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8
118
‘아… 특종을 찾아야 하는데.’
미셸 홀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자랑하는 타임즈지 소속 기자였다.
모든 기자가 다 그렇겠지만, 미셸은 최근에 스포츠부로 좌천을 당했기 때문에 특종이 더 고팠다.
‘정치계 스캔들이 훨씬 더 흥미로운데, 스포츠 선수 뒤꽁무니나 쫓아다녀야 하다니.’
그녀의 인맥은 주로 공화당 계열의 보좌관이나 하원위원들 위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스포츠 쪽에서 특종을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
물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다시 재기해야지.’
원래 정치계에서도 밑바닥부터 시작한 전설의 기자.
그녀는 오히려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일단 경쟁이 치열해도 시류를 따라가야 한다.’
현재 최고의 키워드는 올림픽.
가장 먹음직스러운 특종은 욕심이 많은 치프가 직접 컨트롤했다.
‘칼과 아레스의 몰락이 딱이었는데 말이지.’
[타락한 육상계: 미국 육상 연맹의 중요 간부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자신만의 카르텔을 형성했는가?]올해 발간된 타임즈지 중에서 가장 평가도 좋고 판매량이 많았던 올림픽 특별판.
역대 피해자들은 물론, 미국 육상 연맹에서 밀려난 간부들을 취재한 메인 기사는 특히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동안 칼 크롬웰이 어떻게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는지.
아들 아레스의 경쟁자들을 어떻게 일찌감치 제거했는지.
크롬웰 집안의 직접적인 지원은 없었으나,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정치계 거물도 여럿 엮여 있어서, 내가 쓰기 진짜 좋은 기사였는데.’
미셸은 하필이면 그 시기에 맞물려 좌천이 돼서 자다가도 이불킥을 했다.
특히 청문회에서 질의를 당하는 칼은, 처음에 사람 좋게 웃으면서 여유롭게 대답하다가… 잔뜩 벼르고 나온 상원위원의 날카로운 지적에 금방 궁지에 몰리게 됐다.
몇 번은 나름대로 유려한 말솜씨로 빠져나갔지만, 결국 밑천을 다 드러내 천천히 가면을 벗어내는 장면은 지금 돌려봐도 소름이 돋았다.
‘어지간한 정치인도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교활한 놈이었다.’
모두를 내려보는 듯한 거만한 눈빛. 시종일관 ‘너희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듯한 비아냥이 특히 역겨웠다.
물론 그런 칼의 고압적인 태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실제 비리, 횡령, 갑질등의 죄질이 좋지 않아 징역 20년을 구형받자 하늘이 무너진 듯한 얼굴로 털썩 주저 앉았지.’
아마 그의 이야기를 팔로우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마신 듯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칼 크롬웰의 일대기.
이미 헐리우드에서는 돈 냄새를 맡고 발 빠르게 영화 제작에 나섰다고 했다.
“에휴…”
어쨌든 올림픽 최고의 화제거리는 치프가 뼈까지 다 발라먹었고.
미셸은 커피만 10잔째 물처럼 마시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혹시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싶어서, 올림픽 관련 기사들이나 트윗은 실시간으로 훑었다.
확실히 아직은 올림픽이 최고의 키워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한창 자기 PR할 때라… 다 진부하네.’
쭉 제목만 훑어봐도 하품이 나왔다.
올림픽이 끝나고 3개월은 선수들이 열심히 노를 젓는 때다.
바쁘게 대외활동을 소화하면서 개인 브랜드를 확립.
필요한 스폰서쉽을 확보해 다음 선수권대회를 준비하거나, 은퇴 및 진로를 변경하는 시기인 것이다.
대중이야 선수들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할 때이니 토크쇼에서 썰을 풀거나, 올림픽 비하인드 일화를 듣고 싶어하지만… 기자인 미셸의 입장에서는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와…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제 갈길 가는 대어가 있네?”
다른 올림픽 선수들 다 한 자리에 모아놓아도, 화제성에 있어서는 이 한 선수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로한 김.
[2024 파리 올림픽 최고의 영웅 로한 김. 그는 어째서 은둔하고 있는가?]‘얘도 정상은 아닌가보구나?’
그는 그동안 고향에서 최소한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파파라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인물이라, 가끔 팬들과 찍은 사진이 그들의 소셜 계정에 업로드될 뿐이었다.
의도치 않게 신비주의 컨셉으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던 찰나.
로한은 아무도 예기치 못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메달 10관왕의 육상 폭군, 로한 킴. ‘착한 사람’ 개봉 시사회에 참석하다.]– 아니, 토크 쇼나 광고를 찍을 줄 알았더니… 첫 대외 활동이 개봉 시사회??
– 피셔 감독이랑 도대체 무슨 관계길래? 출연진에는 없던대??
– 찾아보니까 영화 제작에 참여하긴 한 듯. 특별자문위원인가 뭔가로 이름 올림.
‘될 사람은 된다더니…’
현장에 있던 기자는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부서였으나, 빈자리를 메꾸려고 나간 스포츠부 기자는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로한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자.
다만 그 내용이 의미심장했다.
– 오늘 「착한 사람」의 개봉 시사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제가 원작자이자 시나리오에도 참여한 작가여서요.
다들 웃어넘겼다.
안 그래도 ‘Hyde’의 정체를 궁금해하지만, 익명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보도 자료 이후 관계자들이 존중해주는 분위기.
그래도 영화가 워낙 잘되다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주제였다.
‘로한이 질문에 길게 답하기 싫어서 재치 있게 넘겼다고 여겼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기자의 반응이 그랬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는 하나도 없었고, 지나가듯 ‘로한의 농담’을 언급하는 수준이 다였다.
‘말도 안 되니까.’
로한의 나이는 18살. 운동 선수는 기본적으로 학업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둘째치고, 일단 나이부터가 「착한 사람」의 깊이를 담아내기는 너무 어렸다.
‘그리고 그동안 로한이 좀 바빴나?’
미식축구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농구를 하고, 틈틈이 큼지막한 복싱 경기를 치르고. 놀랍게도 학업에도 충실한 편이니, 그것만으로도 몸에 두 개라도 모자랄 살인적인 스케쥴이었다.
“……”
하지만 미셸은 어째서인지 로한의 인터뷰 영상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로한의 표정, 말투, 그리고 유유히 극장에 입장하는 모습까지.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러나저러나 취재를 할 가치가 있겠어.’
미셸은 오랜만에 열정에 타오르는 눈빛으로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식 인터뷰 요청은 다 거절한다고 했으니,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할 때 찾아가야 하는데…’
마침 로한의 다음 행보는 밝혀져 있었다.
8월말 9월초는 새 학기 시즌.
올해 대학 진학이 예정되어 있는 로한은 분명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로한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의 입학을 미리 몇 개월 전부터 홍보하던 대학이 있었다.
미셸은 날짜와 시간에 맞춰 대학을 찾았고…
– 신입생 한 명 들어온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와?
– 와아… 기자들 쫙 깔렸어. 저걸 학교에서 다 허락해줬다고?
– 어쨌든 홍보 효과가 죽일테니까. 미식축구, 농구 유망주인 것도 대단한데… 일단 올림픽 10관왕이면 세계 최고라는 거잖아. 그런 학생이 들어오면 학교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맞지.
– 크롬웰이 참 대단하긴 해, 그치?
미셸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오리엔테이션 현장에 할 말을 잃었다.
대학에서 정말 신경을 쓰는 졸업식보다 훨씬 성대하고 규모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18살의 나이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세계에서도 최고를 다투는 대학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이목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
“……”
하지만 오리엔테이션 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도 로한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관객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예 오티를 빼먹으려는 건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서, 타임즈지 소속 기자들과 바쁘게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충격적인 정보를 입수했다.
“어어??? 여기가 아니라고???”
미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발에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로한의 입학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곳은 바로 스탠퍼드 대학.
크롬웰 집안 대부분이 스탠퍼드를 거치기 때문에, 로한의 입학을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매사추세츠주에 나타났다고??’
미국의 강남 8학군이라고 불리는 매사추세츠주.
학부모의 교육열이 상당해서 공립 교육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기로 유명한 곳.
그곳에는 바로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가 위치해 있었다.
*
리아는 퀭한 눈으로 투덜거렸다.
“…니가 하버드라니…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려고.”
안 그래도 대학 입시 시험과 경시대회를 준비하느라 지쳐 있는데, 내가 하버드에 입학하니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나는 오빠된 도리로서 그녀를 격려해주었다.
“넌 몇 년을 더 공부해도 못 올 듯.”
“아… 사실이라서 더 열받아.”
“음.”
오늘따라 리아와의 티키타카가 맥아리 없었다.
‘귀엽긴.’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내가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시원섭섭한 모양이었다.
“됐고. 기숙사 어디야? 빨리 짐을 던져두고 집으로 갈 거야.”
“저쪽인 것 같은데?”
오늘은 바로 무브 인 데이(Move in day: 입주날).
미국 대학은 졸업식을 굉장히 크게하는 반면, 한국처럼 정식 입학식이 아닌, 신입생 환영회 및 오리엔테이션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무브 인 데이에, 가족이 다 함께 와서 이사를 도와주고 대학을 투어하는 것이 전통적인 문화.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비행기를 타고 메사추세츠주의 캠브리지에 도착했다.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야.’
하버드는 무려 1600년대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징적인 대학.
당연히 신설된 건물들도 있지만, 신입생들이 쓰는 기숙사는 대부분 190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양식이나 형태가 오래되었으나, 그냥 자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1학년끼리만 기숙사를 따로 쓰는 게 재밌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신입생들을 위한 기숙사 중 하나.
미국 대학은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데, 부모에게서 독립해 나름 첫 사회생활을 하는 중요한 시기. 동기들과 함께 헤쳐 나가면서 친분도 쌓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미국의 수많은 창업자들이 대학 동기와 함께 시작하지 않나?’
평생 친구를 대부분 대학에서 만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지.
나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짐을 풀고, 함께 하버드의 캠퍼스를 구경하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대학은 제발 좀 즐기면서 다니려무나.”
“아빠 말이 맞아.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이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봐.”
“넵, 명심하겠습니다.”
어깨가 축 늘어져서 내내 말이 없던 리아는 나를 힐끔보더니, 주먹으로 내 배를 탁 쳤다.
“임신은 안 돼.”
“…그래. 공부 열심히 하고.”
“하아. 왜 이렇게 혼자만 잘나서 날 힘들게 하는지…”
공항까지 마중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극구 만류하셨다.
“……”
결국 나 혼자 남았다.
기분이 묘했다.
원래 항상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었는데, 빙의를 하고 내내 가족과 함께 지내다보니 벌써 적응이 된 모양이다.
마음이 이렇게 허전한 걸 보면.
“……”
한편으로는 기대도 됐다.
나는 꼭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친구를 사귀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원 없이 공부해보고.
평범한 일상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생활도 너무 좋았지만, 전생의 성인이었던 내가 미성년자로서의 살아가니 답답한 점도 많았다.
‘아마 여기도 1년 정도만 다니게 되겠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 지내보자. 후회가 없도록.’
나는 가볍게 몸이나 풀 겸, 농구장으로 향했다.
“오, 이게 누구신가. 그 유명하신 육상의 폭군이잖아?”
그곳에서 나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인물을 만났다.
미국 피지컬 천재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