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6
126
WBC 의회장, 카밀라 소렐리.
– 복싱을 스포츠에서 진정한 쇼 비즈니스로 성장시킨 최고의 의회장.
그녀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었지만, WBC의 위치를 더욱 격상시킨 수장이란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큰 비리 사건이 폭로되면서 나락을 갈 뻔한 WBC는 기존의 의회장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얼굴인 카밀라를 내세워 이미지 쇄신을 노렸다.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마초 사회속에서 젊은 여성임을 강조한 것인데, 그녀는 그런 이점을 이용해 거물들과의 딜을 성사시키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초창기 많은 원로들을 상대로 기싸움을 펼쳐야 했다면, 지금은 모두의 지원을 등에 업고 WBC의 부흥을 이끌어가는 선두주자.
– 아무리 소렐리 의회장이라지만, 로한의 자격을 박탈시키지 않은 건 선 넘은 거 아닌가?
–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이젠 감을 잃은 거지. 10년이면 오래도 해먹었어.
하지만 그런 그녀도 [차머스 vs 로한]의 타이틀 매치 이후, 로한의 손을 들어준 유일한 복싱 협회가 되면서 온갖 오명을 뒤집어썼다.
정통성이 부족한 헤비급 복싱 챔피언.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의 타이틀을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올드팬들의 원성을 샀던 것이다.
카밀라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팬들이 돌아선 위기의 상황.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차머스는 도핑을 해서 거의 전성기 육박하는 기량을 되찾았다.
장점이자 단점인 고통을 느끼지 않는 점 때문에 로한을 더욱 집요하게 괴롭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로한은 쓰러지지 않았고, 매번 반격하였다.
그날 경기의 마지막 1분은 아직도 카밀라의 뇌리에 선했다.
숨도 못 쉬고 서로 난타를 벌이는 장면. 바로 그런 역사적인 장면 때문에 복싱판에 뛰어든 것이다.
진정한 승부의 무대는 복싱만한 스포츠가 없었다.
‘로한은 앞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줄 스타다.’
그래서 카밀라는 로한에게 올인을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 카스트로, 3개 협회 통합 챔피언 등극. 다음은 언디스퓨티드 타이틀을 노린다?
– 로한의 거절, “나의 자격을 박탈한 협회들은 수준 떨어진다. 거기서 아무리 난리를 쳐봐야 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왕 노릇하는 여우 꼴이 아닌가. 라이센스를 포기하고 WBC 소속으로 찾아온다면 상대해주겠다.”
– 1년째 방어전을 피하는 로한. 챔피언 자격이 있나? WBC는 왜 이것을 묵과하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외압이 강해졌지만, 카밀라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체급의 빅 매치들을 성사시켜도 헤비급만큼은 재촉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 복싱은 이제 그만? 올림픽 육상에 도전하는 로한. 카스트로, “제대로 미쳤다. 복싱을 무시하는 행위. 광대가 따로 없다.”
– 결국 올림픽 11개의 메달을 따낸 복싱 챔피언. 그는 스포츠 천재인가?
– 그의 복싱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 로한의 순수 복싱 팬보다, 로한의 팬 자체가 훨씬 많은 기형적인 구조. 인플루언스 그 이상이다.
– 로한. 그의 첫 방어전은 아마 [차머스 vs 로한]의 이상으로 훨씬 많은 PPV와 시청자를 불러모으게 될 것. 그는 반짝 스타가 아닌, 만능 스포츠맨!
과연 카밀라의 예측이 옳았다.
로한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화제를 몰고 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첨금이 불어나는 파워볼 같은 존재.
– WBC와 미팅을 갖는 카스트로. 로한과의 슈퍼 매치가 성사되나?
카밀라는 슬슬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너무 기다리면 팬들이 지쳐버린다.
이젠 적당한 상대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점.
헤비급 4개의 협회 타이틀. 그러니까 언디스퓨티드의 타이틀을 걸고 [카스트로 vs 로한]의 매치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기에… 더 오래 끌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육상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로한. 그리고 정통성 있는 복싱 헤비급 챔피언 카스트로. 어쩌면 복싱계의 가장 큰 이벤트가 될 지도 몰라.’
상상만해도 흥분이 되는 매치.
‘뭐야, 얘는 또…’
양측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려는 찰나, 예기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
“음…”
나는 내 에이전트 지미, 그리고 WBC의 소렐리 의회장이 보내준 연락을 차례대로 훑었다.
내용은 공통적이었다.
– 애송이 주제에 ‘더 빌런’이라고 깝치는 모습이 오그라든다. 진짜를 상대로는 아마 찍소리도 못할 것.
–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면 바로 도망쳐라. 아님 내가 쳐 죽어버릴테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나를 욕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유명세를 치른다는 게 곧 팬만큼, 안티팬이 정비례해서 생긴다는 의미니까.
어떤 스타들은 욕을 많이 먹을수록 성공했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좀 과하긴 하지.’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인 현상보다 가파르게 안티팬이 늘기는 했다.
– 난 왜 이런 약쟁이를 빨아주는지 모르겠네? 체격보면 딱 나오지 않아? 스테로이드에 온갖 불법 약물 다 하는데, 그놈의 크롬웰 이름 믿고 날뛰잖아.
– 저 말이 맞음. 2년 전만 해도 키가 6ft 1in(=187cm)에 143lbs(=65kg) 정도로 쌩멸치였음. 근데 지금은 뭐다? 6inch에 66lb를 더 키웠다니까? 저게 사람이야? 악마지…
– 그 삼촌에 그 조카지. 약 빨았으니까 육상도 저렇게 잘하는 거야. 요즘 최신 약쟁이들은 약물 검사를 해도 성분 검출 안 된다더라.
– 미국새끼들 다 그래. 안 그래도 도핑 스캔들로 육상 기록 많이 지워버렸는데… 또 로한 같은 걸 만들어냈네. 완전 아메리칸 대장이여.
언젠가 차머스가 나에게 비웃듯 말했다.
– 정상에 오르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냐? 뭐, 어줍잖은 놈들에겐 그렇겠지. …진정한 싸움은 정상에 올랐을 때부터. 그 순간부터 널 끌어내리려는 놈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지금 만끽하도록.
처음에는 퇴장하는 삼류 악당다운 대사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기들끼리 의혹으로 이야기 나누던걸, 이젠 확신하면서까지 거짓 정보를 퍼다 나른다.’
나에 관련된 포스팅에 앙심을 품고 달려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타이틀 매치 이후부터 조금씩 늘어나더니, 올림픽이 끝난 직후 극에 달했다.
– 이젠 면상만 봐도 죽빵날리고 싶어. 길 가다 죽었으면.
– 여동생 반반하던데?
– 원래 스포츠 선수는 인성이 중요한 편이야. 저러다가 곧 참교육 당하지. 프로 세계가 얼마나 살벌한데.
물론 나를 옹호해주는 팬들, 믿어주는 팬들, 따라주는 팬들. 그냥 나 자체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더 많다.
다만 내 인지도가 이제 수많은 국가로 퍼진 나머지, 악플러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뿐.
비율적으로 따지자면 20% 안팎이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류를 이용해 먹을 놈이 이렇게 빨리 나올줄이야.’
‘그’는 그런 악성팬들이 점점 득세하기 시작했을 때 모습을 드러냈다.
@TherealVillain
[요즘 어린애들은 주변에서 조금만 치켜세워줘도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더라. (바닥에 쓰러진 로한의 머리를 자기가 짓밟는 포토샵된 사진)]1.8M views / 1.1K replies
– 뭐지 이건?? 선전포고???
– 와, 트레버 퓨리 패기 보소. SFC 챔피언 되고 점 성숙해지나 했더니 아직도 빠꾸 없는 건 마찬가지네.
– 뜬금없이 로한을 걸고 넘어지네? 스포트라이트를 되찾아오려는 마지막 발악인가?
– 그래, 트레버 같은 사람이 로한 한 번 저격해줘야 함. 점점 기고만장해진 애 겸손해지게 옥타곤으로 데려가자!
– 로한 유명세 나만 좀 과하다고 생각 안함? 분명 뒤에서 크롬웰이 돈장난하고 있을 거임. 누가 넉다운 시켜줬으면…
내가 ‘더 빌런’으로 불려지기 이전부터 악명을 올리던 종합 격투계의 ‘더 빌런.’
악동 이미지로 화끈한 볼거리를 보여주어 스타덤에 올랐고, SFC의 가장 인기가 많고 화려한 체급 라이트급의 부흥을 일으킨 주역.
다름 아닌 트레버 퓨리(Trevor Fury)였다.
지금까지 대놓고 나를 욕한 인물 중 가장 유명한 거물.
홍보팀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은 건지…
올림픽을 기점으로 나에 대한 미국의 악성팬들이 들끓을 때 나를 대놓고 저격하자, 그들이 모조리 트레버 퓨리의 편으로 달라붙었다.
@TherealVillain
[지금까지 짭빌런이 복싱만 안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차머스랑 짜고친 포커판이었으니까. 이름값 올리는 수단으로 신성한 투기 종목을 써먹은 거야. 앞으로도 겁쟁이라 안 할 걸? (돈방석 위에 앉아 있는 로한을 사회 풍자 만화처럼 그려놓은 일러스트 첨부)]5.5M views / 3.7K replies
– 트레버! 약쟁이 처단하자!! 그럼 다시 이름값 높아질 듯.
– 그래 챔피언 되고 좀 밍밍해졌어. 이 참에 빌런 처단꾼으로 거듭나자!
–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누가 오리지널 빌런이냐… 근데 그럼 복싱 룰로 싸움? 아님 종합 격투기??
– 당연히 복싱이지. 지금까지 저 체급에서 크로스오버 매치 중에 옥타곤 간 적 있냐? 어쨌든 종합 격투가들은 모두 복싱을 장착하니, 이번에도 그걸로 가겠지.
– 아니 그럼 트레버가 떡발리는 거 아님? 체급도 라이트이면… 압살인데?
아무리 나를 응원해주는 팬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악성팬 모두가 한 곳에 몰려 있는 트레버 퓨리의 인스타 계정의 화력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먹고 살기 힘든가보군.’
투기 종목 선수가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어그로를 끄는 건 오랜 전통과도 같았다.
오히려 요즘은 좀 과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나는 인내심이 있는 편이라 굳이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트레버가 3개월 간격으로 매주 나를 욕하는 글을 올리고, 또 내 팬들이 그걸 나에게 퍼다 나르니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지미: 역시 괜히 챔피언이 아냐.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나름대로 빌드업하고 있잖아. 덕분에 카스트로는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슬슬 너와 퓨리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현재 SFC에서 가장 많은 티켓 파워를 지니고 있는 트레버 퓨리.
나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무시를 하려다가, 그래도 트레버 퓨리가 나에 대한 포스트를 거의 10개나 남겼는데… 적어도 한 번쯤은 답변을 해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안부를 물었다.
@Rohan_gansta
[전성기가 끝나갈 때 크게 한탕 하려는 건 이제 과학인가?]20.1M views / 11.3K replies
사진도, 태그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관심이 폭발할 줄은…’
지미도, 그리고 카밀라도 슈퍼 매치의 성사를 원하는 듯했지만, 나는 내 거부 의사를 명확히했다.
둘도 그 뜻을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으로 잊힌 듯했다.
*
[아이비리그 농구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농구의 프리 시즌이라고도 불리며, 어떻게 보면 약한 컨퍼런스에 속하는 하버드는 다른 컨퍼런스 소속과 치르는 프리 시즌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죠. 전국대회에 초청을 받기 위해서는 정규 리그의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프리 시즌 동안 강팀을 초청해 기대할 만한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그런 의미해서 개막식부터 아주 화끈합니다. 화제의 하버드 그리고 전통적인 강자 텍사스가 오늘 붙는데요,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여러 유망주가 포진하고 있는 텍사스를 상대로 하버드가 어느 정도의 선전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 제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요?? 지금 코트 사이드 자리에, 트레버 퓨리 아닙니까???!!] [맞습니다. 경기 외적으로 로한과 설전을 벌이는 트러블메이커. 아니 트레버메이커가 오늘 개막식을 직관하러 왔네요.]“……”
나는 물끄러미 트레버를 쳐다봤다.
그가 제정신이라면 이런 곳에 와서까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