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29
129
나는 조화를 좋아했다.
서로 다른 팀원들. 각기 장단점이 다르고, 가혹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닌 재능의 크기도 차이가 난다.
그런 모자람속에서 흐름을 찾고, 조화를 이뤄낼 때 오는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강강약약. 강한 팀을 상대로 할 때, 심상 세계가 구현되며 최선의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내곤 한다.
‘마지막 5분… 꿈과도 같았다.’
우리의 코치진마저 포기한 것같은 시점.
나 한 명의 플레이로 팀원 한 명 한 명의 눈빛에 불길이 재점화되었다.
내 각오는 전염되었고, 불가능해보이는 슛을 하나 하나 성공시킬 때마다 그들의 의심은 증발했다.
우리 팀은 정말 하나가 되어서 결국 역전을 이뤄냈고, 그것도 모자라…
[크림슨 70 : 롱혼즈 64]6점 차이로 승리.
모두가 할 말을 잃었고, 방송 사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특히 롱혼즈의 선수들. 무엇보다 바닥에 주저 앉은 맥스 헌터의 망연자실한 표정에선 경기 시작 때의 오만함과 비웃음이 싹 사라져 있었다.
“오늘은 그냥 몸풀기였고, 전국대회에서 다시 한 번 보자고. 원래 깔아주는 팀이 하나 둘 있어야 자신감을 갖고 대회에 임하게 되잖아?”
“……”
그는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으나,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바로 퇴장했다.
의례적인 악수나 팀 간의 인사는 생략한 채.
‘귀엽긴.’
이후 모두의 이목은 가만히 굳은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SFC 라이트 웨이트 챔피언. 종합 격투기 최고의 간판 스타에게 집중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긴급하게 핸드폰을 조작하고 있는 트레버 퓨리.
위이잉 –
마침 그 타이밍에 나에게도 문자가 왔다.
[지미: ‘배터’ 측 친구한테 들었는데, 트레버가 이번 내기를 무효화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 떨고 있나봐. 그래봤자 소용 없지. 내기를 승낙하는 동시 강력한 계약을 체결한 셈이라… 2~3배의 위약금을 물지 않는 한 강제로 깰 수 없게 되어 있어. 축하해 챔피언. 아, 그리고 어차피 트레버랑은 관계가 악화된 것 같다고, 제발 너랑 연결 시켜달라더라. 새로운 전담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 있음 알려줘.]‘뭐, 이게 당연한거겠지.’
트레버가 안쓰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5백만불은 굉장히 큰 돈.
유명세와 영향력에 비해 파이트 머니가 짜기로 소문난 SFC 소속 선수이다보니, 하늘이 무너진 듯한 그의 표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문득 트레버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일부러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길길이 날뛰며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지금까지는 나름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진심.
돈을 잃고 분노하는 도박사와 겹쳐졌다.
나는 굳이 응수하는 대신 트레버의 동선을 읽고 슬쩍 자리에서 비켰다.
물론 다리를 살짝 걸어 넘어뜨리긴 했지만, 그건 순전히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였지… 다른 의도는 아니었다.
‘음…’
그러나 넘어지는 각도가 안 좋았는지, 얼굴이 먼저 바닥에 떨어졌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코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찰칵 찰칵 – !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활짝 웃으며 플래쉬 세례를 터뜨렸다.
“…이 자식이 뒤지려고!!!”
트레버가 눈이 뒤집혀져서 달려들었다.
안타깝게도(?) 이미 경비들과 다른 선수들이 나를 보호했고, 그가 경기장 바깥으로 쫓겨나면서 사태는 소소한(?)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나에겐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어서 바로 잊었는데,
세상은 잊지 않았다.
*
‘이런 개 같은??’
트레버 퓨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은 자신과 로한을 중심으로 굉장한 이목이 쏠렸다.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SFC 간판 스타, 더 빌런. 육상 영웅이자 대학 농구 4성 유망주인 로한의 경기를 직관하러가다 망신당하고 돌아오다.] [전미 대학 스포츠 협회, “대학 경기 결과로 도박을 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학생 선수들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대가로 승부를 부추기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 트레버 퓨리 고소할 것.”] [항상 기행을 서슴지 않던 더 빌런.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켰으나, 이번에는 팬들까지 뒤돌아서다.] [익명의 5백만불 내기. 탈탈 털린 SFC 챔피언 퓨리. 내기가 무효화 될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은 ‘아니다.’ 이미 대금 지급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답.]쾅 – !
어딜 봐도 자신은 조롱거리였다.
심지어 로한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이번 사태를 놓고 수많은 해외 언론 매체들이 보도를 하고 있는 상황.
모든 관심은 그의 흥행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문제는 밈(Meme)화가 되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
그나마 그의 PR팀은 이번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었다.
– 원래 빌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도약판으로 쓸 수 있습니다.
– 이번 사태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WBC 협회에서 트레버와 로한의 이벤트 매치를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도 하고요.
– 만약 복싱 매치가 성사되어서, 트레버가 이기기만 한다면 지금의 조롱은 단숨에 사라지고 이전 이상의 위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악동 이미지가 그런 점이 좋다.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뭐 하나만 잘 해도 반전 효과로 큰 보상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훈련에 집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젠 자신의 사람들을 믿을 때.
이 모든 역풍이 사라지기 전, 복싱 경기만 진행할 수 있다면 다 괜찮아지리라.
파 방 !
사실 SFC, 즉 종합격투기에 데뷔하기 직전. 비록 10여년도 지난 일이었으나, 그는 당시 복싱 최고의 유망주였다.
실제로 프로씬에서도 복싱을 베이스로 두고 있으며, 타격에 있어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는 트레버.
지금까지 경기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투기 종목을 장착하면서도 복싱에 소홀하지 않았던 그는 투지를 불태우며 훈련에 임했다.
[나: 할배… 내 이미지 개판 난 거 알지? 난 시킨대로 한 잘못 밖에 없으니까, 제대로 보상해줘야 해. 아님 약속이고 뭐고 다 엎어버리는 수가 있다?] [크롬웰: 서로 충돌해서 스토리를 만들라고 했지, 망신은 자초한 일이 아닌가. 이벤트 매치 진행은 무조건 될 테니까, 약속한 것이나 지켜라.]*
고민은 했지만, 오래 하지는 않았다.
[지미: 잘 선택했어. 이번 이벤트 매치는 정말 역대급 관심을 받는 2024년 최고의 행사가 될 예정이야.]WBC 의회장인 카밀라도 직접 전화해서 [트레버 vs 로한]의 매치를 강력 추천했다.
– 종합격투기와 복싱계의 크로스오버 경기는 항상 인기가 많아요. 하지만 이번엔 특히 오랜만에 로한 선수의 복귀전이기도 하고, 트레버가 워낙 요란한 스타일이라 여기저기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 특히 다양한 회사에서 큰 규모의 후원을 하고 싶어해서, 혹시나 할 생각이 있다면 주최측 차원에서 제대로 보상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당연히 룰은 복싱. 다만 서로 체중을 맞춰서 캐치 웨이트에서 진행해야 할 거에요. 아무 문제 없으시겠지만.
– 일단 이번 이벤트 매치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그 화제성을 그대로 이끌어서 첫 타이틀 방어전을 진행하면 될 것 같네요.
‘하긴, 그동안 인기가 많은 유형의 이벤트 매치였지.’
원래 항상 타 투기 종목간의 크로스오버 매치는 인기가 있었으나,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이후로 굉장히 많아졌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역대 10위 안에 드는 흥행을 올렸을 정도로 재미를 봤으니, 프로모터들이 군침을 흘리는 건 당연한 일.
트레버 퓨리가 이 정도의 망신을 당할지는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가 의도하는 대로 나름 나와 붙은 스토리텔링이 되었으나… 이번 기회에 크로스오버 이벤트 매치를 갖는 것도 좋아보였다.
‘어느 종목의 챔피언이 진정한 최강자인지 가리는 것도 팬들이 진짜 좋아하니까.’
특히 이번 이벤트 매치는 대형 스폰서들이 많이 붙어서 PPV이외에도 적지 않은 파이트 머니가 걸려 있었다.
[2024년 최고의 이벤트 매치!!! ‘트레버 vs 로한’ 복싱 이벤트 매치 성사!]실제로 지미가 계약을 체결하고,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빌런 vs 빌런,’ 즉 악동끼리 붙는 흥미진진한 그림을 기대하는 사람.
틈만 나면 복싱과 종합격투기를 비교하며 어떤 종목이 우위를 점하는지 논쟁하기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나의 팬들 등.
[차머스 vs 로한]전 이후로 복싱 경기에서 그 이상의 성대함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2024년 12월 31일.
겨우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경기가 잡히자, 3분만에 티켓이 매진되었고… PPV 예약 물량도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지미: 올해 최고의 매치가 될 것은 당연한 거고, 어쩌면 역대 3위 안에 드는 최다 흥행 경기가 될지도 모르겠다.]트레버 퓨리는 신이 났는지, 하루에 한 번씩 SNS에 포스팅을 했다.
‘물 들어올 때 열심히 젓겠다는 거지.’
최근에 망신을 당해 여론이 악화된 걸 의식했는지, 의외로(?) 순한 내용으로 업로드했다.
@TherealVillain
[트레이닝 캠프 돌입! (훈련 영상)]트레버 퓨리는 아예 촬영팀을 따로 고용해, 그의 고된 훈련 과정을 액기스만 편집해 올렸다.
“음…”
그냥 영상을 보는 것만해도 화면 사이로 땀 냄새가 느껴지는 듯하다.
상남자의 훈련!
상당한 훈련량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업로드하니, 그의 뼈를 깎는 노력에 감탄을 한 팬들이 적지 않았다.
– holy fuck?! 진짜 챔피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겉보기에는 악동 이미지로 훈련도 대충할 것 같은데…
– 그건 다 마케팅 수단이야. 돈이 되니까 빌런 짓하는 거지. 운동 좀 해본 사람은 알 거야. 트레버 퓨리가 종합 격투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 특히 지금 복싱은 한물 간 종목이고, SFC는 인재풀이 훨씬 다양한 편이야. 블랙 회장이 물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흥행성 있는 경기를 자주 추진하는 편이라 대세 투기 종목으로 성장했잖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복싱 챔피언을 조져줄 적임자가 나타난 듯.
지금까지 종합격투기 챔피언이 이벤트 매치로 복싱의 전설들과 맞붙었지만, 아무래도 복싱의 룰에서는 복서들에게 상대가 안됐다.
– Shit! 복서들이 옥타곤으로 들어오면 바로 암바 걸려서 탭 칠 텐데… 겁쟁이 새끼들이라 절대 종합격투기는 안 받아들이지.
그래서 알게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 종합격투기 팬들이 많았는데, 이번 이벤트 매치를 통해 트레버 퓨리가 설욕해줄 것을 기대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런 기대 심리를 정확하게 읽고 성실하게 훈련하는 영상만을 업로드하는 거겠지.’
과연 트레버 퓨리는 기존의 치욕을 깨끗하게 씻겠다는 의지로 최선을 다해 훈련을 하는 듯했다.
– 뭐,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봤자 로한과 링 위에 서면 끝이야.
– 약빤 차머스가 호구로 보이나? 트레버 퓨리가 전성기에 있는 종합격투기 챔피언이라지만, 복싱에서는 안 되지.
– 근데… 왜 로한은 트레이닝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안 들리지? 트레버 퓨리 수준이 아니더라도 보통 홍보 사진이라도 형식적으로 내보내지 않나?
이벤트 매치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내 SNS 계정을 찾는 유입수가 많았다.
학교로 찾아오는 기자들이 적지 않아서 지미가 직접 쳐내야 하는 수준으로 관심이 폭발했다.
하지만 내 전략은 단순했다.
일단 학교 수업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다 참석했고, 과제도 성실하게 해냈다.
썸 비슷한 것도 타고 있었는데, 점점 진전이 생기는 듯 했고.
[하버드 크림슨 73 : 라이스 아울즈 68] [하버드 크림슨 77 : 인디애나 후지어 70] [하버드 크림슨 81 : 칼폴리 머스탱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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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크림슨 80 : 미시건주립 스파르탄스 77]무엇보다 농구에 최선을 다했다.
하버드는 정말 20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 시즌 전 경기 승리했다.
20년 전은 프리 시즌 상대들의 수준이 크게 높은 편이 아니었으나, 올해는 의욕 넘치는 부스터들 덕분에 롱혼즈와 같은 강팀은 물론,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팀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하버드 크림슨, 올해는 다르다. 전국대회의 유력한 우승후보?] [4성 유망주에서 대학 리그 1경기만에 5성 유망주로 뛴 로한. 프리시즌 마감하니… 랭킹 10위!] [아이비리그 프린스턴과 2강 체재. 5성 유망주를 증원한 프린스턴도 프리 시즌 전승. 과연 진정한 강자는?]그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바빴다.
프리 시즌의 경기 절반은 원정이라서 이동하는 시간도 길었고, 1학기가 끝나가는 시기에 수많은 과제와 기말고사가 겹쳐서 자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공부했다.
그 결과…
[로한… 단 한 번도 소속 복싱 체육관 ‘아이언 복싱’ 코치진과 접촉하지 않아.] [충격! 하버드 동료 선수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로한이 스파링은커녕 복싱 글러브 한 번 착용한 걸 본 적이 없다고…] [설마 이벤트 매치는 취소가 되는가? 로한의 노쇼에 대한 관계자들과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벤트 매치 계체량 당일까지 따로 복싱을 훈련하지 못했다.
물론 다 내가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 거긴 하지만…
그렇게 이벤트 매치 하루 전.
계체량의 날이 밝았다.
미국 피지컬 천재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