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
미국 피지컬 천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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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소설을 좋아했다.
특히 가슴을 뛰게 하는 모험, 우정, 사랑… 남들에게는 유치할망정, 그런 소년만화 감성의 소설을 특히 좋아했다.
…아무래도 내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쟤는 몸뚱아리가 병신인데 무슨 재미로 사냐?”
“그러게. 나 같으면 콱 죽어버리겠다. 아니지… 쟨 자살도 못하지 않나?”
“와… 그러네. 저 병신은 그럼 어쩔 수 없이 사는 걸 수도 있겠다.”
“……”
보육원 아이들의 말 그대로다.
나는 후천적인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신생아가 쓰레기 봉투안에 버려져 있던 걸 지나가던 사람이 찾아 신고했다.
그때 피투성이의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유전적인 요인이 아닌 물리적인 충격을 통해 척수가 손상되었다고 들었다.
‘뭐, 이제와서 원인이 뭐가 중요하겠어.’
그나마 다행인건 불완전마비라 회복의 가능성이 쥐꼬리만큼은 존재했다는 것?
– 착한 아이지? 선생님 말을 잘 들으면, 우리 철수도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해질 수 있어. 자, 조금만 더 운동해보자.
어렸을 때는 의사 선생님의 응원만 믿고 열심히 재활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효과도 꽤 있는 편이었다.
몇 년에 걸쳐 어느 정도 목을 가누고 한쪽 손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어눌하지만 말도 하게 되었으니까. 다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 이후로 눈곱만큼의 차도도 보이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이 먼저 포기하고 더 흥미로운 ‘사례’로 넘어가셨다.
내가 장애 영유아 의료 시설에서 일반 보육원으로 이송 조치가 된 것도 그맘쯤.
항상 집중 케어를 받던 의료 시설과 달리 보육원의 세계는 가혹했다.
“저런 애는 진짜 세금 낭비 아니냐. 평생 사람 구실 못할 텐데 왜 지원해주지?”
“레알 역겨움. 우린 성인이 되면 보조금 뚝 끊기는데, 장애인 새끼는 평생 놀고 먹잖아.”
“기생충 새끼. 좀 나가 뒈지지.”
곧 독립해 사회에 나가야 하는 아이일수록 더욱 날이 서 있었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무척 마음이 아팠다.
“…미아네. 나도 사회에 도우미 되수 이또로 노력하게.”
“깜짝아. 병신 일어나 있었냐. 그럼 눈 좀 뜨고 있어. 사람 무안하게.”
“그냥 잠자는 척이라도 하지, 눈치도 존나 없다니까?”
“……”
내 나름대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아들은 다 자기만의 상처를 품고 있기에, 방어기제 무척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읽자.’
어쩌면 소설을 읽는 것 또한 나의 방어기제일 수 있겠다.
내가 처한 현실이 너무 가혹하기에, 탈출구를 상상속의 세계에서 찾은 것이다. 주인공에 몰입하다보면 나의 처지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었으니까.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떠나는 모험이 내 죽은 심장을 다시금 뛰게 했으니까.
소설을 매개로 나는 언제든 매력이 넘치는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언제나 차가운 현실로 돌아와야 했지만.
*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나도 사회의 짐덩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거야,’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지만, 전신마비 장애인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소설을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많이 읽었으니까 나도 이쯤되면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으로 도전해본 적은 수두룩했다.
‘정작 쓰는 건 쉽지가 않구나.’
번번이 실패했다. 독자로 살아가며 눈만 높아졌는지, 나의 형편없는 창작 능력에 실망해 작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심 작가의 꿈은 접고,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콜센터, 자료조사원, 원격 비서와 같은 교육을 수료했다.
명예가 따르거나,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구성원으로써 제 역할을 한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밤낮으로 연습하다보니 발음도 많이 좋아져서 긍정적인 면도 없잖아 있었다.
‘나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
직장 동료나, 고객들에게 매일 욕을 먹어 정신력의 소모가 크고,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예전보다 숙면을 잘 취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독서가 훨씬 재밌어졌다.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책 읽던 시기가 그립긴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 틈틈이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는 게 훨씬 즐겁다.’
보육원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시험 기간에 게임이 더 재밌다는 뜻이 이런 의미였을까?
독서의 양이 줄어도 질이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나의 삶은 무척 윤택해졌다.
활자중독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더욱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졌고, 이 무렵에 상상력이 한층 폭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랬다. 내 인생에서 가장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였지만, 내가 작가로써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경험을 하려나?
일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한 지 10년.
내 머릿속에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었다.
가상의 세계였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수많은 소설과 닮은 부분도 있고, 그 어디에도 없는 내 고유의 창작물도 있다.
사람이 사는 세계였다. 내 상상력을 자극했던 인물들이 공존하고 있었고, 자기들만의 작고 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어떨 때는 소소한 일상을 살았고, 또 다른 때는 블록버스터 부럽지 않은 찬란한 액션을 펼쳐냈다.
‘내가 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여기가 현실인가? 아니면 내 머릿속의 세계가 현실인가?’
아주 가끔은, 호접지몽처럼 현실과 머릿속 세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때가 있었다. 아니, 솔직히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가상의 세계에서 몇 시간을 내리 산 적이 많았다.
의사 선생님은 정신병의 초기라고, 약을 처방해주었지만 나는 몇 번만 먹고 나머진 전부 버렸다.
정신병이어도 좋았다. 약을 먹고 정신이 흐릿해지면, 나는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것처럼 식은땀을 흘리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나에겐 가상의 세계가 곧 현실이었다.
*
“철수군.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현실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고 있어요.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현기증이 나 정신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리긴 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지는 느낌이었다.
다만 의사 선생님의 조언 하나는 정확하게 기억했다.
“차라리 그럼 글을 써보세요. 머릿속의 세계에 거니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그것을 현실 세계로 옮겨오세요.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현실의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상태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오랜만에 뭔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다를까?’
궁금했다.
눈만 감으면 선명해지는 가상의 세계를, 과연 현실로 옮겨올 수 있을까. 이제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내 머릿속에는 현실과 달리, 너무나 흥미롭고 다채로운 인물들이 많다. 그들은 전부 제각기 다른 배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조합해 써내려가면 얼마나 재밌을까.
나는 웃었다.
정말 그렇게 간단히, 나의 창작 생활이 시작되었다.
‘너무 재밌다.’
집필은 순탄했다. 아주 즐겁기까지 했다.
내가 말을 하면 노트북이 알아서 내용을 기록해주었다.
가끔씩 입이 메말라 목을 축이거나, 지쳐서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아니면 계속해서 글을 썼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일을 쉬면서 창작에만 몰두했다.
내 인생에서 감히 가장 즐거운 시기였다고 선언할 수 있겠다.
*
‘해냈다.’
1년 만에 무려 100작품을 완성했다. 장르도, 길이도, 내용도 모두 제각각 달랐지만, 나에게는 한 작품 한 작품이 친구고, 가족이고, 또 내 분신 같았다.
“……”
그렇게 100번째 작품을 마무리한 다음날은 집필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통째로 쉬었다.
주마등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쉬기는 했지만, 그동안 내가 쓴 모든 작품들이 차례대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쓰고 나서 단 한 번도 다시 읽어볼 시간이 없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이 기억났다.
‘내가 이런 작품들을 써냈구나. 대단하다.’
스스로 너무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
자고 일어났을 때, 무척 개운한 기분 알아? 얼마나 잘 잤는지 몸이 너무 가볍고, 에너지가 넘치는 거야.
물론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소설을 통해서만 접해봤다고 할까? 전신마비 장애인이었던 나는 항상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으니까.
“흐음…”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그런 느낌이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지금은 아주 잘 알겠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Holy Shit.”
그랬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평생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영어를 유창하게 내뱉었다.
분명 죽음을 맞이한 내가, 너무 팔팔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근데 정작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따로 있었다.
건장한 남자라면 다들 겪는다지만, 적어도 나는 전생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이, 이건 또 왜 이렇게 커??”
너무나 생소한 광경이 나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