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6
146
“……”
엘리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갑자기?’
모처럼 분위기가 잡혔는데, 뜬금없이 노트북을 꺼내 드는 썸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한편으로는 한없이 로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순수한 눈망울로 자신에게 소설을 보여주는 사람.
“…그런데 소설이라니? 원래 소설 쓰는 것도 관심이 있었어?”
엘리는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노트북을 받아들었다.
“……!”
워드 파일에 띄워진 제목을 보자마자, 그녀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Beyond Perfect Vol 2, 3, 4」
‘이렇게 대놓고?’
로한이 직접 말해주지 않는 한, 그의 정체(?)를 숨겨주기로 마음먹은 엘리는 자신의 다짐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Beyond Perfect」은 Hyde 작가의 최신작이자, 현재 SF 문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소설.
‘우리 분석 데스크에서도 책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SF 장르 오리지널로는 최단기간 100만부를 돌파한 메가히트셀러야.’
유명한 영화 감독들이 어떻게든 판권을 확보하려고 수십만불을 제시하며 일찌감치 눈독 들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음…”
엘리는 노트북을 한 번 보고, 로한의 눈치를 한 번 살폈다.
‘이건 무슨 의미?’
자신에게 아주 대놓고 Hyde 작가로 커밍아웃 하는 건가?
아니면 이미 그의 정체를 자신이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간접적으로 말하는 건가?
아주 짧은 찰나, 수많은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엘리.”
그런 고민이 부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로한이 먼저 나서서 설명했다.
“딱히 말할 기회가 없어서 밝히지 못했지만, 원고를 마감한 기념으로 말해주고 싶어서. 저번에 내가 쓴 소설 ‘Beyond Perfect’ 읽는 거 봤어. 이건 이어서 쓴 거니까, 한 번 읽어볼래? 솔직한 평을 듣고 싶어.”
거창하게 정체를 밝히거나, 사실은 이렇게 된 일이다 등… 부연설명은 없었다.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서, 사실은 언젠가 자신에게 그의 정체를 말해준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로한의 또다른 면모. 그걸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주는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제부터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한 것도 아닌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Hyde 작가로의 정체를 밝히는 게 더 크게 다가왔다.
“음…”
막상 알려주었으니,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엘리는 자기도 모르게 노트북 위에 떠 있는 「Beyond Perfect Vol 2」에 눈이 갔다.
사람의 눈이라는 게 시야에 잡히면 어떻게든 신경에 가게 되고, 글자가 보이면 읽기 마련.
보통은 정신이 팔려 몇 자 읽다가 다시 로한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
“……”
하지만 엘리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세계. ‘강화소’의 등장과 함께 한없이 인류가 발전한 듯 보이지만,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속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져 가는… 멸망이 가속화되는 아포칼립스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
어느새 엘리는 자신이 독서를 하고 있다는 자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주인공으로써 「Beyond Perfect」의 삶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
「Beyond Perfect Vol 1」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클리셰적인 소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당연히 Hyde 작가의 특기인 수려하고 매끄러운 문장.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듯한 안정감. 그리고 점점 그림이 완성되어갈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등.
문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마에스트로답게, 누구보다도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을 하는 수준급 작가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든 근미래에서 밑바닥의 하류 인생으로 시작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는 클리셰적이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한 이야기 구조.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검증받은 구조이고, 무엇보다 Hyde가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내서 정말 살아 숨 쉬는 세계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어.’
진짜 소설 속 세계에 빠져 있게 만드는 압도적인 몰입력 덕분에, 「Beyond Perfect」는 대중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100만부까지 돌풍을 일으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지만, 주변의 어려움을 차마 무시하지 못해 더 가난하게 사는 주인공.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착한 사람들에게나 그렇고,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악랄하게 사기를 치고, 어떻게든 뜯어먹는 최악의 인간.’
양면성을 지닌 주인공의 모습은 실제로 양날의 검이다.
착한 사람에게 잘해주고, 나쁜 사람은 등쳐먹고.
이론적으로야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 균형을 잡지 못하면 호구에 그냥 나쁜 사이코패스로 전락하기 쉬운 구도다.
‘그런데 Hyde는 그 어려운 걸 예술에 가깝게 해낸다.’
이야기의 패턴에 변화를 주고, 예상치 못한 전개로 뒤통수를 때리고. 계속해서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여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든다.
「Beyond Perfect Vol 1」
밑바닥 인생에서 강화소를 만나 점점 강화를 하며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올라갈수록 경쟁률이 치열해지며, 고티어들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가까스로 살아남고, 결국 천상계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하다.
‘특히 마지막이 충격적이었지.’
포인트를 모으면 모을수록 상위의 강화소를 이용할 수 있고, 결국 상위 티어에 오르면 아예 신분이 달라지는 구조.
하지만 그럴수록 견제가 심해지고, 떡잎부터 제거한다고, 별다른 세력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하는 살벌한 세상이었는데… 주인공은 수많은 위기를 넘기다 결국 덜미가 잡혀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지금까지 어렵게 쌓은 포인트가 전부 강탈당할 위기에… 그는 기적과도 같이 회생하며, 지금까지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강화소 소유권’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강화소의 사용자로 살았다면, 이젠 강화소의 주인. 즉 강화소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지주가 된 것.
「Beyond Perfect Vol 2」
로한이 지금 엘리에게 보여주는 2부는, 주인공이 강화소의 주인이 되고나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완전히 세계관을 확장했어.’
지금까지 천상계인 줄 알았던 고티어의 세상이 알고보니, 노예들끼리의 고군분투에 불과했다.
천외천에는 바로 소유하고 있는 ‘강화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예들을 부리는 지주들이 따로 존재했다.
수만 수억개로 나뉘는 수많은 강화소가 사실은 모두 소유주가 달랐던 것.
강화소에서 거래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수수료를 떼가는 구조로, 강화소의 주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포인트를 쓸어담고 있었다.
「Beyond Perfect Vol 2」에서 주인공은 ‘강화소’의 주인으로써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처음에는 한정된 ‘강화’만을 등록할 수 있었지만, 사람의 욕망을 정확하게 읽고, 다른 강화소들처럼 손님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밑바닥 세계에 적은 포인트로도 활용이 가능한 ‘8시간 숙면,’ ‘8시간 활력,’등 강화의 열화판인 축복 계열을 집중적으로 파며 박리다매를 추구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해서, 하급 강화소 주인 중에서 금방 포인트를 끌어모으게 된 벼락부자로 등극.
다만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상위 등급의 주인들의 눈에 띄게 되었고, 어떻게든 정체를 숨기려고 하지만, 주인공을 추적하고자하는 다른 세력들의 음모에 휩쓸려, 언제든 생명의 불꽃이 꺼저버릴 수 있는 풍전등화의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약점에 빠지는 것도, 점점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독자는 물론 경쟁 주인들을 속이는 주인공의 계략.’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반격에 경쟁 주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독자들까지 뒤통수를 얻어맞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와.”
늦은 밤, 4시간 동안 침대에 쭈그려 앉아 2부를 완독한 엘리는 온몸을 관통하는 전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짜 다른 차원에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야.’
진짜 위험한 마공서였다.
너무나 매력적인 세계관에 빠져들어, 주인공으로 빙의해 여행을 했는데, 마지막 글자를 읽음과 동시에 보잘 것 없는 현실로 돌아온 공허함을 좀처럼 떨치기가 어려웠다.
“어땠어?”
옆에서 독서를 하며 잠자코 기다리던 로한이 물었다.
하지만 엘리는 끔찍한 허무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금 노트북에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어째서 다시 마약을 찾을 수밖에 없는지. 그 금단현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잠시나마 체감한 엘리는, 사막에서 허덕이던 여행자처럼 오아시스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야 3부도, 4부도 있어서…’
「Beyond Perfect Vol 3」
전작보다 못한 후속작은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건 사실 후속작이 전작만큼 재밌어도, 전작에서 이미 경험한 충격과 재미인지라, 똑같은 수준을 유지해도… 두 번째로 같은 경험을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4시간 후.
“…이게 가능해?”
그런데 3부는, 1부, 2부가 차근차근 쌓아올린 탑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예측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훨씬 거대하게 쌓아 올렸다.
스크롤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이런 책을… 세상에 내보내도 되나?’
너무 후유증이 크고,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름 교육을 받고, 성숙하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이 정도인데… 이걸 소년 소녀들이 읽는다?
‘마법 소년 해리’의 열풍이 2025년에 다시 한 번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그렇다면 우리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영화서부터 게임, 테마파크… 등등 적당한 회사 몇 개를 사들여서 문화 산업에 정면으로 뛰어든다면?’
「Beyond Perfect」의 세상을 직접 체험했던 엘리였기에, 그 모든 게 돈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제 소감을 좀 말해줄 수 있어? 벌써 날이 밝은 거 알지? 나 점심 쯤에는 비행기 타러 가야하는…”
로한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엘리는 로한이 떠난다는 말까지만 듣고, 그가 떠나면 원고도 가지고 가버릴 것 같아서 다시금 노트북에 고개를 파묻었다.
“…미안.”
결국 로한이 공항으로 떠나는 직전까지 원고를 읽어야만 했던 엘리. 그녀는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묵묵히 고개를 떨구었다.
“괜찮아.”
“아니야. 그래도 모처럼 시간을 보내는 건데,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내가 읽어달라고 한 건데. 재밌게 읽어줘서 오히려 뿌듯했어.”
“후우… 일단 가자. 가는 길에 보상할게.”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 엘리는 직접 기사를 불러 리무진을 예약했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내내… 지난 하루 동안 「Beyond Perfect」을 읽으며 느꼈던 쾌감을 로한에게 돌려주었다.
“이게 내 감상평이야.”
“오, 유치한 말은 나만 하는 줄 알았더니.”
“…조용해.”
*
나는 오랜만에 캘리포니아, 노스캘의 공기를 맡았다.
점점 노숙자가 많아지고 치안이 나빠진다는 샌프란시스코.
내가 찾은 곳은 그중에서도 낙후된 지역에 위치한 [아이언복싱].
체육관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몇몇 보였다.
어느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WBC 챔피언으로 등극한 키스가 나를 발견하곤 씨익 웃으며 글러브를 흔들었고, 올림픽에서 발굴되어 [아이언복싱] 소속 선수로 성장한 진정한 헤비급 컨텐더 토니는 묵묵히 고개만 한 번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따악 – !
“늦어도 몇 개월은 늦은 놈이,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들어오기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지오반니 관장님은 으르렁거리며 나의 어깨를 탁 쳤다.
그 옆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건 조지 코치.
“너, 경기까지 이제 2주밖에 안 남았어! 미친 거 아니야? 이번엔 복싱 경기도 아니잖아!!”
조지 코치는 당사자인 나보다도 더 걱정을 했다.
‘음, 확실히 좀 늦긴 늦었지.’
[이벤트 매치 충격의 패배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휴가 없이 맹훈련에 돌입한 SFC 챔피언 트레버 퓨리. 제 2의 전성기 아닌, 최고의 기량을 찍었다?] [SFC 오너, 킬리언 화이트. “꾸준히 트레이닝 캠프를 찾아 직접 상태를 확인했는데, 살인 병기를 보는 것 같다. 몸무게까지 체형에 맞춰 최대한 불려, 이제는 같은 체급에서 상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 진즉에 그럴 것이지…”] [오리지널 빌런, 트레버 퓨리. 어째서 복싱 선수들이 옥타곤에서의 이벤트 매치를 피하는지 보여줄 거라며 자신감 드러내.] [로한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복싱팬들. 투기 종목은 취미 생활일 뿐? 농구와 공부에 전념하며, 트레버 퓨리와의 두 번째 이벤트 매치는 전혀 준비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다.] [로한… D-14, 드디어 트레이닝을 시작하나? 그런데 종합격투기 경기를 앞두고 어째서 복싱 체육관을 찾는가? 끝까지 트레버 퓨리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 [확실히 진정한 빌런은 로한. 정신 나간 로한에 비해 트레버 퓨리가 멀쩡해 보일 정도이니…]여전히 대학 농구계를 비롯해 프로씬에서는 나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가 넘쳤지만, 투기 종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매체들은 나를 아주 제대로 매장시키려고 작정한 듯했다.
‘SFC에서 돈을 뿌리기도 하고, WBA나 IBF등 다른 복싱 단체에서 어떻게든 날 헐뜯고 싶겠지.’
하지만 그들은 나를 너무 모른다.
‘이럼 나도 진지해지게 되잖아?’
그들이 깎아내릴수록 내 안의 ‘로한’은 점점 다듬어진다는 것을.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47