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7
127
‘드디어.’
내가 고대하던 대학 농구 시즌이 개막했다.
하버드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통해 범생이 한 명 한 명 박살을 내는 것도 나름 스포츠와 비슷한 쾌감을 선사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온몸이 근질근질거렸다.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고교에서도 상위 1%만이 대학 농구를 하게 된다고 하니… 수준이 얼마나 높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신체를 끝없이 단련하고, 기술과 전략을 발전시켜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
그 쾌락에 깊이 중독되어 버려서 이제는 스포츠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개막식 첫 경기부터 최고다.’
미국 대학 농구, 그것도 최상위 리그라고 불리는 Division 1은 총 32개의 소리그로 나뉜다.
아무래도 미국 땅덩어리가 넓으니, 지역별로 나누어서 그들만의 소리그, 즉 컨퍼런스를 이루게 되는데…
하버드는 아이비리그 컨퍼런스 소속. 말 그대로 아이비리그의 8개 팀이 서로 홈 경기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러니까 우리 정규 리그는 총 14게임.
‘사실 중하위권의 아이비리그 팀들끼리만 경기를 했다면 아무리 하버드라도 선택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 두 달 전부터 프리 시즌을 가졌다.
아무래도 대학 스포츠도 사업이기 때문에, 흥행이 되는 경기를 잡기도 하고, 전국대회를 노린다면 상위 랭크의 대학들을 초청해와서 저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건 하버드도 마찬가지.
이번 시즌부터 부스터들에게 힘이 실렸기 때문에, 그들은 본격적으로 거금을 들여 빅매치들을 성사시켰다.
어쨌든 강한 상대와 경기를 할수록 팀이 양질의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중계될 가능성이 높아 전국적인 노출의 기회가 생긴다.
그럼 유망주들도 하버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니… 부스터들이 노리는 선순환이 가능한 것.
그들은 특히 개막식에 힘을 주기 위해서 무려 텍사스 롱혼즈(Texas Longhorns)를 초청하는데 성공했다.
– 부스터들 일 좀 하네!! 롱혼즈면 전국 랭킹 10위권의 강팀이잖아! 전국대회에서도 마주치기 힘든 상위 시드의 팀인데…
– 와, 이번 경기는 꼭 보러 간다. 롱혼즈 경기가 화려하진 않아도 은근 사람 마음을 흔드는 편인데…
– 나도 엄청 좋아하는 팀임. 대부분 4성 유망주라 실력은 출중한데, 5성 유망주처럼 거만하지 않고 굳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 질만한 경기도 최선을 다함.
– 거기 감독 10년째인가? 10년 내내 전국대회 출전했으니까 말 다했지. 끈끈한 조직력을 강조해서 꾸준히 실력을 상승시켰으니… 올해 처음으로 5성 유망주까지 들어왔으니, 아마 상위 5위 안에 들어갈 듯.
대학 농구를 좋아하는 하버드생들은 개막식이 발표되자마자 학생 시즌권을 사들였다.
그러나 난관이 있었다.
항상 남아돌아서 시즌 중반부터는 아예 무료에 가까운 돈에 헐값 처분하던 학생 시즌권.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여유롭게 시즌권을 구매하려 했으나…
– 뭐야?? 시즌권이 벌써 다 팔림???
– 미친놈. 시즌권 팔기 시작한지 한 달이나 돼서 찾아온 주제에? 벌써 다 팔렸냐고?? 그 머리로 하버드 어케 옴?
–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2~3달이 지나도 한참 남아돌았잖아!!
– 쯧. 하버드 스포츠, 특히 농구는 그분이 들어오기 전후로 나뉘지. 암흑기를 지금과 비교하면 쓰나.
대학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하버드생들도, 올림픽을 뒤 흔들었던 육상 스타 로한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존 킴과의 일대일, 그리고 [로한팀 vs 주전팀]의 소년만화 같은 설정의 이벤트 매치를 통해 캠퍼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로한은 기어코 학생 시즌권을 2~3일만에 매진시키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캠퍼스의 전교생들의 로한의 행보를 주목하는 상황.
그런 시기에 무려 [하버드 크림슨 vs 텍사스 롱혼즈]의 빅매치가 열렸다.
*
‘오늘 경기는 나름 큰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해준던데…’
나는 분주하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세팅하고 있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홀로 고고히 존재하는 우리의 헤드 코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과거 NBA의 유명 구단 헤드 코치로 무려 20년을 한 전설적인 명장. 그 기간동안 플옵 우승만 6회에 달하는 대단한 영감님은 오랜 은퇴를 깨고 하필이면 우리 하버드의 헤드 코치로 오셨다.
그는 다른 코치진이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온 것과는 달리, 어디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화려한 반팔 티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셨다.
“뭘 쳐다보나? 한가하면 슛이라도 하나 더 해.”
“넵.”
좀 까칠한 동네 할아버지 느낌? 하지만 함께 훈련을 하다보면 예리한 지적을 하실 때가 많았다.
바로 이해가 안 되어도, 기숙사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는. 그런 유형의 지도를 많이 하시는 편이었다.
우리는 경기 전 간단하게 워밍업을 하고, 경기 시작을 위해 하프 코트 위에 모였다.
[Texas Longhorns]맥스 헌터(★★★★★) – 6ft – 포인트가드
타이론 카터(★★★★) – 6ft 2in – 슈팅가드
나단 호튼(★★★★) – 6ft 5in – 가드/윙
미첼 석스(★★★) – 6ft 8in – 파워포워드
디수 커닝햄(★★★★) – 6ft 9in – 센터
[Harvard Crimson]존 킴(★★★★) – 6ft – 포인트가드
치솜 아크반(★★) – 6ft 8in – 가드/포워드
크리스 넬슨(★) – 6ft 6in – 가드/포워드
로한 킴(★★★★) – 6ft 7in – 파워포워드
저스티스 레스몬드(★★) – 6ft 10in – 센터
‘전국구 팀…’
미국 대학 농구팀이 총 1000곳쯤 된다.
그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Division 1은 350팀.
롱혼즈는 그 안에서도 최상위 컨퍼런스인 ‘빅 12’소속이고, 전국에서는 10안에 들어가는 랭커팀.
거만한 기색은 없었지만, 그래서인지 특유의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분위기였다.
반면 하버드는 전형적인 ‘신장’으로 농구하는 스타일.
높이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롱혼즈를 상대로 벌써부터 기세가 꺾인 몇몇이 보였다.
그때였다.
삑 – !
점프볼로 경기 시작.
우리 센터가 적어도 키랑 윙스팬이 길어서 점프볼을 잘하는 편인데, 롱혼즈의 디수 커닝햄이 손쉽게 공을 쳐냈다.
‘오, 점프력이…?’
롱혼즈는 공격권을 따낼거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는지, 주심이 점프볼을 던진 그 순간 이미 진형이 움직이고 있었다.
디수가 공을 곧바로 5성 유망주이자, 현재 최고의 대학 포인트가드로 인정받는 맥스 헌터 쪽으로 공을 넘겼고… 맥스 헌터는 공을 받자마자 보지도 않고 패스를 찔러 넣었다.
딱 두 번의 패스 이후, 공간이 확 빈 슈팅가드 타이론 카터가 안정적인 3점을 성공시켰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과연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게 바로 전국구의 조직력.’
심지어 평균 4성급 유망주로 주전을 채웠으나, 개인 기량 또한 압도적이었다.
“천천히 가자고.”
눈이 야망으로 불타오르는 존 킴은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직접 돌파를 시도했지만, 같은 포지션이나 전국에서 한 손가락 안에 꼽는 맥스 헌터를 상대로 손쉽게 차단당했다.
“한 수 가르쳐줄 테니 잘 보고 배우라고.”
그는 조소를 머금으며 바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속공!’
보통 골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포인트가드가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속공 찬스로 이어진다.
맥스 헌터는 주특기인 빠른 주력을 무기 삼아 순식간에 골밑까지 도달. 곧바로 힘 있는 투 핸드 덩크를 시도했다.
“어?”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긴 좀 민망한데, 어쨌든 지구에서 가장 빠른 남자.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순 없었다.
맥스 헌터의 전담 마크는 바로 나.
이미 그의 움직임을 읽고, 스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파악한 나는 일찌감치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찰나 그의 투핸드 덩크를 가까스로 저지했다.
콰 앙 – !!
워낙 급하고 추격하다보니 힘 조절이 잘 안 됐다.
그가 두 손으로 농구공을 꽉 잡고 있어서 나도 적잖은 힘으로 맥스 헌터를 내팽겨쳤다.
“크윽.”
실제로 등이 굽어질 정도의 충격. 마치 갓 잡힌 물고기처럼 바닥에서 파닥파닥거렸다.
존 킴은 그 모습을 보곤 PTSD가 오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5성 유망주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그러고 보니 존 킴도 한 때 저런 떡블럭을 당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하네.’
곧이어 정신을 차린 맥스 헌터는 주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반칙이잖아!!,”라고 따졌지만… 주심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
“……”
너무 깔끔하게 블록을 당하는 장면이 다시 슬로우모션으로 잡히고 있었다.
바닥에 처박히며 처참하게 구겨진 맥스 헌터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음, 저거 짤로 돌겠는데?”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맥스 헌터는 조용히 뒤돌아서 수비를 위해 백코트 했다.
경기는 이제 겨우 시작.
양 팀간의 신경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
‘개 같은 자식. 나를 모욕했어?’
맥스 헌터는 올해 2학년으로, 이번에 일부러 롱혼즈에 편입한 경우였다.
상승세에 있는 롱혼즈. 기어코 10위권에 도달했으나, 전술적인 완성도에 비해 선수층이 4성에 머물러 한계가 뚜렷한 상태.
뭐, 남들에 눈엔 그마저도 대단하겠지만, 맥스 헌터는 에이전트와 상의한 끝에 롱혼즈를 바탕으로 전국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성장한다면, 2025 NBA 드래프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수많은 에이전트가 보고 있는 첫 경기부터…’
하버드와의 경기가 잡혔을 때는 내심 기뻤다.
로한은 적어도 대학 농구판에서는 소리만 요란한 깡통.
화제성이 있어서 적잖은 에이전트가 몰리지만, 실제 팀은 형편 없어서 재물로 삼기에 좋은 상대였다.
‘다시 육상으로 도망치게 만들어주지.’
크림슨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롱혼즈의 볼.
포인트가드인 맥스 헌터가 페이스를 조절하며 상대 코트에 진입했다.
그는 단순히 빈틈을 찾아 공을 돌리는 역할이 아닌, 직접 공격을 주도하는 핵심 멤버였다.
실제로 높은 필드골 성공률이 증명하듯, 위협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스코어러.
수비수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맥스 헌터가 공격을 열심히 할수록 다른 팀원들에게 여유가 생겼고, 그제야 절묘한 타이밍에 패스를 해 득점을 이어나가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했다.
‘조직력이 끈끈하지만, 이렇다할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던 롱혼즈에게 꼭 필요한 마지막 피스였어.’
맥스 헌터는 언제나 그렇듯, 굉장히 날카롭고 재빠르게 돌파를 시도했다.
‘네까짓 게 날 막으려고?’
자신을 담당하는 수비수는 다름 아닌 로한 킴.
무료 7in(18cm)의 신장 차를 자랑하지만, 맥스 헌터는 오히려 이런 상대를 더욱 기꺼워했다.
그만큼 빈틈이 많아지니까.
이번에도 아무런 주저없이 로한의 다리 사이로 공을 드리블하며 골 밑으로 쇄도했다.
“……!”
이미 맥스 헌터는 드리블 했던 공을 받기 위해 로한의 뒤로 재빨리 들어갔으나, 문제는 공이 나오질 않았다.
로한이 기교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공을 빼앗아, 역 속공으로 이어졌다.
콰 앙 !
맥스 헌터가 두 다리만 믿고 추격했으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추태만 보였고, 그가 시도했던 투 핸드 덩크가 로한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얼마나 거센 덩크였는지, 백보드가 크게 휘청거린다.
“이렇게, 조금만 더 빨리 뛰면 블록을 피할 수 있어. 그럼 이제 너도 한 번 해볼래?”
그러면서 로한은 마치 학생을 가르치듯, 친절하게 맥스 헌터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이 건방진 새끼가?”
맥스 헌터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공을 신경질적으로 쳐냈고, 괜히 테크니컬 파울만 받았다.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어.’
그는 오늘 가볍게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로한이 제대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
“숨도 못 쉬게 몰아붙인다. 알겠어?”
팀원들을 다그치며 빠른 페이스로 크림슨을 요리했다.
전술도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기량이 받쳐줄 때 의미가 있는 법.
미스매치가 날 때마다 맥스 헌터는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시켰고, 어렵지 않게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전반이 끝났을 때.
[크림슨 28 : 롱혼즈 33]체력이 좋은 편인 맥스 헌터는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왜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는 거야!!!’
분명 롱혼즈의 공격은 대부분 성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크림슨도 마찬가지.
경기의 내용이 너무 이상했다.
‘이게 모두 저놈 때문이야…!!’
전반 내내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힌 로한.
결국 하프타임 때 롱혼즈는 로한의 대처법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지시받았고,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
그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서 문제였다.
미국 피지컬 천재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