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
13
치프 에디터, 로렐라이 콜린스는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했다.
“흐음.”
그녀는 [미제 7]의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을 해봤다.
‘아마 최소 30대 중반의 이혼 경험이 있는 남성 작가.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과거의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 아닐까?’
로렐라이는 경력이 경력이다보니, 글을 읽다보면 그것을 써낸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으로 윤곽이 잡혔다.
100% 정확한 건 아니지만, 들어맞는 부분이 꽤 많은 편이었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성이 바르고, 가정 교육을 중요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신인 작가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성품이 글에 녹아나기 마련이다. 특히 주인공은 작가 본인의 성격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유추하기가 더욱 쉬웠다.
‘이제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로렐라이는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을 한 명씩 살폈다.
커피를 좋아하는 커리어우먼, 웃고 떠들기 바쁜 대학생들, 은퇴 후 느긋하게 신문을 읽는 노신사… 전형적인 커피숍의 풍경이었다.
띠링 –
그리고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들어오는 남성이 있었다.
“아?”
로렐라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 지저분한 슬리퍼, 부스스한 머리. 얼핏 보면 30대 중반의 실직자처럼 보이지만, 혼자 집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작가들의 유니폼이기도 했다.
“……?”
하지만 그 유력했던 후보는 일행이 있었는지 바로 다른 테이블에 합석했다.
띠링 –
로렐라이는 그 다음에 들어온 사람을 보곤 일단 자리에 다시 앉았다.
‘좀 늦으려나?’
굉장히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 10대 남학생이었던 것이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면 단정한 폴로 셔츠를 면바지 안에 집어넣은 모습이 마치 엄마가 입혀준 느낌?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자신을 보고 정면으로 걸어왔다.
로렐라이는 자신이 인종차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원래 뉴욕에 살다 보니 일단 핸드백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혹시 연락주셨던 에디터님이신가요?”
“…서, 설마?”
“안녕하세요. ‘미제 7’을 쓴 C.K.입니다.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렐라이는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몰래 카메라일까? 동료들이 작정을 하고 물 먹이는 걸까?
차라리 그랬다면 웃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어색할 정도의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남학생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앉아도 될까요?”
“아, 네. 실례를 했네요. 혹시 마실 거라도…”
“아니요. 괜찮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네. 이렇게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렐라이는 작품에 대해 칭찬하고, 작가의 필력을 칭찬하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조금은 풀어보려 했다.
‘신종 사기 수법은 아니겠지?’
한편으로는 이런(?) 사람이 [미제 7]을 써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을 봐왔다.
정말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런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다고?
“혹시 ‘미제 7’을 쓰면서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좀 있을까요?”
“아내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흔적을 쫓는 주인공의 심리라인이 무척 섬세한데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바로 단편적으로 떠오른 아내와의 따뜻한 기억이, 공허한 현실과 상반되어서 시리도록 아픔 감정을 자아내는 것이었는데,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보통 작업을 어떻게 하시고, ‘미제 7’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셨나요?”
그래서 로렐라이는 본의 아니게 작품 관련해 많은 질문을 하게 됐다.
“…상당하군요.”
그럴 때마다 작가는 짧지만, 작품을 쓴 본인이 아니면 보일 수 없는 냉철한 시각을 공유했다.
‘정말 고등학생이 이 정도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모든 작가는 자신의 나이와 경험에 의존한 글쓰기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그녀는,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의 선입견을 반성해야 했다.
‘다른 작품도 이 정도의 수준까지 담아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천재적인 감각으로 미제 7을 써냈다.’
철저한 기교와 계산된 연출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 의존해 [미제 7]이라는 마스터피스를 완성해낸 것이 분명했다.
주로 신인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고, 전형적으로 소포모어 징크스, 즉 데뷔작 이후 그만한 작품을 써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주 간혹 그걸 극복하고 대중 작가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로렐라이는 탐색을 충분히 했다고 파악하고, 바로 계약서를 꺼냈다.
“우리 사이먼하퍼는 C.K. 작가님과 ‘미제 7’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요. 저는 20년 경력의 치프 에디터이고, 직접 작품을 핸들링할 예정입니다.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지난 10년간 출간한 작업물 모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어요. 당연히 ‘미제 7’ 또한 저와 함께라면 충분히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작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한 장 한 장 살폈다. 열심히 읽는 듯 하지만, 계약서 용어나 문법은 생소하기 마련.
“사이먼하퍼의 표준 계약서에요. 당장 싸인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꼼꼼하게 확인하신 후 준비가 되셨을 때 전자로 계약 진행할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으셔도 되고요.”
“…감사합니다. 일단 조금만 읽어볼게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딱히 독소 조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인 계약서라 계약금도 적고, 인세 비율도 높지 않은 편이다.
[선인세 $1000] [인세 6%]이건 업계의 평균이다. 사이먼하퍼와 같은 대형 출판사는 한 프로젝트를 런칭할 때마다 적지 않은 마케팅비와 제작비를 투자하기 때문에 원래 첫 작의 성적에 따라 추후 몸값이 책정되는 구조다.
“우리 사이먼하퍼만의 트리트먼트를 통해 ‘미제 7’을 다듬고 세상에 선보인다면 상업적인 성공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경력을 충분히 어필했다. 그 어떤 대형 출판사도 치프 에디터가 직접 신인 작가를 영입하고 함께 일하지 않는다. 주어진 권한이 다르고, 줄 수 있는 특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까 저를 믿고 한 번 같이 일해보면 좋겠어요.”
동료들이 비웃겠지만, 아무래도 혈기왕성한 젊은 학생이라… 나름대로 미인계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계약서를 덮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이먼하퍼와는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멀리까지 와주셨는데 좋은 소식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네?”
*
[ghostagent: 무조건 첫 계약 제안은 거절해.] [c.k.: 왜? 사이먼하퍼면 괜찮은 시작 아니야? 대형 프로젝트만 진행하는데다, 치프 에디터가 직접 오잖아. 검색한 내용만 보면 능력도 있어보이더라.] [ghostagent: 이 업계 생각보다 좁아. 아직 ‘미제 7’이 입소문을 타지 않은 시점에 로렐라이 콜린스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작품이다? 그것도 한 번에 까이고? 아래 에디터들이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 있겠어?]‘일리가 있어. 역시 날카롭다니까.’
대략 2주 전.
그러니까 내가 [미제 7]을 투고한 지 한 달 정도 흘렀을 때, 의외로 많은 곳에서 답장이 왔다.
– 출판사: 6
– 에이전시: 19
그때 나는 전생의 습관대로 일일이 정리를 했다.
인터넷에서 최대한 각 출판사와 작가 에이전시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들의 최신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 전체적인 매출 추이는 어떤지, 어떤 작가와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사실 내 입장에서 사이먼하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데.’
영미를 대표하는 출판사고, 치프 에디터면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중간 이상은 해야하는 위치다.
분명 받아들일만 했는데도 내가 굳이 로렐라이 콜린스를 직접 만나서 제안을 거절한 건 오로지 이번에 계약한 작가 에이전트 ‘ghostagent’의 조언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로렐라이가 좀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ghostagent: 잘 거절했어. 사이먼하퍼의 인턴들이 직접 ‘미제 7’을 추천해서 결국 치프 에디터가 관심을 가진거래. 이번 사건이 걔네 동기들을 통해서 조금씩 퍼지고 있어.] [c.k.: 내가 거절한 지 하루 만에 그런 것도 알아낼 수가 있어? 어떻게?] [ghostagent: 영업비밀 🙂 이젠 웨이팅 게임이야. 조용히 기다려보자고. 좋은 소식으로 돌아올게.]채팅은 거기까지였다. 내가 정말 급박한 질문을 하지 않는 한, 고스트 에이전트는 사소한 대화를 하는 법이 없었다. 평소에는 잘 답장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신뢰가 가. 인연이 닿아서 다행이야.’
사실 고스트 에이전트는 내가 직접 투고를 보낸 리스트에 없었다.
우.연.히 건너건너 원고를 입수하게 되었고, 무조건 함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먼저 연락이 온 경우였다.
다른 옵션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고스트 에이전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독특하게도 다른 에이전시와는 달리 통화를 요구하지 않았고, 직접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아서였다.
모든 의사소통은 오로지 메시지를 통해서. 그럼에도 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고, 일단 조건이 가장 좋았다.
[ghostagent: 거의 모든 출판사가 작가를 등쳐먹어. 기성 작가한테도 그러는 상황에서 신인 작가를 신경 쓸 것 같아? 아예 다 똑같은 놈이라 노예 계약서를 당당하게 ‘업계 표준 계약서’라면서 들이민다니까?] [ghostagent: 그래서 작가 에이전트가 중요해. 우리는 작가가 사기를 당하는 걸 방지해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아. 오히려 홍보업체, 출판사, 영화 제작사 등을 상대로 사기를 쳐주지.] [c.k.: 사기를 칠 필요까지 있어??] [ghostagent: 물러터졌네.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강자가 모두 독식하지. 먼저 찌르지 않으면 니가 찔리는 거야.]뭔가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이었지만, 정식 에이전트 계약은 [미제 7]을 최고의 조건으로 출간하게 되었을 때 맺겠다는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ghostagent: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할게. 작가 에이전트는 평균적으로 수익의 15%를 받아가. 나는 30%지. 두배를 떼가지만 내가 하는 일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오히려 싸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너에겐 그 정도의 신뢰가 없을 거 아니야? 그래서 첫 작품 런칭은 맛보기 삼아 무료로 해주는 거야. 한 번 날 경험해보면 다시는 다른 사람과 일할 수 없거든.]작가 에이전트는 작가 대신 작품을 팔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이외에도 작가가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모두 도맡는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이 방면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확언했으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제 7]을 현재 내가 직접 받을 수 있는 조건보다 훨~씬 유리하게 얻어낼 거라고 약속했다.
‘아직까지는 너무 잘해주고 있고.’
어쨌든 밑져야 본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나서 그에 걸맞는 몸값을 받아내겠다는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순순히 고스트 에이전트를 따라보기로 했다.
*
미식축구 트라이아웃이 금요일. 치프 에디터와의 만남이 토요일. 일요일은 모처럼 밀린 책을 실컷 읽었다.
‘하루가 너무 짧아.’
겨우 책 몇 권 읽고, 집안일을 도왔다고 일요일이 증발했다.
다음날, 나는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엄마랑 리아와 아침을 열심히 먹었다.
“천천히 먹어라. 음식 넉넉하게 만들었어.”
내가 워낙 많이 먹다보니, 엄마는 요즘 4~5인분가량을 예비로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의 로한은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없었으니…’
나는 밥을 깨끗하게 비우고 뒷정리를 한 후, 가방을 챙겼다.
“아 맞다. 오늘부터는 좀 늦게 올 거에요.”
“…그러니?”
어째서인지 엄마는 불안한 눈치였다. 그 궁금증은 리아가 해결해주었다.
“또 어딜 싸돌아다니려고? 안 그래도 요즘 잠잠하더라니… 이제 슬슬 몸도 괜찮아지고, 친구들 만나려는 건 아니지??”
‘얘가 왜 이래 또?’
트라이아웃 이후 리아는 내게 틱틱대지도 않고, 오히려 은근슬쩍 내 빨래를 해준다거나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또 뜬금없이 시비를 걸었다.
“오늘부터 알바 해.”
“뭐?? 무슨 알바??”
엄마랑 리아는 마치 못 들을 것을 들은 사람들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 내가 어떤 알바를 하게 되었는지 말해주자, 리아가 바닥에 쓰러져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뭐?? 니가 무슨 알바를 한다고??? 시프트가 언제부터야. 내가 꼭 방문해야 쓰겠어. 내 친구들도 다 데려갈 줄 알아.”
미국 피지컬 천재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