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2
122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네요.”
하버드 코치진은 이번 이벤트 매치 성사가 기꺼운 분위기였다.
“안 그래도 학생 선수들의 후원을 놓고 안팎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이참에 제대로 정리하고 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너무 억누르면 폭발하기 마련. 그나마 하버드 재학생들은 논리적인 편이라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젊음의 혈기가 어떻게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부스터 측도 그렇고, 로한 선수는 너무 거만한 거 아닌가?”
“그러게요. 하버드 주전팀을 상대로, 아무나 데리고 와도 이길 수 있다니. 로한이 4성급 유망주라지만… 너무 기고만장합니다.”
“그렇게만 보기도 어려운 게,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잖아. 믿는 구석이 있겠지.”
“제가 고교 플레이 영상 대부분 챙겨봤습니다. 확실히 수비가 날카로운 선수에요. 잘만 육성하면 전국 무대에서도 활약할만큼 고점이 높고요. 하지만 혼자서 다섯 명을 다 마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 리그의 수준을 얕잡아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로한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코치진은 회의의 대부분 시간을 그에 대해 논의하며 보냈다.
대부분의 학생은 하버드에 다녔다는 이력을 통해 스펙을 쌓고 신분 상승까지 노린다면, 로한은 반대로 하버드의 명성을 드높여주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코치진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벤트 매치 때 주전 5명에 후보 1명만 기용하고, 나머지는 로한이 자유롭게 팀을 꾸릴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고 했는데… 그걸 걷어찰 줄은 몰랐습니다.”
어쨌든 이번 이벤트 매치는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 있지만, 학생들이 농구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행사가 될 것은 분명했다.
당연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어서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은 것이 코치진의 마음. 로한팀도 적당한 구색을 갖춰야 제대로 된 이벤트 매치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러나 로한의 에이전트가 요구한 건 딱 하나.
– 이미 하버드 코치진의 세뇌와 마수가 뻗친 벤치 멤버나, 후보들은 의미가 없고. 그냥 하버드에 이름을 올린 학생 중 자유롭게 차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쇼.
어이가 없었다.
물론 현 대학팀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지금 하버드에는 고교 때 적당히 활약한 선출이 분명 존재한다.
다만 대학 리그에서 뛸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학업에 전념하는 이들이다.
대학의 육성 프로그램을 거치고, 또 대학 리그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 하버드 농구팀과는 좁히기 힘든 격차가 존재한다.
“로한 선수나, 그쪽 에이전트가 만만한 친구도 아니고. 분명 노리는 게 있을 텐데…”
“어쨌든 우리 코치진을 얕잡아 본 건 확실합니다. 이번 이벤트 매치를 통해서라도 기강을 잡아야 시즌 준비에 수월할 것 같습니다. 주장의 면도 세워줘야죠.”
코치진은 이번 이벤트 매치를 정규 게임만큼이나 열심히 준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
이벤트 매치까지는 3주 남짓 남았다.
나는 지미와 앉아서 일단 팀 후보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데이터베이스가… 무서울 정도로 방대하다…’
지미가 건네준 고교 선출 명단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고, 디테일했다.
“CAA가 괜히 세계 최고의 에이전시겠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선수들의 스탯들을 모조리 취합해.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은 일찌감치 접촉해서 후원한다고.”
미국의 프로 리그 규모가 커진만큼, 에이전시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자국의 중학생들은 물론, 재능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 발굴해내는 것이 에이전트가 하는 일.
그런 마당에 바늘구멍보다 작은 하버드 입시를 뚫은 재학생들의 스포츠 경력은 클릭 몇 번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이 CAA의 정보력이었다.
“확실히 미국은 선출이 많은 편이네.”
스포츠가 일상화 되어 있는 국가이다보니, 하버드 농구팀이 아니더라도 고교까지 선수 생활을 한 이들의 비율이 적지 않았다.
하버드의 재학생 3만명 중 학부생은 1만명.
그중에서 고교 리그에서 농구 주전으로 뛴 학생은 무려 500명이나 됐다.
남학생 중 무려 10%에 해당되는 숫자.
“사실 고교 리그도 지역별로 실력 차가 천차 만별이야. 학교 규모가 작으면 아무나 뛸 수 있다고 보면 되지.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도움이 되니까…”
지미는 전체 목록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인물들을 필터링해주었다.
“농구 포지션별로 5명씩 추렸어. 우리의 목표는 총 선발 5명, 벤치 5명, 후보 5명을 뽑는 거 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벤트 매치는 정규 경기에 비해 축소된 전반 후반 15분으로 진행된다.
다만 교체 선수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적인 열세를 체력적 우위로 조금이나마 보완할 생각이었다.
‘주전팀은 기본적으로 선발 5명에 벤치를 2~3명 뛰게 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15명 모두에게 균등한 출전 시간을 준다.’
그리고 주전팀은 로스터 15명을 활용하겠지만, 우리는 모든 재학생 중에서 추리고 또 추려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흠…”
일단 고교 선출 중 포지션과 스탯,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해 1차적으로 후보를 추렸다.
그 다음에는 일일이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심상 세계에 각 후보들을 ‘재현’했다.
정보가 많을수록 생생한 재현이 가능했고, 그들과 함께 경기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최상의 조합을 찾아보고자 노력했다.
“일단 10명 정도 접촉해보자.”
“오? 우리가 AI를 동원해서 뽑은 후보들과 거의 일치하는데? 스포츠 데이터 분석에도 재능이 있었어??”
지미는 감탄했지만, 난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이 명단 중에서 2~30명은 추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 최소한의 기준치를 통과한 이가 간신히 10명을 채웠다.
그래도 기본적인 전술은 소화할 수 있고, 주어진 롤에 대해 이해할 수준은 되어야 경기가 되기 때문.
‘하버드의 농구팀 실력이 중위권 이하라고 해도… 엄연히 대학 레벨이 맞구나.’
나와 지미는 일일이 10명의 후보를 만나 영입을 제안했다.
그중 5명은 재밌겠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승낙했지만, 3명은 예상보다 기량이 떨어져서 포기했다.
나머지 5명은 이벤트 매치의 중압감에 난색을 표현하다가, 한 번 더 설득하니까 3명은 받아들였다.
“와, 부럽다. 인상 한 번 쓰니까 바로 애들이 마음 돌리는 거 봐. 나한테 그런 재능이 있으면 일하는 게 수월할 텐데.”
“……”
무려 팀원 5명, 나까지 6명이 모였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다.
‘이 중에서 주전감은 나를 포함해 2명. 벤치 멤버로 활용할 만한 애도 2명. 나머지는 후보 정도…’
본격적인 선수 영입은 지금부터였다.
*
나와 지미가 이틀 동안 바쁘게 돌아다닌 결과 6명을 더 영입해 총원 12명을 모집했다.
‘그래도 하버드는 하버드군.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었어.’
학부생 1만 명 중, 농구를 제외하고도 타 종목 선수로 활동 중인 학생이 천명이나 됐다.
까다롭게 선별한 끝에 육상과 배구와 같은 종목에서 괜찮은 전력 여섯 명을 보강할 수 있었다.
‘아, 그나마 미식축구 쪽에 괜찮은 애들이 많은데.’
비록 미식축구팀의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4대 스포츠 중 1황이다보니 피지컬 자체는 농구팀에게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 오, 학생 선수 후원은 아주 중요한 문제지. 허가만 된다면 우리 미식축구팀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될 거다.
다행히 농구팀 코치진과 달리, 리그 성적 때문에 항상 평가절하되는 미식축구팀 코치진은 부스터 후원사 설립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나처럼 고교 시절에 미식축구와 농구 모두를 병행했던 선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중 즉시전력감이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현재 미식축구 시즌 중이라는 것.
아무리 경기 수가 적은 Division 1 아이비리그라지만, 시즌 중에 주전을 빼 올 수는 없었다.
그나마 팀 후보 명단에서 둘을 확보한 건 어디까지나 코치진의 협조 덕분이었다.
‘이제 마지막 한 명.’
이벤트 매치까지 2주 남짓.
하버드의 만만치 않은 과제량과 지옥의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연습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와 지미가 일찌감치 점찍어 놓은 마지막 후보의 영입이 절실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를 기획하기 전, 그러니까 애초에 우리 하버드 농구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던 바로 그.
“우리 에이전시 내부 판단으로는 최소 ‘걔’가 합류해줘야 승산이 반반. 뭐, 불리할수록 네 잠재력이 폭발한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중에 전국대회까지 생각하면 꼭 설득해야지. 아무리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하더라도.”
*
아이비리그 농구 시즌은 11월 초에 개막한다.
“우리는, 우리의 훈련에 집중한다.”
하버드 농구팀은 정규 시즌을 위해 훈련을 했지, 이벤트 매치를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자, 다들 모여봐.”
하지만 실제로는 일정대로 팀 훈련을 소화한 후, 로한이 떠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비가 시작됐다.
주장 존 킴을 중심으로 주전들은 남아서 전술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일부러 남은 코치 몇 명이 붙어서 은근슬쩍 지도해주기도 했다.
“여기까지. 무리 가지 않게 컨디션 조절 잘해.”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쓰러지듯 벽에 걸터앉았다.
“주장, 그거 들었어? 미식축구팀에서 오코너랑 이스트를 내줬대.”
“오코너를? 이스트는 잘 모르겠지만, 오코너는 나름 3성 유망주였어. 미식축구를 훨씬 좋아해서 대학 스포츠의 마무리는 그쪽으로 뛰기로 했을 뿐. 어차피 체력훈련이야 꾸준히 할테니… 경기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일 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캠퍼스 전체가 로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럼 주전은 그 둘에, 배구 쪽의 앤더슨이랑 육상의 아게로… 마지막으로 로한까지 다섯인가?”
“일주일만에 그럴싸한 팀을 급조성했잖아?”
“조직력은 형편없겠지만, 개개인의 운동 신경은 나쁘지 않을지도.”
며칠 전만해도 농구팀 밖에서 팀을 꾸리겠다는 로한을 무모하다고 비웃는 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아무도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특히 이젠 전교생이 모두 다 아는 로한과의 일대일에서 굴욕을 당했던 존 킴은 그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그래서 존 킴은 애써 큰소리를 쳤다.
“대학 농구는 길거리 농구랑 다르다. 전술과 조직력, 그리고 대학 농구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개개인의 기량 따위는 무의미해. 우리의 노력을 믿자고.”
당연한 소리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팀원들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존 킴에게서 로한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어? 방금 내 친구한테 연락왔는데… 로한 쪽에서 보웬한테도 연락을 넣은 것 같다는데?”
“보웬? 걔 아직도 학교 나와??”
“미친. 아무리 급해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안 되지!”
보웬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마자, 주전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새끼가 아직도 퇴학 되지 않았다니. 더러운 세상.’
보웬의 지금 3년째 소포모어(2학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하버드의 유명한 문제아 중 하나였다.
하필이면 악마의 재능을 타고나 존 킴과 함께 아이비리그 농구를 석권할 콤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분노 조절 장애가 너무 심했어.’
경기를 하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건 당연했지만, 보웬의 경우는 도를 넘는 반칙에, 정식 경기가 아닌 경우에는 주먹질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부당한 지시를 한다며 헤드 코치를 상대로 머리 박치기를 한 미친놈 중 미친놈.
보웬이 퇴학당하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집안의 권력과 자본력, 그리고 5세대째 하버드를 다니고 있는 레거시 학생이어서라고 모두가 추측 아닌 확신을 하고 있었다.
“와, 로한이랑 보웬이라니… 진정한 망나니 대 망나니잖아? 가슴 웅장해지는 만남인걸?”
“둘 다 에고가 장난 아닌데 만나자마자 치고받고 싸우는 거 아니야? 크롬웰의 로한을 패면 아무리 보웬이라고 해도 퇴학당하지 않을까?”
“보웬이 복싱 챔피언을 때려눕힐 수나 있고?”
“선빵필승 아니겠어? 보웬 성격상 일단 저질러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음.”
“그나저나 어느 집안 끗발이 더 센지 확인할 수는 있겠네. 둘 중 한 명은 퇴학에 대학 스포츠 자격 정지 될 거고, 정의가 살아 있다면 둘 다 무너지겠지.”
주전팀은 어쨌든 멈출 수 없는 힘(unstoppable force)와 움직일 수 없는 물체(immovable object)가 만났으니 큰 게 터질 거라며 후속 정보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도 별다른 소문은 들리지 않았고, 로한과 보웬이 만남이 무산되었다고만 생각했다.
…다들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으나.
*
이벤트 매치 당일.
‘이건 꿈인가?’
존 킴을 비롯한 주전팀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항상 광기 어린 눈빛으로 항상 심기가 불편해 있던 보웬.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착한 눈망울로 로한의 곁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로한이 눈짓 한 번 하면 재빨리 달려와서 부름에 응했고,
로한이 슛을 연습하고 있으면 열심히 공을 주워다 주었고,
로한이 목이 마른 듯하면 재빨리 뛰어가서 물병을 가져다주었다.
우리 보웬이가 달라졌다.
‘이거… 데자뷰 같은데???’
경기 시작도 전에, 존 킴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미국 피지컬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