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2
132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투기 종목 복싱과, 시대에 맞춰 더 잔인하고 파괴적으로 진화한 종합격투기의 크로스오버 매치는 항상 인기가 많았다.
골수팬들은 자본주의에 미친 수준 낮은 경기라고 무시하지만, 라이트팬들과 타 종목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대중들은 열광하는 슈퍼 매치.
[로한 킴 vs 트레버 퓨리]는 그런 이벤트 매치 중에서도 역대급 인기를 자랑했다.지미가 대략적인 수치를 들고왔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합산되지 않았는데, 대략 범위는 나왔어.”
[오프라인 티켓: 10만석 매진] [온라인 PPV: 2백만 추정]SFC와 WBC가 이번 슈퍼 매치를 위해 열심히 홍보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트레버 퓨리가 확실히 큰 흥행 요소였어. SNS를 통해 꾸준히 바이럴한 포스팅을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너의 무관심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았어.”
굳이 노린 건 아닌데, 복싱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복싱팬들은 안 그래도 WBC의 편애를 등에 업고 너무 오랫동안 방어전을 치르지 않는 상황인데, 거기에 자존심을 건 이벤트 매치에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서.
SFC 팬들은 내가 그들의 챔피언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나에 대한 악의가 커질수록 저절로 흥행성이 커지는 것이 바로 투기 종목이다. 어쩌면 나를 응원할 때보다 더 자극적인 경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처참하게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지니까.’
하지만 아무리 평체가 내려갔다지만, 헤비급에서 활동한 머슬메모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나.
그리고 아무리 평체가 나와 같아졌다지만, 원래 살벌한 체중 감량을 통해 몇 단계 아래 체급에서 활동하던 트레버 퓨리.
특히 아무리 복싱을 장착한 종합격투가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메인은 종합격투기.
복싱 링 위에서는 나와의 간극을 매우기 무리였고, 그 결과는 경기 당일날 선명하게 드러났다.
“축하해. 어쨌든 트레버 퓨리가 네 농구 내기에서 져가지고 눈이 돌아간 나머지, 이벤트 매치 수익을 몰아주기로 승자에게 몰아주기로 했잖아.”
“고맙지.”
“차머스와의 경기 때보다도 높은 정산금이 배정될 거야.”
“음…”
이벤트 매치의 승리. 경기의 대흥행. 그리고 막대한 수익금.
모두 좋은 소식이었으나, 그래서 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안 좋은 소식은?”
지미는 그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큰 세력이 여론 조작에 들어간 것 같아.”
“여론 조작?”
그는 에이전시에서 종합한 결과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하루 사이에 꽤나 많은 정보를 취합했는지, 대하 교재 몇 권을 합쳐놓은 살벌한 두께였다.
“요약해줄까?”
“잠깐.”
나는 잠깐 양해를 구하고 한 페이지씩 사라락 – 넘기기 시작했다.
내 속독 능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미였기에 그는 조용히 기다렸다.
나는 아예 심상 세계를 열어 정보를 나만의 도서관에 기록했다.
정보가 완벽하게 뇌리에 각인되는 과정.
언론 매체의 기사, 케이블 방송의 패널 토론, 인터넷 게시판들 등… 이벤트 매치가 끝난 후 올라온 대부분의 관련 글들을 긁어온 데이터가 시작이었다.
“일반적인 유저나 매체의 글들도 섞여 있긴 하지만, 패턴이 보이는 글들도 있네?”
“모든 하버드생이 너처럼 빠르게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건가? …몇십만불씩 쥐어줘야 하는 우리 데스크는 열명이 똘똘 뭉쳐서 밤새 분석했는데. 어쨌든 우리의 분석도 같아.”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무작위로 올라오는 기사와 유저들의 글들. 하지만 분명한 패턴이 있었다.
무엇보다 전달하는 형태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로한의 럭키 펀치. 실력이 아닌 하늘이 도왔다.]가장 먼저는 나의 승리를 깎아내렸다.
신뢰할만한 패널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서 주장했고, 영상도 그럴싸하게 편집해서 내가 얼떨결에 펀치를 적중한 것처럼 연출했다.
[왜 크로스오버 매치는 항상 복싱 룰을 따르는가? 겉으로 남자다운 척, 강한 척 하지만 결국 복서들은 겁쟁이다. 옥타곤에서의 결과는 다들 뻔하니까.]두 번째는 좀 진부한 논쟁거리를 재점화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대형 크로스오버 매치는 복서들의 승리로 끝났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거의 모든 종합격투가는 복싱을 익히지만, 복서들은 종합격투기에서 중요한 대부분의 무술에 대한 경험이 없다.
특히 MMA 승부에서 가장 결정적인 그라운드 기술 숙련도가 없기 때문에 그 어떤 복서도 옥타곤에서의 경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매치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긴 한데, 이번에는 확실히 화력이 달라.”
지금 SFC에서 주 체급이 바로 미들급. 수많은 슈퍼 스타들이 활동하는 체급이며, 그 중에서도 간판이자 최고의 흥행력을 자랑하는 챔피언이 트레버 퓨리였다.
현재 종합격투기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하필이면 10초만에 초라하게 K.O 당했다.
그것도 전문가들도 의문을 표하는 럭키 펀치에 의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모함이고… 우리 쪽에서 열심히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여론전에서 지고 시작하는 싸움이라 쉽지 않아.”
아쉽게도 확실한 실력차에 의한 결과라는 진리는, 운이 좋아서 얻어 걸린 로또 같은 승리라는 조작된 거짓 정보의 확산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뭐, 사람들은 믿고 싶은 걸 믿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확실히 거대한 세력이 개입한 것 같다. 인터넷 상의 여론 조작은 그렇다쳐도 유명 전문가들도 꽉 잡고 있는 걸 보면…”
“크롬웰 쪽에서 벼르고 있겠지.”
시류를 잘 탔다.
다른 때라면 아무리 대규모 여론 조작에 들어갔다고 해도 영향이 덜할 텐데, 현재는 드물게도 나의 악명이 극에 달하는 시기.
그리고 대흥행한 슈퍼 매치이다보니 대중의 이목이 쏠려 있어서 화제성이 더했다.
– 겉으로 존나 센 척하지만, 결국 옥타곤을 피하는 건 똑같네.
– 솔직히 핸디캡 가지고 뛰는 거 아니야. 진정한 챔피언이라면 복싱 한 판 했으니까, 이젠 종합격투기로 가야지.
어떻게 보면 이전의 사례들보다 이번에 장작이 더 활활 타오르는 건 당연하겠지.
“크롬웰 쪽에서 작정을 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진짜 분위기가 달라.”
마지막으로는 외부 압력까지 가해졌다.
[SEC 위원회, WBC 회계 감사에 들어간다. 중요한 신고가 있었다고…] [SEC에 이어서 IRS 까지 나섰다. WBC 평의회는 물론, 중요 간부들 대규모 세무 조사가 시작된다.] [WBC 소속 복싱 선수들. 타 대회와의 매치를 불허하는 강압적인 조치에 불만. 결국 소송에 들어간다.]의심스러운 시점에 시작된 동시다발적 사건들.
아무리 WBC가 100년 이상 존속된 최고의 복싱 단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공세가 가해지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 기관들이 나선 이상 WBC는 마음만 먹으면 해체당하는 거야. 내적으로는 카밀라 의회장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고.”
이벤트 매치가 벌어지고 하루 아침에 WBC를 공격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빌드업을 보면 결국 나한테서 뭔가를 원한다는 건데…”
이 모든 과정은 나를 몰아세우기 위함.
열심히 여론을 조작해봤자, 내가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거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소속 단체를 볼모로 삼으면 내가 나설 수밖에 없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름 정확한 판단이기도 하고.’
나는 지미와 의견을 교환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짓지 뭐.”
*
항상 J.P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저택에서 만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자주 찾는 커피숍, 그리고 단골이 된 기념으로 주인분이 내주신 방에서 대면했다.
J.P는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왔다.
“많이 컸구나.”
그는 의외로 흡족한 미소로 나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당연한 듯 상석을 차지한다.
그리고 평소처럼 안부를 묻는 대신, 본론에 들어갔다.
“똑똑한 아이이니 우리의 제안에 대한 대답을 가져왔겠지?”
“제안이라… 저에 대한 여론 조작과 WBC의 해체를 걸어 놓고, 그걸 협박이 아닌 제안이라고 표현하시네요.”
“우리들의 세상에서는 이런 것도 꽤 점잖은 제안이야. 핏줄이기 때문에 많이 봐준 거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다 납니다.”
“별말씀을.”
J.P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그의 짙은 미소를 볼 때마다 거대한 구렁이가 내 온 몸을 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유나 물어봅시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저와 트레버의 종합격투기 경기를 고집하는 겁니까?”
사실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내 복싱전 승리를 깎아내리고, 옥타곤은 피한다는 겁쟁이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에겐 언제든 WBC를 해체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빌드업은 오로지 나를 종합격투기의 무대로 끌어오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당연히 적중했다.
“그게 공평하기 때문이다.”
“공평? 애초에 이벤트 매치 자체도 트레버가 생 떼를 써서 진행된 거 아닌가요? 아니지, 그것도 사실은 당신의 작품이었겠지?”
“……”
이번에는 순순히 수긍하지 않았으나, 나는 이미 확신했다.
트레버가 나를 도발한 타이밍이나 방식, 여론을 몰아가는 솜씨는 전문팀이 붙어서 케어를 한 모양새였다.
지금 두 번째 이벤트 매치를 옥타곤에서 펼치려고 하는 작전 방식과 유사한 게, 굳이 숨기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혼자 북치고 장구 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억지로 급조한 이벤트 매치에 참여해주었더니, 공평성을 위해서 또 다른 이벤트 매치에 참가하라는 게 맞아요?”
J.P는 나의 지적에 웃음을 터뜨렸다.
“네 말이 맞다. 아직도 논리를 따지는 걸 보니… 네가 18살이 맞기는 한 모양이구나.”
“……?”
“이 세상의 논리는… 노예들을 위한 일종의 행동강령 같은 거다. 무의식적인 통제의 수단이지.”
“……”
“너도 이 세상의 지분을 얻게 되면 내 말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법도, 논리도 아무 필요가 없어. 그냥 내가 원하면 그것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오로지 당신이 원하니까, 옥타곤에서의 이벤트 매치가 이뤄질 거다?”
“역시 여러 번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단 말이야. 아마 너도 스스로 왕국을 세울만한 그릇이 되는 모양이다.”
“……”
겉으로는 사람이 좋아보이지만, 이럴 때마다 같은 사람이 아닌 느낌을 받는다. 그는 진짜 자기와 남들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대부분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보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어떻게든 받아들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정확하게 봤다. 하지만 나는 공평한 사람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네가 승리한다면 다시는 같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마. 나의 약속은 그 어떤 계약보다 신성하니 믿어도 좋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군. 이 세상의 상류층들은 다 이런 족속일까?’
확실한 건 J.P가 어떻게든 이 이벤트 매치를 성사시키고 싶다는 것.
그 목적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제 복싱 생명을 죽이려고 별 짓을 다 하시네요.”
여기서 지면 지금까지 나의 복싱 경력은 무의미해진다.
투기 종목이라는 게 원래 최강자를 가리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내 패배는 복싱이 종합격투기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버리게 된다.
종합격투기 팬들의 평생 조롱거리가 될 거고, 복싱 팬들에게는 복싱을 모욕한 최고의 역적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육체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내 말에 J.P는 처음으로 사악하고도 역겨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항상 사람 좋은 미소에 자신의 더러운 진면목을 숨겼는데… 지금 이순간만큼은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 듯했다.
“너의 모든 것은 나에게서 왔따. 네 엄마도, 네 재능도 모두 내가 존재했기 때문에 주어진 것인데… 주제를 모르고 가문을 벗어나겠다고 하면 뿌리째 뽑아야겠지. 복싱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광기다. 그는 진심으로 미쳤다.
‘역시, 당신은 없어져줘야겠어.’
나는 악의를 감추며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받아들이겠어. 옥타곤에서의 리턴 매치… 하면 되지.”
“……!”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
미국 피지컬 천재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