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5
105
복싱 결승이 끝나자 한국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의 여섯 번째 금메달은 복싱에서!]다섯 메달은 양궁에서 3개, 펜싱에서 1개, 사격에서 1개.
금메달이 유력했던 태권도와 유도에서 국가 대표들이 분전했으나 아쉽게도 심판 판정 논란,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은메달과 동메달로 그쳤다.
[김로한, WBC 헤비급 챔피언으로써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며 화려한 결승전을 펼쳐.]그런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로한이 값진 금메달을 하나 추가한 것이다.
[대한민국 금메달 순위: 9위→7위]국가 순위가 무려 두 단계 상승하며 잠시나마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으나,
한국이 경쟁력 있는 종목은 전반부에 몰려 있기 때문에 보통 올림픽이 여기까지 진행되면 이 이상의 선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직 수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올림픽 후반부가 남아 있었고, 특히 금메달 37개의 수영, 48개의 육상은 한국이 유독 취약한 종목이어서 다른 나라들의 금메달 잔치를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후반부의 관람객 대한민국. 이번 올림픽은 다르다!]인스타에 올린 육상 훈련 시리즈로 탈지구인의 피지컬을 드러낸 로한.
후반부 일정 동안 기계 체조를 제외하곤 주목할만한 종목이 없기에, 한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로한을 집중 조명했다.
[아직 (피지컬의) 신에게는 10개의 종목이 남았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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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부분의 외신들은 로한의 11종목 참가를 ‘기행’으로 여기는 분위기.
[역시 MZ 세대는 다르다. 올림픽 최다 종목에 참가한 체육인으로 이름 날리기 위해 육상 변방국으로 이적했나.]다만 올림픽에 진심인 미국은 로한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로한 킴(18), 미국 국가 대표 토니 조이스(35)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다.] [복싱 슈퍼 헤비급 금메달, 원래라면 미국의 것?]– Fuck!!! 로한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거 아냐?? 그런 주제에 우리 미국 메달을 강탈해가???
– 육상 연맹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멀리 뛰기랑 허들도 메달권이던데… 이러다 금메달 3개 뺏기는 거 아님??
– 와, 지금 미국 금메달 순위가 1위라지만, 중국이랑 프랑스가 1개 차이로 따라오고 있어. 이러다가…
올림픽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까지 29번 개최된 여름 올림픽 중 미국은 1등만 18번, 2등을 8번, 3등은 2번을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웠다.
1980년, 냉전 당시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던 때를 제외하면 항상 순위 안에 들었으니, 과장을 보태 올림픽은 미국의 파티에 다른 국가들이 머릿수를 채워주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올림픽이 열렸다하면 1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많았으나… 최근 20년은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점점 격차를 줄이는 상황.
[미국 금16, 중국 금15, 프랑스 14로 치열한 순위 경쟁 중!]– 또 중국이야? 개최국 특수로 프랑스가 치고 올라오는 건 그렇다고 쳐도,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중국은 진짜 징글징글하다.
– 인구수가 그렇게 많고, 어렸을 때부터 혹사를 시키는데 성적이 안 좋을 수가. 거긴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인권조사부터 들어가야함.
그들의 압도적인 입지를 위협하는 경쟁 국가의 등장에, 미국은 금메달 하나하나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존에 미국 소속이었던 로한이 금메달을 땄으니, 강탈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림픽 후반부, 미국 최대의 변수는?]– 로한 걔 국대 선발전 보니까 멀리 뛰기랑 허들도 엄청 잘 뛰더만…
– 하나 뺏긴 것도 배 아파 죽겠는데, 우리 홈그라운드인 육상에서도 두 개 더 가져간다??
–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듯. 아마추어 복싱이라지만 10일 동안 3경기나 치름. 결승전은 특히 치열해서 체력 소모 장난 아니고, 긴장 풀리면 늘어지는 거 알지?
– 그것도 있고, 육상 10종목 참가하는 건 선 넘었지. 잘하는 부분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욕심이 과한 듯.
– 로한 볼 때마다 아쉽긴 해. 미국 육상 연맹이 삽질만 안 했어도… 중국이랑 격차 벌릴 수 있는 거 아니냐?
[미국 육상 연맹, “언제나 그렇듯 공정한 선발전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역시 기대해도 좋을 것.”]어쨌든 미국의 황금알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육상 종목이 시작되자, 여러 이유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
내가 참가하는 첫 번째 육상 종목은 높이 뛰기.
미국 국대 선발전에서 경쟁했던 멀리 뛰기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른 종목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멀리 뛰기보다 나에게 더 적합한 종목이기도 했는데…
육상 코치는 나의 간단한 준비운동을 도우며 물었다.
“복싱 결승전의 후유증은?”
“아직 욱신거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예선을 통과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래. 있더라도 네 어깨가 무겁다는 걸 명심해라.”
“넵.”
“너 때문에 내가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적어도 금메달리스트를 낳은 육상 코치라는 명성이라도 얻어야겠다.”
“……”
우리는 예정했던 시간에 맞춰 육상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육상 종목 대부분이 열리는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립 경기장으로 원래 축구 국가대표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챔피언스 리그도 여러 번 개최된 최고의 경기장 중 하나.
오늘은 축구 필드 대신 육상 트랙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
경기장의 규모에 압도되었다.
8만여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
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육상 종목이다보니 적지 않은 관객들이 자리했다.
‘은근히 긴장되는군.’
전 세계에서 최고의 올림피언을 가리기 위한 자리.
아직도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잘 믿기지 않았다.
나는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실내 운동장에서 몸을 데우며, 해머던지기를 비롯한 다른 올림픽 경기들을 TV로나마 즐겼다.
“……”
4년간의 준비가 한순간에 판가름 나는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매번 올림픽을 보면서 내가 건강한 몸이 있었다면 나도 경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망상을 해보곤 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육상 코치와 간단하게 훈련하며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렸다.
하지만 금방 한계가 왔다.
높이 뛰기 예선 시간이 다가올수록 주체할 수 없는 힘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로한 선수. 이제 곧 입장하겠습니다. 대기해주세요.”
예선은 참가 선수 한 명씩 입장하며 시작됐다. 각자의 소개 문구와 영상 자료가 화면에 나갔다.
“…저건 도대체 누가 고르는 거야?”
나는 뛰어나가면서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Rohan Kim]하필이면 ‘망나니 세레모니’의 하이라이트 장면들만 소개되고 있었다.
거칠게 포효하는 모습은 내가 봐도 사람이 아닌 야생의 짐승 같았다.
일단 여기에 있는 8만명의 관객도 적지는 않지만, 육상 종목은 전 세계적으로 억 단위의 시청자를 자랑했다.
나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착하게 웃으면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 와, 표정 봐. 멀리서 봐도 개 무서워.
– 저러니 복싱 챔피언을 먹지. 두 손으로 사람 찢어 죽일 수 있을 듯.
– 오히려 영상은 좀 순화된 모습만 엄선한 건가 본데? 경쟁 선수들은 긴장돼서 제 실력을 보일 수나 있겠어?
“……”
나는 그냥 고개 숙여서 얌전히 입장했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높이 뛰기 예선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세운 최소 기준을 통과한 25개국의 32명이 참가했다.
“……”
유명한 랭커들이 다 모였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나를 의식하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도 이제 끝물인가보다. 흥행성을 위해서라면 저런 애도 섭외하고. 예능 프로인 줄 알겠어.”
“우린 고마워해야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높이 뛰기에 관심 가져주잖아.”
두 명의 미국 참가자가 나 들으라는 듯 노골적으로 지껄였다.
‘아무래도 내가 참여하는 종목에 대한 미국민들의 관심도가 유독 뜨겁다 보니, 둘의 받는 압박감이 상당하겠지.’
아마 본선까지 끝나면 더욱 혹독하게 시달릴 사람들이라서 나는 관대하게 무시했다.
“선수분들의 순서를 알려드릴테니 숙지해주세요.”
내 순서는 참가자 32명 중 마지막.
예선의 경기 방식은 간단했다.
높이는 올림픽 참가 최소 기준인 2.17m부터 시작한다.
각 선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세 번.
기회 안에 통과한 선수만 4cm가 더 높아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행 요원의 안내에 따라 경기가 진행됐다.
“아… 제기랄!!”
큰 무대라 긴장했는지, 모두가 이미 올림픽 전에 충족한 최소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두 명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
“……”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하며 다음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던 통과자들이 일제히 내게로 시선을 모았다.
호기심, 비아냥, 무감정.
나는 차분하게 심호흡을 한 후 곡선으로 뛰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높이 뛰기가 가장 자연스러웠다.’
가장 훈련 기간이 짧았던 종목.
심상 세계에서 익혔던 내용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소 만 번은 시뮬레이션하고, 수백 번 직접 연습한 그대로 곡선 뛰기를 펼쳤다.
탁 타닥 –
일단 주로의 끝에서 일직선상으로 뛰기 시작한다.
나는 평균적인 높이 뛰기 선수에 비해 몸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속도가 꽤 붙어야 했다.
마지막 두 걸음은 곡선으로 뛰어 주로의 중심, 그러니까 내가 뛰어넘어야 하는 가로대(Bar)의 정중앙으로 향한다.
목표한 거리에 도달하면 바로 폭발적인 힘으로 도약. 버티컬 점프야말로 가장 자신이 있는 부분이라 여기까지는 손쉬웠다.
‘지금!’
도움닫기를 하며 생긴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 에너지와 수직으로 도약한 힘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이상적인 동선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몸의 높이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배면 뛰기의 공중 동작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
등과 허리, 그리고 다리를 차례대로 뒤로 젖히면서 만들어지는 아치형의 빈공간으로 가로대를 뛰어넘는다.
착 –
완벽했다.
심상 세계에서 나를 위해 최적화한 높이 뛰기를 현실에서도 똑같이 재현해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다른 선수들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아직 놀라기는 이를 텐데?’
이제 겨우 몸 푸는 단계였다.
*
[사실 높은 점프력과 빠른 발을 무기로 삼는 로한 선수는 높이 뛰기보다 멀리 뛰기가 훨씬 잘 어울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가볍고 가늘어야 포스베리 플롭(배면 뛰기)로 가로대를 넘기가 훨씬 유리하거든요.] [올림픽 최소 기준을 넘었다고 한들, 높이 뛰기에서는 경쟁력이 없을 텐데… 일단 한 번 지켜보도록 하죠. 어쨌든 저런 몸으로 용케 최소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니까 궁금하긴 하네요.] [아, 말씀하시는 순간 뛰기 시작합니다. 와… 진짜 다른 건 몰라도 파워가 넘치네요. 저런 역동적인 무브먼트라니.] [보기는 어떨지 몰라도 한계가 뚜렷한 전략입니다. 저 정도의 덩치에 저렇게 거칠게 뛰면 도약하는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거… 어??? 어????]중계자는 자신의 역할을 잊고 진심으로 놀랐다.
지금까지 수많은 높이 뛰기 선수를 봤지만, 로한만큼 역동적이면서 아름다운 연계 동작을 보여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게 사람의 몸으로 가능한 겁니까?? 1라운드 2.17m를 가뿐하게 넘깁니다. 마침 리플레이 장면이 나오네요.] [등과 허리, 다리로 이어지는 아치 보이세요? 저렇게 완벽한 자세는 제 16년 캐스터 생활 중에도 몇 번 본 적 없습니다.] [자세히 보니 가뿐히 넘긴 정도가 아니라, 훌쩍 넘었습니다. 저거…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높은데요? 이거 경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갑니다.]중계자와 해설자는 좀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만큼 로한의 퍼포먼스는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이어진 2라운드는 4cm 높아진 2.21m.
참가자 대부분이 넘어본 높이였으나, 심란한 기색이 역력했던 8명이 탈락했다.
[저라도 멘탈 흔들릴 겁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에요. 1라운드가 운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2라운드는 오히려 살짝 더 높게 넘어갔어요.] [로한 선수가 너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넘어서, 저 테크닉이 얼마나 수준 높은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딱딱하게 굳은 랭킹 1, 2위 선수들 표정만 봐도 그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3라운드 2.25m에서 몇 명이 더 탈락하고, 마지막 4라운드이자 예선 통과 기준인 2.28m에선 최종적으로 12명이 살아남았다.
“……”
꿈에 그리던 본선 진출. 하지만 아무도 자축하지 않았다.
오히려 탈락자가 후련하고, 진출자는 심란한 얼굴.
[본선을 생각하면 막막하지 않겠습니까. 로한 선수는 2.28m도 한참의 여유를 남기고 넘었습니다. 감히 추측해보건데… 2.39m쯤 되지 않았을까요?] [네?? 2.39m면… 기존의 올림픽 신기록이 아닙니까? 잘 뛰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실측을 해봐야 정확하게 기록이 나오겠죠. 어쨌든 이틀 후에 진행될 본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대부분이 과장이라고 여겼던 해설자의 발언은 이틀 후 다시 재조명받게 되었다.
*
[대한민국 육상의 역사를 새롭게 쓴 김로한! 모국의 품으로 돌아오니 날아올랐다!] [본선 진출자들 결국 2.35m에서 탈락. 홀로 살아남은 김로한, “2cm씩 찔끔찔끔 올리지 말고, 그냥 바로 2.41m로 가시죠?”이라며 자신감 드러내.] [첫 시도에 2.41m를 넘기며 높이 뛰기 금메달과 함께 올림픽 신기록 갱신!!]– 무슨 영화 보는 줄. ㅅㅂ 컨디션 난조인지, 랭킹 1, 2위가 2.35m를 못 넘기고 탈락해서 이미 금메달 확정 지었는데… 거기서 패기 있게 바로 6cm를 올린다고???
– 로한 왜 갑자기 중2병 걸린 것처럼 허세부리냐고 욕하던 애들 다 어디갔냐 ㅋㅋㅋㅋㅋ 현실은 올림픽 신기록 수립자!
– 높이 뛰기가 이렇게 재밌는 종목인 줄 처음 알았음. 얼마나 잘하면 쟁쟁한 본선 진출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거임?
– 근데 솔직히 높이 뛰기보다 같은 날 진행한 창던지기 본선이 더 레전드 아니었냐??
– 인정. 와, 옛날 전쟁에 저런 장수가 튀어나오면 어지간한 석궁보다 창던지기가 훨씬 위협적 아니야?
– 솔직히 진짜 지렸음. 임펙트는 창던지기가 높이뛰기보다 훨씬 컸음.
미국 피지컬 천재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