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4
124
이벤트 매치는 전후반 15분씩 진행된다.
그리고 첫 10분이 지난 시점.
[로한팀 18: 주전팀 25]경쟁을 하듯, 양 팀 간 선수 교체가 있었다.
주전팀에서는 존 킴을 비롯해, 스몰포워드와 센터가 교체 되었다.
별일이 없다면 전반이 끝날 때까지 벤치 멤버 기용 시간.
그들의 임무는 점수 차를 유지하며 주전들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뭘 저렇게 많이??’
반면 로한팀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네 명을 갈아치웠다.
그것도 핵심 전력인 로한을 그대로 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존 킴이 극도로 꺼리는 보웬은 아직 벤치를 지키고 있었지만, 상당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육상 선수 아게로와 미식축수 선수이자 한 때 농구의 3성 유망주였던 오코너가 출전했다.
로한이 한 명 한 명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그리고 그런 존 킴의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
‘생각보다 A팀이 잘 해주었어.’
우리는 개개인의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술적인 우위에 설 필요성이 있었다.
다행히 하버드 주전팀은 대부분 2~3년간 합을 맞춰와서 충분한 자료를 쉽게 구했다.
‘역시 하버드라 그런지 노력과 근성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 해.’
상위권 대학팀과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여러 경기를 돌려보니 전술 이해도와 근성이 대단한 게 느껴졌다.
물론 뚜렷한 단점도 존재했다.
‘선수층이 얇아. 주전팀과 벤치 사이의 갭이 커서, 대부분 벤치를 돌릴 때 경기가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농구가 아니더라도 하버드 스포츠팀의 전반적인 문제였다.
프로 진출 가능성이 없는 선수들을 모아놨기 때문에 일찌감치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선수 장학금도 안 받았겠다, 그들은 졸업 준비나 취업 준비에 일정이 바빠지면 아예 운동을 그만두고 100% 학생으로 전향했던 것이다.
하버드에서도 그걸 장려하는 분위기.
그러다보니 농구팀이 매년 4~5명의 신입을 받아도, 위에서 최소 4~5명은 농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꾸준한 전력 손실이 있었다.
– A팀은 수비가 좋은 애들끼리 묶을게. 공격은 무조건 안정적으로. 최대한 가능성 높은 시도만 한다면, 수비는 목숨을 걸고 해. 아, 당연히 비유적인 표현이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A팀의 임무는 주전들의 체력을 갉아먹는 것.
총 30분의 경기 시간 중, 딱 10분만 소화하면 되는 역할이기에 체력 안배를 할 필요도 없었다.
–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쥐어짠다고 생각해. 혹시나 어려우면 내가 일대일로 개인 교습해줄게.
고맙게도 A팀은 자신의 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완벽하게 수행했다.
보통 하버드 농구팀은 주전을 2명씩 교체해서, 3교대로 휴식을 취하게 하는데… 벌써 3명을 뺐다는 건 코치진이 보기에도 그들이 지쳐 보였다는 뜻이다.
“자, 경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알지?”
이제 막 교체되어 쌩쌩한 B팀.
그리고 주전의 벤치멤버들이 서로 잡아먹을 듯 살벌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일단 어느 정도의 기선 제압이 필요하겠군.’
모든 스포츠가 비슷하겠지만, 대학에서는 특히 선수들의 사기가 중요했다.
나는 그동안 존 킴을 상대하느라 어쩔 수 없이 보고 있던 포인트가드의 자리를 3성 유망주 오코너에게 넘겨주고, 스몰포워드의 포지션을 맡았다.
그것도 득점에 특화된 핵심 스코어러의 역할.
‘지금!’
오코너에게 눈짓을 해, 약속된 전술을 펼쳤다.
주전팀이 모두 그를 알고 경계할 정도로 실력자인 오코너.
현란한 드리블과 함께 돌파를 시도하며 어그로를 끈다.
나를 마크하고 있는 수비수의 근처로 돌파 동선을 짜면, 높은 확률로 붙어주리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슛을 한 번도 안 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나마 잠시 거리를 주어도 안전하다 판단할 테니까.’
만약 계획대로 안 되면 대책도 있었으나, 과연 수비수가 오코너에게 압력을 가하며 턴오버를 유도했다.
그러나 오코너는 이미 나와 함께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봤던 순간이기에, 내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공을 내게 패스 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3점 라인 밖.
차악 –
존 킴의 빠른 3점을 표방한 슛동작으로 깔끔하게 득점을 올렸다.
[로한팀 21: 주전팀 25]겨우 4점차.
– ……
헤드 코치의 눈동자가 격동하는 것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혹시 다시 교체?’
내가 저쪽 벤치를 예의주시하는 건 주전들이 다시 나오는지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다행히 헤드 코치는 벤치 멤버들을 조금 더 믿어주기로 한 모양이다.
‘얇은 선수층을 공략하는 두 번째 방법. 벤치 멤버들이 코트 위에 올라왔을 때 공격을 몰아친다.’
주전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동적이고, 임기응변이 떨어지는 벤치 멤버들. 고맙게도 3명이나 교체되어서 B팀의 전술을 써먹기 좋은 상황이었다.
“앗! 백코트 해!! 빨리!!”
우리팀의 아게로가 빠른 발을 활용해 느슨한 패스를 스틸했다.
주전팀이 다급하게 백고트했지만, 먼저 흐름을 읽은 내가 가장 앞장서고 있었다.
“로한!”
충분히 덩크나 속공 레이업으로 확실한 득점을 올릴 수 있었으나, 나는 아게로의 패스를 받자마자 두 걸음만에 삼 점 선 뒤에 서서 또다시 슛을 올렸다.
착 – !
백투백 삼 점.
나는 공을 일부러 상대 수비수에게 대충 굴려주었다.
그러면서 아게로에게 또 한 번 눈짓을 주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훈련한 수비 전술 중 하나.
육상 선수 출신이다보니 아게로는 발도 빠르고 민첩한 편이었는데, 특히 순간 가속도가 높은 점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주전팀이 코트 밖에서 패스를 하며 공격을 시작하는 찰나.
아게로가 적당히 멀어졌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인코트로 패스를 하지만, 내가 눈짓을 한 그 순간. 완벽한 타이밍에 뒤로 돌아 전력질주해 스틸하는데 성공한다.
“……!”
이미 우리 코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던 대부분의 주전팀. 그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아게로는 힘껏 내게 공을 던졌다.
“안 돼!! 빨리 막아!! 막으라고!!”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헤드 코치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먼저 두 번의 삼 점을 넣었던 똑같은 자리에 서서 안정적으로 패스를 받았고, 어느 누구도 차마 다가올 생각도 못한 시점에 다시 한 번 슛을 쐈다.
찰싹 –
몇 번 들어도 시원한 스위시(Swish:림 안에 깔끔하게 들어가 공이 네트만을 건드리는 소리).
[로한팀 27: 주전팀 25]숨을 참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객들이 난리가 났다.
– 와아아아아아!!!
– 잠깐 한 눈 팔았는데, 로한 팀 2점차 앞서고 있다고?? 조금 전만 해도 7점차로 지고 있었잖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아니, 1분 만에 3점만 3연속 넣는다고? 아무리 벤치 멤버들이라지만 무슨 NPC야? 구경만해??
– 이게… 하버드 수준??
충격의 현장이었다.
관객들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뛸 정도로 흥분했고, 반면 주전팀 벤치는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삐빅 –
결국 헤드 코치는 참지 못하고 존 킴을 제외한 주전 두 명을 다시 복귀시켰다.
나를 그동안 수비하던 스몰포워드가 그 중 한 명.
어쨌든 그가 마크를 하는 동안 내가 한 골도 넣지 못해서(시도조차 안 한 거지만…) 분위기 전환겸 재투입한 느낌이었다.
‘노력은 갸륵하지만, 3점은 여기까지.’
여기까지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라 효과적이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주전을 다시 출전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다음 계획으로 넘어갔다.
– B팀 너희는 공격이야 공격. 그러려면 각자 하나의 무기는 장착해야지. 레이업이면 레이업, 점퍼면 점퍼. 3점이면 3점. 딱 한 가지를 골라서 마스터해. 특히 눈을 감고 쏴도 들어갈 정도로 익숙한 위치를 만들어. 거기서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열 번씩 추가로 슛 연습만 하는 거지. 두 번째 실패하면 스무 번 추가. 그렇게 게임식으로 연습하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겠지??
[로한팀 27: 주전팀 27]주전팀이 가까스로 점퍼를 성공시키고, 다시 우리의 공격.
내게 공이 돌아오자 주전팀 모두의 이목이 내게로 쏠렸다.
특히 3점을 경계하는지, 나를 담당하는 수비수가 밀착해서 좀처럼 거리를 주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돌파를 시도하자, 골밑의 센터와 파워포워드가 동시에 내 앞을 틀어막는다.
억지로 슛동작을 연계하니 무려 세 명이 거대한 벽을 만들었지만…
“……!!”
내 손에는 공이 없었다.
뒤로 슬쩍 빼주어서 오코너에게 가 있었던 것. 뒤늦게 스몰포워드가 달려들었지만, 오코너는 이미 그가 특기로 삼은 스텝백 점퍼를 성공시켰다.
하프타임까지의 경기 양상은 그런 식이었다.
1분에 9득점이 충격적이었는지, 나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대부분 자신의 특기 슛을 쏘기 좋은 포지션을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려 75%라는 높은 확률로 득점이 이어졌다.
“에이, 실패할 수도 있지. 난 그동안 진짜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실전에서 처참하게 실패할수록 설레더라. 나중에 더 연습해서 설욕할 기회가 주어지잖아. 과거의 치욕을 되새기면서 내 자신을 단련할 때. 크으… 상상만해도 흥분된다.”
“……”
그렇게 B팀이 기용된 5분 동안 우리는 골고루 득점을 이어나갔다.
주전팀의 핵심 멤버들이 돌아와서 무서운 화력을 보여주었지만, 체력적으로 쌩쌩한 B팀 앞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첫 1분에 세 골을 연달아 넣은 후, 내가 별다른 슛 시도가 없자 패스를 더욱 경계하게 된 주전팀.
나는 전반 끝을 3초 남겨두었을 때, 다시 한 번 거리를 확보해 3점을 시도했다.
찰싹 – !
[로한팀 45: 주전팀 38]전반 끝.
우리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으면서 천천히 락커룸으로 뛰어 들어갔다.
*
락커룸에서 처참하게 깨졌는지, 주전팀은 독기를 품고 돌아왔다.
그동안 휴식이 부족했던 주전팀의 슈팅가드와 파워포워드가 교체되었고, 존 킴이 다시 코트 위를 밟았다.
그는 나를 보더니 애써 트레쉬토크를 시도했다.
“머리를 제법 잘 썼어. 아예 3개의 다른 팀을 데려오다니. 첫 10분은 방어팀이, 중간 10분은 공격팀이 몰아쳐서 우리가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건 나쁘지 않았다. 실력이 안 되면 잔머리라도 써야지.”
“오! 그걸 파악하다니. 아주 예리해. 근데 난 도저히 너희가 무슨 전술을 들고 왔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
존 킴은 이를 갈았지만, 나는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서 가버렸다.
B팀이 뛰는 마지막 5분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실히 존 킴이 주장이자, 하버드 팀의 정신적 지주인 듯했다.
벤치 멤버들도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며 거세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술대로 돌아가면서 꾸준히 득점을 올렸다.
마지막 10분이 남은 시점, 스코어는 [로한팀 62: 주전팀 57].
비록 점수 차는 줄었지만, 우리는 계속 승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삐빅 –
우리의 마지막 선수 교체.
C팀 다섯 명 전원이 코트 위로 우르르 올라왔다.
“…설마?”
존 킴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부릅뜬 채 나에게 물었다.
C팀 다섯 명 전원이 나왔다는 건,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벤치로 복귀했다는 듯.
물론 그건 나도 포함이었다.
이벤트 매치의 마지막 10분은 보웬이 이끄는 C팀의 무대.
나의 부재에 주전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점수 차는 겨우 5점.
경기의 흐름이 넘어가려는 조짐이 보일 때마다, 내가 절묘하게 타이밍을 뺏고 방해하던 것에 진절머리가 났던 주전팀이기에 내 교체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모양이다.
“……”
물론 그런 즐거움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다시 경기가 재개되자, 주전팀은 차라리 내가 그리워진 모습이었다.
– 도대체 보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미국 피지컬 천재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