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2
112
2024년 파리 올림픽.
남자 100m 종목을 마지막으로 로한의 올림픽 여정이 막을 내렸다.
[육상 10개 종목에 참가하여 9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 모두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육상의 역사를 새로이 쓰다.] [로한! 미식축구, 농구, 복싱, 이젠 육상까지…!! 과연 그의 한계는?] [스포츠 업계의 공룡 ‘니케’와 조던, 르브론급 슈퍼딜을 체결한 로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으로 ‘니케’의 기둥 하나가 흔들린다고…]올림픽 복싱 금메달까지 포함해 총 10개의 금메달과, 어째서인지 가슴팍의 정중앙에 매단 혼성 계주의 동메달을 주렁주렁 차고 있는 로한의 사진은 전 세계의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그가 참여한 모든 종목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하나도 빠짐없이 천만 단위의 조회수를 자랑했는데…
그런 로한의 역사적인 올림픽 성적을 돌아보는 몇몇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니케]의 본사.
“주목. 하던 거 다 멈추고 일단 회의실로 모여.”
글로벌 마케팅 B팀은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대회의실에 모였다.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우리 팀이 관리하는 ‘니케’ 선수들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메달을 따면 즉각 현황판에 업데이트하도록.”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니케]에서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였다.
[니케]와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한 선수 수백 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기 때문에, 그들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책임이 있었다.“인터넷 반응도 체크하고. 밈이 될 조짐이 보인다 싶으면 바로 긁어. 나중에 광고로 쓰거나, 상품 런칭할 때 필요할 수 있으니까.”
마케팅 B팀은 올림픽 기간 내내 대회의실에서 출퇴근을 하며, 제각기 다른 종목일지라도 함께 모여서 올림픽을 시청했다.
“……”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한 가지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한 선수의 화제성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참가하는 선수는 여러 지역 대회에서 활약을 펼쳤으나, 대부분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올림픽을 통해 메달을 따면서 화제성이 올라가는 구조.
반면 로한은 이미 WBC 복싱 헤비급 챔피언이자, 최근 미국 국대 선발전 이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선수 화제성 지수]1. 로한(복싱/육상): 6% → 11%
2. 아민(축구): 2% → 4%
3. 토니(복싱):1% → 3%
특히 어지간한 타이틀 방어전보다 화끈한 화력으로 복싱 금메달을 따자 화제성 지수가 무려 11%를 찍었다.
그러니까 지난 24시간 동안 올림픽 선수를 검색한 총합을 따지면 11%의 지분을 무려 로한 한 명이 차지했다는 것.
올림픽 기간동안 동시에 진행되는 수많은 종목과 거기에 참가하는 선수의 수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뭐, 그날 진행되는 종목에 따라 지수는 크게 변동하니까.”
디렉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부팀장 츄는 생각이 달랐다.
‘올림픽 후반부는 대부분 육상인데?’
이번에도 츄의 생각이 맞았다.
로한은 후반부에 매일 한두 개의 금메달을 따며, 수많은 하이라이트 영상과 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올림픽 선수 화제성 지수]1. 로한(복싱/육상): 11% → 19%
2. 아레스(육상): 0.9% → 2%
“벌써 금메달 4개라고??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유리멘탈인 디렉터가 담당 선수의 활약에 기뻐하기보단 눈에 띄게 초조해져갔다.
“로한 선수가, 이걸 다 예견하고 그런 인센티브 계약을 내걸었을까요?”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디렉터는 단정지었지만, 츄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로한은 미식축구, 농구, 복싱, 육상 4개 종목에 대한 대규모 스폰서쉽 계약을 맺었다.
당연히 수준 높은 대회에 참가할수록 선수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마련.
로한의 경우에는 S급 프로 계약이었기에, 국대로 올림픽에 참가하고 메달을 따기만 하면 100만불(=13억)을 보장하는 조건을 추가 협상했다.
– 이것도 굉장히 신경 써주신 추가 계약인 건 알지만… 혹시 수정이 좀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로한은 큰 금액을 보장받기보단,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커지는 계약 조건을 선호했다.
– 그런 보너스 구조가 있기는 하지만,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보장 금액이 클수록 변동성이 적다.
반대로 성과에 따른 보너스의 변동성이 크면 보장 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로한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조건을 선택했다.
[기본 보장 금액: 5만불(=6500만원) [제곱수: 2]금메달의 수에 따라 기본 보장 금액에서 2의 거듭제곱수를 곱하여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 지금 육상 종목에서 한 번에 획득한 최다 금메달 수가 5개입니다. 로한 선수께서 기적처럼 동률을 이룬다고 하면 1.6밀리언(5만불 x 2 x 2 x 2 x 2 x 2), 즉 제가 제안해드린 원래의 보장 금액의 1.6배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적어도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 로한의 금메달 수는 2개. 어쩌면 3개라고 보고 있었다.
‘이 조건으로 계약을 강행하면 최대 기대 금액이 40만 불 수준이라는 거지.’
물론 그것도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차라리 큰 리스크 없이 100만불을 보장받는 게 훨씬 낫다.
디렉터는 로한을 위해서라도 끈질기게 안전한 계약을 권유했지만, 로한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디렉터님 그때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는데, 이제보니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으시네요? 뿌듯하시죠??”
“……”
그런데 막상 까보니… 로한은 규격 외의 천재 육상 선수.
결국 금메달 10개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커헉…!”
돈 계산을 해보던 디렉터는 뒷목을 움켜잡았다.
로한에게 지급해야 할 인센티브, 5120만불.
자신이 기존에 제안했던 100만불에 비해 51배나 늘었다.
그만큼 불가능한 업적을 이룩한 전설의 선수.
[올림픽 선수 화제성 지수]1. 로한(복싱/육상): 19% → 45%
2. 아레스(육상): 2% → 25%
대신 홍보 효과도 역대급이라 손해는 보지 않을 수준.
디렉터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디렉터님?”
그런 디렉터의 심리를 너무도 잘 이해하는 부팀장 츄는 짧고 굵게 격려했다.
“아레스와 계약한 마케팅 A팀을 떠올려보세요.”
“…좋은 지적이다! 이럴 때가 아니라, 내가 당장 그 친구를 위로해주러 가야겠군.”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회의실을 떠났다.
*
남자 100m 메달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국제 올림픽위원회의 중역이 급하게 나를 찾았다.
“로한 선수! 그분이 급하게 찾으십니다. 일단 전화 연결을 해드려도 될까요?”
‘누가 나한테 전화를?’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뜬금없이.
하지만 상대가 너무 다급해 해서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 전화 통화하기가 참 어렵더구나.
“할아버지?”
다름 아닌 J.P 크롬웰이었다.
– 그래. 손자 소식을 방송으로밖에 접하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했다.
“아, 올림픽 기간에는 핸드폰 없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 선수촌 입소 기간에도?
“그땐 더욱 그렇죠. 한국에선 그런 부분에 대한 규제가 심하더라고요. 굴러 들어온 돌이 몸 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 ……
할아버지는 잠깐 말이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까?
– 그래도 이적 건은 이 할아버지랑 상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번쯤은 이야기하실 줄 알았다.’
나는 슬슬 할아버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일단은 맞장구를 쳤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요. 그리고, 칼이나 아레스. 할아버지가 아끼는 사람들 아닌가요?”
어쨌든 내가 미국 국대를 포기한 건 미국의 육상 카르텔, 특히 칼의 저열한 수법에 넌더리가 나서였다.
[이미 차머스와 다리우스 때 경험했겠지만, 집안싸움만큼 추한 것이 없다. 아버지가 따로 지적하지 않으셨지만, 실제로 심기가 무척 불편해지셨지. 우리는 깔끔하게 교통정리하는 게 어떨까?]자기 딴에는 당시 내가 노렸던 네 종목 중 두 종목은 아레스, 두 종목은 나에게 나누어줬다고 으스댔지만… 그게 얼마나 공정하고, 자신은 차머스와 달리 관대하다 어필하는 것이 역겨웠다.
–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라… 뭐, 우리의 왕국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칼을 이용해 너의 앞길을 막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할아버지가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로한은 집안에서 쫓겨난 엄마의 영향으로 할아버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반면 칼이나 아레스는 J.P의 인맥과 자본력을 통해 육상계의 로열로드를 걸었다.
가장 좋은 시설, 업계 최고의 코치, 때로는 대회의 규칙을 바꿔가면서까지 지금의 입지를 다졌다.
‘나한테 서슴지 않고 암수를 펼친 걸 고려하면, 내가 처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겠지.’
아마 그들은 미국 육상계의 독이지 않았을까?
– 그건 네가 나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자연의 규칙은 자비롭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세계. 부당할지라도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어야 진정한 챔피언이 될…
그놈의 뒤틀린 사상은 들을 때마다 속이 메슥거렸다.
“어쨌든 이미 알고 계시면서 묵인하셨다는 거죠.”
– ……
J.P는 다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용건이 끝났으면 내가 먼저 끊겠다고 말을 하고 나서야 다급하게 덧붙였다.
– 그래 국적은 어떻든 상관없다. 오히려 신의 한 수였어. 결국 칼과 아레스를 국민의 심판대에 서게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작년에 제안했던 것처럼 이름을 개명해줘야겠다.
“……”
이번에는 내 말문이 막혔다.
‘진짜 사고방식 자체가 남다른 사람이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건 왜죠?”
– 너는 단순히 네가 잘해서 미식축구든, 복싱이든, 혹은 육상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유전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었나?
“……”
– 다이애나와 칼의 엄마는 내가 전 세계를 돌아 수십만 명을 걸러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다. 당시에는 기술력이 지금만큼 좋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낙태도 여러 번 한 끝에 다이애나가 태어났으니… 네가 누리고 있는 육체는 이 ‘크롬웰’의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아, 그렇군요.”
J.P는 아무렇지도 않게 개소리를 한 후 나를 어르고 달래듯 말했다.
– 물론 이번 올림픽에서의 대활약은 네 노력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집안을 드높인만큼 적지 않은 보상을 약속하지.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개명을 하여, 네 진정한 이름을 세상에 알리거라. 그렇게만 한다면 내 후계자로 너를 선언하겠다.
‘……!’
정식 후계자.
순간 J.P가 일군 ‘왕국’이 뇌리를 스친다.
[Cromwell]– 농구 의류/용품 스포츠 브랜드
– 시총: 50조 → 60조
– 내가 복싱 챔피언으로 등극했을 때부터 서서히 가치가 오르더니, 올림픽 기간 동안 주가가 폭등함.
[Future VC]– 크롬웰 집안의 벤처 투자 회사.
– 운용자산: 10조 → 20조
[Future Marketing]– 퍼스널 브랜딩 / 프로덕트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마케팅 회사
– 가치 10조
그 이외에도 여러 계열사를 포함하면 200조 이상의 벨류에이션(Valuation: 평가가치)를 자랑하며, 지난 50여 년간 J.P가 쌓은 인맥과 권력은 수치로 환산이 안 된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 잘 생각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테니, 그 때를 놓치지 말고 먼저 발표를 한다면…
*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기자회견.
아무래도 내가 참가한 종목이 워낙 많다 보니, 한 경기가 끝나고 짧게 소감을 말할 기회는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질문을 받고 답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지금 팬분들에게 전할 말이 있을까요?”
“지금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유독 동메달을 애지중지하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좋은 질문들이 많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답변을 했다.
그러다가 시종일관 나에게 눈짓을 보내던 미국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로한 선수, 무려 1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의 새로운 신기록을 세우셨습니다. 역시, 크롬웰의 유전자는 뭔가 남다른 겁니까?”
‘J.P의 마수가 안 닿는 곳이 없군.’
나는 피식 웃으면서 되물었다.
“기자님의 질문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 다른 나라 분들에게는 좀 생소할 수도 있겠네요. 소개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는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크롬웰 집안은 현재 다양한 스포츠에서 정상급 선수를 배출한, 미국 최고의 엘리트 체육인 집안입니다. 복싱, 미식축구, 농구, 야구등 다양한 스포츠의 프로리그에서 현역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이 정도면 매크로 아니야?’
크롬웰에 대한 광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을 청산유수처럼 풀어내니,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로한 선수도 이렇게 올림픽의 역사를 새롭게 쓸 정도로 대단한 피지컬을 타고났습니다. 크롬웰의 유전자가 진짜 특별한가봅니다?”
“아.”
올림픽 메달 11개의 영광을 모두 크롬웰 집안의 위대함으로 돌리려는 얕은 수.
거기에 내가 본격적으로 개명을 하게 되면, 크롬웰이란 이름이 올림픽의 전설로 남는다.
적어도 누군가가 내 기록을 깨기 전까진.
나는 그런 J.P의 큰그림을 갈가리 찢어버리기로 했다.
“특별한 건 크롬웰의 유전자가 아닌, 바로 김씨의 유전자 아닐까요?”
“네? 지금까지 육상 메달 한 번 못 따본 한국의 김씨요?? 하하… 재밌는 농담…”
나는 웃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자도 웃음을 뚝 그쳤고, 기자회견에 자리한 모두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기자님의 말씀대로 그쪽 집안 사람들, 운동 좀 하는 건 맞지만… 저한텐 안 되던데요?”
“……”
“…제가 그들과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그건 제게 김해 김씨의 피가 흐른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이어서, 할아버지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말을 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