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107
칼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남자 400m 부문은 워낙 쟁쟁한 경쟁자가 많아서, 미국도 운이 따라줘야 동메달 정도를 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올림픽의 금메달, 은메달 선수가 여전히 좋은 폼을 유지한 채 돌아왔고, 자메이카의 세계적인 유망주가 처음으로 참가했다.
‘로한은 당연히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어야 한다.’
칼뿐만이 아니라 육상 전문가들이 목에 핏대를 올리며 비판했다.
– 생각이 있다면 기권을 할 것이다. 올림픽은 ‘경험’ 삼아 가볍게 뛰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체육인은 한 종목을 위해 4년 피땀을 흘려 노력하는 신성한 무대. 로한은 무슨 수집가라도 된 듯, 육상 최다 종목에 도전하는 것 같은데… 그건 선수와 관계자들 모두 조롱하는 행위다.
다른 종목은 몰라도, 로한의 400m 도전은 선을 넘었다는 평가였다.
로한의 피지컬을 감히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지만, 400m는 그만큼 다른 부류의 훈련과 신체조건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로한이 조롱하는 건 다른 선수들이 아닌 바로 나와 육상 전문가들의 식견이었다.’
로한은 400m 허들과 삼단 뛰기에 이어, 400m까지 우승하며 당당하게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칼은 로한에 대한 반감을 뒤로하고, 일단 남자 400m 결승을 다시 돌려봤다.
[탕!]‘스타트가 빨라.’
국대 선발전에서도 일부러 부정 출발로 걸고 넘어진 부분이지만, 로한의 블록 스타트(Block start: 출발대)는 세계 정상급이었다.
‘항상 기계처럼 0.11초대를 유지한다.’
공식 자료가 많이 없지만, 모두 다 긁어모은 결과가 그랬다.
무슨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 놓은 듯, 출발 시작점이 항상 일정했다.
이후의 스타팅 무브먼트는 군더더기 없고, 그의 폭발적인 다리 힘으로 가속도를 높이기 용이했다.
과연 로한은 400m 메달리스트 사이에서도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0m – 100m]“……”
로한의 첫 100m는 파워풀하다.
곡선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폭주 기관차처럼 대단한 기세로 뛴다.
‘400m는 단거리 계의 마라톤이다. 초반부터 저렇게 힘을 빼면 결국 후반부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다.
사람이 호흡하면서 달리면 효율이 좋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장시간 운동하는 게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최소 4~50초 걸린다는 것.
그러니 400m는 무산소운동으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산소 공급 없이, 오로지 이미 몸에 축적되어있는 한정된 양을 불태운다는 의미.
그래서 첫 100m, 200m 구간은 체력의 안배가 중요한 편인데, 로한은 그런 고민은 아예 없어 보일 정도로 기세 좋게 치고 나갔다.
[100m – 200m]곡선을 벗어나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코스.
흔히 ‘활공’ 구간이라고 불린다.
첫 100m 구간에서 끌어올린 속도를 최대한 유지하며 힘을 아껴야 하는 구간이었다.
‘그래도 400m의 기본은 아는 것 같은데…’
로한은 최고 속도를 찍었는지, 두 번째 구간은 기계적으로 뛰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말 그대로 활공하는 상태.
‘그래도 빨라.’
칼이 봤을 때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워보였다.
하지만.
[200m – 300m]로한은 또 한 번의 곡선 코스에 진입했다.
“……!!”
첫 100m 구간에는 치고 나가고, 200m까진 어찌 간격을 유지했다면, 분명 에너지가 방전되었어야 할 로한이 300m까지 다시 다른 선수와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미 실시간으로 한 번 봤던 장면인데도 경이로웠다.
다시 보니까 처음에 놓쳤던 부분도 보였다.
‘로한이 더 빨리 뛰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느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다른 선수들보다 로한이 완만하게 속력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300m – 400m]마지막 직선 구간.
400m가 가장 고통스러운 종목이라는 악명은 바로 최종 구간 때문에 생겼다.
경주 도중 몸 안에 저장해둔 에너지가 전부 고갈되면서 근육에 피로와 통증을 유발하는 젖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로한에게 가장 불리한 종목인 이유도, 근육량이 많고 체격이 크기 때문에 이 구간을 버티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칼도 400m를 훈련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쯤 로한은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시달릴 거라고 예상했다.
“……”
실제로 속력이 떨어지고, 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리에 미세한 경련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로한은 포기하기는커녕 희열에 가득 찬 듯 웃었다.
‘…마치 고통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2등이 막판 스퍼트를 올려,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박빙의 승부!
그러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칼은 눈을 찔끔 감았다.
[남자 400m 최종 결과]1. 로한 김(대한민국): 43.77
2. 개리 가드너(바하마): 43.80
3. 키라니 노르만(자메이카): 44.08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로한은 400m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그것도 겨우 0.03초 차이로.
경쟁자들에 비해 긴 팔다리가 마지막 순간에 도움이 됐다.
“……”
단상 위에서 커다란 여섯 개의 금메달을 주렁주렁 목에 매달고 있는 로한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 누구도 감히 웃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런데 바로 그때.
쿵쿵 – 커다란 발자국 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VIP 박스로 올라왔다.
바로 미국 단거리 육상 코치.
그는 씩씩 거친 숨을 내쉬며 칼을 향해 돌진했다.
“당신! 당신 때문에 지금 내 체면이 바닥을 친 거 알아??”
로한이 금메달을 하나씩 딸 때마다 육상 코치의 무능설이 재조명받았다.
자신의 역량과는 무관한 일 때문에 명예가 실추되니, 그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일.
하지만 칼은 그런 사정을 헤아려줄 아량 따윈 전혀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눈이 있으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봤을 거 아냐! 기자들이 쉴 새 없이 전화를 해서 훈련이 안 돼 훈련이. 다들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칼이 코웃음을 쳤다.
“뭐라고 생각하긴? 내가 꽂아 넣은 낙하산이라고 생각하겠지.”
“뭐?? 낙하산??”
“그럼 아니란 말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육상 코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두고 보라고. 절대 나 혼자 무너지지 않아. 미국 육상 연맹, 미국 올림픽 위원회, 그리고 국제 올림픽 위원회까지 다 들쑤실 거야. 책임 전가할 생각하지 말라고!”
“……”
그러면서 바로 자리를 떠났다.
‘저 개자식이, 감히 누굴 협박해!’
성질 같아서는 소리를 바락 지르고 싶었으나, 이미 근처의 VIP박스 관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칼은 애써 담담한 척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육상 코치 따윈 신경도 쓸 필요가 없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외부 기관, 여론,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받는 무형의 압박에 숨이 턱 막혀왔다.
‘나의 운명은… 아니, 우리의 운명은 아레스의 손에 달려 있다.’
*
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흘러, 올림픽도 삼일만을 남겨두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열기가 식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첫 올림픽에 출전한 로한 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6개 종목 전부 금메달 획득. 육상에서만 5개를 획득하며 올림픽 육상 최다메달 공동 기록!] [핀란드의 육상 영웅 파보 누르미가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육상 금메달 5개 획득. 대한민국의 육상 영웅 로한 김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100년만에 그 전설을 재현하다! …그런데 아직 5개 종목이 남았다??]– 미친. 이거 소설로 쓰면 개연성 없다고 바로 욕 처먹는다. 이게 인생이냐?
– 진짜 이젠 놀랍지도 않고, 너무하단 생각만 듬. 미식축구, 농구, 복싱이면 돈 되는 스포츠는 다 찍먹했잖아? 굳이 육상까지 한다고?? 그것도 다 해먹는다고???
– 와, 파보 누르미와의 평행 이론 개 소름돋네. 똑같이 파리 올림픽에서 육상 금메달 다섯 개라니.
└ 응, 하지만 로한은 복싱까지 여섯 개 메달이쥬? 아직 다섯 종목 남았쥬? 진짜 잘한다고 소문난 멀리 뛰기랑 110m는 시작도 안 했쥬~~
└ 설레발 오지네. 그 두 종목, 아니 남은 네 종목 예선 본선 안 봄? 힘 다빠져서 간신히 통과했잖아. 결국 슬램덩크 엔딩이야. ‘앞의 6개 종목에 모든 힘을 쏟아낸 로한… 결국 아레스라는 막강한 적을 만나 거짓말처럼 참패했다.’
[‘크롬웰의 황태자 vs 사생아 후속작’은 올림픽 육상에서! 아레스와 로한!! 100m, 200m, 110m 허들, 그리고 멀리 뛰기 총 4개 종목에서 붙는다. 과연 최종 승자는 누구?] [400m와 400m 허들에서 젖 먹던 힘까지 전부 다 쏟아 부었나? 비록 4개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성공했으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며 간신히 턱걸이. 예선, 본선 모두 1위로 마무리한 것도 모자라 점점 기록이 좋아지고 있는 아레스와는 상반된 모습.] [육상 전문가들, “로한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면 볼만한 경기가 되었을 테지만, 본선까지의 내용을 봤을 땐 큰 경쟁력이 없어 보였다. 한계에 도달한만큼 부상에 취약한 상태. 차라리 참가를 포기하고 다음 세계 선수권 대회나 올림픽을 노리는 게 나을지도.”]– 그래도 엄청 기대 되는 매치업이다, 인정?
– 여름 올림픽은 양궁만 챙겨봤는데, 이번에는 육상이 양궁보다 더 재밌음.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금메달 절반 넘게 혼자 땀 ㅋㅋㅋㅋ
– 다 져도 상관없어. 이미 세계 최고의 육상 선수 아니냐? 제발 부상 없이 몸 건강하게 마무리 했으면.
*
110m 허들과 200m 결승 당일.
아레스는 악몽에 시달려 잠도 잘 못 잤다.
‘왜 하필이면 육상이 마지막이냐고!!’
안 그래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던 그는 거기에 아주 큰 똥이 더해졌다.
어제까지의 메달 현황을 보면 토가 나올 것 같았다.
[파리올림픽 15일차 메달 집계]1. 미국 – 금29 은31 동25
2. 중국 – 금29 은18 동26
3. 프랑스 – 금17 은23 동10
4. 일본 – 금12 은12 동12
5. 대한민국 – 금11 은4 동8
아직 올림픽 폐막까지 3일이 남았지만, 현황을 보면 미국의 금메달이 역대급으로 낮은 올림픽이었다.
보통 이맘쯤이면 최소 30개 중후반을 찍고, 국가대표의 수준이 높은 올림픽에선 40개 중후반도 우스웠다.
‘하필 내가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이렇게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니.’
그것도 끈질긴 악연, 중국과 금메달 수 동률!
자신이 참가하는 4개 종목의 성적에 따라 실제로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로한보다 금메달을 많이 딸 수 없는 구조 때문에, 최근 며칠 머리카락이 대폭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의 운명까지 떠안게 되다니.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아니지, 다시 생각하면 내가 미국의 올림픽 영웅이 될 절호의 기회다.’
특히 예선과 본선에서 이빨 빠진 로한을 떠올려보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 희생될 악역일 뿐.
아레스는 대회 전까지 몸을 풀면서 최대한 멘탈을 다스렸다.
‘하긴. 체력이 만전이었어도, 110m 허들에선 어림도 없지.’
물론 로한의 400m 허들 경기 내용은 충격적이었지만, 110m 허들에서는 질 자신이 없었다.
국대 선발전 당시, [아레스 12.94초 vs 로한 12.96초]로 승부가 너무 아슬아슬해서 그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을 했던 종목이었다.
실제로 아레스가 가장 재능이 있다고 평가받는 부문이라, 자세 교정을 한 것만으로도 기록이 꽤 단축되었다.
‘다행히 110m 허들이 먼저여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겠어.’
어쨌든 스포츠는 초반의 기세가 최종 성적에 영향을 주기 마련.
아레스는 어떻게든 로한의 기를 꺾어놓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며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남자 110m 허들 결승]33개국에서 총 42명이 출전해, 예선 본선에서 다 걸러지고 결승에는 단 여덟 명이 남았다.
아레스는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이는 로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곧 있으면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지겠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올림픽 카메라가 잘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준비 동작을 잡았다.
탕!
아레스는 최선을 다해 뛰었고, 훈련 때보다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손쉽게 허들을 넘었다.
‘이래서 라이벌이 중요하구나.’
기록을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개인 기록을 갱신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확했다.
“……!”
비록 겨우 0.01초 차이이지만, 기존의 최고 기록이었던 12.90초의 벽을 깨고 12.89초를 기록했다.
“……”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남자 110m 허들 최종 결과]1. 로한 김(대한민국):
반응속도 – 0.110초
기록 – 12.86초 (올림픽 신기록)
2. 아레스 크롬웰(미국):
반응속도 – 0.130초
기록 – 12.89초
3. 한젤 레비(자메이카):
반응속도 – 0.125초
기록 – 13.04초
‘오, 올림픽 신기록???’
미국 피지컬 천재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