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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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400m x 4 계주 경기는 처음 소개된 도쿄 올림픽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얻었으나,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종목 중 가장 시청률이 높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역대급 시청률을 자랑한 혼성 계주! 소셜 언급 지수도 천장을 뚫는다.] [육상의 불모지에서 처음으로 나온 메달!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그는 복싱 선수인가, 육상 선수인가. 혼성 릴레이의 역사를 새로이 쓰다.]경기가 끝나자마자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금메달, 은메달의 자메이카와 폴란드가 아니고… 바로 동메달의 대한민국.
아무래도 대한민국 계주팀의 서사를 담은 @annachoice의 [마지막 불꽃] 시리즈 덕에, 시청자들은 선수 한 명 한 명에 더 몰입해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미국 선수의 진로 방해에 자신들이 더 열을 올리며 욕했고, 로한이 꼴찌에서부터 무시무시한 기세로 한 명씩 제칠 때마다 목이 쉬어라 응원했다.
[그들에겐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152.1M views / 13.7K comments
그러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안나는 오로지 대한민국 선수만을 담은 직캠을 편집해서 올렸다.
강민호, 박지원, 이유빈, 그리고 로한.
그들의 절실한 표정과 역동감 넘치는 달리기를 생생하게 담은 영상.
특히 로한의 마지막 400m에서는 현장 분위기를 교차편집하여 몰입도를 높였다.
– 솔직히 로한이 뛰기 시작할 때부터 숨 참은 사람 손?
└ ㄹㅇㅋㅋ 육상을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본 건 태어나서 처음임. 미국놈들은 이런 재미로 보는 거였구나??
– 몰랐는데, 400m는 원래 평균 180cm대가 잘 뛴다며?? 로한은 다른 사람보다 20cm이상 가량 크고 근육량도 많은데… 완전 괴물이네??
최후의 순간. 로한과 미국의 스튜어트가 거의 동시에 골인한다.
– 결과 보여주기까지 1초가 내 인생에서 젤 긴 1초였잖아. 와, 애간장 타는 줄 알았다니까.
– 이게 방송국마다 좀 시간 차가 있는지, 다른 아파트에서 먼저 난리가 나서 스포일러 당함. 어쨌든 나중엔 우리 동까지 난리도 아니었어. 지진 난 줄.
그리고 로한이 수립한 또 하나의 신기록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앵커(Anchor: 마지막 주자)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다. 42.90초]– 아니, 올림픽 기간중에 성장하는 건 사기 아님? 로한의 계주 기록이 자기가 남자 400m에서 금메달 딴 기록보다 0.87초나 단축됐어.
└ 국뽕에 취한 건 알겠는데, 팩트는 알고 가야지. 원래 계주에선 바톤 터치 구간에서 어느 정도 속도가 올라온 상태에서 기록을 재기 시작해서 남자 단독 400m보다 빠른 게 당연한 거야.
└ 이 악물고 내리치고 싶은 건 알겠는데, 팩트는 알고 가야지. 이 세상에서 400m x 4 릴레이를 모든 주자. 그러니까 혼성이고 남자고, 여자고 상관없이! 1~4번 주자 다 통틀어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그것도 1993년도의 42.91초를 31년 만에!!
– 진짜 너무 아쉬움. 이유빈이 켄델이라는 미국여자한테 걸려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금메달 권이었다며? 나중에 미국 제치고 3위했을 때 완전 통쾌했음.
– 순위 확인하자마자 켄델 표정이 젤 썩어들어가더라 ㅋㅋㅋㅋㅋ 나중에 인스타에 ‘진짜 자긴 다른 선수 피해주다가 실수로 부딪힌 거라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호소하다가 전 세계 네티즌들이 욕하니까 바로 런 때리더라.
– 이미 걔 밈으로 조리돌림하는 거 유행임. 한동안 얼굴 못 들고 다닐 듯.
–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재조사한다고 했으니… 참교육 시켜주길!!!
그렇게 네티즌들은 @annachoice의 영상들을 돌려보면서 올림픽의 열기를 달랬다.
– 너무 행복한 올림픽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 와, 남자 100m는 또 얼마나 더 재밌을까?
– 솔직히 개인 금메달 10개 채우면 좋긴 하겠지만… 로한이 계주 끝나고 다리 좀 저는 거 같지 않았어?
– 지쳐보이긴 하더라. 하긴 이미 사람이 아님.
–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무조건 본방 사수!!
– 인간적으로 미국에 메달 한 개는 주자. 로한이 참가한 종목에서는 금메달 구경도 못해봤네 ㅋㅋㅋㅋ
*
육상의 꽃, 남자 100m.
초단거리 경주로 10초를 넘기지 않는 굉장히 짧은 종목이었다.
그런데 겨우 그 10초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올림픽 팬들이 화면 앞에 자리했다.
경기장의 열기는 훨씬 뜨거웠다.
– 벌써 심장이 두근두근거림. 우리나라는 참가하지도 않는 종목인데, 너무 기대됨.
– 올림픽이 이렇게 재밌었나??
바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의 계승식을 목격하기 위해.
이번 파리 올림픽의 100m 우승자는 앞으로 4년, 육상의 제왕으로 기억될 것이다.
– 와아아아아! 시작한다!!!!
결승에 앞서 선수 한 명 한 명이 호명받으며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보통 100m는 남녀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육상 스타가 가장 많이 참가하는 종목.
첫 선수부터 등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 아프리카의 프린스!!
– 오만얄라다, 오만얄라!!
최근 아프리카 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면서, 아프리카 100m 기록을 갱신한 오만얄라.
키는 175cm로 선수 평균보다 낮지만,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며 폭발적인 가속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최고 기록 9.77로 강력한 금메달 후보자이자, 이미 100m 역대 9위의 등극한 아프리카의 프린스.
그는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자신의 주로에 섰다.
이후에도 캐나다의 유망주, 아시아의 희망으로 불렸던 중국 선수등… 쟁쟁한 후보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영향력이 대단한 선수는 둘.
– 우사인 볼트의 후계자다!!
– 어제까지 가장 빨랐던 남자인가??
– 2관왕 가자아아!!!
우사인 볼트가 무려 3번의 올림픽에서 100m 금메달을 독점하고 은퇴한 이후 진행된 첫 올림픽에서 황위를 물려받았던 이탈리아의 자콥스였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100m에서 특히 중요한 스타트 속도가 가장 느린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딴 실력자.
지난 4년 동안 반응속도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최고 기록이 더 좋아졌고, 올해 2관왕을 준비하고 있는 챔피언이었다.
– 어??? 드디어 큰 거 온다!!
그런 자콥스보다 훨씬 인기를 누리는 선수가 있었으니…
– 푸하하하하!! 은메달 4관왕을 노리는 또레스네 또레스!!
– 무시하지마! 한 올림픽에서 육상 금메달 4개 딴 사람은 있어도, 은메달 4개는 없어! 은메달 4개는 없어! …어? 왜 그것만 두 번씩 말해지지?
– 이번에도 기대한다 또레스!!
“……”
이미 이번 올림픽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된 아레스. 그러나 폭발적인 반응에도 그의 표정은 처참하게 일그러지기만 했다.
그리고…
아레스가 입장을 마치자, 8만명이 자리한 관객들이 고요해졌다.
– ……
– ……
과장을 보태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적이 흐르는 경기장.
이미 세계적인 스타에, 자존심은 그 누구보다 드 높은 100m 결승 참가자들도 잠자코 대기했다.
지금까지 모인 선수는 일곱.
아직 한 명이 남았다.
[8번 주자 – 대한민국, 로한 김.]흥행 감각이 뛰어난 관계자들은 로한이 입장할 때는 배경 음악을 틀지 않았다.
덕분에 로한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그냥 정면으로 뚜벅뚜벅 걸을 뿐이었다.
별다른 퍼포먼스가 없었지만, 선수들은 로한이 가까워질수록 커다란 뱀이 온몸을 옭아매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시대 최고의 육상 선수와 함께 경기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선제압이 되었다고 느낀 몇몇은 애써 눈을 부릅떠보지만, 그러다 로한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슬쩍 돌렸다.
“……!”
지금까지 마주칠 때마다 깐족거렸던 아레스도 이번에만큼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커다란 화면에 잠깐 잡혔다.
그래도 웃는 관객은 없었다.
로한이 느긋하게 정열할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그런 자신의 존재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한은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선수들과 나란히 섰으며,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데 집중했다.
“모두 경기 준비해주세요.”
진행 요원의 안내가 있고 나서야 선수들은 분주하게 스타팅 블록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4년간 피땀 흘린 훈련의 결과를, 앞으로 10초 안에 갈아 넣어야 한다.
그 무게감은 선수들 본인뿐만이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까지 전해졌다.
[Set!]신호와 함께 모든 선수가 준비 동작을 취했다.
탕 !
역사적인 남자 100m 경주가 시작 되었다.
‘…말도 안 돼!!!’
*
‘이제 진짜 마지막…’
나는 100m 결승을 위해 입장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모두의 시선에 나 한 명에 꽂혀 있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감각을 모두 차단하고, 오로지 나만의 시계에 몰입했다.
적어도 나의 심상 세계에선 나, 그리고 내가 뛰어야할 주로 밖에 없다.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처음에는 분명 아레스와 칼을 무너뜨리고 싶은 복수심에 올림픽을 준비했다.
내가 활약할수록 둘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런데 정작 참가를 해보니, 올림픽은 진짜 영광스럽고 숭고한 경쟁의 무대였다.
자신을 한계까지 끝없이 단련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내는 곳.
그 순수한 열정에 영향을 받아, 나 또한 최선 다해 임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기존의 실력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한 18일이었다.’
그런 내가 마지막을 대비해 준비한 건 딱 한 가지였다.
[한계돌파]내 몸은 분명 만전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가혹한 일정이었고, 나는 결과를 위해 신체를 혹사시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이미 한계였다. 계주를 치르기도 이전부터.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런 최악의 몸 상태에서도 나는 400m 계주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3종목의 올림픽 신기록을 깼지만, 세계 신기록은 처음.
가장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세운 세계 신기록이었지만, 납득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내 한계를 돌파했다.’
이게 경험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었다.
나도 올림픽이 다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확립되었다.
가장 처음 한계를 극복했을 때는 토니와의 복싱 결승전에서.
그의 절실함과 강력한 의지에 영향을 받아, 나 또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
그 이후에도 언뜻언뜻 이런저런 파편을 모았지만, 정말 확실한 한계돌파는 혼성 계주에서 벌어졌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상당했고, 팀의 단합력이 나를 한계 이상으로 뛸 수 있게 도왔다.
‘남자 400m를 치렀을 때와는 달라.’
그때는 단순히 무리를 한 거라면, 내가 혼성 계주에서 느꼈던 ‘한계 돌파’는 완벽한 조화였다.
내가 펼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자세. 신체에 부담을 주되 부상까지 이어지지 않는 강력한 힘.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마음가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그때 나는 한계를 돌파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게 된다.
‘그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
원할 때 바로 구현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머릿속으로나마 계주의 느낌을 되살리려고 수백 수천번 노력했다.
여전히 어렴풋한 감각.
아쉽지만 더 이상 준비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100m 결승 경기를 앞두고, 눈을 감은 채 집중력을 올렸다.
[Set!]신호와 함께 스타팅 블록에서 준비 자세를 취했다.
탕 !
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남자 100m 출발 반응속도]1. 로한 김(대한민국):
반응속도 – 0.101초
2. 아레스 크롬웰(미국):
반응속도 – 0.125초
3. 기큐유 오만얄라 (케냐):
반응속도 – 0.130초
원래는 평범한 사람처럼 당연히 눈을 뜨고 뛸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감은 상태로 계속 뛰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어차피 100m는 직선 주로.
현실에서는 물론, 심상 세계에서도 만 번에 가깝게 훈련한 코스라서 몸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냥 즐기자.’
올림픽?
한계돌파?
빌어먹을 크롬웰 집안?
잊고 그냥 뛰었다.
뛰고 싶어서 뛰었다.
바람을 가르는 듯한 감각이 좋아서.
터질듯한 근육에 비명을 지르는 고통이 좋아서.
그냥 뛸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해서.
나는 뛰었다.
“……”
문득 위화감이 들어 눈을 떠보니 이미 100m 골인 지점을 통과해버렸다.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머리나 다리를 들이밀 기회도 없었다.
뭐, 기록 따윈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재밌었으니까.
최선을 다했으니까.
“……”
분명 오감이 다 돌아오고, 고도의 집중력이 흩어져 주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늦게 달려오는 선수들을 제외하곤 지금 이 순간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
그제야 나는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봤다.
[남자 100m 최종 결과]1. 로한 김(대한민국):
기록 – 9.55초 (세계 신기록)
2. 아레스 크롬웰(미국):
기록 – 9.68초
3. 기큐유 오만얄라 (케냐):
기록 – 9.71초
“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충만함이 전신을 휩쓸었다.
…단순히 10번째 금메달이라서 기쁜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가족, 특히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다음 조지 코치와 육상 코치, 그리고 계주의 동료들과 이 영광을 나눌 수 있다는 행복감.
마지막으로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모두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었다는 만족감은 내가 감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감각들이었다.
남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봤으면 하는 경험.
‘이런 감정들을… 소설에 녹여낼 수 있을까?’
나도 결국 작가인 건가… 이런 순간에 그런 생각부터 들다니.
*
“로한 선수!”
모든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관계자 중 한 명이 다급하게 나를 불러세웠다.
“그분이 급하게 찾으십니다. 일단 전화 연결을 해드려도 될까요?”
미국 피지컬 천재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