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5
125
보웬은 이벤트 매치의 마지막 10분을 책임지는 C팀의 일원이었다.
미식축구팀의 이스트를 비롯해, 로한의 친절한(?) 권유(??)를 받은 고교 농구 선출 하버드 생들.
주전감은 못되지만, 하나의 역할이 주어지는 롤 플레이는 충실하게 잘할 수 있도록 로한의 특훈을 받았다.
‘아니… 보웬이 맞아?’
같이 신입생 때부터 함께 합을 맞춰봤던 존 킴은 로한이 벤치로 들어가고 보웬이 나오자, 솔직히 한시름을 놓았다.
지난 20분은 지옥이었다.
직접이 아니면 간접적으로나마 공수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로한은 하버드 주전팀의 전술적 이점을 완전히 없앴다.
그럼 개인 기량으로 압도해야 하는데, 문제는 로한의 팀이 급조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조금이나마 허점이 보이면 로한이 눈짓을 한 번했고, 그의 시선을 받은 로한팀의 선수들은 바짝 긴장하며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내는 독기를 보여주었다.
‘도대체 얼마나 괴롭혔으면…’
물론 로한의 입장에서는 부드럽게, 하지만 필요할 때는 날카롭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런 오해는 억울해하겠지만… 이미 주전팀을 비롯해 코치진은 로한이 선수들을 얼마나 굴렸는지 짐작해보고 있었다.
‘그래도 코트 위에서나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지, 일단 벤치에 들어가면 한숨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미 주전팀은 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로한팀 45: 주전팀 38]대학 농구를 거의 뛰지 않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2주만에 이 정도의 팀을 꾸렸다는 건, 로한의 안목과 지도자 자질을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현실은 그냥 주전팀의 무능, 코치진의 무능으로 보겠지만…’
존 킴은 가만히 관중석을 둘러봤다.
라이벌전에도 이렇게 꽉 차는 일이 없다.
하필이면 모두가 모인 이 자리에,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
존 킴은 두 주먹을 꽉 쥐며, 적어도 마지막 10분 동안 설욕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로한도 없고, 3성 유망주였던 오코너도 없다.’
보웬이 있다지만, 보웬은 지난 몇 년 간 농구를 제대로 훈련하지도 않았고, 혼자서 뭘 하지도 못한다.
분명히 그랬는데…
퍽 !
“심판! 반칙!!”
어째서인지 보웬을 담당하던 파워포워드가 가까이 붙자마자 휘청, 볼품없이 쓰러진다.
“……??”
카메라가 돌아가는 경기가 아니라서 장면을 돌려볼 수도 없었다.
코치진은 일단 반칙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주심이든 부심이든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억울하지만 결국 파워포워드는 허벅지를 움켜잡으며 가까스로 일어났다.
하지만 아직 고통이 심한지 제대로 된 수비를 할 리가.
[로한팀 47: 주전팀 38]보웬은 아예 뛸 생각도 없이 가볍게 점프를 해서 2점을 성공시켰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
평상시 다혈질의 보웬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에 존 킴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설마…?’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내가 하버드를 선택했을 때부터, 지미는 일류 에이전트답게… 하버드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 명단을 뽑아주었다.
어쨌든 내 목표는 One and done. 19살이 되고, 대학 농구를 1년 뛴 후 NBA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
그것도 1라운드 1픽으로 뽑히기 위해선 후회 없는 1년을 보내야 했다.
“5성 유망주는 물론, 4성 유망주도 아이비리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은근 동양계는 꾸준히 진학을 해왔어.”
아무래도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문화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동양인은 NBA에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확신이 있기에 운동 특기 전형으로 비교적 쉽게 아이비리그 입성을 한다는 말이었다.
“존 킴이 그런 경우구나.”
4성 유망주면 충분히 상위권 농구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노력해서 NBA도 꿈꿔볼 수 있는 위치.
지미는 의외로 존 킴을 높게 평가했다.
“동양인답지 않게 돌파가 좋고 순발력이 빠른 편이야. 특히 농구 아이큐가 높아서 복잡한 전술도 잘 소화하고, 즉흥적인 변칙성 플레이도 즐겨.”
상위권 대학 64곳이 참전하는 전국대회. NBA 플레이오프보다 평균 시청률이 높다는 마치 매드니스(March Madness)에서 활약을 펼치려면 꼭 필요한 인재라고 신신당부했다.
“4학년인데도 주전 자리를 놓지 않고, 팀원들을 열심히 격려하고 있는 건 당연히 전국대회에서의 선전 후 드래프트 등록을 노리고 있어서야. 팀과 코치진 모두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으니까 성격을 좀 억누르고 맞춰줘. 주장이잖아.”
“성격을 억누르다니? 나 이래 봬도 한국 아버지에게서 예의를 보고 배운 사람이야. 당연히 팀 플레이어고, 협력할 줄 안다고.”
“…음, 항상 네가 주도해야 성에 차는 거 아냐?”
나는 그때 지미를 비웃었다. 내 외양(?)을 보고 오해한다고, 잘 지켜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
하지만 입학 첫날. 하필이면 존 킴이 와서 일대일을 펼쳤고, 그는 하버드 망신, 인터넷 망신을 대대적으로 당한 후… 팀 훈련에서도 아는 척을 한 번 안 했다.
“…남자가 속 좁기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거지. 털고 일어나면 돈독해지는 게 남자 사이 아냐?”
“음, 자기 집 안방에서 부모님이 보고 있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
어쨌든 플랜 A, 기존의 하버드 팀과 좋게 좋게 가서 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간다는 건 입학 첫날부터 어긋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플랜 B로 방향을 돌렸다.
이벤트 매치 성사 후, 부스터들의 막강한 후원을 등에 입어 새로운 하버드 팀으로 거듭난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나.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새롭게 팀을 리빌딩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에이전트는 다 주목하는 유망주가 있었어. 4성 유망주이긴 했지만, 5성 유망주에 근접한.”
전국 어디에도 갈 수 있었으나, 하버드 출신 집안이라 이곳에 진학할 수 없었던.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있었다.
“스티브 보웬. 누군가가 2년전 혜성처럼 나타나 미식축구고 농구고, 심지어 복싱판까지 뒤집어 놓기 전까진 고교 최고의 문제아로 유명했어.”
“음, 난 모범생에 가깝지 않나?”
“양심… 어쨌든 코트 안팎으로 문제를 많이 벌여서 4성 유망주로 하락했지, 실제 실력은 5성 유망주 중에서도 상위권이라고 평가했어.”
스티브 보웬은 거의 매 경기 파울 아웃을 하고, 시즌 동안 출전 정지가 더 많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고교 선수였다.
다만 집안의 영향력이 대단해서 선수 자격 박탈만큼은 피했고, 무엇보다 눈부신 재능의 소유자에 관대한 미국 사회의 특혜를 받은 학생이었다.
“그러다보니 꺾일 일이 없어서 무척 거만하고 톡하고 건드리면 폭발하는 거지 같은 성격을 타고났어. 여러 에이전트가 달라붙었지만, 잘생겼지, 농구 안 해도 이미 상류층이라 아쉬울 것 하나 없지. 대부분 포기한 상태야.”
“음, 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말했잖아. 한 번도 꺾일 일이 없었다고. 자연재해 앞에서는 그 어떤 인간도 겸손해져.”
“자연재해?”
“그냥 표현이 그렇다는 거지. 하하…”
존 킴은 선배로써 예우를 해주라는 조언과는 달리, 똑같이 4학년의 보웬은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어서 그냥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 너, 내 동료가 돼라.
재밌게 봤던 소년만화처럼, 나의 큰 포부를 설명하면 보웬도 마음이 동할 거고, 그러다가 함께 실력을 쌓고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핑크빛 미래를 꿈꿨다.
“니가 그 분수를 모른다는 신입생 새끼냐?”
그런데 입학 첫날부터 자신의 동기이자 라이벌이었던 존 킴을 망신 주었던 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난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좋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는 귀지를 파면서 후우 – 그걸 내 얼굴에 불었다.
“지금 좀 잘 나간다고, 세상이 다 네 아래에 있는 거 같지? 겨우 크롬웰 찌그래기들이 뭔 상류층이라 깝치는지.”
그러면서 진정한 농구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나 뭐라나, 다짜고짜 일대일을 제안했다.
‘겉으로는 존 킴과 사이가 안 좋아보이지만, 은근히 끈끈한 관계였어. 어떻게든 나에게 설욕을 해주려고 달려드는 걸 보면.’
대학생들의 훈훈한 우정에 감격스러웠으나, 일대일을 대충 해주지는 않았다.
“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반칙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
이미 플레이를 어느 정도 봤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는 더 더럽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유형이었다.
전형적인 우리팀이면 든든하고, 상대팀이면 찢어죽이고 싶은 방어형 선수.
게다가 딱히 심판도 없는, 길거리 농구의 방식으로 일대일을 하고 있어서 은근슬쩍 발을 밟거나 급소를 때리려고 하거나. 쉬지 않고 손을 놀리면서 반칙을 했다.
‘너무 신사적이군.’
나는 피식 웃으면서 같이 놀아주었다.
내 공격 차례에 드리블을 하다가, 그의 어깨를 치면서 돌파했다.
팍 –
바로 바닥에 고꾸라져서 스르륵 밀리는 보웬.
“이 새끼가!”
눈이 뒤집혀져서 달려들었지만, 키나 덩치가 두세 체급 큰 나에게 밀착하자마자 갑자기 분노가 싹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조심해!”
“뭘. 니가 하는 반칙을?”
“……”
그는 더욱 악랄하고 거칠게 몸싸움을 시도했으나…
팍 –
나는 똑같이 오펜스 파울에 가까운 돌파로 보웬을 두 번, 세 번. 계속 반복해서 넘어뜨렸다.
“……”
나중에 가서는 보웬이 알아서 피해줄 수밖에 없었고, 일대일은 싱겁게 끝이 났다.
‘팀에 합류하고 나서는 그의 반칙을 더욱 은밀하고 강력하게 강화시켜주었어.’
내 원칙은 못하는 걸 보완하기보단,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하자였다.
시간도 별로 없고,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이 악마!!”
안타깝게도 보웬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말이 아니라 직접 보여주어야 빨리 체득하는 유형이었다.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결국 신나게 팼다는 말이잖아?”
우리의 훈련을 지켜봤던 지미가 살짝 질린 얼굴로 나에게서 멀어졌다.
난 그런 지미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발전했지? 짧은 시간 안에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지? 그럼 된 거 아닌가?”
“…음, 내가 보기엔 좀 다른 이유에서 의욕이 넘치는 것 같은데.”
그때는 지미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벤트 매치 마지막 10분.
보웬이 출전하자,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뭔가… 복수심에 불타는 플레이 아니야?’
그동안 누군가에게 당한 게 많은지, 그 울분을 모두에게 풀어내는 모습이었다.
주전 선수 한 명 한 명을 암살하는 느낌이랄까?
정말 아무도 모르게.
아니, 당사자밖에 모를 정도로 은밀하고 확실하게 반칙을 했다.
픽 –
“니가 이러고도 스포츠맨이야?!!”
마지막으로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진 존 킴. 그가 울먹거리며 따졌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자, 심판이 어쩔 수 없이 보웬에게 반칙을 주었으나 퇴장시키지는 못한 나머지… 5개의 파울을 범하고 결국 아웃이 되었으나, 이미 다섯 명의 주전이 당한 이후.
그동안 우리팀은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고, 점점 차이가 벌어지기만 했다.
결국 경기 끝.
[로한팀 62: 주전팀 53]하버드 스포츠 프로그램의 역사를 바꾼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
.
.
“이거, 로한이 하버드에 들어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1학기 초반부터 아예 판을 다 뒤엎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군.”
이벤트 매치의 흥미로운 배경에 인근 라이벌 학교들도 많이 직관했다.
아이비리그의 8개 학교는 서로 그리 멀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
“올해면 프린스턴이 10번째 리그 우승에, 전국대회 4강까지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비리그의 스포츠 최강자, 전국에서도 상위권으로 인정받는 프린스턴 선수와 코치진은 벤치 위의 로한을 한참이나 노려보고 퇴장했다.
*
이벤트 매치가 끝나고 한동안 바쁜 일정을 보냈다.
부스터들의 후원이 허락된 이후 농구 코치진 대부분이 물갈이 되었고, 이미 입학 시즌은 끝나서 새로운 선수 증원은 어려웠지만, 다음 학기 편입을 노리는 모양이었다.
정규 시즌 시작은 11월 중순.
나는 그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간고사를 그럭저럭 봤고 (모든 과목 통틀어서 1개 틀렸고, 만점을 받기는 했으나 교수님이 아쉽다고 표현한 에세이 유형의 시험이 있었다), 그 사이 썸을 타게 된 상대도 있었다.
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WBC 의회장, 카밀라 소렐리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 원래, 타이틀 방어전을 슬슬 잡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여론을 몰아가는 세력이 있는 듯해요.
“……?”
미국 피지컬 천재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