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6
116
윌리엄 피셔 감독의 새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스토리텔링의 대가 피셔 감독. 이번에는 소설 원작의 스릴러, 드라마물?] [노벨 문학상 수상자, 피터 오웬이 선택한 「착한 사람」.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모자라 지난 2년 동안 200만 부 이상 팔린 초베스트셀러] [극적인 스토리텔링과 세련된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피셔 감독. 지난 두 작품은 북미에서만 4억불의 매출을 올리며, 북미박스오피스 역대 50위권에 안착. 과연 상승세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항상 해외에서 약한 피셔 감독. 과연 이번에는 2023년 최고의 원작 중 하나로 손꼽힌 「착한 사람」을 등에 업고 해외 시장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그 덕에 「착한 사람」의 개봉 시사회부터 성황리에 진행.
수많은 A리스트 배우들이 레드 카펫을 밟았고, 헐리우드 거리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차이니즈 극장을 찾았다.
“피셔 감독이다!!”
“동생 피셔도 왔다!!”
당연히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는 건 피셔 감독.
잠깐 모두가 하는 행동을 멈추고 감독이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정도였다.
“여길 봐주세요! 오늘 기분이 어떠신가요?”
“작품에 자신 있으십니까?”
“‘착한 사람’의 원작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십니가?”
피셔 감독은 짧고 굵게 인터뷰에 임했고, 그답지 않게 꽤 오랫동안 레드 카펫에 머물렀다.
눈치가 빠른 기자 중 하나가 물었다.
“혹시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러고보니, 루나 메르세데스가 아직 오지 않았네요.”
“네. 루나도 기다리고 있죠.”
“마침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쭈겠습니다. 다른 세상의 미모를 지닌 루나이긴 하지만, 경력 내내 연기력 논란이 끊이질 않았는데… 감독님 께서는 작품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면 배역 교체도 서슴지 않으시는 걸로 유명하시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의외로 루나는 꽤나 중요한 배역을 맡았으면서 살아남았습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꽤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됐다.
“아, 그게 말입니다.”
피셔 감독이 뜸을 들이다가 대답하려 할 때.
“어? 마침 루나가 왔습니다!”
타이밍 좋게 리무진이 도착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내렸다.
“……!”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영화가 아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씬에 특수효과를 입힌 느낌이었다.
우아하게 리무진 바깥으로 나오는 여성.
다름 아닌 루나 메르세데스였다.
「착한 사람」의 아내처럼 백금발의 화려한 긴머리, 큼지막한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착용했으나 아름다움이 전혀 죽지를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 달리 환하게 웃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 은은한 빛이 감도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 와… 카메라가 잘못 했네.
– 아니 화면상으로도 엄청 예뻤는데… 실물의 반도 못 담은 거였구나. 외모가 열일하는구나.
– 진짜 연기만 잘했어도, 헐리우드는 씹어먹는 거 아니야? 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줘!!
외모 칭찬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루나였지만, 오늘은 개의치 않은 듯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그리곤 갑자기 차 안을 들여다보며 손을 쓰윽 – 내민다.
– 누가 더 있나? 와, 루나가 먼저 내려서 손을 받아줄 정도야?
– 어…? 저 사람?!!!
루나에 뒤이어 내린 사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홍보 효과를 위해서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아서 더 충격적이었다.
– 로한이다!!!
– 육상의 역적!! 미국의 배신자!!
– 아니, 한동안 대외 활동을 하나도 안 하더니, 지금 갑자기, 여기서???
– 도대체 피셔 감독이랑은 어떤 인연이 있길래??
– 그것보다 루나랑 같이 왔으니… 설마 둘이?? 특종이다!!
기자들 대부분이 로한과 루나의 앞으로 이동했다.
로한은 표정 변화 없이 당당하게 입장했다.
– 갑자기 분위기가 무슨 대부 같은데?
– 올림픽 때의 포스 때문인가… 진짜 마피아 보스 같다.
– 지금 보니까 배우해도 되겠다. 어디 악역으로 나오면 딱이겠어.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채 성큼성큼 걷는 모습만으로도 주변을 한 번에 장악했다.
모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한 흡인력이 그에게 있었다.
피셔 감독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정한 셀렙으로 등극하고 있다.’
셀렙이 특별해서 정말 셀렙인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셀렙’으로 인식하면 무엇을 하든 있어보이고, 멋있어 보이고, 따라하고 싶기 마련.
로한은 불과 2년만에 셀렙들의 셀렙. 진정한 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도 루나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결국 로한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 정도가 다다.’
그만큼 수천명이 모인 자리에 로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안녕하세요 로한 선수! 이 자리에서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질문 몇 개… 아니 딱 하나만 해도 될까요?”
다른 배우, 심지어 피셔 감독에게도 질문 세례를 퍼붓던 기자들은… 로한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 하나만 해도 되냐고 먼저 묻기까지 했다.
로한은 그냥 슬쩍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영광입니다. 오늘 「착한 사람」의 개봉 시사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
로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가 원작자이자 시나리오에도 참여한 작가여서요.”
“……”
아주 잠깐 레드 카펫 위가 얼어붙었다.
특히 피셔 감독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작가…”
하지만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기자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항상 진지하고 열심히 운동하시는 모습만 보다가… 가볍게 농담하시는 걸 보니 새롭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
아직 올림픽이 끝난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점.
그들은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부터 금메달 10개를 딴 전설적인 육상 선수가, 「착한 사람」의 원작자 Hyde라는 말을 듣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굳이 로한도 정정할 생각은 없었는지, 곧바로 상영관으로 입성했다.
*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는구나.’
간단한 무대 인사 후, 곧바로 「착한 사람」이 시작됐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도 촬영 현장에 있었고, 그때그때 찍은 영상들을 모니터링 했지만, 이렇게 편집된 내용을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니 감격스러웠다.
“……”
확실히 영화는 영화만의 매력이 확실했다.
나는 독자의 상상력이 스토리를 구축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설을 선호하긴 해도, 피셔 감독처럼 실력 있는 감독의 손 아래에서 나의 작품이 유형화되자 내내 감탄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파편이 물드는구나.’
내 심상 세계 안에 살아 숨 쉬는 「착한 사람」의 파편.
그 안에서는 진짜 현실 세계처럼 작품의 배경, 인물들이 공존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는 즉시 시시각각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로 덮어 쓰이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재밌었다.
‘드디어 결말인가?’
「착한 사람」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파트 1 – 예스맨의 일상]주인공이 주변인들에게 호구처럼 당하며 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상사의 끊임없는 괴롭힘. 아내의 푸대접. 불륜의 조짐 등.
일상생활에서 한번쯤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이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실제로 관객들은 “저런 호구 새끼!,”라며 열을 잔뜩 올릴 정도였다.
[파트 2 – 아내의 죽음, 그리고 갓난 아기]소설도 마찬가지고, 영화 내에서 첫 번째 변곡점을 맞는 지점.
아내와 이혼하기 직전, 상사와의 오랜 불륜으로 딸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모의 건강을 위해 출산 후로 이혼을 미루었고…
하필이면 난산으로 아내가 죽음을 맞이해, 팔자에 없던 딸을 키우게 되었다.
주인공은 남의 딸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서도, 바깥에서도 책임감을 보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키려는 가족이 생기니, 더 이상 호구처럼 당하지 않고 실속을 챙기기까지.
불륜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아이가 워낙 귀여워서 흐뭇한 장면이 적지 않게 나왔다.
피셔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빛나서, 수많은 관객들이 웃고 울었다.
이대로 영화가 끝나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을 텐데…
[파트 3 – 마지막]영화가 갑자기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갑자기 빠른 페이스로 파트 1과 2의 장면들을 언뜻언뜻 보여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던 부분들. 알고보니 복선이었고, 파트 3에서는 그 복선들을 모조리 회수해 반전을 주었다.
모든 건 주인공의 설계.
복수를 위한 주인공의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을 보여주며… 영화는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고,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돌연 영화가 끝이 났다.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별론가?’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관객들의 눈치를 보며 곁을 훔쳐보게 되었다.
– 와아… 미친. 한 3개 영화를 동시에 본 느낌이야.
– 완성도 뭐야?? 피셔 감독은 신인가??
– 이게 소설 원작이라고?? 얼른 가서 소설책 산다.
– 쯧. 소설 50%도 못 살림.
누구 한 명이 박수를 치자, 곧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스텐딩 오베이션. 모두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쳤다.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나오기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음…’
나도 좋았다.
그런데 막상 피셔 감독에게 잘 봤다고 인사를 하려고 하자,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이 몇몇 있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나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나중에 피셔 감독이 직접 찾아와서 내 의견을 물었다.
‘진짜 열정이 대단하시구나.’
어차피 완성된 영화. 나는 이제와서 굳이 피셔 감독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서… 작품에 대한 칭찬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피셔 감독의 열정을 보고 나선, 아주 짧고 간단하게 소감을 말해도 괜찮겠다고 착각했다.
“다 좋았습니다. 역시 영상미와 이야기를 몰입력 있게 이끌어가는 능력은 단연 최고입니다.”
“그런데요?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아… 별거는 아닌데… 감독님의 실력에 비해 정확하게 28개의 장면이 조금 아쉽지 않았나…”
“네?”
사실은 모든 장면을 조금씩 보완하면 더 좋은 영화가 될 게 분명했지만, 나도 워낙 마음이 여린 성격이라서 핵심적인 장면 28개만 짚어주었다.
어떤 파트는 구도가 아쉽고.
어떤 파트는 아예 삭제했으면 좋겠도.
영화에서는 안 썼지만, 촬영본에서 끼워넣으면 좋은 장면도 있고.
나는 가볍게(?) 이야기 했고, 피셔 감독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노트 필기를 하면서까지 경청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피셔 감독 잘못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리까지 옮겨서 6시간을 내리 피드백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나도 꼰??’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28개의 장면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워낙 감독님께서 잘 들어주셔서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대해 거론해버렸네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세요. 이미 충분히 좋습니다.”
“……”
진짜 아쉬운 마음에 이야기한 거지, 딱히 어떤 조치를 바란 건 아니었다.
그런데 피셔 감독은 결연한 눈빛으로 데이비드를 찾아갔고, 데이비드는 몽큐의 절규처럼 온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잘 몰랐는데, 이후 피셔 감독은 어떻게든 개봉일자를 지키기 위해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편집실의 망령으로 살았다고 전해졌다.
고맙게도 배우들 역시 추가 촬영을 선뜻 받아들였고,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퀄리티를 높이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 결과…
9월 중순.
영화 「착한 사람」은 그 주 유일한 월드 와이드 릴리즈, 즉 세계 동시 개봉의 기대작이었고… 첫 주 성적이 상상을 초월했다.
「착한 사람」 1주차
개봉매출 – $150M
해외매출 – $110M
월드와이드매출 – $260M(=3380억원)
피셔 감독의 필모그래피상, 역대급 개봉 첫 주 매출.
무엇보다 벌써부터 해외 매출이 그의 전작들에 비해 잘 나와주어서, 피셔 감독 사단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마냥 웃지 못했다.
영화의 대 흥행에 따라 나에게 두 가지 일이 생겼다.
하나는 아주 좋은 일. 하나는 그렇지 못한 일이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