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3
113
J.P.는 로한의 도발적인 공식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웃음을 흘렸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터뷰 내용에도 평정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는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장이었기 때문이다.
‘젊다는 건 좋은 축복이면서도, 멀리 내다볼 지혜와 여유가 없다는 뜻이지.’
NBA에서 20년 동안 정상에 머무른다는 것.
역대 최고의 센터로 아직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점은 순수하게 농구만 잘해서 얻을 수 있는 위상이 아니었다.
자기의 말이 법인 줄 아는 고참,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신참. 그 이외에도 수많은 선수와의 끊임없이 서열 정리를 해야 한다.
경력이 좀 차면 자신을 배제한 팀 리빌딩에 일찌감치 대응하기 위해 프론트, 감독, 그리고 구단주와 신경전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실력이 받쳐주면 수월한 편.’
언제든 도태될 수 있는 살벌한 정글로 내몰려지는 시기는 바로 은퇴했을 때.
그냥 모아놓은 돈으로 그럭저럭 살지. 스포츠 채널의 패널로 성장하며 그래도 유명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이런저런 사업으로 빠르게 자산을 탕진할지.
조던처럼 영원불멸한 No.1으로써의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한, J.P 급의 선수들은 보통 정해진 수순을 따른다.
‘잠깐 반짝이는 선수들은 많으나, 대대로 가문의 이름을 이어 나가는 집안은 적다.’
J.P는 NBA에서 20년간 치열한 경쟁을 하며 터득한 노하우가 상실되는 것이 아까웠다.
자녀들이 밑바닥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사업을 물려받고 그것을 성장시키는 것이 부의 되물림.
당연히 자녀들의 스포츠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사업적 수완이 좋았던 J.P는 주변의 선례들을 보고 깨닫는 바가 있었다.
‘스포츠 집안이라고 하더라도, 부모보다 더 성공한 자녀가 있고, 부모의 그림자에 가려져 제대로 된 프로 생활도 못하는 자녀가 있다.’
여러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그는 성공에 필수불가결한 두 가지 요소를 뽑을 수 있었다.
일단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
신체적인 조건과 기본적인 운동 신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후의 노력은 크게 의미가 없다.
두 번째는 제대로 된 환경 조성과 철저한 관리.
스포츠를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빠뜨려야 하고, 한계까지의 성장을 위해선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시스템인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3대가 이어지기만 한다면, 비로소 크롬웰 집안은 영원불멸할 수 있다.’
실제로 그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상황이다.
2세대의 차머스와 칼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탄생했고, 3세대에 이르러서는 다리우스와 아레스처럼 훨씬 다양한 종목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 J.P가 꿈꿨던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자 크롬웰의 유산이 집대성된 피지컬 괴물.
‘로한.’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J.P도, 로한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방면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로한은 크롬웰 집안의 부흥을 더욱 빠르게 크게 이뤄줄 주역이 분명했다.
말 그대로 지난 50여년 간, 왕국의 건설에만 미쳐 있던 J.P가 갸륵해 신 내려주신 선물이 확실했다.
‘그래, 아무런 역경과 고난 없이 진정한 왕국을 설립할 수 없지.’
그런 자신의 백년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할 당사자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것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올림픽 영웅의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1: 말이 좀 이상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성공에 크롬웰의 도움은 없었다는 건가?
로한: 무슨 도움? 내가 모르는 걸 기자 당신은 알고 있나?
기자1: 유명한 스포츠 집안에서 태어나 훌륭한 재능을 물려받은 걸 많은 사람이 부러워할 것이다.
로한: 수준이 떨어지니, 이번만 답하고 당신의 질문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아버지의 기준에 맞지 않는 배우자를 맞았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았다.
로한: 어렸을 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아레스나, 다리우스와 달리 나는 홀로 서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관심을 보였다. 유전자라도 물려 받지 않았냐고? 아까도 말했지만, 크롬웰의 피가 더 진한 이들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
기자2: 메달 최종 집계를 확인했나? 축하한다! 대한민국의 금메달 중 60%이상은 로한 선수 혼자서 획득했다.
[파리올림픽 최종 메달 집계]1. 중국 – 금36 은32 동32
2. 미국 – 금35 은43 동31
3. 프랑스 – 금22 은29 동19
4. 대한민국 – 금16 은6 동11
5. 일본 – 금15 은14 동17
기자2: 특히 일본과의 경쟁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겼는데, 노린 것이었나?
로한: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 딱히 국가 순위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기자3: 아레스와의 라이벌 구도가 온라인상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올림픽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데 아레스와의 경쟁이 도움 됐나?
로한: 도움이 많이 됐다. 작년 이맘쯤, 아레스가 찾아와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면 육상을 시도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기자3: 오! 육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레스 였나. 그가 방문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최소 7~8개의 금메달을 더 얻어 중국에게 뒤처지는 일은 없었을 테고… 그중에서 4개는 아레스의 것이었을 텐데. 참 사람의 운명이 재밌다. 이 자리를 빌어 아레스에게 할 말이 있나?
로한: 고맙다. 아레스 네가 아니었으면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축하한다. 한 대회에서 은메달 4개를 동시에 딴 것은 최초라고…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기자4: 이제 겨우 18살이다. 다음 올림픽도 출전할 계획인가?
로한: 계획에 없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은 다 보여주었다. 이제 곧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스포츠에 집중할 생각이다. 다만, 아레스가 참가한다면 선의의 경쟁을 위해 함께할 의향이 있다.
기자4: 많은팬들이 기대할만한 그림이다. 개인적으로 꼭 참가하면 좋겠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마음이 바뀌어서 2028 LA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똑같이 대한민국 소속으로 뛸 가능성이 높은가?
로한: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한 번은 대한민국으로 참여하고, 바로 다음은 미국으로 참여하면 적잖은 혼란이 있을 것 같다.
기자4: …혹시 그런 선택의 배경에는 미국 국대 선발전 과정에서 나온 잡음의 영향이 있나?
로한: 나도 사람인데 아예 없진 않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선발전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많아서 상처를 받았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져서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내가 오해를 하고 있다면 풀 수 있도록.
기자4: 확실히 그 부분에 대한 의혹이 많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인만큼, 미국 올림픽위원회에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로한 선수가 미국으로 다시 소속을 바꿀 가능성이 생길까?
로한: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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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는 기자회견 내용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의외로 학교 성적이 좋더니, 머리가 비상한 편이다.’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인터뷰. 하지만 조금이라도 속사정을 아는 이라면 로한이 미국의 여론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라는 걸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칼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다른 혈육들이 배웠으면 했다.
로한은 가만히 앉아서, 칼이 다시는 회생할 수 없도록 사회적 매장을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
‘자기가 가진 무기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해 200% 활용했다.’
그것도 모자라 로한의 활약과 크롬웰 집안이 무관하다고 선까지 그었다.
자신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처사.
‘머리가 좀 크면 발톱부터 드러내는 것이 사자이긴 하지만.’
J.P는 으르렁거리는 로한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지난 50여년간, 반란을 꿈꾼 건 로한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상황을 정리했다.
‘좀 더 고분고분해질 필요가 있다.’
J.P는 기고만장한 로한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
나는 유명세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 고교의 미식축구부가 리그 1위를 찍었을 때부터, WBC 헤비급 챔피언으로 등극한 그 순간까지.
감사하게도 나날이 인지도가 높아지는 삶을 살며, 낯선 이들과 서슴없이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올림픽 폐막식이 끝나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휴식 시간.
전생에는 여행과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모처럼 파리를 관광할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로한!! 사진 좀 같이 찍어주면 안 돼??
– 내 속옷에 싸인 해줘!! 평생 안 빨게!!
– 제발 아이 한 명만 만들자! 절대 양육비 청구 안 할게!!
바깥에 나갔다하면 인파가 순식간에 모였다. 정말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 경찰들이 직접 에스코트 해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니,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달라는 공식적인 요청을 받고 어쩔 수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한국 국가대표 숙소에서 보냈다.
‘그래, 여긴 올림픽 개최지니까… 이 정도의 열광적인 반응은 당연하지.’
한국에서는 조금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다른 국가대표들과 함께 귀국했다.
– 꺄아아아 로한이다!!!!
– 이쪽 한 번만 봐줘요!! 제주도에서 날라왔어요!!
– 우윳빛깔 김로한!!
그런데 한국은 더 심했다.
공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는지,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수도권의 인구 밀집도가 상당하다 보니, 오히려 파리에서가 더 널널했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진짜 영웅 취급을 받아서 내가 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집… 집으로 가자.’
‘로한’의 기운이 없는 일상적인 상황에선 내성적인 나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
최소한의 일정만을 소화하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었다.
“어??”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된 건 오클랜드로 돌아왔을 때였다.
미국의 특징인지, 아니면 나의 홈그라운드라서 그런지 대부분 나를 알아봐도 어느 정도 평범한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래서 집이 최고라고 하는 건가.’
나는 한동안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방구석에 앉아 신간이란 신간은 모조리 사다가 읽기 시작했다.
‘금메달이 다 무슨 소용이야. 이렇게 두 다리 쭉 뻗고 재밌는 책 읽는 게 진정한 천국이지.’
오랜만에 힐링하면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맛있는 거 배불리 먹고, 아무 때나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 토크쇼 출연 섭외나 광고 촬영 제안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지금 이상의 유명세를 얻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한동안 은둔생활을 즐겼다.
“음…”
분명 전생의 나는 강제적 집돌이였는데, 그새 ‘로한’에게 적응이 된 건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조용히 살자 온몸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심상 세계에 푹 빠져서, 내가 읽었던 책들의 세상을 탐험했다.
내 머릿속에 차원의 문이 열린 듯 너무나 생생한 이세계.
그 안에 살아 숨을 쉬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다양한 모험을 떠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건…?]그러다가 이번 올림픽 기간동안 수집한 ‘파편’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경쟁심. 의지력. 복수심. 단합력. 믿음등 올림픽을 치르며 하나씩 모으게 된 감정의 파편.
나는 올림픽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몇 차례 다시 ‘체험’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역시 나에게 최고의 힐링은 집필.
‘이거다!’
나는 빙의하고 나서 처음으로, 전생에 쓴 습작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100% 창작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는 앉은 자리에서 신작을 완성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겨우 4시간 만에.
‘초고는 걸레라고 하던가?’
결과물을 확인한 나는 도저히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