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4
144
엘리는 로한과 지난 두 학기를 꽤나 가까이서 보내며 의외의 모습을 많이 봤다.
‘진짜 독서를 좋아한단 말이야.’
로한은 분명 보여지는 그대로도 매력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강한 남자.
로마 시대로 따지자면 이 시대 최고의 글래디에이터나 다름없는 복싱계의 최강자이기도 하고, 육상에서는 이미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다.
‘특히, 농구 전국 토너먼트에서의 모습은…’
좀처럼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던 그녀도, 토너먼트의 명장면들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언더독이기도 하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아.’
로한은 모든 팀원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증명했다.
그러니 그런 신뢰는 팬들에게도 전염이 되고, 로한은 반복해서 기적적인 승리를 함으로써 팬들에게 보답했다.
말 그대로 슈퍼스타.
하지만 그런 부분보다 더욱 엘리의 관심을 끈 것은 의외로 학구적인 로한의 모습이었다.
‘모든 수업에서 가장 앞줄에 앉는다.’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도 항상 적극적으로 임하며, 교수와의 의견 충돌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몇 번은 교수가 로한의 말을 듣고 수긍을 하거나, 다음날 자신의 말을 정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두 학기가 되니까, 저명한 교수들도 로한이 지적하면 따로 찾아보기도 전에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진짜, 신이 너무하셨지.’
재능을 이렇게까지 몰아줘도 되나?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은 감탄스럽다 못해 솔직히 두려울 정도였다.
‘회사에서도 천재라는 인재를 많이 봤고,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 많지만…’
로한은 진짜 규격외의 인물. 도저히 자신의 좁은 안목으로는 평가하기가 어려운 불가해한 존재였다.
– 아니, 운동을 저렇게 잘하는데 학점까지 좋은 게 말이 돼?
– 학점이 좀 좋은 정도가 아니라, 듣는 과목은 다 수석이잖아. 날고 긴다는 엘리 보웬이 한 수 접어주잖아.
– 하버드 바깥에서는 얘가 이렇게 공부 잘하는 지 모를 거야. 별로 이슈도 안 되더만.
– 아무리 하버드라지만, 학교에서 수석하는 거랑, 전 세계에서 가장 스포츠를 잘하는 거는 비교하기 힘드니까. 다들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기사가 간혹 나기는 하지만, 로한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는 하버드 내에서만 유명한 수준.
그런 하버드생들도 로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로한이 아무리 바빠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와 관련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딱히 편식하지 않고 섭렵하는 스타일.
‘소설책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유독 소설책을 좋아하기는 했다.
소설책을 좋을 때는 아예 다른 세상에 빠져 있어서, 엘리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진짜 저렇게 재밌나?’
자기가 매일 챙겨다주는 균형 잡힌 최고급 집밥(자신이 만든 건 아니고 미슐랭 스타 요리사의…)만 열심히 챙겨 먹고.
정작 따로 자기에겐 관심을 주지는 않아서 속으로 이런저런 감정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
하지만 로한이 소설책을 너무 재밌게 읽으니까, 엘리도 영향을 받아서 없는 시간을 쪼개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굉장히 재밌었다.
어렸을 때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아온 엘리에겐 평소 누리기 힘든 사치.
나중에는 딱히 습관이 안 되었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굳이 안 읽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로한의 몰입도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냥 로한이 읽는 책이 재밌는 건가?’
로한은 역시나 책을 고르는 안목도 뛰어나서, 로한이 읽는 책만 집으면 실패할 일이 없었다. 나중에 그냥 임의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소설을 읽다가 너무 수준이 떨어져서 데인 적이 한두 번 생기자, 그 이후부턴 로한이 읽는 책만 따라 읽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항상 로한의 추천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먼저 재밌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그녀의 승부욕이 또 엉뚱한 곳에서 고개를 들이민 것이다.
그래서 대학 농구팀을 분석했을 때와 똑같이, 회사의 알고리즘에 의뢰했다.
지금까지 로한이 읽은 소설의 제목을 최대한 많이 입력하면, 그와 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추천해주는 방식.
“음?”
엘리는 회사에서 건네준 추천 작품목록을 훑어보다가 의아한 부분이 생겼다.
전문 서적은 많이 읽어도, 소설책은 지금까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아무리 소설계가 돌아가는 동태를 잘 모른다고 해도, 귀가 있으면 저절로 알 수밖에 없는 초히트메가셀러들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로한이 이 책들을 읽은 걸 본 적도, 언급하는 걸 본 적도 없어.’
엘리는 그동안 로한에게 간간이 읽을 책을 추천 받았다.
워낙 다양하게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취향을 가져서, 베스트셀러도… 남들은 잘 모르는 작품도 선뜻 추천해주었고… 진짜 믿고 읽는 로한 추천작품들이었다.
그런데 판매량, 추천수, 매니아층과 라이트 독자들을 모두 사로잡은 최근 작품들을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건 이상하다 못해 위화감이 느껴졌다.
‘c.k. 작가나 Hyde 작가에 대한 반감이 있나?’
엘리는 회사에서 준 최근 데이터를 다시 한 번 훑었다.
[2025년 4월] [c.k.]「She’s Gone」
– 누적 판매량: 450만부(종이책:301만/이북:149만)
「The Shadow: Legacy」
– 누적 판매량: 221만(10부작)
[Hyde]「A Good Man」
– 누적 판매량: 469만부(종이책: 359만/이북:110만)
「Beyond Perfect」
– 누적 판매량: 100만부(종이책:70만/이북:30만)
혜성처럼 등장해 소설판을 점령해 버린 두 명의 천재 작가.
‘둘 중 한 명만 좋아하는 경우는 많아도, 둘 다 거르는 일은 거의 없을 텐데?’
뛰어난 작품성으로 문단을 사로잡았으나, 읽기 쉽고 몰입하기 좋은 소재들을 잘 살려 대중성까지 얻은 문학계의 신성 Hyde.
오락도 경지에 오르면 예술로 승화할 수 있다는 걸 두 작품으로 증명한 장르계의 이단아 c.k.
아무리 소설에 관심이 없는 엘리도 두 작가에 대해서는 파악해두었을 정도로, 이제는 세계적인 유명인사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로한이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건 확실히 이상했다.
‘직접 한 번 읽어봐야겠어.’
엘리는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로한처럼 잠깐 머리를 식힐 때 조금씩 읽을 생각으로 c.k. 작가의 작품들부터 하나씩 찾았다.
“어?”
「She’s Gone」을 펼쳤는데, 도저히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애초에 한 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봐야만 하는 성격 때문에, 중간에 덮고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해도, 계속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차라리 다 읽고 공부를 하는 게 낫겠어.’
결국 밤잠까지 쪼개 내리 읽는 수밖에 없었다.
“……”
문제는 다 읽고 나니까 책의 여운에 너무 깊어서, 공부에 집중이 안되었던 것이다.
진즉에 다 읽었지만, 밤새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으며 공감하고… 어떻게든 책의 여운을 만끽하느라 하루 공부를 통째로 날렸다.
“공부가 잘 안 돼? 내가 좀 봐줄까?”
다음날 아침 하품을 계속하니까, 로한이 바짝 당겨 앉으며 과외를 해주듯 시험 범위를 다루어주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고맙긴 한데… 그냥 가르치는 것도 잘하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네가 훌륭한 학생인 거지. 한국에서는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다고 해.”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로한 덕분에 이상할 정도로 공부가 잘되기도 했고, 자기 치고도 말도 안되는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어제 망친 범위까지 전부 보충할 수 있었다.
‘이게 다 좋은 선생님의 효과인가??’
로한에게 과외를 받는 동안 뭔가 동기화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최근 이렇게까지 공부에 빠져본 적이 없어서 너무 이상했지만, 어쨌든 그래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생각보다 진도도 많이 뺐고… 두 번째 작품도 읽어볼까?’
「She’s Gone」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빠져나왔기 때문에, 일부러 다른 작품들은 멀리하고 있었다.
c.k. 작가의 두 번째 작품, 「The Shadow: Legacy」까지 재밌으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코믹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잠깐 맛만 보는 건 상관없지 않을까? 10부작이니 1부 정도만?’
…거기서 멈춰야했다.
‘코믹스 그림체가 원래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건가?? 한 컷 한 컷이 작품 같은데??’
코믹스계의 레전드라고 하지만, 일반인인 엘리는 노아 무어를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은거를 깨고 새롭게 돌아온 노아 무어는 데뷔때보다 훨씬 완성된 작화를 선보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 컷 한 컷에 영혼을 갈아넣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작품을 가지고 왔다.
‘그만큼 c.k. 작가의 스토리가 좋았던 거겠지.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내용을 어떻게든 잘 살리고 싶어서?’
아무런 기대도 안해서 충격은 더더욱 컸다.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The Shadow: Legacy」는 인간적인 주인공을 잘 그려냈고, 무엇보다 등장 인물 한 명 한 명이 살아 숨쉬는 듯해서 더 생동감 있었다.
c.k.작가와 노아 무어가 정말 코믹스라는 틀을 120% 살려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
“아… 아아…!!”
엘리는 어느새 해가 뜨고 있는 것을 보고는 머리를 쥐어짰다.
그랬다.
1부만 읽는다는 게, 조금만 더 읽고 잔다는 게… 결국 10부작을 완독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왜 그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로한은, 엘리가 수줍은 얼굴로 로한의 옆에 바짝 붙어서 머리를 비비자 슬쩍 고개를 벌리며 정색했다.
“아… 그게 오늘도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서… 꼭 보상할게! 어떻게든!”
“…알겠어.”
*
이틀 후.
간신히 시험 공부 계획에 맞춰 진도를 따라잡은 엘리는 이제 아예 자제하기를 포기하고 곧바로 Hyde 작가의 작품들을 뽑아들었다.
‘이 사람이 c.k. 작가와 동시기에 데뷔해 라이벌 평가를 받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이미 골수까지 c.k.작가의 팬이 된 엘리는 겨우 신인 작가가(물론 c.k.작가도 그렇지만, c.k.작가는 신이다.)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게 불쾌했다.
그래서 직접 읽어보고 까기로 했다.
오랜만에 탄생한 순문계의 신성이기 때문에, 올려치는 느낌이 강할거란 선입견을 가지고.
“…이건?”
「A Good Man」의 몰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누구에게나 있는 착한 성질, 호구 같은 성질,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불만. 특히 엘리는 가문의 혹독한 교육을 받고 자라 그런 성향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불만, 부글부글 끓는 분노! 그리고 그것을 한 꺼번에 터뜨리는 카타르시스.
“이게 바로 예술작품이지!”
정신을 못 차리고 끝까지 읽었다.
온몸을 관통하는 전율에 취해 밤잠을 설쳤다. 마약을 하는 게 이런 느낌일까?
내친김에 피셔 감독의 「A Good Man」 영화까지 보며 여운을 잠재웠다.
“아…”
이게 진정한 지적인 만족감. 그녀의 두뇌는 역대급 포만감이 취해 어쩔 줄을 몰라했다.
출간된지 이제 겨우 6개월이 된 따끈따끈한 신작 「Beyond Perfect」까지 그냥 내리읽었다.
‘강화소’라는 독특한 개념의 설정으로 근미래를 그려낸 SF 소설.
그 안에 담긴 사회는 정말 놀랍게도 현대를 닮았고, 스릴러, 미스터리 요소를 잘 살리면서도 현대를 풍자하는 느낌까지,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마스터피스였다.
“……”
엘리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신은 이 시대에 두 명의 천재 작가를 동시에…’
너무 가혹한 운명이 아닌가.
등장과 동시에 숙명적인 라이벌까지 함께 보내주셨으니.
‘아닌가, 독자로써는 좋은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오랫동안 좋은 작품활동을 해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
시시각각 엘리의 마음이 날뛰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의 음모론을 하나 읽게 되었다.
[c.k. 작가랑 Hyde 작가랑 솔직히 둘다 익명으로 활동하잖아. 그게 수상하지 않음? 동일 인물이거나… 일종의 작가팀이 아닐까? 왜 그런 컨셉의 음악 작곡가도 있잖아.]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결이 다르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너무 완벽하다.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데뷔를 한 것도 이상하고…
엘리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하나만 더 부탁할게요.”
c.k. 작가와 Hyde 작가의 작품을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회사의 복합 A.I.를 통해 분석한다.
A.I.라면 사람의 눈으로는 잘 찾을 수 없는 작은 패턴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같은 작가라면 아무리 의식을 해도 습관적으로 비슷한 작법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묘사에 사용하는 표현, 문장의 구조, 하다 못해 스토리에서 써먹는 장치 등. 사람은 난관에 부딪히면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고, 작가라고 다르지 않았다.
– Hyde 작가와 c.k. 작가의 필체, 필력, 스토리텔링 등 총 132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보내드렸습니다.
“……?”
보고서를 훑은 엘리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 …두 작가가 동일 인물일 확률은 5~7%.
그 정도면 그 어떤 두 작가를 묶어도 비슷한 수준의 확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뜻.
“……”
하지만 엘리는 좀처럼 그 음모론을 떨치지 못했다.
그녀는 정확한 증거를 토대로 의견을 내는 성격인데, 도저히 수상한 ‘감’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은연중에, 두 작가가 어떻게든 연관이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음?”
그러다 문득 로한과 눈이 마주쳤다.
영문학 공부를 하며, 노트에 에세이를 끄적이고 있는 로한.
“……!”
순간 엘리의 눈이 커졌다.
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문장의 구조나,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뭔가 로한의 에세이와 비슷하다.’
두 학기 동안 10개에 가까운 수업을 함께 들은 사이다.
같이 한 과제의 수만 해도 4~50여개.
서로의 에세이를 검토해주는 사이였기 때문에, 로한의 글쓰기에 누구보다도 익숙한 게 엘리였다.
‘설마?’
엘리는 Hyde 작가와 c.k.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음모론에 휩싸이며… 고민을 하다가, 또 한 번 분석팀에게 지시를 했다.
– 로한의 모든 에세이, 그리고 공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을 함께 입력해서 분석해주세요.
“……”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