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vine and Demonic Doctor RAW novel - Chapter (486)
신마의선-486화(486/500)
신마의선 (486)
“아저씨! 잠깐만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 범계위가 의아한 얼굴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왜? 이것도 마저 무너트리면 알아서 기어 나올 텐데?”
단악선이 고개를 저으며 신중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이건…….”
단악선은 언젠가 삼몰쌍괴에게 얻은 정보를 떠올렸다.
“설마 혼자서 완성한 건가?”
“완성하다니? 뭘 말이냐?”
초악량의 반문에 단악선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진법이요.”
천의가 사종악을 위리안치시키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진법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단악선의 설명에 초악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사종악 그자는 이미 도주했거나, 혹은 이 안에 있거나……. 둘 중 하나겠군.”
하지만 여전히 진법 내부의 상황은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천의, 그녀가 탁요신의 진전을 이었다면 눈앞의 진법 역시 범상치 않은 위력을 지녔을 것이 분명했다.
단악선은 전각 주변을 돌며 진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차분하게 점검해 나갔다.
그렇게 한참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와중.
뒤늦게 도착한 한 사람이 있었다.
“광성채의 진압을 마쳤습니다. 어디에서도 사종악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고요.”
제갈산이었다.
그 역시 전각에 설치되어 있는 진법을 눈치챈 듯싶었다.
흥미로운 눈길로 곳곳을 살피는 모습이 단악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진법이 발동되었다는 건 누군가 이 안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제갈산의 말에 단악선이 되물었다.
“천의가 성공한 걸까요?”
“일단 진법을 해체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요. 한데…….”
제갈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이 진법은 그 어디에도 생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해체하는 수밖에요.”
“으음…….”
제갈산이 난색을 표했다.
이미 앞서 진법의 설계도를 확인했던 그였다.
만약 그 도안대로 진법이 완성되었다면 해체는 불가능했다.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던 제갈산이 입을 연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역시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자리에 귀수가 살아 돌아오거나, 이것을 만든 당사자인 천의가 아니고서야 온전히 진법을 와해시킬 방법이란 그야말로 전무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군요.”
단악선의 말에 호기심을 드러내던 제갈산의 표정이 이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파괴하는 수밖에요.”
눈앞의 진법은 고수를 유폐시키기 위한 것.
그런 만큼 내부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충격에도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갈산은 말끝을 흐렸지만 단악선은 이어질 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진법이 붕괴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도 무사할 리 없었다.
단악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저 안으로 들어갈게요.”
모두가 놀란 눈으로 단악선을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단 의원,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
초악량도 고개를 끄덕이며 단악선을 만류했다.
“지난번에도 너 홀로 진법 안에 들어갔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잊었단 말이냐? 아니 될 말이다.”
어느새 한설화는 단악선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안으로의 진입을 허락지 않겠다는 무언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 모습에 단악선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종악이 저 안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마.”
“나도 초 형과 의견이 같아.”
한설화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대단한 절진이라 해도 그들 셋이 나서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박살 낼 수 있었다.
“만약 저 안에 천의가 있다면요?”
“어? 그거야…….”
범계위가 당황해 초악량을 바라봤다.
이에 초악량도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듣자니 천의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자신들이 외부에서 경력을 쏟아붓는다면 당연히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는 저 안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일단 이 진법은 한 사람이 급조한 거라 신지에서의 진법에 비하면 그 위력이 한참 뒤떨어지니까요.”
단악선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십 년 전의 제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허락할 수 없다.”
단호한 초악량의 말에 단악선이 쓰게 웃었다.
“이 진법은 기환진의 일종이 확실해요. 고수 여부를 떠나 일단 안에 들어서면 모든 감각이 무용지물이 되죠. 저 안에서 길을 헤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고요.”
물론 제갈산도 길을 찾는 것이 가능하긴 했으나 저 안에서의 위험을 감당하기에는 무공 수준이 충분히 받쳐 주지 못했다.
이어진 단악선의 설명에 제갈산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내부로 직접 들어가 생존자를 확인해 안전을 확보할게요.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외부의 고수들이 일시에 힘을 쏟아 진법을 파괴하면 되요.”
“확실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범계위가 고리눈을 뜨고 제갈산을 노려봤다.
“저게 눈치도 없이…….”
난데없이 날아든 살기에 흠칫한 제갈산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진법이 파괴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홀로 오롯이 여러 고수의 경력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전 충분히 견딜 수 있으니까요. 다만 문제는…….”
초악량과 한설화, 범계위를 차례로 본 단악선이 곤혹스러운 눈빛을 흘렸다.
“인원이 부족하네요.”
예전에 확인했던 도안에 따르면 눈앞의 진법은 철저하게 오행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진법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고수가 동시에 손을 맞춰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안에 들어가면 외부에는 셋밖에 남지 않는다.
딱 두 명이 모자란 것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고수의 수준이었다.
적어도 신마삼존과 비슷하거나 그에 준하는 무공을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뭐야? 그럼 굳이 걱정할 필요도 없었네?”
내심 안도한 범계위가 긴장을 풀던 그때.
“하여간……. 저 입이 방정이지.”
“뭐야, 마녀. 그거 지금 나한테 한 소리냐?”
한설화의 핀잔에 발끈하던 범계위가 멈칫했다.
나직이 한숨을 흘리는 초악량.
반대로 환하게 웃는 단악선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
당혹성을 흘린 범계위가 홱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눈부신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두 인영이 있었다.
그들을 발견한 범계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네가 왜 여기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장내에 내려선 법료와 강위룡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세 사람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했다.
반면 단악선은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마침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던 때였어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인 강위룡이 자신을 노려보는 신마삼존을 향해 마주 눈살을 찌푸렸다.
“저것들은 왜 저래?”
“아미타불…….”
법료 역시 난감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단악선이 다가섰다.
“도와주세요. 제 눈으로 직접 사종악의 마지막을 확인해야겠어요. 그리고 혹시 저 안에 천의가 있다면 그 사람도 구해 내야 하고요.”
이어진 단악선의 설명으로 상황을 깨달은 법료가 나직한 불호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미력하나마 빈승도 기꺼이 손을 보태겠습니다.”
강위룡 역시 마찬가지.
“나도 도우마.”
초악량과 한설화, 그리고 범계위는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며 쓴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 자부하던 그들이었지만 유일하게 불가능한 것이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단악선의 고집을 꺾는 일이었다.
한 시진 후.
진법 앞에 선 단악선은 결연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초악량과 한설화, 그리고 범계위.
거기에 법료와 강위룡까지.
다섯 사람 모두가 사전에 단악선이 지정해 준 위치를 지키며 대기하고 있었다.
저들 다섯 명의 힘이라면 눈앞의 진법을 파괴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들이 일거에 쏟아부은 경력을 견딜 수 있느냐는 점인데, 이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력은 진법 내부의 기운과 충돌해 상쇄될 것이고, 그래도 남는 여력은 어떻게든 흘려 내 충격을 최소화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자 단악선이 커다란 향을 가져와 불을 붙였다.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향을 꽂아 넣은 뒤 입을 열었다.
“제가 성공한다면 어느 순간 진법이 요동치기 시작할 거예요. 만약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단악선이 손을 들어 타들어 가는 향을 가리켰다.
“저 향의 불씨가 꺼진 다음, 초 아저씨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자신이 지닌 최고 절학으로 진법에 충격을 가하시면 돼요.”
“조심해, 단 의원.”
범계위의 걱정 가득한 눈빛에 단악선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초악량과 한설화의 눈빛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봬요.”
그렇게 모두의 우려를 뒤로한 채 단악선이 눈앞의 진법을 향해 성큼 발을 내디뎠다.
‘역시…….’
갑자기 눈앞의 시야가 이지러지나 싶더니 새롭게 자신을 에워싼 주위의 풍광에 단악선이 내심 침음했다.
분명 눈앞에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뒤틀리고 왜곡된 풍경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게다가 혼란을 가중하는 것은 비단 시각뿐만이 아니었다.
청각과 촉각, 후각에 이르기까지…….
오감 전체가 어지럽게 뒤엉켜 제대로 된 정보를 온전히 인지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도저히 한 사람이 만들었다 믿어지지 않는 위력이었다.
과연 귀수라 불리던 탁요신의 후예다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진법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던 단악선은 내심 기가 막혔다.
오직 살의만을 담고 있는 진법의 흐름.
누구를 막론하고 한번 이 안에 들어서면 결코 살아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설계된 진법은 설계자의 강렬한 적개심이 온전히 담겨 있었다.
얼마나 원한이 뼈에 사무쳤으면 이 정도일까 싶었다.
‘이 안에서는 누구도 버티지 못하겠어.’
하지만 단 한 사람.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단 한 사람에 의해 급조된 진법이었고, 그런만큼 신지에 설치되어 있던 진법과 비교하면 그 위력이 한참 밑돌고 있었다.
비록 어디에도 생문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안에서 길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비슷한 기환진을 겪어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탁요신의 영향을 받았는지 확실히 유사한 점이 많았다.
이윽고 나아갈 방향을 가늠한 단악선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그렇게 신중하게 나아가길 한참 여.
단악선은 결국 진법의 중심이 되는 전각의 기둥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단악선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단악선이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쿠웅.
원을 그리며 나선형으로 비트는 동작.
이를 통해 얻은 힘이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순간, 단악선이 상체를 틀었다.
그렇게 나선을 그리며 전달된 경력이 다리와 허리를 거쳐 회전력을 더한 뒤 온전히 손에 실렸다.
퍽.
단악선이 천천히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대자 처음에는 가벼운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쩌저적!
기둥의 중간 부분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뒤틀리나 싶더니 굉음과 함께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대기가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부탁해요.’
외부에서 해일과 같은 막대한 경력이 쏟아져 들어온 건 바로 그 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