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33
133
J.P를 만나러 오기 전, 지미에게 내 뜻을 먼저 알렸다.
그는 나를 미친놈 보듯했다.
– 아니 네가 굳이 왜? 그들의 판에 뛰어들어줄 필요 없어. 자존심이 상해서 그래? 오히려 자존감이 높을수록 거절해야지. 제 잘난 맛에 사는 메이웨더도 옥타곤 경기는 끝까지 피했어. 그게 추한 게 아냐.
나는 애초에 종합격투기에 관심이 있었다.
모든 무술은 각기 다른 장단점이 존재한다.
하나씩 익히면서 나에게 최적화된 조합을 찾으며 강해진다.
좀 진부하긴 하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강해질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가 복싱을 먼저 해보게 된 건 어디까지나 차머스의 영향 때문이지, 굳이 한 종목을 고집할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종합격투기에 입문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했을 때.’
아무리 그게 내 계획이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외부의 압박을 통해 강제로 선택하게 되는 건 사양한다.
…적어도 확실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래서 나는 [로한 vs 트레버 II], 옥타곤에서 벌어질 리벤치 매치를 받아들이는 조건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내가 이긴다면 다신 똑같은 방식으로 나를 몰아세우지 않겠다고?”
“그렇지.”
“그딴 건 필요 없어. 자신 있으면 이런 얕은 수를 얼마든지 또 사용해도 돼.”
“흠… 그렇다는 말은 다른 요구 조건이 있다는 뜻이군?”
J.P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나의 표정을 훑었다.
“그래. 그냥 깔끔하게 돈을 걸자고. 아마 두 번째 이벤트 매치는 이례적으로 종합격투기의 룰을 따르기 때문에 규모는 말을 안해도 추측이 가능하겠지?”
“그런데?”
“거기에 사비를 얹자. 당신 부자인 건 하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잘 들었으니까, 더도 말고 덜도말고 승자에게 1 Billion(=1.3조)을 넘겨준다. 아예 각자 사재를 담보로 중계 기관을 쓰면, 그 순간 경기 받아들인다.”
“……”
J.P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나와 트레버의 이벤트 매치는 승자 독식의 정산 방식. 현재 추정된 정산금은 300million(=3900억) 가량이다.
차머스와의 타이틀 매치도 비슷한 규모였고, 그 외의 스포츠 활동을 긁어모으면 딱 그 정도를 맞출 수 있기에 부른 금액.
‘굳이 작가 생활을 통해 번 자산은 포함시킬 필요도 없다.’
물론 J.P는 백조에 가까운 초일류 자산가라지만, 아무리 그라도 조 단위의 금액을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는다.
‘무조건 보유하고 있는 사업체 중 몇 개를 팔아야겠지.’
굳이 의도를 숨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J.P도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정말 너는 옥타곤에서도 승리를 100% 확신하는 모양이구나.”
“반대로 당신은 트레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이렇게까지 억지로 경기를 성사시키려고 하는거겠지.”
서로 이렇게 확신하니 선택은 쉬웠다.
“좋다. 법무팀을 통해 허점이 없는 계약서를 준비하지. 손주가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 건네준다는데 사양할 필요가 있나.”
우리는 만나서 처음으로 미소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기사는 정식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중개 기관이 이번 일을 받아들인 직후 정식으로 나갔다.
*
2025년 1월.
뉴 이어즈(New Years) 즉 새해 휴일이 끝나면 미국 기준으로 2학기가 시작된다.
하버드 프레쉬맨(1학년)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뜻.
농구장에서 간단한 슛 연습을 하는 나를 위해 보웬이 공을 주워주었다.
똑같은 슛이라도 끈질긴 수비가 붙어 있는 순간, 체력이 바닥난 순간, 경기에서 지고 있어서 심리적인 여유가 없는 순간등.
사람의 심리와 체력상태에 따라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쉬운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항상 일정하게 골을 넣으려면 반복적인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기계적이고 지루하지만, 몸에 슛의 프로세스를 각인하는 과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훈련 방식이다.
훈련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성실하게 훈련하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올리게 해준다.
그리고 한 번으로 그치면 안 된다. 주기적으로 다시 감각을 갈고 닦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슛 폼.
그래서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농구장을 찾아 슛을 쏘고 또 쏘았다.
“진짜 독하다. 생긴 건 가진 재능만 믿고 훈련을 하나도 안 할 것만 같은데… 누구보다 지독한 연습 벌레라니.”
잠깐의 휴식 기간 동안 보웬과 나는 벽에 걸터 앉아 숨을 골랐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훈련을 돕던 그가, 불공평하다는 듯 투덜댔다.
“거기다 엘리 말을 들어보니까 1학기 올 에이라며? 석사 학위를 추천하는 교수도 많다고…”
엘리는 보웬의 친척 동생.
나와 같은 1학년으로, 그 유명한 보웬 가문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정식 후계 중 한 명으로 소문이 돌았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엘리는 대외적인 활동을 크게 하지 않는데도 수많은 파파라치가 그녀를 따라다닐 정도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공부, 스포츠, 그리고 여자. 꼭 그렇게 다 해먹어야 되겠어?”
“…너도 공부 좀 해봤으면, 하면 할수록 미지의 분야가 커진다는 걸 알 텐데? 겨우 인위적인 평가 기준인 학점으로 으스댈 것이 못 되지. 농구나 미식축구도 갈 길이 멀고…”
나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그를 돌아봤다.
“여자라니? 엘리랑 메시지 몇 번 주고받고, 과제 같이 좀 한 거 가지고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냐?”
“……”
그런데 보웬은 그런 나를 오히려 한심하게 쳐다보며 혀를 찼다.
“내가 너 나이 때는 매일 다른 여자 만났는데… 넌 어떻게 된 게… 겨우 메시지만 주고 받아본 엘리를 가장 먼저 기억 해내냐? 뭐, 그것도 나름대로 대단하긴 한 일이지만.”
“헛소리 하는 걸 보면 힘이 남아도나보네? 그냥 바로 다시 3세트 가자.”
“…인간이 아냐 인간이.”
보웬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투덜대면서도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내 훈련 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확실히 각오가 남달라졌어.’
더 이상 문제아 보웬은 없다.
그는 이제 졸업반 마지막 학기.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은 눈치였다.
‘내 입장에선 대환영이지.’
하버드는 벤치까지 갈 것도 없이 주전부터가 약하다.
다행히 4성 유망주가 이번 학기에 편입을 추진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나랑 존 팀, 그리고 보웬 정도가 아니면 전국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프리 시즌 전 경기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어디까지나 하버드를 언더독으로 보고 무시했던 초반의 경향. 전체적인 기량이 부족해도 정신력과 끈기만큼은 세계 정상급인 하버드 선수들의 잠재성 폭발. 마지막으로 보웬이 착실하게 실력을 회복하다 못해 이제는 점차 성장하고 있어주어서였다.
‘미안하지만 존 킴은 4성 유망주… 어떻게 NBA까지 간다고 해도 벤치의 롤플레이어까지가 노려볼 수 있는 상한선이라면… 보웬은 5성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좋은 프로 구단을 만나 보웬에게 투자를 해준다면 충분히 즉시전력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훈련량을 매일 소화하다니. 도대체 공부할 시간은 어떻게 찾는 거냐?”
훈련이 끝난 후 우리는 각자 씻고 나왔다.
보웬의 괜한 시비는 그가 할 말이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
아니나 다를까 차분하게 기다려주니,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너를 만나기 전에 이미 농구를 접었어. 어차피 하버드에서 아무리 설쳐봐야 뚜렷한 성과를 올리기도 어렵고… 프린스턴이 버티고 있는 한 전국대회 참가도 불가능했으니까.”
“……”
“하지만 니가 오고 지푸라기만큼의 희망이라도 생기니 바로 달려들고 있는 내가 보이더라. 사실은 그만큼 농구가 하고 싶었던 거지.”
그동안 양아치처럼 보이는 겉모습 안에 이런 고민이 있었던 모양.
“이번만큼은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의 불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그를 잠깐 마주 보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앞으로 항상 함께 훈련을 한다면 네가 원하는만큼 성장할 수 있을 거다.”
순간 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매일? 이렇게??”
“뭔 소리야, 오늘만큼은 아니지.”
“그, 그렇지? 오늘은 주말이라서 예외적으로 훈련 강도가 빡셌던 거잖아. 그치?”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훈련 강도가 세다고? 이게??”
“…설마??”
보웬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린다.
“이제 겨우 몸 풀었다고 생각하면 돼. 앞으로 매일 새벽 5시에 여기로 나와.”
“나, 나만?”
“다들 우리와 같은 목표로 운동을 하는 건 아니니까. 공부를 방해하면 안 되지.”
“난 처음 듣는데???!! 우리 목표가 뭔데??”
“당연히 두 달 후에 있을 전국대회 우승. 내가 이미 여러 번 말하지 않았나?”
“그게 진지한 거였어!! 아무리 너라도… 전국 대회는 쉽지 않아. 플레이오프처럼 다전제가 아니라 토너먼트 형식이라 전통적인 강호들도 의외의 상대로 떨어진다고.”
“그러니까 더 가치가 있는 거지. 뭐야 갑자기 엄살은. 조금 전에 눈물이 글썽이는 진지한 눈으로 ‘이번만큼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하던 놈은 어디갔지?”
“…눈물은 무슨…”
보웬은 이미 나에게 말을 꺼냈다는 사실을 후회하는 듯했지만, 물은 엎질러졌다.
우리는 이후 일주일에 6일, 딱 하루만 휴식을 가지고 매일 함께 특별 훈련을 가졌다.
물론 정규 주전 훈련 과정을 고려해 서로 상호보완 되는 스케쥴을 내가 친히 짜주었고, 보웬은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착실하게 따랐다.
“…아니 나는 이미 충분히 만족하는데 왜 나까지???”
아무래도 내가 하루에 총 4~5시간씩 붙어 있으면 좋을텐데, 들어야 하는 수업도 많고…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틈틈이 종합격투기도 훈련하고 있어서 자리를 비워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강제로 우리의 특별 훈련에 징집한 선수가 바로 존 킴.
일단 우리 셋이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적어도 코어가 단단하면 수많은 응용 전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억지로 나오긴 했지만, 애초에 동양인답게 성실근면한 스타일의 존 킴은 금방 적응했고, 의외로 보웬과 앙숙이면서도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서 강력한 듀오로 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규 리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는 다르다. 하버드, 코넬을 상대로 정규 리그 첫 경기 83:65 대승.] [아이비리그의 전통적인 2위, 예일. 어째서 하버드를 상대로 무너졌나…] [스티브 보웬과 존 킴의 환상적인 조화. 3년전 ‘킴보’ 듀오의 잠재성을 이제야 터뜨리는 것인가… 공수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하버드를 3연승으로 이끌다.] [아이비리그 대학 농구의 판도가 바뀌었다! 작년 정규 리그에서 7승 7패로 중위권에 걸친 하버드. 올해는 빅4라고 불리는 코넬, 예일, 펜을 차례대로 격파! 과연 마지막 남은 아이비리그의 황좌, 프린스턴을 상대로도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육상하는 복싱 챔피언? 적어도 대학 씬에서는 농구 선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로한. 프리 시즌에서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규 리그에서는 각오부터가 다르다. 벌써 두 번의 트리플 더블 기록.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결국 7연승까지 파죽지세로 기록하다. 하버드 앞에서 모두 무릎 꿇은 아이비리그. 과연 마지막 남은 프린스턴, 부상으로 주전 두 명이나 빠진 상태에서 황좌를 지킬 수 있을까?] [프린스턴도 무너졌다! 70:68 OT, 로한의 하프 코트 3점으로 강제 오버타임 직행. 오버타임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쟁취!] [하버드, 14 – 0. 정규 리그 모든 경기를 승리하며, 20년만에 1위로 리그를 마감. 아이비리그 컨퍼런스에서 유일하게 전국대회 티켓 거머쥔다. 과연 그들의 기적과 같은 행보는 전국대회에서도 통할까?] [로한 킴. 과연 그는 스포츠의 제왕인가. 그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
2025년 3월.
정식 명칭은 NCAA 토너먼트. 더 자주 불리는 별칭은 마치 매드니스(3월의 광란)가 시작되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