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6
106
사실 지금까지 훈련하면서 2.39m가 나의 한계였다.
분명 심상 세계에서는 그 이상이 가능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도저히 향상될 기미가 없자 올림픽 신기록인 2.39m 정도로 나는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오니까 로한이 날뛰었어.’
남들이 욕할수록, 무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지켜볼수록, 실패의 대가가 클수록 ‘로한’은 피가 끓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에 바로 2.41m를 도전했고, 가로대를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넘기자 너무 기쁜 나머지 관객들을 보며 포효했다.
[남자 높이 뛰기 최종 결과]1. 로한 김(대한민국): 2.41
2. 일리야 해리슨(미국): 2.35 – 첫 번째 시도에 성공.
3. 톰 로벳(캐나다): 2.35 – 세 번째 시도에 성공.
곧바로 진행된 메달 수여식.
단상에 1~3위가 차례대로 섰다.
나는 퍼포먼스로 복싱 금메달, 그리고 새로 받은 높이 뛰기 금메달을 목에 메고 사진을 찍었다.
형식적으로나마 은메달, 동메달 선수들과도 악수를 하며 사진을 찍는 순서가 찾아왔다.
나는 미국 선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 미국에 남아 있었으면 높이 뛰기는 참가하지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 야. 이 금메달이라도 줄까?”
“……”
노련했던 사진사는 미국 선수의 표정이 썩어들어갈 때를 놓치지 않고 담았다.
다른 멀쩡한 사진들도 있었겠지만, 올림픽 기사는 대부분 그 사진을 게재했다.
– 최근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놓치지 않던 해리슨이… 은메달?
– 나가 뒤져라. 고딩 미식축구 유망주한테 발려?
└ 해리슨한테 실망스러운 건 맞지만, 그건 로한을 너무 깎아내린 듯. WBC 헤비급 챔피언이 우습나?
– 미쳤다. 복싱을 잘하는 게 아니라, 알고보니 그냥 피지컬이 괴물 아님? 피지컬이 좋으니 높이 뛰기도 잘하고, 복싱도 잘하는 거지.
– 좀 무섭지 않아?? 그동안 멀리 뛰기랑 허들만 경계하고 있었는데… 높이 뛰기 신기록을 세운다고?? 설마 나머지 종목들도 허세가 아니라… 실제 경쟁력 있는 거 아냐??
*
창던지기 예선과 본선은 높이 뛰기와 같은 날 진행됐다.
다만 높이 뛰기가 오전, 창던지기가 오후로 나뉘었을 뿐.
“……”
대한민국 창던지기 국가대표 황인철.
그는 높이 뛰기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로한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훈련 때도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에 더 강한 타입인가?’
보통 대부분의 선수는 올림픽 무대에서 긴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랭커가 예선에서 탈락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명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등. 실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올림픽이 재밌는 거다.
‘하지만 로한은 다르다. 설마, 창던지기도???’
예선에선 특별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총 30명이 참여한 창던지기 예선.
황인철과 로한은 예선 통과 기준인 83.50m를 가뿐하게 넘기며 12명의 본선 진출자로 발탁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때 주어진 3번의 기회 중 로한의 최고 기록은 85m.
그의 경력을 따져보면 놀라운 거리인 건 맞았지만, 진천선수촌에서 보여주었던 87m에 한참 모자랐기에 의아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일부러 퍼포먼스로 실력을 숨기는 건지, 아님 여러 종목에 참여하다보니 체력을 안배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일단 예선만 놓고 봐도 전체 5위에 해당하는 기록.
자신보다도 낮은 순위라 기분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걱정이 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래,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냐. 이미 금메달 두 개나 딴 스포츠 스타.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
황인철은 차분하게 몸을 풀며 오후의 창던지기 본선을 준비했다.
*
[창던지기 선수들이 한 명씩 입장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창던지기는 우리 미국에서 비인기 종목이라 그런지, 본선 진출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는 두 명이나 있죠? 최근에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황, 그리고 오늘 오전에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로한입니다.] [말씀하시는 바로 그 순간, 로한 선수가 입장합니다. 어딘가 힘 있게 입장하는 모습이 어디 영화의 메인 보스 등장씬 같다는 짤을 봤었는데, 진짜네요. 포스가 상당합니다.] [이번에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운 선수를 놓고 감히 제가 평가하긴 좀 부끄럽습니다만, 솔직히 높이 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피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강력하고 유연하기까지 한 로한에게 창던지기는 몸에 딱 맞는 옷이 아닐까요?] [따져보니 그렇네요. 이미 높이 뛰기로 증명한 폭발적인 허벅지 힘. 거기에 실제로 쿼터백 포지션을 소화하진 않았지만, 쿼터백 이상으로 잘 던지는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선수죠. 기술적인 부분만 잘 준비해왔다면… 이거 창던지기도 기대할만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아무래도 오전의 충격적인 높이뛰기 본선을 두 눈으로 목격해서 그런지, 미국 측 해설진들의 반응이 훨씬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적어도 로한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뉘앙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반응은 점점 경기장 관람객들에게까지 옮겨졌다.
어쨌든 올림픽은 최고의 운동선수를 가리는 무대.
능력이 없는데 관심을 받기 위해서 11개의 종목을 참가하는 사람은 욕을 먹어도 싸지만, 실제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외의 대상으로 돌변한다.
[12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모두 입장을 마무리했습니다. 본선은 총 2라운드로 진행되죠?] [그렇습니다. 모두에게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가장 높은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6명만 2라운드로 진출합니다.]2라운드 진출자에겐 또 3번의 기회가 주어져, 1라운드와 2라운드 통틀어 최고의 기록으로 최종 순위가 매겨지는 경기 방식.
[특이한 건 이번에도 로한 선수가 마지막 순서네요.] [제가 듣기로 로한 선수가 워낙 화제몰이가 되다보니, 마지막에 배치해야 시청자들이 끝까지 경기를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올림픽위원회가 그걸 참고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봅니다.] [하하하. 그것도 가능성이 있네요. 아! 1라운드 시작됐습니다!]*
“……”
창던지기 본선.
‘나중엔 좀 익숙해지려나?’
여전히 너무 떨렸다. 막상 내 차례가 되면 진정되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준비해온 절반도 제대로 못 보여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저나 4년은 정말 긴 시간이구나.’
이번 창던지기는 저번 올림픽의 메달리스트 모두가 참여했다.
그중에서 은메달과 동메달리스트는 예선에서 탈락했고, 방금 던진 디펜딩 챔피언은 84m를 기록했다.
지난 올림픽에서 87.58m로 우승한 걸 고려하면 스스로도 굉장히 아쉬울만한 성적이었다.
‘언제 기량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항상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하는구나.’
나는 작은 깨달음을 심상 세계에 정리하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내 바로 직전은 황인철 선수.
우리는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됐다.’
나는 그의 투창 자세만 보고도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함께 했던 특훈의 성과가 있었다.
[1라운드 1회차]1. 인철 황: 86.2m
2. 산자이 칸: 85.02m
3. 얀 폴카: 83.98m
“이거지!!”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황인철은 성난 황소처럼 필드를 누볐다.
그의 개인 기록 85.5m를 무려 70cm나 향상시키면서, 그렇게 고생을 했던 86m의 벽을 깬 것.
황인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진행 중. 나는 창을 들고 경기장 위에 섰다.
내 첫 번째 기회이자 1라운드 1회차의 마지막.
나는 숨을 고르며 저 멀리를 내다봤다.
그리고 내 모든 걸 쏟아부었다.
단거리를 뛰 듯 최선을 다해 뛰었고,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창을 쭉 뒤로 당겼다가 온 몸을 던지듯 투창했다.
쐐애애애애액 –
힘 있게 쭉쭉 뻗어나가는 창.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시원했다.
이렇게만 던질 수 있으면 거리 따윈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투창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결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로한 김: 90m]“이건 아니지. 사람이 무슨 기록이 숨만 쉬었다 하면 늘어나?”
황인철은 웃으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잘 나올 줄 알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농담하듯 따졌다.
“일부러 나한텐 하위호환의 테크닉을 가르쳐준 거 아니야?? 분명 나도 너한테 배웠는데, 왜 난 86m에서 멈추고, 넌… 90m까지 치고 나가는 건데??”
다른 선수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면으로나마 창이 떨어진 거리를 확인했다.
정말 정확하게 90m.
아쉽게도 올림픽 신기록에서는 57cm 부족한 거리였다.
이후 1라운드 2회차는 더욱 필사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이스!”
“빌어먹을!!”
실제로 기록이 더 좋아진 선수도 몇몇 있었지만, 창이 경기장 바깥으로 떨어지거나, 출발선을 밟아서 무효 처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로한 선수?”
그러다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대신 창을 내려놓으며 심판에게 말했다.
“2회차 포기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한번 회차가 지나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알겠습니다.”
1라운드 2회차뿐만이 아니었다.
3회차까지 끝나고, 최종 6명이 남아 2라운드를 진행하는 내내 추가 기회를 사용하는 일은 없었다.
남들이 여섯 번 창을 던져 최고의 기록으로 경쟁할 때, 난 심판의 허락을 받아 한 번만 던졌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거리를 기록했고, 아직 남은 종목이 너무 많다.’
[남자 창던지기 최종 결과]1. 로한 김(대한민국): 90m – 1라운드 1회차 기록
2. 인철 황(대한민국): 96.4m – 2라운드 2회차 기록
3. 산자이 칸(인도): 96.2m – 2라운드 3회차 기록
*
‘드디어 육상이군.’
칼 크롬웰은 직책상 육상 종목을 꼭 챙겨봐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즐거운 마음으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의 VIP박스에 앉아 관전했다.
육상은 일개 종목으로 가장 많은 메달이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아들 아레스가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육상 역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멍청한 로한 놈이 삽질을 해준 덕분에, 아레스의 승산은 훨씬 높아졌다.’
[아레스 참가 종목]100m, 200m, 110m 허들, 멀리 뛰기
아마 로한도 국대 선발전때처럼, 그 네 가지 종목에만 참가했다면 아레스를 제법 위협하는 경쟁자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자아가 비대해져서 현실감각이 떨어진 나머지, 로한은 육상에서만 무려 10개 종목을 신청했다.
[로한 참가 종목]100m, 200m, 400m, 110m 허들, 400m 허들, 창던지기, 멀리 뛰기, 높이 뛰기, 삼단뛰기, 혼성 400m x 4 릴레이.
그것도 신체적인 부담이 큰 슈퍼헤비급 복싱 토너먼트를 치르고 나서 참가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로한이 복싱 금메달을 딴 건 유감스럽지만, 어쨌든 결승전까지 치르며 극심한 체력 소모를 한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자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군.’
로한이 이렇게 스스로 몰락해준다면, 자신을 공격하는 여론은 역시 미국 육상 연맹의 선택이 옳았다며 금방 반전될 것이다.
그런데…
쾅 – !
“Fuck!!!!”
창던지기 본선이 끝나자마자 칼 크롬웰은 책상이 부러질 때까지 주먹으로 때렸다.
로한은 기어코 높이 뛰기와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13일차]높이 뛰기 – 로한 킴 금메달 (신기록 갱신)
창던지기 – 로한 킴 금메달
복싱까지 총 3개의 금메달을 따며, 현재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셋 중 하나로 등극했다.
미국의 남자 수영 선수, 그리고 호주의 여자 수영 선수와 현재 금메달 3개씩 동률을 이루고 있는 것.
물론 화제성 자체만으로는 로한을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도핑 검사를 매일 지시해야겠어. 아직도 체력이 남았다고?!’
로한의 주력으로 알려진 멀리 뛰기나, 110m 허들이 아닌 높이 뛰기와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건 미국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무엇보다 내 입지가 더 위험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건 아레스와 로한이 정면으로 맞붙기 전… 로한이 또 한 번 스스로의 발을 묶어버렸다는 것이다.
‘400m 스프린트랑 400m 허들을 참가한다고?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야?’
400m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남자, 우사인 볼트도 훈련이 너무 괴롭다고 피한 거리다.
단거리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100m나 200m보다 10배 이상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400m.
아무리 로한에게 폭발적인 가속도가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리가 짧을수록 의미가 있다.
그의 몸무게와 체격은 400m에서 가장 중요한 지구력에서 치명적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400m 하나도 아니고 400m 허들까지 참가한다면, 로한의 체력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결국 이후의 종목에서는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며,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키겠지.
분명히 그게 이치상 맞는데…
[올림픽 14일차]400m 허들 – 로한 킴 금메달
[올림픽 15일차]400m – 로한 킴 금메달
삼단 뛰기 – 로한 킴 금메달
“……”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