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0
110
혼성 400m x 4 계주.
남녀의 평등과 화합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새롭게 편성된 종목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본선에 온 것만 해도 육상계에 길이 남을 일이었다.
‘확실히 대한올림픽위원회가 기대할만한 유망주들이야.’
어쨌든 올림픽 참가 기준을 통과해 16개팀 안에 들었고, 예선에서 그 절반을 꺾어 8개 팀이 경합하는 본선에 진출했다는 의미였으니까.
하지만 하위팀보다 상위팀과의 격차가 큰 것이 바로 올림픽의 벽.
나와 육상 코치, 그리고 엄마는 심도 있게 상의한 끝에 본선은 기권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 400m가 확실히 신체에 부담을 많이 준다. 어차피 메달 수상권이 아닌 종목에 부상을 감당한다는 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
– 엄마 생각도 마찬가지야. 네가 욕심이 나는 건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마지막 남자 100m에 집중하는 쪽이 좋지 않겠니?
어떤 각도로 봐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결과를 통보하기 위해 선수들을 불러 모으자 선수를 쳤다.
– 로한. 우리끼리 협의를 해봤는데, 본선은 포기하는 게 맞아.
– 당연하지! 예선 통과한 것만으로도 기적 아냐? 참가한 팀이 16곳이라서 그렇지, 사실 전 세계의 모든 팀과 경쟁해서 뽑힌 셈이잖아. Top 8면 완전 최고지.
– 이런 숭고한 무대에서 예선 한 번 뛰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 달성인데, 본선까지 갔다? 이유빈 완전 로또 맞은 거죠.
본선 포기가 당연하다는 식으로 먼저 말하는 셋.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들 진심이었다.
– 솔직히 우리가 아시아권에서나 경쟁력 있지, 올림픽 참가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다 로한 덕분이잖아요. 이 시대 최고의 육상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고 돌아왔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서 고맙기도 했다.
‘……’
문제는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계주 선수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던 것이다.
‘갑자기??’
그러다가 뜬금없이 심상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유빈, 강민호, 박지원.
셋 모두가 파편이 되어서 나의 심상 세계에 ‘기록’되었다.
그들의 파편을 들여다보면 진천선수촌서부터 함께 했던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얘네의 순수한 열정에 감명받았지.’
그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 좋겠다는 권유는 있었지만, 의무는 없었기에 되도록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같이 팀이 되어서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본격적으로 계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더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겨서…’
특히 한 명 한 명이 점점 지치고, 쓰러지고, 토할 때까지 굴리는 게 즐거웠다.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있다한들 강도 높은 훈련에 결국 의지가 꺾이는 모습을 보면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이상한 건가? 다들 한계를 극복해야 비로소 강해지는 거 아닌가?’
이미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때. 모든 걸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의욕을 상실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마련.
그래도 일어나야하고, 그래도 한 걸음을 더 옮겨야 하며, 그래도 스스로의 멘탈을 잡고 포기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계주 선수 셋은 모두 그런 과정을 겪고 다시 일어났기 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계주 훈련에 임했고, 몇 번이고 그들을 꺾었다.
‘진짜 재밌었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내 준비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올림픽의 벽은 낭만으로 허물 수 없다.
탁타닥 –
일단 노트북을 꺼내서 예선의 모든 장면을 다시 시청했다.
경쟁팀들의 선수 한 명 한 명의 특성이 파악될 때까지. 다른 대회의 자료가 있으면 따로 검색해서 챙겨봤다.
어느 수준이 되니까, 그들도 파편이 되어 나의 심상 세계에 떠올랐다.
본선 진출 8개 팀. 그들의 특성, 기록 등이 정확하게 연상되었다.
‘가능성이 있을까?’
나름대로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나는 명상을 하듯 눈을 감고 심상 세계에 깊이 몰입했다.
과연 올림픽의 수준은 높았다.
계주만의 전략과 전술이 있긴 하지만, 일단 개개인의 기량이 부족하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게 된다고?’
나는 단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본선 참가를 결정했다.
*
혼성 계주의 규칙상 주자의 순서는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모든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순서를 들고 왔다.
남자, 여자, 여자, 남자.
1번 주자는 보통 두 번째 빠른 선수로 배치한다.
그래서 우리의 1번은 강민호.
탕 !
‘시작이 좋아!’
미안한 말이지만, 본선의 1번 주자 중 강민호가 가장 느리다.
그래서 내가 집중적으로 전수한 건 스타팅블록, 즉 발 받침대에서의 출발 무브먼트.
원래도 반응속도가 나쁘진 않은 편이었는데, 살짝(?) 굴리다 보니 출발 총성이 들리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 헉, 헉… 로한… 이러다가 그냥 죽을 것 같은데.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 거 맞아? 못한다고 사심 담아서 고문하는거 아니지?
– 로한 선수가, 사람은 쉽게 안 죽어. 함 시험해볼까? 라고 하셨습니다.
– 아, 지금 충분히 잘 배우고 있고,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더 강도를 높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꼭꼭 통역해주세요.
‘엄살은. 역시 하면 되잖아!’
실제로 강민호는 8명의 주자 중 가장 먼저 치고 달렸다.
하지만 400m나 되는 거리를 주파해야 해서 그 정도의 이점은 금방 사라진다.
200m가 채 되기도 전에 모든 선수가 그를 지나쳤다.
‘멘탈이 강해.’
강민호는 그래도 흔들림 없이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너무 뒤처지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간격을 유지했다.
착 – !
이후 우리가 준비한 그대로, 완벽한 터치로 바톤을 이유빈에게 넘겼다.
– 16개팀 중 너희가 최약체다. 지금 와서 더 빨라지길 기대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고, 전략과 기술이라도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계주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바톤터치다.
바톤을 주고받는 주자 교체 구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발이 좀 느려도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다.
20m의 교체 구간 안에서 바톤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뛰는 속도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베스트.
아무래도 혼성 계주에서는 남녀 간의 바톤 터치라 속도 차이와 신장 차이 때문에 프로들도 꽤 지체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내가 최적의 타이밍과 바톤 전달 위치를 주입했기 때문에, 최소 바톤 터치만큼은 우리가 최고.
덕분에 2번 주자 박지원이 꽤 간격을 줄인 채 출발할 수 있었다.
‘박지원은 원래 800m, 1500m의 중거리가 주특기라 가속도나 최고 속도가 부족하지만…’
일단 강민호에 비해 대한민국의 여성 주자들은 다른 여성 경쟁자들에 비해 실력 차이가 적다.
그리고 박지원은 승부욕이 강해서 추격하는 상황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끈기와 인내심이 뛰어나서 400m 중 마지막 100m의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을 잘 버텨냈다.
덕분에 그 구간에서 한 명을 제치고 6위와의 거리를 꽤 줄였다.
‘예상보다 더 좋은 상황이야.’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번 주자는 ‘로한’과 동갑인 18살의 이유빈.
‘여기서 이유빈이라면.. 한두 명을 더 제칠 수 있다.’
그녀는 타고난 피지컬이 굉장히 뛰어나서 어린 나이에 이미 한국 400m 기록을 갱신했다.
그래봐야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 400m 부문에서 최종 5위를 한 다크호스.
대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이런 이유빈의 경험과 성장을 위해서 혼성 계주를 추진한 이유가 컸다.
나는 손에 땀을 쥔 채 이유빈이 바톤 받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뛰는 모습은 나의 심상 세계를 자극할만큼 아름다우니까.
올림픽이라는 무게감 속에서 얼마나 눈부신 재능을 빛낼지 기다리기 힘들었다.
‘……!’
그런데 바톤터치 구간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유빈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바톤을 넘겨받아 가속도를 높였지만, 앞선 미국의 2번 주자가 급격히 몸을 틀면서 진로를 틀어막아 살짝 넘어진 것이다.
이미 미국의 3번 주자에게 바톤을 주고 경기장을 벗어나다가 생긴 불상사였다.
이유빈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시 일어나 뛰기 시작했지만, 그 짧은 찰나 이미 1등과 거의 100여 미터가 벌어졌다.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림픽에서는 줄이지 못하는 격차.
“심판!”
워낙 바톤 터치 구간이 혼잡하기 때문에 간혹 벌어지는 일이지만, 고의성이 증명되면 충분히 실격당할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심판끼리 영상을 돌려보고 상의한 끝에 별다른 제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미국 선수는 6위의 영국팀 주자를 급하게 비켜주다가 일어난 불의의 사고라는 판정이었다.
‘이 자식들이?’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오히려 냉철하게 경기를 지켜보며 다리를 풀었다.
“……!”
놀랍게도 이유빈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억울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제 기량을 펼쳤다.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 채 전력 질주를 하는데 집중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녀의 투지가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그 결과 비록 8위를 벗어나지 못했더라도 하위권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헉.. 헉… 미안해요!”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나에게 바톤을 넘겨주었고, 그제야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는 듯 웃음을 되찾았다.
“……”
나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이유빈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
– 어떻게든 바톤만 넘겨주면, 보여줄 거잖아요?
정신없이 뛰면서도,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1등과의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
오후에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100m를 앞두었기에 무리도 할 수 없었다.
뭐, 낭만에 취해 8위에서 5~6위로 치고 나간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타다다다 – !
굉장히 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는 내 머리와는 달리 몸은 이미 진심으로 뛰고 있었다.
내 망상일 수 있겠지만, 강민호, 박지원, 이유빈의 절대적인 믿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
나는 어깨가 무거워짐과 동시에 몸은 한없이 가벼워지는 모순적인 경험을 했다.
“……!”
갑자기 주변의 모든 관객, 심지어는 경쟁 주자들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남은 400m의 이상적인 주로, 그리고 내 자신 밖에 없었다.
심상 세계가 현실을 뒤덮은 것.
이번 올림픽 기간에서도 딱 한 번밖에 펼쳐지지 않은 절대적인 몰입의 상태.
‘이러다 부상을 당하면?’
잠깐 걱정이 뇌리를 스쳤으나, 몸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선택권이 없었다.
다리가 점점 빨라진다. 고통이 곧 나의 추진제.
나는 내 한계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
[안타깝게 바톤 터치 구간에서 사고가 났지만, 우리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400m 계주 본선에 진출할지 누가 예상했습니까! 그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아직 다들 젊은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와, 이유빈 선수 대단하네요. 크게 당황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뜁니다. 역시 한국 육상계의 샛별! 굉장한 기세예요. 미국 선수와 부딪히지만 않았어도… 잘하는만큼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어린 선수가 투지가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러모로 본 받아야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분명 미래에 큰일을 낼 재목이에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드디어, 이미 세계 정상에 선 400m 금메달리스트 로한 선수가 바톤을 받습니다… 어? 키가 크고 다리가 긴만큼 쭉쭉 뻗어나갑니다. 거기에 폭발적인 허벅지 힘까지 뻗쳐주니… 가속력이 무서울 정도에요!]계주의 매력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한참 뒤쳐진 선수가 갑자기 놀라운 속도로 거리를 좁혀올 때.
관객들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로한의 뜀박질 한 번 한 번에 따라 환호성이 점점 커지더니, 200m를 채 뛰기도 전에 7위를 제치자 경기장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였다.
최하위권끼리의 순위 변동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열광적인 관객들.
[아니, 초반부터 저런 페이스라니요! 거의 뭐 200m 금메달을 땄을 때 정도의 기세 아닌가요?? 저러다 3~400m 구간에서 쓰러집니다.] [말씀하시는 순간 6위도 제쳤습니다!!! 미쳤어요!!! 중위권과도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300m에 가까워집니다.]한국의 중계자는 본분을 잊고, 누구보다도 시청자의 마음으로 리액션을 했다.
폭발적인 속력!
달리기만큼 단순한 게 없지만, 또 그래서 더 경이롭다.
하지만 역시 300m에 도달하자 로한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최후의 100m입니다…! 남은 에너지도 대부분 고갈되고, 움직일수록 고통이 가중되는 최악의 구간이죠. …그런데 로한의 자세와 리듬감이 일정합니다! 남자 400m에서 뛰었을 때처럼 속력이 가장 늦게 떨어지고 있어요. 그 덕에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나갑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아무도 중계자에게 눈치를 주지 않았다. 이미 관객들이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20m를 남긴 지점. 로한은 기어코 네덜란드 주자를 제치고 4위에 오른다.
두 눈으로 직접 봤으면서도 좀처럼 믿기 힘든 퍼포먼스!
이대로 순위가 결정되는 듯했으나…
[갑자기 로한 선수가 막판 스퍼트를 올립니다!!]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육상 선수!! 아니, 전 세계를 대표하는 육상 선수 로한이 기적적인 주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로한이 이를 악물고 다시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비록 1, 2위는 이미 결승 지점을 통과했으나, 아슬아슬한 찰나 미국 주자와 동등한 선에 도달했다.
[놀랍습니다!! 8위서부터 시작한 불리한 레이스. 결국 미국의 스튜어트 선수와 나란히 골인합니다. ….어?!!!! 그런데 보세요!!! 로한이 해냈습니다. 결과를 보시죠!!!]중계자의 목소리가 찢어져서 방송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흥분했다.
경기 현장은 더 심했다.
관객들이 벌떡 일어나 방방 뛰고, 또 소리를 지르는 광란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다시 슬로우모션으로 리플레이되는 마지막 순간.
로한의 머리가 간발의 차로 결승점을 먼저 통과하며, 대한민국이 최종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혼성 400m x 4 릴레이 최종 결과]1. 자메이카:
기록 – 3:09.07
2. 폴란드:
기록 – 3:09.88
3. 대한민국:
기록 – 3:10.21
4. 미국:
기록 – 3:10.22
미국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기록을 확인했고, 반대로 한국 선수들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일제히 달려와 로한에게 포옥 안겼다.
로한은 멋쩍은 얼굴로 강민호를 꾸준히 밀어내며 이유빈과 박지원이랑만 이 기쁨은 만끽했다.
‘비록 동메달이지만…’
어째서인지 성취감과 행복함이 앞선 금메달들보다 크게 다가왔다.
지금의 순간이 실시간으로 심상 세계 속에 기록되며, 하나의 완벽한 파편을 완성했다.
*
혼성 계주에서 모든 걸 불태워버린 나.
올림픽 기간동안 혹사당한 신체가 결국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래도 차마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나머지 무리를 해서라도 남자 100m에 참가했지만, 결국 메달 순위권에 드는데 실패했다.
[……]비록 9개의 금메달, 1개의 동메달로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이 썼으나… 아레스가 첫 금메달을 수상하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
“…헉!”
계주 후 휴식을 취하며 마사지를 받던 중,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최악의 악몽이 곧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갑자기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아주, 고맙네 아레스. 조금이라도 정신이 해이해질 때 긴장을 바짝 하게 해주니.’
나는 한계 돌파했을 때의 감각을 몇 번이고 되새기며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