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0
140
“어서 오게.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해서 미안하네.”
J.P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그와 동년배의 인물로, 사람 좋아 보이는 J.P와 달리 눈빛만으로도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만 있을 것 같은 살벌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좀 더 자주 봐야 하는데, 코앞에 있어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
주로 J.P가 일방적으로 안부에 대해서 묻고, 상대는 잠자코 듣는 편이었다.
하지만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왔는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뭔가?”
“여전하구만. 본론만 이야기하는 성격이… 감독을 하기는 딱 좋지만, 사회성이 영.”
그의 이름은 행크 워커.
J.P의 팀 동료로, NBA 샌프란시스코 팀의 왕조를 이룩한 핵심 구성원 중 한 명.
둘은 코트 밖에서는 항상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으나, 적어도 코트 위에서는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를 선보이며 정규리그 3회 연속 우승, 플레이오프 3연속 우승을 자랑하는 전설적인 선수들.
지금도 GOAT 논쟁에서 빠지지 않으며 수많은 농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이후 J.P야 성공적인 기업가로 전향했다면, 행크는 농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농구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NBA 감독직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유럽리그를 전전하다가 이내 미국으로 돌아와 이제는 대학 농구를 전담하게 된 것.
다행히 말년에 성질이 많이 죽으면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J.P와의 연으로 스탠퍼드 농구팀을 이끌게 되었다.
“그럼 자네 성격을 잘 아니 바로 물어보도록 하지. 어떻게 결승 준비는 잘 되어 가나?”
“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하버드를 상대로 우리팀이 이길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건 아니고?”
“꼬투리 잡기는.”
역시 행크는 스탠퍼드 스포츠 프로그램의 최대 후원자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자네가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손주놈을 스탠퍼드에 입학시킬 수 있다고??”
“……”
그 부분에 있어서는 J.P도 입을 쏙 다물었다.
로한의 눈부신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행크는, 로한이 농구에 집중하겠다는 사실과 스탠퍼드 입학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어린 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실제로 폴짝폴짝 뛴 건 아니고… 작게 감탄사를 내뱉은 정도면 행크 성격에 거의 그만큼 표현한 건 맞지.’
스탠퍼드는 이미 대학 수준에서는 슈퍼 팀이라는 욕을 먹고 있지만, 보석을 하나씩 모으다보면 점점 더 값어치 있는 걸로 보석함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말년에 접어든 행크도 마찬가지였다.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만, 몸이 버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느껴졌다.
그 전에, 별 중의 별들만 모이는 NBA 팀에 준하는 대학팀을 꾸리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이었다.
– 육상과 미식축구, 심지어 황금 광산이나 다름없는 복싱을 미뤄두고 농구를 선택하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나에게 맡겨라. 아직 농구 쪽에서는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니, 내가 철저하게 키워서 NBA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시킬테니.
J.P는 그 정도로 상기된 행크를 평생 본 적이 없었다.
NBA 플옵 쓰리 피트, 즉 3연속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도 무덤덤했던 친구다.
‘그냥 그날 최고의 농구를 할 수만 있으면 만족하던 순박한 아이였지.’
그런데 로한이 스탠퍼드에 합류하겠다는 말에는, ‘도대체 언제 오는데? 학교 투어를 할 거 아니야? 헤드 코치한테 인사하러 안 오나??’ 등등의 연락을 거의 매일 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로한이 하버드로 최종 입학을 결정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을 안했지만.
‘아직도 그 사실에 삐진 게 확실하다.’
J.P는 행크의 눈빛을 한참 피하다가 결국 말했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는 건가?”
“흥. 웃기는 소리.”
“……?”
“그까짓 팀으로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지. 우리 스탠퍼드는 이미 완성되었다. 2~3년 후면 모를까… 미래의 유망주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J.P는 이 말을 직접 듣고 싶어서 행크를 불렀다.
그는 자기 팀이든 말든, 언제든 객관적으로 독설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수천억을 투자해 발전시키고 최첨단 시설로 맞춘 스탠퍼드의 농구 프로그램과 NCAA 몰래 불법적인 방식으로 5성 유망주를 모아온 선수들.
거기에 인맥과 경력까지 갖춘 행크가 합류하며 스탠퍼드는 지난 7~8년 동안 전국 랭킹 10위를 벗어난 적이 없고, 3년 전 슈퍼 팀이 완성되면서 두 번 연속 전국 토너먼트 우승을 거머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도 우승을 해서 왕조를 완성해야 한다.’
[Kings]의 배팅 때문에라도.스탠퍼드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건방진 손주놈을 짓밟아주기 위해서라도.
*
[하버드 크림슨 vs 스탠퍼드 카디널]전국 토너먼트 결승전을 직관하기 위해 7만여 명이 착석하기 시작했다.
‘표값이 많이 뛰어서 평균 4~500불 한다고 하던가?’
도저히 대학 경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비싼 티켓.
부스터들은 나에게 고마운지, 그런 나에게 꽤(?) 좋은 표를 넘겨주었다.
– 꼭 올해 드래프트에 등록해야 하나? NBA에서 약속하는 신인 연봉의 2~3배를 줄테니 1년만 더, 진짜 한 시즌만 더 하버드에 남는 것이 어떻겠나?
굉장히 노골적인 뇌물성 선물이기는 했는데, 한화로 천만원 단위의 코트사이드 자리를 무려 6개나 얻었다.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하기도 힘들지만…’
그리고 그 자리는 우리 가족 세 명, 리아의 베프 클로이, 그리고 클로이의 쌍둥이 형제이자 오클랜드 고교의 쿼터백이었던 대런 로저스에게 돌아갔다.
나는 워밍업을 하면서 어느새 도착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부모님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반갑게 화답해주었고, 리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휘저었다.
– 지면 죽는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절대 질 수 없는 경기.’
진짜 이젠 아무 위화감 없이, 정말 나의 가족 같아서 그들이 응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
그러다 순간 우리 가족과 친구 일행이 조용해졌다.
그 어색함이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라 저절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아…”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홀로 돋보이는 여성이 코트사이드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실내에서도 얼굴의 상당부분을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꼈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는 그녀.
바로 엘리였다.
농구에 관심이 없어서 사촌인 스티브 보웬이 경기를 뛸 때도 직관을 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 전국 토너먼트를 계기로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직접 찾아와서 응원을 해주었다.
“이게 사랑의 힘인가? 집안 어른들이 난리가 났더라. 남자에 미쳐가지고 경영 수업도 제대로 안 듣고, 이런 농구 경기에 꼬박꼬박 찾아온다고.”
몸을 풀다 말고 스티브 보웬이 와서 깐족거렸다.
엘리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선글라스를 살짝 벗어서 웃어준 후, 다시 도도한 분위기를 되찾고는 자리를 찾아갔다.
딱히 문제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구해준 표라서 우리 가족 무리와 함께 앉을 수밖에 없었다.
– ……
엄마야 워낙 사교성이 좋으니, 옆에 앉은 엘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중간중간 나를 흘겨보는 엄마.
‘딱히 말씀은 안드렸지만… 이미 눈치챈 느낌이지?’
괜히 등줄기가 서늘해졌으나, 그나마 아버지가 엄마의 등 뒤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보이셨다.
‘…좋은 건가?’
마지막으로 리아와 클로이는 나를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쯤되면 나를 응원하러 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원수보듯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쟤네는 또 왜 저래?’
하지만 그런 우리 가족 일행도 순간 얼어붙어서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잠깐 자리를 비웠던 J.P가 돌아온 것이다.
평소 VIP 박스 자리를 선호하는 그였는데, 오늘따라 우리 가족이 앉은 반대편 코트 사이드에 위치했다.
그것도 좌석이 아닌, 바로 스탠퍼드 헤드 코치와 함께 들어서더니, 아예 스탠퍼드 진영에 서서 우리 가족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저 정도로 뻔뻔해야 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건가.’
여러모로 이번 경기를 지면 안 되는 이유가 충분히 많았다.
“스탠퍼드 주전 애들 존나 늦게 들어오는 거 봐라. 벤치 선수들만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준비운동 하고 있고… 한 대 줘 패고 싶네.”
보웬이 삐딱하게 선 채, 하나둘씩 뛰어 들어오는 스탠퍼드 선수들을 싸우자는 태도로 노려봤다.
‘확실히 클래스가 달라보이긴 하네.’
5성 유망주, 즉 전국에서 랭커들만으로 주전은 물론 벤치까지 채운 대학계의 슈퍼팀.
그들의 플레이를 철저하게 분석해온만큼, 스탠퍼드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대학 농구에서 날고 기어봐야 외계인들의 리그, NBA에서는 최하위 팀의 세컨드 유닛에게도 못 비빈다고 하는데… 유일하게 NBA 선수들과 꾸준히 연습 경기를 가질 정도로 준수한 실력을 가진 팀.’
역시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대학 스포츠에서도 돈만 처바르면 안 되는 게 없다.
우리로는 벤치 멤버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지만, 주전들은 진짜 5성 유망주 중에서도 전국 30위 안에 드는 랭커들로만 채워졌고, 핵심 구성원은 1학년 때부터 합을 맞춰온 일명 ‘워커 키즈.’
NBA 레전드이자 스탠퍼드의 헤드 코치인 행크 워커가 직접 만나보고 영입한 선수들이기도 하고… 친손자인 샤크 워커와의 합을 고려해 데리고 왔다는 소문 때문에 ‘워커 키즈’라고 불리는 선수들이었다.
“오, 니가 참 대단하긴 한가보다. 하나 같이 다 너만 노려보네?”
보웬이 굳이 깐족대지 않아도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벤치 멤버들처럼 살기어린 시선이 아니라, 그냥 재밌는 동물을 쳐다보듯, 흥미롭다는 얼굴들.
특히 그 중심에 선, 7ft 1in(=216cm)에 325lbs(=148kg)의 거구를 자랑하는 샤크 워커의 표정이 가장 봐줄 만했다.
그는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나 코앞에 섰다.
“아예 지역구가 달라서 전국 대회에선 아예 못 볼 줄 알았더니… NBA 드래프트를 등록하기 전, 완벽한 제물이 되어주려고 안간힘을 다해주셨네?”
나보다 무려 15cm가 더 크고, 몸무게는 50kg이나 더 나가서 그런지 꽤 위압감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크롬웰 새끼들 하나 같이 고개가 빳빳한 게 한 번쯤 짓밟아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무대가 마련되다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항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익숙한 듯한 고압적인 태도.
나는 워낙 심성이 착해서 아무렇지 않았지만, 내면의 ‘로한’이 참지 못하고 그의 양쪽 어깨에 두 손을 살포시 얹었다.
“뭐하는… 크윽!”
쿵 – !
밝게 웃으면서 아주 살짝 힘을 주었는데, 애가 보기보다 몸이 허약한지 거대한 체구의 샤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걱정이 돼서 안쓰럽게 말했다.
“딱 이 정도의 눈높이가 좋네. 앞으로 나 보면 알아서 허리 숙여라. 엉?”
“……”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는지, 순간 코트 위에 모든 인물들이 얼어붙었다.
미친개라고 불리는 보웬만큼은 나를 옹호해줄 줄 알았는데, 보웬이 가장 질색하는 얼굴이었다.
“저 자식이 미쳤나???”
“너희 안 떨어져??? 전부 다 퇴장당하고 싶어??”
뒤늦게 스탠퍼드의 동료 선수들이 뛰어오고, 우리 선수들까지 나를 둘러싸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심판들이 다급하게 뛰어와 모두를 뜯어말렸다.
다행히 슈퍼볼을 제외, 올해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를 앞둬서 그런지 구두로 경고만 받고 사태는 무마가 되었다.
“……”
하지만 우리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거친 경기가 되겠군.’
존 킴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나와 보웬은 피가 끓었다.
*
[Championship / 결승전] [남부 15위 하버드]vs
[서부 1위 스탠퍼드]전반전부터 양쪽팀은 잦은 부상으로 강제 선수 교체가 이루어졌다.
스탠퍼드는 샤크 워커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피지컬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우리 하버드 선수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
삑 –
벌써 두 명이 교체되어서 나갔고, 문제는 정작 코트에 남은 선수들의 체력 고갈이 심하다는 점.
[하버드 7: 스탠퍼드 16]스탠퍼드는 선수층이 두터워서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좋은 반면, 우리는 항상 한계까지 휘몰아쳐서 한 라운드 한 라운드를 통과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데미지가 축적된 상태였다.
“크윽…”
그런데 거친 몸싸움까지 버텨내야 하니, 베테랑인 존 킴도 발걸음이 무거워졌고, 보웬마저 발톱이 많이 무뎌 보였다.
…딱 내가 원하는 흐름이었다.
‘이 정도는 돼야 할 만 하지.’
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오히려 피가 끓고,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
나와 생각이 통했는지, 엘리와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함께 고안한 대책이 있었다.
나는 존 킴과 보웬에게 간단한 지시를 했다.
“괜찮겠어?”
“조금만 삐끗해도 모두의 비웃음을 살 텐데.”
잠자코 듣던 그들은 나를 걱정했지만…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