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
11
전반전이 끝났다.
원래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는 12분씩 4쿼터로 진행되지만, 오늘은 이벤트성 친선 경기 이기 때문에 15분씩 전반 후반으로 끝.
과연 이변은 없었다.
[후보생 팀 7: 주전 팀 21]로한의 리턴 터치다운 이후 후보생 팀은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반대로 주전 팀은 압도적인 기량차이로 차곡차곡 터치다운을 쌓았다.
“새끼들이 건방지게 말이야. 우리가 방심한 사이 터치다운 한번 했다고 어깨 올라간 거 봤어?”
후반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주전 팀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코치진의 피드백을 받거나 체력회복을 위해 아무 말 없이 쉴텐데, 오늘은 코치진의 간섭이 없는 날이다보니 몇몇이 격양된 얼굴로 떠들었다.
“아직 한참 멀었다 이거야. 러쉬면 러쉬(Rush:돌파 전술), 짧은 패스, 긴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잖아.”
“야 디팬스 라인 애들 봤어?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더라. 우리랑 부딪힐까봐 피하는 놈도 있더라니까?”
“후반전엔 아예 박살내버리자. 다신 미식축구부에 얼씬도 안 거리게.”
서로 낄낄 웃으면서 후보생 한 명 한 명을 깠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절대 언급되지 않는 둘이 있었다.
‘웨이드는 즉시전력감이야.’
웨이드는 후보생 쪽의 공격진. 그가 필드에 나왔을 때 대런은 벤치에 앉아 있기 때문에 웨이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피지컬 괴물이라고 할까? 아직 1학년이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빠르고, 힘도 좋고, 경기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
현재 웨이드가 맡고 있는 와이드 리시버는 보통 다리가 빠르고 손이 좋은 선수들이 맡는다. 수비를 떨쳐내고 중거리 이상에서 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인데, 웨이드는 덩치가 좋아서 그런지 어지간한 태클도 쉽게 떨쳐낸다.
‘여러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와이드 리시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힘과 맷집이 필요한 포지션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로한.’
대런 로저스는 필드의 반대편에서 휴식하고 있는 로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이 기억하는 로한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멍청한 미소와 함께 동료 선수들과 떠들고 있다.
‘저런 성격의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러다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
로한은 갑자기 악당과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런을 가리키고는 경고의 메시지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저 새끼가 지금 우리보고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거지?”
그 모습을 주전 리시버인 사무엘도 봤는데, 웨이드의 활약으로 부쩍 긴장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 더 길길이 뛰며 화를 냈다.
“……?!”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로한이 그 이후에 보여준 행동이다.
로한은 화들짝 놀라며 마치 실수였다는 얼굴로 자신의 뺨을 쳤다.
“…저 새끼 뭐 잘못 먹었나?”
삼류 코미디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에 주전 팀은 잠시 얼어붙었다.
“쟤 진짜 뭔가 이상하다니까? 우리 팀에 들어오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을 거야.”
사무엘은 이해할 수 없는 광기를 목격하곤 섬뜩해졌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런 곁에 앉았다.
“주장. 오늘따라 더 말이 없다? 걱정되는 거 있어?”
“그래. 너도 그렇지만, 나도 올해는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해야 될 것 같다.”
“뭔 개소리야. 우리가 저 애를 쿼터백으로 받아줄 거 같아? 쿼터백은 리더쉽도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받는다고. 인성도 문제고, 언제 주비(Juvenile detention center: 소년원)에 끌려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놈이야.”
“그건 그렇지.”
사무엘은 나름대로 타당한 부분들을 지적했지만, 대런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리더쉽을 빼고는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나보다 쿼터백에 적합해.”
“……”
이번에는 대런의 의견이 타당했다.
주전 팀원들이 자신들답지 않게 후보생들을 열심히 씹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음속 한편으로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웨이드도 거기에 분명 한몫을 보태지만, 로한을 직접 경험한 주전팀 수비진은 그의 영향력을 허세로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팔 힘이 굉장히 좋아.”
쿼터백에게 필수로 요구되는 능력이 바로 멀리 던질 수 있는 팔 힘이다.
‘거의 75야드(69미터)짜리 패스를 정확하게 던졌어.’
일단 필드 자체가 100야드. 그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거리를 한 번의 패스로 연결할 뻔했다.
주전 코너백이 아주 운 좋게 손톱으로 쳐내면서 미세하게 경로가 바뀌어, 웨이드가 공을 놓쳐버렸다.
관중도, 대부분의 선수들도 그 패스는 도박성이 너무 크고 당연히 인컴플리트(Incomplete: 패스 실패) 날거라고 예상했지만, 같은 쿼터백인 대런이나 리시버인 사무엘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웨이드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코너백을 따돌리고 적당한 포지션으로 이동했어.’
‘로한은 그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완벽한 타이밍에 공을 배달했고.’
일단 75야드를 던질 수 있는 힘 자체가 대학은 물론 NFL에서도 인정해주는 명품 쿼터백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75야드를 던지는 것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건 리시버와 수비수의 움직임을 예측해, 터치다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점에 공을 정확히 배달하는 것이다.
“그냥 운이었어. 로한이 어떻게 3~4초 미래를 다 예측하고 던졌겠어. 우연히 맞아떨어진거지.”
“……”
사무엘이 추측이 어쩌면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래도 대런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나라면 로한만큼 할 수 있었을까?’
로한은 후보생들과 팀을 이루었기 때문에 결국 플레이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전선인 라인부터 밀려서 로한은 공을 던질 시간적 여유가 1~2초밖에 없다. 그 짧은 찰나에 모든 말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담아 최적의 플레이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쿼터백이 어렵다. 피지컬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고, 그 어떤 포지션보다 뇌지컬이 중요했다.
거기에 심리전에 능해야 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필드 위의 감독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로한이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해.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절망하기 쉽고, 포기하고 싶어질 텐데…’
로한은 가끔 자기도 상상 못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주눅 들지 않았다. 남탓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스코어야 7대 21점이지만, 로한의 패스가 점수로 이어지지 못한 건 오로지 각 팀간의 기량 차이 때문이야.’
아무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로한과 웨이드는 적응하는 중이다.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돌파구를 필사적으로 찾는다.
지금은 주전 팀이 앞서고 있지만… 추격당하는 입장에서 마음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
후반전은 주전 팀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 뭐야!!! 쟤네가 왜 저기에 있어???
– 미친… 제 정신이 아니네. 미식축구가 만만한가?? 저러다 다치면 욕 바가지로 먹을 텐데.
– 이해가 안 돼… 도대체 쿼터백이 왜???
적지 않은 파동이 일었다.
후보생 팀 수비진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괜찮겠어? 너희가 원해서 허락은 해줬다만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올 필요는 없어. 아직 확답을 주기 이르긴 해도, 사실 너희 둘은 당연히 합격이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공격 코치는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이지만, 내 몸은 감성의 동물이 된 지 오래다.
“모든 경기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닙니까?”
“역시 후보생들의 빌런! 오클랜드 고교가 낳은 최고의 문제아! 그 건방짐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웨이드 존스! 저도 당연히 수비진에 가담하겠습니다.”
“……”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우리의 제안을 수락했다.
좀처럼 공격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 나는 수비진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공격 때는 어렵게 전진하다가 결국 턴오버가 되는데, 주전팀 공격 때는 우리 수비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후보생 공격진 vs 주전 수비진일 때는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 되어 긴장감이 넘친다면,
후보생 수비진 vs 주전 공격진 일 때 너무 원사이드 게임이 되어서 점수를 쉽게 내어주었다.
그러니 후보생 공격진도 힘이 빠지고, 힘이 빠지면 빈틈이 생겨서 공격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대로는 허무하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수비에 가담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고, 코치진도 납득했다.
‘웨이드까지 따라 나선 건 의외였지만, 그가 도움이 될 거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포지션이 있니? 내 생각하기에 너희 둘다 코너백이 적당할 것 같은데.”
코치의 말은 정공법이었다.
코너백은 침투해오는 와이드 리시버를 쫓아서 패스를 차단시키는 역할이다.
최종 수비에 해당되며 패스를 읽는 능력, 공간 감각, 무엇보다 빠른 다리가 필요한만큼 나나 웨이드가 소화하기 좋은 포지션이다.
‘그리고 충돌 위험이 가장 적은 수비 포지션 중 하나라 추천했겠지.’
어쨌든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한다는 건 체력적인 한계에도 부딪히고, 다칠 위험성이 최소 두 배 커지니까 코치로썬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저는 디펜시브 엔드를 맡겠습니다.”
“……!”
머릿속에서 여러 포지션을 고민해봤다. 일단 후보생 팀은 모든 포지션에서 밀렸고, 수비진 어딜 들어가도 전력이 증강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다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디펜시브 엔드가 맞았다.
“그건 좀 위험해. 아무리 가장 자리를 맡는다고 해도 디펜시브 엔드는 라인의 일부다. 최전선에 선다는 건 가장 무겁고 힘 좋은 오펜시브 라인맨을 상대해야한다는 뜻이지. 너처럼 가벼운 스타일은 스쳐도 중상이야.”
코치가 끝까지 뜯어 말렸지만, 난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내 속의 ‘로한’이 무모한 건지, 나도 스포츠 경기의 매력에 빠져 정신이 나간 건지 모르겠지만, 뜻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아주 좋아! 그래 뒤에서 편하게 남의 꽁무니나 쫓는 건 남자답지 못하지. 저 웨이드 존스는 디펜시브 태클을 맡겠습니다.”
“그래, 넌 괜찮겠다. 안 그래도 부탁하고 싶었어.”
“로한은 끝까지 걱정하셨으면서, 저는 너무 바로 허락해주시는 것 아닙니까? 디펜시브 태클은 최전선에서도 중앙인데…”
“걱정은 주전 공격진 라인을 걱정해야지. 살살해라 웨이드. 연습 경기인 것 잊지 말고. 선배들 체면도 생각해야지.”
“…넵.”
사실 나도 웨이드는 걱정이 안 됐다. 타고난 피지컬은 탈 고교급이니까.
– 제정신이 아니야. 쿼터백을 수비 최전선에 써먹는 팀이 어딨어?? 오합지졸 아냐!!
– 웨이드는 제 포지션을 찾은 것 같은데? 진즉에 라인맨을 섰어야지. 재능 낭비하고 있었어.
– 로한 쟤는 살짝만 부딪혀도 날라갈 것 같은데. 주전팀 아주 신난 거봐. 아주 박살낼 생각인가 본데?
그렇게 나랑 웨이드는 공수를 병행하게 되었고, 그것도 수비진에서 가장 격렬하게 충동하는 라인을 서게 되었다.
웨이드는 라인 중앙, 나는 라인 끝.
“내 지시 정확하게 기억하지?”
“지시라니! 너의 지시 따위는 듣지 않는다. 대신 협업 정도라고 해두지.”
“…그래.”
나는 웨이드와 시선을 교환하고 포지션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주전팀 오펜시브 라인맨과 눈이 마주쳤다.
“안 그래도 한 번쯤 정신 교육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발로 찾아오다니.”
“넌 뒤졌다 로한. 앞으로 한동안 병상에서 밥 먹을 생각해라.”
미식축구부에서 유명한 라인 끼리의 트레쉬토크. 플레이가 시작되기에 앞서 열심히 입을 놀렸는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타겟은 나 하나였다.
‘어그로를 끄는 재주가 아주 대단해, 로한.’
나는 한숨을 쉬며 대런 로저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Hut, Hut, Hike!”
오펜시브 센터의 하이크(Hike: 공격의 시작을 위해 다리 사이로 공을 쿼터백에게 던져주는 패스)로 공격이 시작됐다.
공을 잡은 대런 로저스는 라인의 보호를 받으며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만큼 저 멀리 리시버들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전혀 예상조차 못했다.
퍼억!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공격과 수비 라인맨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한다. 일종의 땅따먹기와도 비슷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위해 끝도 없이 민다.
전혀 빈틈이 없어보이지만, 웨이드는 아주 잠깐,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하며 오펜시브 라인 두 명을 밀어냈고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대런 로저스를 태클했다.
“켁!”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당한 그는 볼품없이 하늘을 날랐다.
*
– 와아아아아아아!!!! 지금 쿼터백이 쿼터백을 쌕한 거야???
– 푸하하하, 대런 로저스 표정 봐!! 와, 오늘 짤 몇 개 생성하는 거야?? 포커페이스 다 죽었네.
– 와, 로한 움직임 봤어. 거의 동물적인 날렵함으로 대런 로저스를 덮쳤어. 저걸 어떻게 피해?? 오펜시브 라인들은 뭐하고 있었던 거야??
“도대체 언제…”
대런 로저스는 물리적인 충격도 상당했지만, 정신적인 충격에 좀처럼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후반전 시작.
주전 팀은 어째서인지 아주 긴 경기가 될 거라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