신만만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과연 숨겨 둔 비장의 한 수가 존재했다.
처음부터 오죽간에 연결되어 있던 갈고리는 모두 네 개였다.
지금까지 사종악은 그중 하나만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상대로 하여금 고정 관념을 심은 뒤, 때가 되었을 때 허를 찌르는 형태였다.
그런데 정작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따로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전부?”
단악선의 반문에 사종악이 섬뜩하게 웃었다.
“깨달았다 해도 이미 늦었다.”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이기어는 시전자에게 얽매여 있던 무기에 자유를 부여하는 최상승 절예.
실제로도 사종악은 이 수법으로 천하오절 중 한 명인 진명진인을 꺾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네 개의 갈고리.
이를 목도한 단악선은 진명진인이 당한 것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그것도 물속에 은밀하게 존재를 숨긴 채 접근한 암기를 눈치채기란 그만큼 어려웠을 터.
더구나 저 갈고리 하나하나가 모두 시전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이기어의 총화였다.
단악선이 소매를 휘둘러 눈앞의 갈고리를 휘감으려 했다.
그 순간 허공에서 꿈틀한 갈고리가 그대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단악선의 허벅지에 예리한 이빨을 박아 넣었다.
동시에 나머지 다른 세 개의 갈고리도 각각 어깨와 옆구리, 등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스스로 의지를 지닌 듯 방향을 달리해 날아드는 갈고리와 거기에 연결된 날카로운 사검의 연계는 그 자체로 신공절학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단악선의 대응은 의외로 간단했다.
단악선의 손에 들린 묵룡 위로 강기가 불쑥 솟구쳤다.
따다당!
네 개의 갈고리가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재차 궤적을 틀어 단악선에게 쇄도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날아드는 족족 그대로 단악선이 묵룡을 휘둘러 수월하게 걷어 냈다.
사종악의 눈매가 꿈틀한 것도 그때였다.
그제야 자신이 간과한 점을 깨달은 것이다.
눈앞의 묵봉이 닿는 거리.
그 안의 공간 역시 완벽하게 상대의 의지 아래 놓인 절대 공간이었다.
그래서 단악선은 여유가 있었다.
제아무리 상대의 수법이 흉험하다 해도 한설화의 기공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고, 날카롭고 변화무쌍한 초식도 초악량의 금나수에는 견줄 수가 없었다.
기세 역시 마찬가지.
범계위와 비교하면 그다지 대단한 위협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종악은 자신의 수법이 천하의 둘도 없는 절초라 믿는 눈치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깨닫지 못하는 약점이 존재했다.
바로 사검이 엉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각각의 경로가 교차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그 사검의 궤적만 따라가면 갈고리의 마지막 위치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스로 변화를 배제해 한계를 그어 버린 이상 이기어의 장점이 사라지고 반쪽짜리 신공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종악은 점차 초조해졌다.
너무나 수월하게 자신의 공격을 방어하는 단악선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저 시커먼 묵봉은 그에게 있어 최악의 상성을 지닌 무기였다.
검과 달리, 갈고리로 얽으려 해도 그 자체가 둥글고 단단한 금속이라 거는 족족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 순간.
상대의 손에 들린 묵봉에 맺혀 있던 강기가 두 자나 더 길어졌다.
이에 뒤질세라 사종악의 오죽간에서도 강기가 솟구쳤다.
다른 건 몰라도 내공에서만큼은 천하제일을 자부하는 그였다.
기세에서 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카카카칵!
허공에서 뒤얽힌 강기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일대를 집어삼켰다.
그야말로 두 사람을 에워싼 공간은 삽시간에 폐허로 변해 버렸다.
용권풍처럼 사납게 휘도는 경기의 소용돌이.
“크윽!”
그 안에서 한 줄기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종악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반탄력을 채 흘려 내기도 전에 연거푸 들이닥치는 충격에 결국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갈가리 찢긴 소매와 상의.
그 사이로 언뜻 드러난 피부 위로는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누가 봐도 그의 열세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종악은 집요하게 버티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에는 놈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
결국 내공이 고갈되는 때가 올 것이다.
더구나 저렇게 강기를 연거푸 사용하는 이상 그 시기도 앞당겨질 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종악의 낯빛은 점차 창백해졌다.
‘새파란 놈이 어떻게 이런 내공을…….’
사종악이 내심 진저리를 쳤다.
계산이 완전 빗나간 것이다.
이러다가는 오히려 자신의 내력이 먼저 고갈될 판이었다.
그래도 결국 마지막에 미소 짓는 쪽은 자신이었다.
찰나였지만 묵봉에 맺혀 있던 강기가 흐트러지며 팽팽하던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때를 기다려 왔던 사종악이 혼신의 힘을 다해 오죽간을 휘둘렀다.
촤라락.
한 줄기 사검이 목봉을 휘어 감고 갈고리가 사검을 얽어 단단하게 고정했다.
상대의 무기를 완벽하게 봉쇄한 사종악이 회심의 웃음을 말아 올렸다.
“죽엇!”
나머지 세 개의 갈고리가 단악선의 전신 요혈을 노리며 내리꽂힌 건 그 직후였다.
사종악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때.
문득 단악선과 시선이 마주친 사종악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오한을 맛보았다.
‘웃어?’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새파란 강기를 머금은 갈고리는 내력의 공백으로 만들어진 틈을 정확히 헤집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피와 살점을 뿌리며 갈가리 찢겨 나가는 놈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뿐.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득.
단악선이 팽팽하게 당겨진 사검을 향해 손을 뻗더니 그대로 움켜쥐어 버린 것이다.
“……!”
사종악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자체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삭력을 지닌 사검이었다.
거기에 내력이 더해져 그 날카로움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었다.
한데 단악선은 맨손으로 이를 움켜쥔 것으로도 모자라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다.
키잉!
그 무지막지한 악력에 사검이 비명을 지르며 끊어져 버렸다.
서늘하기 이를 데 없는 묵빛 그림자가 허공을 찢은 것도 동시였다.
째앵!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금속성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은빛 광채를 뿌리며 사방에 흩어지는 금속 파편의 비.
단 일격에 자신의 갈고리가 산산이 박살 나는 것을 목도한 사종악은 경악에 눈을 부릅떴다.
시커먼 묵빛 그림자가 그의 가슴을 향해 떨어진 것도 그때였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얹은 채였다.
“빌어먹을!”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사종악이 욕설을 터트렸다.
잠시나마 약세를 보인 것도 자신을 흔들기 위한 기만책이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혔다.
대체 얼마나 얕잡아 보였으면 천하의 번강룡이 이런 수모를 당한단 말인가.
어찌나 화가 치솟는지, 온몸의 진기가 날뛰며 그대로 주화입마에 빠질 것만 같았다.
꽈앙!
단악선의 묵룡과 사종악의 오죽간이 정면에서 충돌한 것도 그때였다.
처음 무기를 맞댄 이후 지금까지 직접적인 격돌은 피해 왔던 사종악이었다.
하나 지금은 분노 때문에 한순간 이성이 마비되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사종악이 쥐고 있던 오죽간이 손잡이 부분만 남긴 채 그대로 박살이 나 버렸다.
사종악은 그제야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크아악!”
사종악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박살 나 흩어진 파편이 그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걸레짝처럼 갈가리 찢긴 그의 의복.
그 사이로 벌겋게 입을 벌린 끔찍한 자상들이 피를 쏟아 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눈앞의 위기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방어는 의미가 없었다.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공격으로 어그러진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이미 몰릴 대로 몰린 상황.
사종악이 불쑥 손을 뻗어 눈앞을 가득 메운 묵빛 잔영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행히 하늘은 아직까지 그의 편이었다.
턱.
운 좋게도 단악선의 손목을 거머쥔 사종악이 회심의 웃음을 머금었다.
“끝이다!”
그러나 상대는 단악선이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북명신공을 익혔다죠?”
우둑.
섬뜩한 골절음과 함께 사종악의 팔이 힘없이 늘어졌다.
가볍게 걷어 올린 단악선의 묵룡에 팔꿈치가 조각조각 으스러진 것이다.
사종악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지독한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후의 한 수가 무위로 돌아간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여길 벗어나야…….’
하나 이를 순순히 허락할 단악선이 아니었다.
쾌애액.
어깨를 향해 날아드는 묵빛 섬광.
이를 눈치챈 사종악이 손잡이만 남은 오죽간을 힘껏 휘둘러 이를 걷어 내려 했다.
하지만 이내 사종악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분명히 날아드는 봉을 걷어 냈다고 생각했다.
한데 차가운 금속성도, 의당 느껴져야 할 묵직한 충격도 없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
자신의 눈앞에서 섬뜩한 예기를 흘리며 웃고 있는 묵봉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한 줄기 전율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뻐억!
온몸이 으스러지고 뒤틀리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사종악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에 떠올라 훨훨 날아갔다.
그토록 자부하던 호신강기는 그 일격에 너무나 간단히 흩어져 버렸다.
“왁!”
입에서 분수처럼 피를 뿜으며 날아가는 와중에도 사종악은 그저 기가 찰 뿐이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초식으로도, 내공으로도 상대가 안 되니 그야말로 속수무책.
자신이 상대할 방법이 전무했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북명신공을 익힌 이후 처음으로 겪는 아득한 절망.
털썩.
십 장 넘게 날아가 바닥에 처박힌 사종악이 간헐적인 경련과 함께 연신 핏물을 게워 냈다.
처음으로 겪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끔찍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벅.
소금을 뒤집어쓴 거머리처럼 바닥에 웅크린 채 꿈틀대던 사종악은 자신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다가서는 발자국 소리에 그만 눈앞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